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과 권율 그리고 이하늬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세 명의 배우가 모였다. 열심히 걷는 것만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즐거운 기부펀딩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도전하는 배우 이제훈과 권율 그리고 이하늬. 이들은 당신과 함께할 준비가 됐다.
[예열과 충전 사이, 이제훈]
영화와 TV를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배우 이제훈. 그럼에도 옥스팜 트레일워커 100km, 38시간을 걷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마저도 다음 작품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를 만났다.
ㅡ그동안 다른 홍보대사 활동도 많이 했죠. 그중에서도 옥스팜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옥스팜을 통해 2년 전에는 태풍 피해를 본 필리핀 하이옌 지역을 방문했고, 작년엔 식수를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가서 물탱크를 설치하고 왔어요. 제 이름만 걸고 이벤트성으로 하는 활동은 원하지 않아요. 직접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는 게 좋죠. 영국에서 시작한 옥스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호 단체예요. 제가 동참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간 날 때마다 옥스팜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ㅡ오는 5월 20일~21일에 열리는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4인 1조로 걷는 풀코스 100km에 도전한다고요?
트레일워커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하는 거예요. 저는 체력도 있고, 지구력도 좋은 편이라 걷는 건 자신 있어요.(웃음) 혼자가 아니라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걷는 거니까 훨씬 덜 외로울 것 같아요. 38시간을 걷는 게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걸으면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ㅡ최근에 패션쇼에서 권율, 김재욱과 셋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화제였어요.
배우 권율 씨는 같은 소속사인 데다가 이번 영화 <박열>에서 같이 작업했어요. 생각도 잘 맞고 코드도 잘 맞아요.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축하해주고 연락도 자주 하면서 틈만 보면 만나는 사이죠. 그런데 김재욱 씨는 실제로 처음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팬이라서 무척 반가웠어요. 실물로 보니 더 잘생겼더라고요.
ㅡ유독 남자들과 ‘케미스트리’가 잘 사는 것 같아요.
누구와 있든 불편하지 않아요.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상대가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먼저 다가가는 편이에요. 성별과 상관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만나보고 싶은 배우도 있고,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도 있는데 김재욱 배우도 그중 한 명이었죠.
ㅡ최근에 드라마 <내일 그대와>가 종영했죠?
촬영 방식과 이야기 전개가 독특한 작품이었죠. 처음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라 무척 만족스러웠는데 시청률은 조금 아쉬웠죠. 어떤 작업을 하든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에서 충분치 않았죠. 그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요. 이 계기로 다음 작품을 할 때 연기를 많이 보완하고 발전시켜야죠.
ㅡ<시그널>은 사전 반 제작 드라마였고, <내일 그대와>는 100% 사전 제작 드라마였어요. 뒤늦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게 되는데, 그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없나요?
음. 모든 배우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죠. 그보다는 당장 사랑받거나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그 작품을 다시 꺼내봤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가 더 중요해요. <내일 그대와>는 저의 첫 로맨틱 코미디로서 언젠가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볼 수 있다면 분명히 좋을 것 같아요.
ㅡ작품을 선택할 때 관객의 입장을 고려하나요, 아니면 배우 이제훈만을 생각하나요?
두 가지를 다 가져가는 게 좋겠죠? 그런데 아직은 더 많은 경험과 다양한 장르, 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하고 싶은 도전의식이 더 큰 것 같아요. 늘 로맨틱 코미디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해볼 수 있었던 게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사람들이 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도 몸소 느꼈죠. 이 작품을 계기로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할 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ㅡ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옥스팜 프로젝트 참여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됐어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많은 분들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돕고,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세상이 조금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잖아요. 저도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제가 좋아서 하는 연기이지만 누군가가 저를 지켜보고 도와주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ㅡ당신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사람들이 당신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 사이에서 고민한 적은 없나요?
작품 안에서 존재하는 사람이길 바라요. 사생활로는 많이 노출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행여라도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편인데 이런 사회 활동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는 적극적이에요. 더 많은 사람이 알길 바라죠. 사람들이 ‘이제훈이 100km를 왜 걷는 거지?’라는 호기심으로 시도해보고, 물이 부족해서 20~30km 거리를 맨발로 걸어 다니는 사람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ㅡ당신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 중 하나가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라는 거예요. CD와 LP를 모으는 게 취미죠?
최근에 어렵게 <라라랜드> OST를 LP로 샀어요. 선물 받은 건 <너의 이름은> CD고요.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알고 보니 그 감독님은 레드 윔프스라는 밴드의 음악만 가지고 작품을 만들고, 그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서 작업한다고 해요. 저는 평상시에 영화도 많이 보지만 좋은 음반을 들으면서 힐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ㅡ며칠 전 영화 <아이캔스피크> 크랭크인 소식을 들었어요. 다작을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계획을 세워두고 작품 활동을 할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누군가가 제안을 해야 하고, 타이밍도 맞아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드라마가 끝나서 잠깐 쉴 줄 알았는데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 <박열>에 출연도 했고, 이제는 재충전의 시간이 있겠구나 했는데 또 다음 작품을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체력이 부담도 되고, 고갈된 것 같은데도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 해야죠. 작품 자체도 신선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크레센도 이하늬]
배우 이하늬는 벼랑 끝에 몰릴수록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이다. 뷰티 프로그램의 MC로,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장녹수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활기가 넘친다. 에너지를 적재적소로 손쉽게 전환하는 영리한 배우. 타인에게 베푸는 마음과 행동도 그녀가 가진 에너지의 일부이다.
ㅡ옥스팜 트레일워커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추천하나요?
네. 사실 주변을 얼마나 밝힐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아요. 공인으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자신 있게 말하고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ㅡ다른 활동과 비교할 때 옥스팜 홍보대사 활동이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눈이 무게가 쌓여서 가중치가 생기듯,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회적인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자유로움을 잃고 싶지는 않지만 내게 주어진 책임도 다하고 싶어요. 특히 모델이나 홍보대사를 할 때 저는 조심스러워요. 나름대로 선별해서 마음속 깊이 동기부여가 되고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에만 참여하죠. 옥스팜 활동을 하게 된 이후로는 홍보대사 활동은 여기에 올인하고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에너지 안에서 효과적으로 좋은 걸 나눌 수 있기 때문이죠.
ㅡ2년째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 MC도 하고,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죠. 연기와 예능의 균형을 잘 잡는 배우인 것 같아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을 구분해서 에너지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하죠. 체력, 감성, 영혼에 대한 깊이를 만드는 것에도 늘 신경을 써요. 한쪽에 치우치기 시작하면 저의 정체성도 흔들리니까요.
ㅡ<역적>은 사극인 데다가 30부작으로 꽤 긴 호흡의 드라마이죠.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요?
사실 지난주가 저의 데드 포인트였어요. 25회 정도만 넘어가면 촬영이 거의 끝나간다는 생각에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데 20회 정도를 찍을 땐 사점에 도달하거든요. 에너지가 소진되죠. 하지만 그 사점을 넘지 않으면 스스로의 한계를 높일 수가 없어요. 다행히 지난주에 턱걸이하듯 넘었어요. 하루도 쉬지 않아서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컸어요. 그때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집중하려고 했죠. 신기하게도 정말 그때만 지나가면 좋은 순간이 와요. 오늘 화보 촬영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은 게 바로 그 좋은 순간이었죠.
ㅡ무대에 서는 것 역시, 당신이 에너지를 받는 작업 중에 하나인가요?
맞아요. 가야금 연주를 하며 무대에 서려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예요. 사실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사람은 에너지가 쉽게 고갈될 수밖에 없어요. 카메라로 소통하기 때문에 파급력은 크지만 에너지를 받기엔 힘들거든요. 그런데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고 감성적인 교감을 하는 무대 공연에서는 확실히 에너지가 달라요. 체력적인 에너지는 많이 쓰지만 충족되는 에너지가 훨씬 많은 작업이죠.
ㅡ가야금 연주를 하고, 춤과 노래를 잘하는 당신에게 <역적>의 장녹수 역할은 주인을 잘 만난 것 같아요.
일단 전체적인 틀이 저와 잘 맞아요. 초반에 녹수가 가진 뿌리 깊은 슬픔과 정서 그리고 그렇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역사를 보는데 많이 애처로웠어요. 애착이 많이 가기도 했죠. 국악이라는 영역은 제겐 아킬레스건 같아요. 어릴 때부터 가야금 연주자로 성장했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악기를 다루고, 또 그걸 지켜내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 잘 알기에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이려고 하는데, 다행히 <역적>의 김진만 감독님이 제 마음을 잘 헤아려주세요. 승무를 하는 촬영에도 많은 공을 들여주시죠.
ㅡ인생의 롤 모델을 친언니로 꼽았죠?
어릴 때부터 저는 미운 오리 새끼였어요. 언니가 워낙 탁월했고, 저는 가야금만 연주하기엔 다른 에너지가 너무 많았죠. 게다가 어머니까지 있었으니, 제 앞에 벽이 두 개나 있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그 두 존재가 벽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켜주는 발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족이기 전에 그들은 한 분야에서 돈도, 명예도 아닌 스스로 소중하다 여기는 것을 지키는 존경스러운 아티스트예요. 제겐 돈이나 명예보다 우선시되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분들이라 소중하죠.
ㅡ주변에 유독 여성 팬이 많지 않나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남녀 공학을 다녔지만 예술학교라 여학생이 많았는데 종이학을 천 마리씩 받곤 했어요. 아마도 남자들은 제가 부담스럽고 여자들은 제가 꾸미거나 잘 보이려 하는 행동을 많이 안 해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사실 <겟잇뷰티> MC를 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여성 시청자들은 매의 눈을 가졌거든요. 아닌데 맞다고 하면 다 알아요. 그래서 프로그램 시작할 때 PD님과 시청자들에게 거짓말하지 말자고 말했어요.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그걸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ㅡ<겟잇뷰티>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아요.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고 에너지가 달릴까봐 걱정했어요. 예전에는 체력이 무한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정직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봤는데, 제 마음도 몸도 아직까지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웃음)
ㅡ당신도 나이를 의식하나요?
그럼요. 대신 그에 대해 얼마나 쿨하게 넘길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스스로에게 자유로우면 주변에서 ‘나이를 먹었네’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20대보다 더 건강하고 나는 점점 더 크게, ‘크레센도’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해야죠.
ㅡ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비결이 있나요?
저는 건강을 과신하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병원에 입원도 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어요. 올해는 밤을 새워서라도 운동을 매일 하려고 해요.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내 안부터 건강해져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요. 속옷이 준비돼야 겉옷을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연기도 액션을 하면 리액션을 해야 하고, 캐릭터의 아픔을 정화해서 ‘통렌(에너지를 주고받는 불교 수행법)’하는 작업을 해야 하죠. 일할 때에는 전쟁 같지만 그때 나오는 에너지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아마 5월 중순, 드라마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그 에너지로 쭉 가겠죠. 그것도 좋아요. 6월에는 저를 아예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휴가가 있을 테니까요.(웃음)
[권율 자신과 권율의 것]
선한 인상을 뒤로하고 기분 좋은 배신감을 선사하는 배우 권율. 드라마 <귓속말>에서 욕망이 가득한 인물을 연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베푸는 법을 알고 있다. 연기자로서 가장 완벽하게 가면을 쓰고 벗는 배우 권율의 진짜 이야기.
ㅡ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저 역시 의구심을 갖고 참여했어요. 직접 체험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대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큰 힘을 얻고 있어요.
ㅡ옥스팜 트레일워커에서 100km를 걷나요?
일단은 그렇게 목표를 잡고 있어요. 트레일워커가 드라마 <귓속말> 촬영을 종료하고 나서 3~4일 후에 시작돼요.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죠. 38시간 걷는 걸 장담하진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ㅡ<귓속말>의 강정일을 비롯해 그동안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 <너를 노린다>에서도 악역을 맡았었죠. 특별히 악역에 끌리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 박경수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죠. 또 강정일이라는 사람은 카리스마와 순애보가 있어요. 그 양극화된 매력 때문에 그 역할을 선택했죠.
ㅡ박경수 작가의 대사는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경우가 많아요.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요?
‘악은 성실하다’라는 대사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악은 성실해서 이겨내기 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성공을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계산하고 재단했을지 생각하면 씁쓸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말인 것 같아요.
ㅡ악역을 맡아서 연기하다 보면 스스로 알지 못했던 표정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악역도 그 상황에서는 다 진심이에요. 더 무섭게 혹은 더 예민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쫓아가기보다는 그 상황에 빠져서 생각해요. 강정일처럼 야욕이 있는 인물이라면 ‘이때 어떤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한마디를 하더라도 진심으로 말해요. 예전에는 악역 캐릭터를 멜로디라고 생각하며 음표 하나하나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처음부터 이 캐릭터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 어떤 분위기일지 연속성을 보며 만들고 있어요.
ㅡ댓글은 다 보나요?
반응은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 더 의연해지려고 해요. 다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 칭찬은 받아들이고, 안 좋은 댓글은 흘려요. 그래야 제 페이스를 잃지 않으니까요.
ㅡ신인 배우들이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를 악역으로 꼽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스토리라인을 일관성 있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드라마의 일원으로서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악역은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나갈 수 있거든요.
ㅡ배우 윤계상, 조진웅 등이 아끼는 동생으로 당신을 꼽았어요.
워낙 장난도 많이 치고, 편하게 있는 걸 좋아해요. 분위기 잡고, 각 잡는 걸 싫어하는데 형들과는 편하게 있어도 괜찮으니까요. 술은 잘 못 마시는데 형들과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게 재미있어요. 동생들한테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 것 같고, 도움을 주고 좋은 얘기를 해주고 싶잖아요. 그것보다는 형님들에게 헛소리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는 게 더 편하더라고요.
ㅡ예전에 청춘물을 찍고 싶다고 했어요. 이제는 조바심 나지 않나요?
청춘물 말고 청년물은 어떨까요?(웃음) 청춘은 교육집단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이고 청년은 사회초년생부터 결혼 전까지의 사람들이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그게 백수일 수도 있고,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죠. 사회 생활을 하기 전, 불안정한 인물은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ㅡ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나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면 지금 도전해보고 깨져봐야 하죠. 물론 대중을 상대로 테스트하는 건 아니지만, 연기자로서 제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많은 걸 도전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닫히겠지만 성장판이 최대한 늦게 닫혔으면 좋겠어요. 운동선수들도 마흔 살이 훨씬 넘어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평균적인 나이가 있을 뿐 각자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 같아요.
ㅡ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죠.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에 사는 요즘 세대들이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최선을 다한다면 그 안에서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더 좋은 세상이 오길 바랄 뿐이죠.
ㅡ평소에 이런 생각을 많이 했나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안에서 계속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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