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전시

전시 <유>가 열리고 있는 파라다이스 집에서 유나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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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책인 성경에는 그 누구도 답하지 못한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하나님의 기쁨을 위함’이라고 써 있다. 그 구절로 드로잉을 시작했는데, 그게 이번 전시 주제로 이어지게 됐다. 내가 표현하는 창작 활동이 하나님께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For thy Pleasure’에서 ‘thy’는 ‘your’라는 의미다.

열 번째 개인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그간 작업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렇게 기록으로 하나, 둘 남겨지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된 뮤직박스가 눈길을 끈다. 실제로 전시장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선곡을 직접 한 것인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LP를 수집하고 있는데, 평소에 즐겨 듣는 음악을 LP에서 MP3 파일로 변환했다. 주로 소울, 펑크 장르의 음악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60년대부터 90년대 순으로 정리해서 선곡했다.

진열장 뒤편이나 뮤직박스 안쪽에 또 다른 작품이 숨어 있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디테일이 가장 중요하고, 그게 창작자가 가지고 있는 열정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자세히 관찰하는 관람객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의 작업물이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는 기독교와 흑인 문화인 것 같다. 이번 작품에도 어김없이 그 두 가지가 등장한다. 성경 속 하나님은 나의 삶이자 예술의 원천이다. 그리고 흑인 음악은 나를 뮤지션의 길로 이끌었다.

‘콜라주 기법’을 자주 사용하는데, 작품의 소스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어떤 과정으로 작업을 하는지 궁금하다. 재료는 대부분 일상에서 구한다. 주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버려진 것들이다. 재료를 한데 모아 작업을 하는데 밑그림을 그리는게 거의 불가능한 즉흥적인 작업이다. 방식은 두 가지인데 우선 재료를 각각 스캔해서 포토샵에서 편집하는 디지털 방식과 손으로 직접 붙이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하고, 드로잉 작업과 섞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거기에 맞춰 작업한 작품 ‘500’이다. 종교개혁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이 작업을 하게 되어 무척 뿌듯하다.

이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라도 차분히 사람과 세상을 만든 창조주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가 되면 좋겠다.

가을에 새 앨범이 나온다고 들었다. 음악을 할 때와 미술 활동을 할 때는 욕구가 해소되는 게 차이 날 것 같은데, 어떤가?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었을 때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었을 때의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다른 감각기관에서 느끼는 차이 정도다. 눈으로 보는 것이 귀로 듣는 것보다 세속적인 것 같긴 한다.

    에디터
    전소영
    포토그래퍼
    Courtesy of Paradaise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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