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시가드는 죄가 없다
래시가드가 유행하면서 이제 여름 휴가지에서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야외 활동을 위한 래시가드, 아무 때나 입어도 되는 걸까?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 면, 이제 수영복 옆에 래시 가드 하나쯤은 들어 있을 법 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래시가드 는 아쿠아 슈즈 등과 함께 스노클링 등 바다에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을 위한 ‘기능성 아이템’에 가까웠다. 비키니를 입고 스노클링을 하면 등이나 다리가 선번을 입기 쉬 웠기에 일부러 찾아 나섰다. 선택권도 많지 않았고, 구하는 것도 어려웠 다. 발리, 푸껫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빌라봉과 같은 브랜드가 아니라면 전 문 스포츠 브랜드에서나 구입할 수 있던 게 바로 래시가드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여행 시장이 확대되고 서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래 시가드의 진격이 시작되었다.
래시가드는 서퍼의 천국으로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 선보였다 고 알려져 있다. 래시가드의 시작은 서핑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성 수영 복으로, 이후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쓰이게 된다. 래시가드는 다양한 장 점을 지니고 있는데, 먼저 모래나 서핑 보드의 거친 부분들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사소한 찰과상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준다. 스판덱스, 나일론 또 는 폴리에스테르 등 소재 특성상 물 밖에서 건조가 빠르다. 또 추운 물속 에서 단열기능을 해줄 수 있고, 몸에 꼭 맞는 신축성 덕분에 움직임이 편 안하다. 여기까지는 스포츠 활동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래시가드 의 긴 팔과 목까지 올라오는 디자인은 강렬한 햇빛과 찬 물결로부터 몸 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래시가드를 입으면 장시간 자외선 노출에 의한 화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레시가드의 장점은, 피부가 약하며 그을린 피부보다 밝은 피부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 향에 꼭 들어맞는 까닭에 폭발적 성장세를 얻게 된다. 한 국내 스파 브랜 드는 재미 삼아 출시한 래시가드가 줄줄이 완판되며 쏠쏠한 재미를 보았 다.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래시가드를 출시하면서 명실상부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다만, 이후 래시가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 고 곳곳에서 출몰하게 되 었는데, 바로 바다가 아닌 도시 속 수영장에서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 호텔 수영장에서 는 야외 수영장뿐만 아니라 실내 수영장에서 까지 래시가드가 등장했고, 방콕이나 홍콩 등 해외 호텔 수영장에서도 래시가드를 입었다면 대체로 한국인일 정도. 여기 에 대해선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무 슨 상관이냐’는 시선과 ‘래시가드 역시 의복이므로 TPO를 지켜야 한다’ 는 시선이다. 사실 이 두 시선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고, 종종 커 뮤니티 등에서 논란을 일으킨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주장하는 쪽은 피부가 약한 사람들의 피부 보호와 패션 자유결정권을 주장한다. TPO 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닷가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래시가드가 도시에 나타난 부자연스러움을 꼬집는다. 한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이렇게 말했 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인에게는 비키니 수영복마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포 피스 수영복’이 인기였다. 수영복을 입되 몸을 가릴 수 있도록 스커트, 캐미솔 톱 등이 결합된 형태였다. 몸을 많이 커버하는 래시가드 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몸을 가릴 때 안정감을 느끼는 한국인의 성향 에 잘 맞는 면이 있다. 사실 호텔 수영장에서도 야구모자와 후드티를 입 고 수영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은데, 래시가드는 양반이다.” 이제 여름 을 맞아 서울 호텔 수영장은 일제히 수영장 이용이 포함된 여름 패키지 를 내걸었다. 패션 전문가들은 바다에서는 래시가드, 도시에서는 수영복 과 같은 TPO에 맞는 휴양지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한 가지 뉴스는 비키니 일색이던 여름 수영복 트렌드가 원 피스 형태의 수영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몸을 많이 드러내야 하는 비키니가 부담스럽다면 지금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을 구입해도 좋겠다 . 바다에서 태어난 래시가드는 바다를 위해 남겨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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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 일러스트레이션
- Heo Jeong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