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도록 반짝이는 김성령

드넓은 바다 위 그녀가 태양을 향해 당당히 섰다. 수없이 많은 시간이 빚어낸 여유로움과 견고한 아름다움. 배우 김성령은 지금 가장 멋진 나이를 마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김성령의 지금 이 순간.

니트 코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목걸이는 케이트로지(Kaetlogy). 슈즈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Stuart Weitzman).

니트 코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목걸이는 케이트로지(Kaetlogy). 슈즈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배우 김성령을 처음 알린 건 아마도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수식어였을 것이다. 이 예쁘고 날씬한 여배우는 결혼과 함께 잠시 활동을 멈췄고, 사십대에 두 아들의 엄마가 되어 다시 우리 앞에 섰다. 드라마<추 적자>를 통해 연기도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한 그녀는, 이후 드라마 <마왕>, <상속자들>, <미세스캅> 등을 통해 흥행 보장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제 김성령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실력파 배우이자, 20~30대 여자들이 갈망하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본보기가 되었다. 사십대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이제 막 마주한 오십이라는 나이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여배우. 김성령의 시간은 누구보다 아름답게 흐른다.

면 소재 쇼츠는 라펠라. 글러브탠 가죽 소재 백은 코치(Coach). 팔찌는 에르메스(Hermes). 슈즈는 레이첼 콕스(Rachel Cox).

톱은 토리 버치(Tory Burch). 면 소재 쇼츠는 라펠라. 글러브탠 가죽 소재 백은 코치(Coach). 팔찌는 에르메스(Hermes). 슈즈는 레이첼 콕스(Rachel Cox).

얼마 전 발리에서 찍은 사진이 엄청난 화제였어요.
인스타그램에는 다들 잘 나온 사진만 골라서 올리잖아요. 그게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그 사진을 계기로 자기 관리의 아이콘이 되었어요.
전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있을 뿐인데, 새삼스레 사람들이 자꾸 그런 말들을 하니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어요. ‘분명 뭔가 비결이 있긴 할 텐데, 난 뭘 어떻게 했더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한 노하우는 없더라고요.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사업을 했겠지, 하하. 오랫동안 몸에 밴 생활 습관 같은 건데,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참 재미없는 사람이거든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몸에 배어 있어요. 보통 아침 6시 반이면 일어나요.

연예계처럼 자유로운 직업군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습관이네요.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할 때도 맨날 새벽 첫 촬영을 잡아요. 그럼 촬영장에 가서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대기만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거든요. 뭐랄까. 공무원이나 회사원 같은 삶의 패턴? 아버지가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하셨기 때문일까요? 어릴 때는 아예 술도 못 마셨어요. 그러니 밤에 노는 데 재미도 못 느꼈고요. 그런데 사람이 평생 노는 데도 총량이 있긴 한가봐요. 저도 그렇거든요, 하하. 여행도 가고 싶고, 친구들과 끝없이 수다도 떨고 싶고.

규칙적인 생활 패턴 외에 또 다른 비결이 있다면?
밤에 먹는 건 무조건 살이 돼요. 아침, 점심은 하루를 보내는 에너지가 되는 거고요. 생각해보면, 제가 미스코리아가 되었던 그 시절 새벽 촬영을 나갈 때도 엄마가 꼬박꼬박 아침밥을 차려주셨는데, 그게 습관이 된 거죠. 아침을 일찍 먹으면 점심도 규칙적으로 먹고 저녁도 6시쯤 먹게 돼요. 그리고 일찍 자면 밤 늦게 먹을 일이 없는 거죠. 그런데, 두 번의 출산을 하고 나니까 저도 살이 찌긴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죠.

수영복은 마제이부띠끄 (MA:J Boutique). 로브는 로브로브(Lovlov).

수영복은 마제이부띠끄(MA:J Boutique). 로브는 로브로브(Lovlov).

어떤 운동으로 가장 효과를 봤나요?
저의 지론은 무조건 운동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한다는 것. 어떤 종류든 상관없어요. 둘째를 낳고 운동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집 근처에 운동할 곳이라곤 주민센터 지하주차장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 외에는 없는거예요. 매일 자동차 매연을 마시면서 운동했죠.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운동을 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의지 자체가 살을 빼게 하거든요. 그 뒤로도 어디에 살든, 집 근처에서 운동할 곳을 찾았어요. 요즘은 테니스를 치는데, 이것도 순전히 새로 이사한 집 근처에 테니스장이 있기 때문이죠. 댄스, 마이크로 스튜디오도 함께 해요. 운동을 하나만 하면 지루하니까. 세 가지 운동을 번갈아가며 일주일에 6일 정도 운동해요.

우와, 댄스라니!
방송 댄스를 배워요. 지금 사는 곳이 홍대와 가까워 댄스 연습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걸그룹 안무를 소화해보리라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화보 촬영하면서 보니까, 댄스를 배운 게 포즈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뭐든 배워두면 나중에 어디서든 도움이 되더라고요. 어떤 운동이 몸매 관리의 비결이냐고 묻는 건 의미가 없어요. 뭐든 계속,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거지.

정말 다양한 운동을 했군요.
요즘 들어 알게 된 건데, 제 성격이 변한 것 같아요. 저도 젊었을 때는 생각만 하고 망설이다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거든요. 그런데 마음을 딱 먹고 생각한 순간 바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그 망설이는 시간이 8개월로 줄고 4개월로 줄더라고요. 지금은 그냥 뭔가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데 익숙해졌어요. 음, 그리고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를 때까지 한다는 의미인가요?
일단 어떤 운동이든 시작하면 최소 5년은 계속하는 것 같아요. 요즘 테니스를 치는데, 그것 때문에 어깨 관절이 아프거든요? 그런데 전 병원 다니고 주사 맞으면서도 계속 쳐요. 스스로 조절만 할 수 있다면, 사실 ‘못하는 것, 안 되는 것’이라는 건 없거든요.

블라우스와 팬츠는 모두 라페트(Lafete). 선글라스는 린다 패로우(Linda Farrow).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Bell).

블라우스와 팬츠는 모두 라페트(Lafete). 선글라스는 린다 패로우(Linda Farrow).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Bell).

이런 끈기는 원래 성격인가요?
끈기라기보다는, 성실한 스타일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운동이나 화장등의 주제로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지금은 다 거절하고 있지만 혹시나 하게 된다면 첫마디로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저처럼 되고 싶으시죠? 하지만 절대 안 돼요’라고요. 저에겐 늘 명분이 있거든요. 여배우니까, 그래서 제일에서는 자기 관리가 필수죠. 일반 직장인이나 주부가 어떻게 저처럼 매일 오전 시간 내내 운동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요? 절대 불가능하죠. 근데, 이건 정말 말해주고 싶어요. 저처럼 되긴 힘들지만, 지금 당장 시작한다면 뭔가 달라지긴 할 거라고. 지금보다는 분명히 더 나아질 거라고요.

요즘에야 노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고 했는데, 주로 뭘 하고 놀죠?
작년 8월, 드라마 <미세스캅>이 끝나고 혼자 한 달간 여행을 갔다 왔어요. 기왕 여행하는 김에 제대로 여행하고 싶었거든요. 아는 분께 미국에서 한 달간 어학코스를 듣고 싶다고 하니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해줬어요. 여행 간 김에 영어 공부까지 해두면 좋잖아요. 그런데 혼자 여행도 거의 처음이고 영어도 잘 못하니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는데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정말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봐요 . 20~30대 한국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수업도 듣고, 여행도 다니며 즐겁게 한 달을 보냈어요. 근교로 혼자 여행도 다니면서요. 근데 이제 자신감이 붙었나봐요. 얼마 전에는 둘째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15일간 여행다녀오기도 했어요. 아, 이때도 제주도의 숙소 근처 테니스장을 미리 알아봐서 15일간 테니스 레슨을 예약해두고 갔죠.

혼자 여행이라니! 그건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에요.
생각해보면 이런 게 동안의 비결 같기도 해요, 하하.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 스스로 알아보고 막 움직이는 스타일이거든요. 덕분에 젊은 사람들과 더 쉽게 가까워지기도 하고.

주름도 거의 없이, 또래에 비해 피부도 어려 보여요.
사실 전 피부에 좋은 습관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요. 물도 잘 안 마시고 과일도 잘 안 먹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너무 금방 배가 불러서 음식을 못 먹거든요. 저는 음식을 너무 사랑하는데! 심지어 피부도 너무 얇아요. 피부가 안 좋아지기 딱 좋은 조건들이죠.

스트레치 실크 소재 점프수트는 라펠라. 귀고리는 제이미앤벨. 뱅글은 엠주(Mzuu). 슈즈는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스트레치 실크 소재 점프수트는 라펠라. 귀고리는 제이미앤벨. 뱅글은 엠주(Mzuu). 슈즈는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얼굴에 바르는 것도, 시술도 최소한만 하는 것? 저는 사람들에게 피부에는 돈이 안 아까울 정도로만 하라고 말해요. 예를 들어,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최대한 강하게 맞는 게 좋다고 하잖아요? 근데 그러면 십중팔구 피부에 부담이 가요. 관리를 하긴 하되, 최소한만 해서 피부 자극을 줄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자연스럽고요.

드라마 <추적자>가 끝난 후 <얼루어>와의 인터뷰에서, 40대가 되어 다시금 연기 욕심이 강해졌다고 말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윤여정 선생님도 인터뷰에서 얘기하신 적 있지만, 연기에는 진짜 정답이 없다는 걸 느껴요. 뭔가 알 듯하면 또 어려워지고, 뭔가 쉬워진다 싶으면또 잘 모르는 뭔가가 생기거든. 전 재능을 타고났다기보다는, 성실히 노력해서 겨우 남보다 뒤처지지 않을 정도를 유지하는 거예요. <추적자> 이후 <마왕>이나 <상속자들> 등 잘된 작품이 많았지만 저에게 ‘연기가 늘었나?’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여전히 연기에는 자신이 없어요. 연극을 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두려운 거예요. 두 달여의 공연 중, 시간이 지나면 자신감이 붙을 줄 알았는데 끝까지 안 그러더라고요. 청심환을 두 달 내내 먹으며 무대에 올라갔어요. 도대체 연기에 자신감은 언제쯤 생기려나 궁금해서 또 한번 연극에 도전했어요. 그런데 또 똑같은거죠. 나에게 연기란 그런 거예요. 아마 죽는 날까지 그 정답을 절대 알수 없는. 지금도 곧 촬영에 들어갈 드라마 때문에 너무 떨리고 긴장돼요.

쉬폰 소재 블라우스와 쉬폰 소재 스커트, 글러브탠 가죽 소재 로그백은 모두 코치. 팔찌는 케이트로지. 귀고리는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쉬폰 소재 블라우스와 쉬폰 소재 스커트, 글러브탠 가죽 소재 로그백은 모두 코치. 팔찌는 케이트로지. 귀고리는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어떤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나요?
일단 영화 두 편. 둘 다 특별 출연한 것이라 장면이 많진 않지만 , 하나는 호스트바의 마담 역할이고, 또 하나는 조직의 보스 역할이에요.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라 흔쾌히 시작했죠. 드라마는 사전 제작해서 가을에 방영을 시작할 예정인데, 서강준의 어머니이자 과학자 역할이에요.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좋을지 조언 부탁해요.
저도 잘 몰라요.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 작년에 딱 오십이 되며,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수없이 한 것 같아요. 아무도 답을 주지는 못하더라고요. 아, 그런데 동갑인 어떤 사진가가 이렇게 말했어요.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이젠 누구도 성령 씨가 하는 일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어요. 오십은 그런 나이예요. 성령 씨가 뭘 하고 싶든 그게 옳은 거예요’라고요. 이 말을 듣고 그때 샌프란시스코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난 거예요. 단지, 생각해보면 전 사십대를 정말 열정적으로 보낸 것 같아요. 여배우가 사십이 되면 생명력을 잃어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 사십대에 드라마부터 영화, 연극까지 쉼 없이 작품을하고 대학원도 다녔거든요. 그러고 보면 사십대가 저에게는 전성기였던거죠. 이건 모두에게 다 그럴 거예요.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면 그 나이대가 바로 전성기가 되는 것. 그렇게 치면 이십대도, 삼십대도, 사십대도 심지어 오십대라 해도 결코 늦은 나이란 없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래 남는 배우? 상 받는 배우?
오래 하고 싶진 않지만 상은 받고 싶어요. 제대로 된 영화를 들고 다시 한번 칸에 가고 싶어요. 아, 하지만 이게 목표가 되는 건 싫어요. 상을 받지 못하면 내 삶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전 그냥 뭐든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더 유명해질 필요도 없고, 더 많은 일을 할 필요도 없고 딱 지금 정도만.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낸 것들이기 때문에 이 모든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이런 마음으로 육십대도, 칠십대도 맞이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죠

라이크라 소재 수영복과 실크 소재 커버업, 슈즈는 모두 라펠라. 귀고리는 제이미앤벨.

라이크라 소재 수영복과 실크소재 커버업, 슈즈는 모두 라펠라. 귀고리는 제이미앤벨.

    에디터
    이미현
    포토그래퍼
    Park Jung Min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스타일홀릭)
    헤어
    지선(하르앤뮤)
    메이크업
    이경은(브랜드엠)
    프로덕션
    장재영(그림공작소
    장소 협찬
    드림 크루즈 겐팅 드림호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