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성들의 아름다움
사진가 조선희가 아프리카로 향했다. 짐바브웨, 나미비아, 보츠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마다가스카르를 33일간 횡단했다. 그동안 마주한 아프리카 여성들의 아름다움.
모두의 상상 속 아프리카는 제각기 다른 모습일 수 있다. 누군가는 광활한 자연을, 또 누군가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성과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진가 조선희가 상상한 아프리카도 그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영감을 주는 순수함을 찾아 오지 여행을 즐기는 조선희의 이번 목적지는 아프리카. 아프리카에 도착해 33일을 누비는 동안 조선희의 시선에 포착된 것은 아프리카 여성의 아름다움이었다. 여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시 여성들과 젖가슴을 드러낸 나미비아 소수 부족의 여인들. 그 사이에 수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소녀,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 생선을 파는 아가씨와 자신이 가진 가장 멋진 옷을 꺼내 입고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노인. 이 모든 것이 생생하게 숨쉬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라니. 어떻게 떠나게 된 건가?
5월 6일 출발해서 짐바브웨, 나미비아, 보츠나와, 그 다음에 남아공.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5개국을 다녀왔다. 33일 동안 머물렀다. 마지막 일정이 마다가스카르였다.
왜 아프리카였나?
원래는 단순한 풍경 사진을 담고자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몇 컷 찍은 후에 포트레이트를 찍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사진 속 사람들이 대부분 카메라를 보고 있다. 예전 티베트에서도 여성들을 찍었는데 그와는 다른 매력과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제각기 매력을 포착한다면?
남아공은 찍을 게 없었다. 처음에는 이게 아프리카야? 싶은 모습만 봤다. 그 이후에 트레킹을 하면서 점점 ‘아프리카다운’ 모습을 보게 됐다. 가장 흥미로운 건 나미비아였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다 있었다. 유니크한 사진은 대부분 나미비아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 속 여성들의 패션이 아주 다채롭다. 제각기 꾸미고 뽐내고 있는 것 같다.
가장 패셔너블한 나라는 마다가스카르였다. 20일간 지속한 트레킹이 끝나고 다시 마다가스카르로 갔다. 원래 프랑스령이어서 그런지 맨발인데도 모자는 다 멋진 걸 쓰고서, 아침은 우아하게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그런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나라다.
사진 속 인물이 더없이 자연스럽다. 당신은 낯선 이방인인 데다 카메라까지 들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을 담을 수 있었나?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은 처음엔 싫어하거나 부끄러워한다. 찍지 말라고 하거나 욕하는 사람도 있고, 은근슬쩍 보다가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사진을 몇 컷 찍으면 한국말로 “예쁘다”, “멋지다” 하며 그들에게 보여준다. 그중에는 사진을 난생처음으로 찍힌 사람들도 있다.
사진을 보여주면 달라지나?
내가 다녀온 여느 곳과 비교하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뭐든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돼 있었다. 쉽게 말해 흥이 있었다. 가끔은 사진 찍힌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는 그들이 파는 무엇인가를 사준다. 파인애플 같은 거다.
촬영에 적극적인 사람들도 있나?
물을 뜨러 가는 두 여자가 귀여워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런데 도중에 옷을 갈아입고 왔는데, 짝퉁 샤넬을 입고 온 거다. 안 찍었다.
아프리카 고유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특히 <얼루어 코리아>에는 나미비아 힌바족의 사진을 꼭 소개하고 싶었다. 이들은 평생 목욕을 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물이 귀하니까. 대신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흙을 바른다. 그냥 진흙이 아니고 무언가를 섞어 바르는데, 그 때문인지 피부가 정말 보들보들하고 예쁘다. 이들에게 얼굴에 바른 진흙은 크림이면서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한다.
영감을 찾아 오지 여행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안다. 휴식 기간인 셈인데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사실은 여행만 하면서 살고 싶다. 서울에서 살다 보면 가끔씩 자기만 잘나고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는 게 지겹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지만, 지긋지긋하다. 내가 오지를 좋아하는 건 그곳 사람들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만나고 싶어서인 것 같다. 맨발일지언정 멋진 모자를 쓰고 커피를 마시는. 그렇게 행복한 아침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다. 나도 그런 멋진 모자를 사고 싶었는데 어디에서 도 팔지 않더라.(웃음)
한국에서 조선희는 인물, 패션, 광고 사진을 아우른다. 하나같이 완벽한 퀄리티의 사진을 추구하는 분야다. 그에 비하면 아프리카의 패션과 뷰티가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들은 돈이 없어 신발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제각기 고유의 멋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모자, 피부, 헤어 스타일, 장신구 등 다양한 것으로 표현된다. 그저 살면서 체득한 멋이다. 또 색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 스스로 제목을 붙인다면?
나를 찾는 여행? 지금까지 뭘 찍겠다고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는데, 아프리카에 다녀오면서 내가 만나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사진에 담고 싶어졌다
최신기사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Zo Sun 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