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다고 다 빈혈일까요 <1>
어지러우면 빈혈이라는 믿음, 갖고 있나요?
여러분은 빈혈과 어지럼증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진료를 하다 보면 ‘어지러우니까 빈혈이다’라는 세간의 믿음은 생각보다 단단한 것 같습니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분은 흔합니다. 빈혈도 흔하지요. 하지만 이 증상과 원인의 연결은 정말 공고한 것인가요? 분명 빈혈의 한 증상 중에 어지럼증이 있긴 하지만, 어지러움의 원인이 모두 빈혈은 아닙니다. 실제로 한 대학병원이 2013년 발표한 ‘어지럼증의 감별진단과 치료’라는 자료에는 ‘빈혈’이라는 단어가 한번도 언급되지 않고 있지요.
어지럼증은 백 가지 증상을 감춘 한 가지 표현이에요
어지러움과 빈혈은 각각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어지러움은 복합적인 증상의 단순화된 표현입니다. 모두가 ‘어지럽다’고 표현은 하지만 느끼는 증상은 제각기 다른 경우가 많아요. 다음 중 여러분의 어지러움은 어디에 속하나요?
A. 나 자신 혹은 세상이 핑그르르 돈다고 느껴져요.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기도 해요.
B.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하면서 아득해져요. 누웠다 일어나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그래요.
C. 서 있을 때 어지러워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요. 걷다가 어지러워서 쓰러진 적도 있어요.
D. 붕 뜨는 느낌, 머리 속이 도는 느낌, 몸에서 분리되는 느낌이 들어요. 주기나 양상이 일정하지 않아요.
위 증상들은 어지럼증의 네 가지 유형입니다. A는 빙빙 도는 회전감이 특징인데 귀에서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B는 앉았다 일어날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일시적으로 혈당이 떨어져 뇌가 에너지를 얻지 못한 저혈당 증세예요. C와 D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심각할 수도 있는데, C는 뇌에서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의 문제가 생긴 경우, D는 공황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이 있을 때 나타나는 ‘가짜 어지럼증’에 속해요.
이유 없이 어지러울 땐 저혈압과 저혈당을 의심해 보세요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B 유형, 저혈압 또는 저혈당입니다. 저혈압과 저혈당이 ‘어지러움’을 통해 몸에게 보내는 신호는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뇌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부족하다, 는 거죠. 뇌에 혈류나 당이 공급되지 않는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져도 실제로 정신을 잃거나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위험하죠?
저혈압은 체질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흔합니다. 애초에 혈압이란 게 심장에서 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힘차게 밀어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압력이거든요. 고혈압은 중요부위의 혈관이 터질 수도 있어서 위험한 반면에 저혈압은 지속되면 말단의 장기나 근육까지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화되면 수족냉증, 피부노화, 탈모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비교적 심장에서 먼 장기인 자궁, 난소나 중력을 역행해서 피를 공급해야 하는 뇌나 눈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여자의 경우 임신하게 되면 혈압은 더 떨어지고요. 평소 꾸준한 유산소+근력운동으로 심폐기능을 키우고 근육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혈당의 가장 큰 이유는 다이어트일 겁니다. 최근 다이어터들에게는 탄수화물이 거의 공공의 적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으니까요. 뇌는 에너지원으로 당밖에 쓰지 못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이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해요. 다이어트로 뇌가 손상되는 경우는 물론 드물지만, 어지럼증으로 쓰러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치거나 하는 사고 손상은 의외로 많답니다.
그렇다면 실제 빈혈의 증상은 어떤 것일까요? 더우면 다리가 잘 붓고, 심각하게 피로감을 느끼고, 빨리 걸으면 숨이 차거나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신다면 다음 화가 꼭 필요한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어지럽다고 다 빈혈일까요’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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