아름답거나 해롭거나

아름다움은 때로 치명적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매혹적인 조각들이 사실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범인 미세 플라스틱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바닷속 유해 물질을 확대해 렌즈에 담는 사진가, 엘레노어 라이더에게 그녀의 프로젝트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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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환경 이슈 부문 3위에 선정된 사진. 바다에 떠 있던 아이라이너 입자를 확대한 사진으로, 아이라이너가 포함하는 섬유, 파우더, 글리터는 모두 플라스틱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매년 ‘National Geographic of the Year’라는 이름으로 그해의 사진을 선정한다. 자연과 여행, 두 가지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되며 자연 부문은 또 세분화된 네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동물 초상(Animal Portraits), 풍경(Landscape), 행동(Action), 환경 이슈(Environmental Issue)까지 총 네 가지 분야에서 1, 2, 3등과 선외 가작까지 총 다섯 장의 사진이 선정된다.  환경 이슈 부문에서 3등을 차지한 엘레노어 라이더(Eleanor Ryder)는 해양 생태계와 자연의 변화를 주로 찍는 프리랜스 사진가다. ‘유독성 허영(Toxic Vanity)’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사진은 엘레노어 라이더의 ‘더 포에버 프로젝트(The Forever Project)’ 중 한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과 파편 조각에 초점을 맞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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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배로 확대한 핑크색 립글로스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

엘레노어 라이더는 우리가 바르는 화장품 중에 상상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고, 이 미세 플라스틱은 물에 녹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월 말 펴낸 보고서에서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95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플라스틱 입자가 15~3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플라스틱 쓰레기와는 달리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어 그 위험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매혹적인 이미지로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엘리노어 라이더의 ‘더 포에버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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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로 확대해 본 립스틱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

-해양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바다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들리는 소리와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해양 생물과 그들의 서식지에 매력을 느낀다. 특히, 짙푸른 바다로 다이빙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하루는 평소처럼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데 그날따라 플라스틱 파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해안가로 헤엄쳐 가면서 깊숙한 바다 곳곳에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때부터 해변을 청소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미세 플라스틱을 찍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바닷속 플라스틱 파편을 찍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했는데, 이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뤄보고 싶었다. 그래서 글리터를 포함한 아이라이너, 아이섀도, 립글로스, 스크럽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장품 중 물에 분해되었을 때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 형태로 남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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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조각. 플라스틱 보트의 마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해양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고취시키는 거다. 그런데 그게 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면 했다. 사람들은 이미 단순한 충격요법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된 상태다. 다시 말해, 아무리 해변에 플라스틱이 버려진 사진을 보여줘도 그냥 플라스틱이 있는 해변을 담은 사진 중 하나로 생각하고 만다. 그래서 대중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미세 플라스틱을 확대한 이미지를 찍기로 결심한 거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사진을 보고 “와, 너무 예쁘다. 저게 뭐지?” 하고 발걸음을 멈추는 정도의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만약 그들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이미지 뒤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고, 그게 결국에는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더 포에버 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 타이틀이 담고 있는 의미는?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은 물과 햇빛의 자연 작용으로 인해 작은 입자로 분해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지는 데 몇백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사실상 영원히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실에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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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플라스틱 병 조각.해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스푼과 젓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글리터 아이라이너를 처음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강렬한 색감의 유리조각이 렌즈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광경이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하지만 겉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조각들이 사실 유해 성분이며 해양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충격적이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직 많은 제조사가 제품에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환경 단체들이 마이크로비즈(Microbeads, 치약이나 보디 스크럽 제품에 들어가는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 사용을 멈추라고 압력을 행사한 이후 그들은 더 이상 마이크로비즈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대중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이런 위선적인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미세 플라스틱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제품을 사지 않으면, 만들지도 않을 테니까.

40배로 확대한 미세 플라스틱의 입자.

40배로 확대한 미세 플라스틱의 입자.

 -개인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것이 있다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 사람들이 환경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개인이 해결하기에는 그 문제가 너무 방대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환경 보호에 소극적이게 되는 거다. 하지만 환경 보호는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마트 계산대에서 주는 비닐봉투는 공짜라고 해도 쓰지 않고 대신 캔버스 백을 쓴다. 또 플라스틱 병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금속병을 쓰고,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을 쓴다. 이처럼 각자의 작은 실천이 모였을 때 우리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대중들은 물론 플라스틱 입자를 쓴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까지 스스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목적이다. 바다는 위기에 빠져 있는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나의 이 프로젝트가 변화를 촉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격려하길 바란다. 바다는 지구의 허파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건강한 해양과 다양한 생태계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Eleanor Ry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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