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시가드는 죄가 없다

래시가드가 유행하면서 이제 여름 휴가지에서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야외 활동을 위한 래시가드, 아무 때나 입어도 되는 걸까?

06_rashguard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 면, 이제 수영복 옆에 래시 가드 하나쯤은 들어 있을 법 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래시가드 는 아쿠아 슈즈 등과 함께 스노클링 등 바다에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을 위한 ‘기능성 아이템’에 가까웠다. 비키니를 입고 스노클링을 하면 등이나 다리가 선번을 입기 쉬 웠기에 일부러 찾아 나섰다. 선택권도 많지 않았고, 구하는 것도 어려웠 다. 발리, 푸껫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빌라봉과 같은 브랜드가 아니라면 전 문 스포츠 브랜드에서나 구입할 수 있던 게 바로 래시가드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여행 시장이 확대되고 서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래 시가드의 진격이 시작되었다.

래시가드는 서퍼의 천국으로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 선보였다 고 알려져 있다. 래시가드의 시작은 서핑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성 수영 복으로, 이후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쓰이게 된다. 래시가드는 다양한 장 점을 지니고 있는데, 먼저 모래나 서핑 보드의 거친 부분들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사소한 찰과상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준다. 스판덱스, 나일론 또 는 폴리에스테르 등 소재 특성상 물 밖에서 건조가 빠르다. 또 추운 물속 에서 단열기능을 해줄 수 있고, 몸에 꼭 맞는 신축성 덕분에 움직임이 편 안하다. 여기까지는 스포츠 활동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래시가드 의 긴 팔과 목까지 올라오는 디자인은 강렬한 햇빛과 찬 물결로부터 몸 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래시가드를 입으면 장시간 자외선 노출에 의한 화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레시가드의 장점은, 피부가 약하며 그을린 피부보다 밝은 피부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 향에 꼭 들어맞는 까닭에 폭발적 성장세를 얻게 된다. 한 국내 스파 브랜 드는 재미 삼아 출시한 래시가드가 줄줄이 완판되며 쏠쏠한 재미를 보았 다.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래시가드를 출시하면서 명실상부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다만, 이후 래시가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 고 곳곳에서 출몰하게 되 었는데, 바로 바다가 아닌 도시 속 수영장에서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시내 호텔 수영장에서 는 야외 수영장뿐만 아니라 실내 수영장에서 까지 래시가드가 등장했고, 방콕이나 홍콩 등 해외 호텔 수영장에서도 래시가드를 입었다면 대체로 한국인일 정도. 여기 에 대해선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무 슨 상관이냐’는 시선과 ‘래시가드 역시 의복이므로 TPO를 지켜야 한다’ 는 시선이다. 사실 이 두 시선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고, 종종 커 뮤니티 등에서 논란을 일으킨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주장하는 쪽은 피부가 약한 사람들의 피부 보호와 패션 자유결정권을 주장한다. TPO 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닷가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래시가드가 도시에 나타난 부자연스러움을 꼬집는다. 한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이렇게 말했 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인에게는 비키니 수영복마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포 피스 수영복’이 인기였다. 수영복을 입되 몸을 가릴 수 있도록 스커트, 캐미솔 톱 등이 결합된 형태였다. 몸을 많이 커버하는 래시가드 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몸을 가릴 때 안정감을 느끼는 한국인의 성향 에 잘 맞는 면이 있다. 사실 호텔 수영장에서도 야구모자와 후드티를 입 고 수영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은데, 래시가드는 양반이다.” 이제 여름 을 맞아 서울 호텔 수영장은 일제히 수영장 이용이 포함된 여름 패키지 를 내걸었다. 패션 전문가들은 바다에서는 래시가드, 도시에서는 수영복 과 같은 TPO에 맞는 휴양지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한 가지 뉴스는 비키니 일색이던 여름 수영복 트렌드가 원 피스 형태의 수영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몸을 많이 드러내야 하는 비키니가 부담스럽다면 지금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을 구입해도 좋겠다 . 바다에서 태어난 래시가드는 바다를 위해 남겨두고 말이다.

    에디터
    허윤선
    일러스트레이션
    Heo Jeong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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