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stels
파스텔 컬러는 형태 없는 꽃이다. 향기이고, 달콤함이다. 샤넬, 니나 리치, 보테가 베네타부터 빅토리아 베컴, 만수르 가브리엘까지.
고백하건대 나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 달콤무식자’였다. 자연 히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를 멀리하고 검은색과 회색 등 모노톤에 집착했다. 이 런 내게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해엔가 새해 목표를 “싫은 것, 안 해본 것 해보 기”로 잡고 실천하던 중 핑크 컬러 옷 입어보기를 목표로 삼았다. 파스텔 컬러 팔레트 중에서도 특히 핑크를 안 좋아했는데 그 즈음 한 번씩 핑크 컬러가 예 뻐 보이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생각을 바꾸고 고삐가 풀리고 나니 책상 위 문구류가 핑크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 그 유연하고도 보드라운 매력에 빠져 오 늘도 새 아이템을 물색한다. 런웨이 속 아이템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시즌 파스텔 컬러는 디자이너들에게 내려진 특명과도 같아 보인다. 파스 텔 컬러가 섞여 있지 않은 컬렉션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 그중 머리부터 발끝 까지 파스텔 컬러로 치장한 컬렉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패션 하우스라면 매 시즌 예쁜 것만을 탐닉하는 니나 리치를 꼽을 수 있다. 니나 리치는 견장과 금 장 버튼 장식의 재킷, 군악대 같은 모자 등 언뜻 봐도 군인을 연상케 하는 룩을 선보였는데, 하늘하늘한 저지 소재, 깃털 장식 거기에 파스텔 컬러를 입혀 특유 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2016년 뉴욕 컬렉션에서 첫선을 보인 샌더 락 의 시스 마잔도 다양한 파스텔 컬러 팔레트를 보여준다. 네크라인이 넓게 파인 벨트 장식의 슬릭 드레스나 심플한 슬리브리스 원피스, 니트와 팬츠는 물론 스포티한 오픈토 샌들 힐에도 여지없이 달콤한 캔 디 컬러가 가득하다. 샤넬과 보테가 베네타도 각 각의 방식으로 파스텔 컬러를 선보인다. 샤넬은 반짝임을 더한 파스텔 드레스에 PVC 부츠, 후 드, 드레스 글러브 등 액세서리를 매치했고, 함 께 선보인 PVC 백, 시퀸 백, 메탈 브레이슬릿에 도 파스텔 컬러를 장식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바 이올렛 컬러 톤의 의상을 여럿 선보였는데 비슷 한 컬러톤의 가방을 함께 매치해 빠짐없이 완벽 한 파스텔 룩을 이뤘다. 파스텔톤 컬러를 대거 활용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개 실용적이고 평 소 여성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분홍색, 하늘색, 보라색을 차 례대로 휴양지로 떠나는 젯셋룩에 투영한 마이 클 코어스, 당장 입고 싶은 다양한 울 코트와 탬 버린 백을 선보인 만수르 가브리엘, 독특한 소재 의 코트에 스트링 백을 든 마리암 나시르자데까 지 뉴욕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체 라인업에서 파스텔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한 컬렉션의 묘미도 놓칠 수 없다. 트렌치코트를 다양하게 재해석해 내놓은 셀린느. 모노톤의 의 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핑크 재킷에 레몬 컬러의 주름 치마를 입고 나온 모델의 등장은 마치 눈을 환기시켜주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페미니 스트 언니들이 당당하게 등장한 디올의 쇼에서 도 핑크 시스루를 입은 모델은 홀연히 돋보였고 , 리한나의 에너제틱한 기운으로 가득했던 펜티× 푸마 쇼에서도 파스텔톤의 스포티 룩을 입은 모 델은 분위기에 강약을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 밖에 크리스토퍼 케인이 선보인 스포티하고 도 야시시한 경계 어딘가에 있는 파스텔 룩과 컬 러를 패치워크한 로에베, 샤이니한 파스텔 팬츠 슈트를 선보인 아크네 스튜디오 그리고 클로에, 마놀로 블라닉, 미우미우, 마르니 등 파스텔 컬 러의 백과 슈즈를 선보인 컬렉션도 상당수이다. 이번 시즌 보다 부드럽게 치장하고 싶다면 파스 텔톤 옷과 액세서리를 놓치지 말길. 에디터가 시 도해보고 싶은 룩은 지퍼로 컷 아웃 장식을 연출 한 크리스토퍼 케인의 핑크 원피스이다. 따뜻한 봄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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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지은
- 포토그래퍼
- InDigital, James Cochrane, Courtesy of Net-A-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