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 Beautiful <1>
일년의 아쉬움을 덜어내려는 듯, 더욱 화려하게 반짝인다. 반짝이지 못할 곳은 없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은 마치 연말만을 기다린 것처럼 일제히 글리터와 시머를 쏟아부었다. 과장된 반짝거림과 은근한 광채가 공존하는 12월.
일년의 끝에 서면 누구나 후회도, 미련도 남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우리에겐 더욱 당당한 태도가 필요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 Non, Je Ne Regrette Rien(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를 크게 틀어놓고 2017년의 마지막을 향해 멋지게 드레스업 하는 것이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을 보며 남몰래 겨울을 기다렸다. 가을도, 초겨울도 아닌 오직 12월을 말이다. 평소에는 과할까봐, 혼자 튈까봐 걱정하는 소심한 당신이라도 마음껏 화려해질 수 있는 시기가 바로 12월이다. 11월은 이르고, 1월은 지나치다. 마치 축하의 빈티지 샴페인을 터트리듯 일제히 뷰티 브랜드들이 출시한 홀리데이 에디션은 바로 그 점을 충실히 반영한다. 보석을 부순 것과 같은 글리터 또는 은근하고 엄숙하게 광택을 부여하는 시머링 중 택하는 일만 남았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단 한 컬러의 섀도를 사용한 아이 메이크업. 평소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망설여온 바로 그 컬러를 시도할 기회다. 단, 은은한 시머가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한다. 오렌지에 가까운 코퍼브라운, 피카소의 청색 시대 같은 차가운 블루를 선택해봐도 좋겠다. 내가 가장 시도하고 싶은 건 공작새 깃털처럼 우아한 광택을 가진 딥그린 컬러다. “화려한 색채를 고르세요. 강렬 하면서도 우아한, 미니멀하게 빛나는 눈을 연출하려면요.” 제이 제이에스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시 버트의 말이다. 그야말로 깃털처럼 여러 컬러를 얹은 하우스 오브 홀랜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쇼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데, 흰색에 가까운 은회색 글리터를 아이라이너로 사용해,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처럼 차갑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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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 Lee Jeong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