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송과 얼루어의 프로젝트 ‘Less is More’
디자이너 송자인은 투철한 친환경주의자로 비춰지길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양심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정도만큼, 오래 입을 수 있는 건강한 옷을 만들 뿐이다.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녀와 <얼루어>는 ‘Less is More’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제인송이 모피와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송자인이 옷을 잘 만든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송자인은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여 질 좋은 소재를 고르고 신중하게 디자인하고 공들여 재단한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턴가 대충 만들어 저렴하게 소비되고, 쉬이 버려지는 옷들이 공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더불어 아름다움을 위해 생명이 희생되어야 하는 상황 또한 디자이너들에게는 딜레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져 묻는다면 그 싸움은 끝이 없겠죠. 저는 디자이너이지 환경운동가가 아니에요.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동물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죠. 그렇다고 제 일상의 모든 순간을 동물을 위해 살지는 못해요. 타협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최소한 내가 아끼는 생명을 앗아가면서까지 옷을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모순처럼 느껴졌죠.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옷을 만들고 싶고, 옷이 비싸지더라도 버려지게 만들지 말자 할 뿐이에요. 내가 만들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피와 가죽 옷이 멀어지고 그것을 입은 사람들이 더 이상 멋있어 보이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다른 이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나의 생각을 강요하진 않아요.”송자인은 거창하게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주변을 돌보는 것, 그래서 이러한 움직임이 작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세상의 일부분을 변화시키는 것도 가치 있다고 말한다. 건강을 위해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도착지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로 이어지는, 그런 아주 사소한 것들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제인송이 지닌 자연스러움이 떠올랐다. 도시에 사는 여자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자연으로부터 치유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도 송자인이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인송의 옷은 몸을 구속하지 않는다. 드레스업하기보다는 덜어내는 스타일링을 독려한다. “바다에 가는 것이 좋아 해변에서 입기 좋은 선드레스를 만들고, 도시에서도 자연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한남동에 가드닝을 할 수 있는 공간 모제인송을 마련했죠.” 송자인이 좋아하는 것들의 나열이 곧 제인송이고 그것은 자연스러움을 향해 있다. <얼루어>는 송자인의 생각을 지지한다. <얼루어>는 매해 4월이면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소비하느라 돌보지 못했던 자연을 딱 한 달만큼은 돌아보길 권하기 위해 그린 이슈를 만든다. 산양을 보호하는 <얼루어>의 그린 캠페인의 일환으로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다고 송자인에게 제안하니, 그녀는 흔쾌히 그리고 주저없이 ‘Less is More’라고 답했다. “자투리 원단이 아까워 이를 가지고 파우치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라인을 하나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High Recycled’라는 리사이클 라인을 구상하고 발전시키는 중이에요.” 그녀는 마침 잘되었다며 모자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고, 우리는 일사천리로 모자를 만들었다. 그녀가 그동안 옷을 만들고 남은 스트라이프와 도트, 흰색과 카키색 원단이 쿨한 볼캡으로 거듭났다. 우리는 이 모자를 4월 24일 남산에서 열리는 아홉 번째 그린 캠페인에서 판매할 것이고, 그 수익금을 멸종위기에 처한 산양을 지키는 녹색연합에 기부할 것이다. 예쁜 것을 만들면서 동시에 산양을 지키는 데 미약하지만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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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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