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about MARGOT
3월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아이, 토냐>로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3개 부문 후보자로 선정된 마고 로비. 그녀가 들려주는 페미니즘, 결혼 생활 그리고 여배우로서의 이상에 대하여.
“이런 기회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무엇인가를 만들고 한 부분이 되고 제 커리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만족감을 주죠.”
둘은 최근에 검토 중인 대본과 <드림랜드> 출연자와 스태프를 위해 마련한 <아이, 토냐>의 상영회, 즉 오후 일정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나눈다. 애컬리는 아내와 가볍게 입맞춤을 나누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집주인인 로비(그녀는 차를 기가 막히게 맛있게 끓이는데, 이는 오랫동안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터득한 비법이다)는 먹을 것을 권하며 냉장고를 열고 들여다보며 메뉴를 불러준다. 수박, 치킨, 구기자로 만든 일본식 고지볼. 그녀는 고심 끝에 수박을 꺼낸다.
우리는 편안한 거실로 자리를 옮긴다. 그녀는 모듈식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다. 맨발인 채로(강아지가 그녀의 슬리퍼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기 때문). 우리의 대화 주제는 결혼, 페미니즘, 여성 롤모델이 되는 것 등 다양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지만 처음 그녀가 열정적으로 꺼낸 얘기는 럭키 챕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스타 파워가 회사 설립에 도움이 된 것은 맞고 기쁘게 생각하지만 럭키 챕은 초기에 4명의 멤버로 구성된 민주적인 형태의 회사였고 곧 2명의 멤버가 추가될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럭키 챕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곧 영화뿐 아니라 TV 시리즈물 제작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제가 럭키 챕이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는 어렵죠. 회사 초기에는 제가 프로젝트의 주연으로 출연을 많이 했지만 회사는 그 후로 많이 성장했고 이젠 제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 겁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가 업계에서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많은 작품을 하고 또 업계에서 명성을 얻는 것이죠. 하지만 이 회사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개체고 마고 로비의 회사는 아니죠. 사실이 그렇지 않나요? 모두의 회사죠. 그래서 마고 로비의 회사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에요.” 가장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점이 도움이 되는지 혹은 장애물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 묻자 로비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친한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서 회사를 차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죠. 많은 사람이 나쁜 생각 같다고 했을 때 저는 실망감이 컸어요.” 그녀는 이어서 “우리는 예외였죠. 아직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친하고 같이 일하는 것을 즐거워해요. 너무 완벽한 조합이에요, 친구들과 일할 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항상 제 베프들과 함께할 수 있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서로의 장점과 약점도 알고 있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잘 알아요. 그래야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잖아요.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좋아요.”
로비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통해 큰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그 이후로 그녀의 인기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존재감을 한번 더 입증한 그녀는 대체 불가능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할리퀸 의상은 작년 핼러윈 때 로비 친구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열풍이었다. 출입국 관리 관계자들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해 곤욕을 치를 때도 그녀를 도와준 건 할리퀸이었다.) 그녀는 또한 캘빈 클라인 딥 유포리아 오드 투알렛의 얼굴이기도 하며, 애컬리와의 깜짝 결혼식은 한마디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친한 가족과 지인 50여 명 정도만 초대해 소박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 로비는 카메라를 향해 반지를 낀 자신의 손을 내보이며 인스타그램으로 결혼 소식을 전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믿기지 않아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제가 한 것처럼 결혼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죠. 웃기기도 하고 약간 이상한 기분도 들어요.”
결혼 후 변한 것이 있는지, 특히 남편인 애컬리와 예전보다 더 긴밀하게 함께 일하는 지금 변한 게 있는지 물었다. 로비는 손가락에 낀 서양배 모양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며 말한다. “신기한 게 우리는 결혼 전에 룸메이트면서 베프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결혼한 지금도 베프이자 룸메이트예요. 사실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주말에 이 반지를 낄 수 있다는 사실 빼고 말이죠. 주중에는 일 때문에 반지를 끼고 나갈 수 없어요. 세트장에서 반지를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인기 덕분에 오스카 시상식이나 멧 갈라에 초대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로비는 여가 시간을 아직도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한다. 주말에는 근처 파머스 마켓을 방문하거나 바비큐를 하거나 “반려견 화장실을 치우는 일을 하며 즐겁게 보내죠”라고 케르(Kerr)가 말한다. 골드코스트의 학창 시절 친구들과도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내고 럭키 챕 사람들과 작년에는 한 달간 필리핀으로 배낭여행까지 갔다 왔다고. “유명해지고 나서도 그녀는 무명일 때 친했던 친구들과 각별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요”라고 케르는 말한다. “로비는 (골드코스트에 거주하는) 엄마, 형제들, 조카들과 매주 페이스타임을 해요. 그룹 채팅방에서는 서로 놀리고 농담도 하죠. 로비는 전혀 특별 대우를 받지 않죠!”
로비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골드코스트로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주에서 영화 촬영을 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는 동시에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후 저는 ‘우리는 젊은 감독들과 일할 필요가 있어, 막 입봉한 초짜 감독이든, 두 번째 영화를 맡은 신인감독이든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우리는 여성 작가, 감독, 여배우들과 함께 일할 필요가 있어. 호주인은 말할 것도 없고. 호주에서도 영화를 찍어야 해!’라고 말해요. 그게 제 꿈이죠.”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막대한 중압감을 수반한다는 것을 그녀도 인정하지만 그녀는 친구들이 옆에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힘들죠.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들 중에서도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회사를 운영하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고 시간도 많이 할애해야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대단한 것 같아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난 더 이상은 못하겠어’라고 말할 정도로 때때로 무너질 것처럼 좌절하는 순간이 있어요.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하죠. 휴일도 희생하고 결혼식에도 못 가고, 친구들의 생일도 잘 챙기지 못하게 되죠. 올해 들어서는 호주 집에 한 번도 못 갔어요, 제 베프들과 만나지 못했고, 귀여운 조카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 부분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일들을 희생해야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만들고 또 그 일부분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요. TV 드라마 <네이버스(Neighbors)>에 출연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죠. 커리어 측면에서 현재 제가 이 자리까지 왔다는 사실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후회는 전혀 없고 지금까지 모든 경험이 저에게 정말 소중했어요. 모든 캐릭터가 지금의 제 커리어를 만들었죠.”
“우리는 예외였죠. 아직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친하고 같이 일 하는 것을 즐거워해요. 너무 완벽한 조합이에요, 친구들과 일할 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항상 제 베프들과 함께할 수 있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로비를 처음 인터뷰한 2014년 당시에 그녀는 영화 <포커스> 홍보 활동 중이었고 막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흥행 후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바뀐 게 있다면 기지를 발휘하는 더욱 현명한 여성이 되었다는 것, 자신만의 확고한 무언가를 남기려는 것,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그런 중에도 즐겁게 임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마치 햇살 같죠.” 로비의 가장 친한 친구인 케르는 로비를 이렇게 설명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로비는 “단 하나뿐인 독보적인 존재다”라고 표현한다.
“마고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독특한 대담함이 있고 그런 대담성은 그녀의 캐릭터에 항상 녹아들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경우 첫 미팅 때 그녀는 단번에 배역을 따냈어요. 갑자기 상대역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뺨을 세차게 때리며 즉흥 연기를 펼쳤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충격을 받았죠,” 로비가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자 마틴 스콜세지는 다음과 같은 헌사를 바쳤다. “마고는 모든 면에서 놀라운 사람이고 그녀는 영원히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아이, 토냐(I, Tonya)>의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는 마고와 일하는 것은 ‘모든 감독의 꿈’이라고 했다. “그녀는 항상 완벽하게 준비된 채로 세트장에 오죠. 숙제를 완벽하게 해와요.”
“캐릭터 연령대에 맞는 각기 다른 목소리 톤과 억양, 발음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오는 거죠.” LA에 기반을 잡은 이 호주 출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마고는 완벽하게 준비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즉흥 연기를 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어요. 정말 용감하게 말이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연기력이 너무나 탁월해서 그녀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연기 도중에도 조절할 수 있고 뉘앙스를 더하거나 좀 더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죠. 우리의 대본은 훌륭했어요. 하지만 마고의 재능인 즉흥 연기로 파트너와의 호흡이 더 향상됐고 영화의 결과물을 한 단계 더 훌륭하게 끌어낼 수 있었어요.”
“아주 보기 드문 능력인데, 마고는 드라마와 유머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어요. 무척 어렵지만 대단한 조합이죠. 유머를 구사할 때 그녀는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녀의 타이밍은 완벽해요. 하지만 그녀는 호감 가는 연약한 캐릭터로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죠. 곡예사의 줄 타기만큼 아슬아슬하죠. 발은 단 한 번만 헛디뎌도 관객이 외면할 수 있죠. 하지만 마고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아요.”
로비는 열렬한 아이스하키 팬이지만 영화 <아이, 토냐> 촬영 전까지는 스케이트를 타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촬영을 위한 혹독한 훈련을 했고 어쩔 때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영화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그녀는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번이 그녀의 첫 주연작”이라고) 로비는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자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해야 했다.
“그녀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경이로웠어요”라고 질레스피는 말한다. “살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배역에서 빠져나와 제작과 관련해 얘기할 수 있었고 끝난 후에는 단숨에 배역에 몰입했어요”라고 케르는 말했다. “그녀에게 이런 전환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서 배우, 제작자 중 그녀의 본업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게 될 때도 있었어요. <아이, 토냐> 촬영 당시 그녀는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면서도 테이크 틈틈이 영화, 음악 예산이나 로케이션 비용 등에 대해 스태프들과 의논했죠. 얘기가 끝나면 다시 빙판 위로 올라와 토냐 하딩이라는 캐릭터에 무서운 속도로 몰입했어요. 그녀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업무량일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진정한 보스처럼 모든 일을 해내고 있죠.”
할리우드가 현재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스캔들로 발칵 뒤집혀 혼란스러운 상태고 매일 추가적인 제보가 들어오고 더욱더 많은 여성이 과거 성추행을 당해야 했던 부조리에 용기 있게 목소리를 높이는 중에도 우리는 가끔 만나고 있다. 지난주에 로비는 위민 인 필름(Women in Film) 어워즈 나이트에 참석해 ‘할리우드에 보내는 편지’라는 연설을 통해 많은 청중에게 감동을 주었다. 연설에서 그녀는 “여성들이 어떻게 모멸적인 순간에 싸우고 또한 성차별적인 요소가 짙은 여성 캐릭터 제의만 받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남자들은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만이 관중들의 시선을 끌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우리는 모두 여성일 뿐이고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죠. 우리 개개인 모두가 특별하고 큰 힘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힘을 합친다면 아무도 대적할 수 없을 만한 막강한 힘이 생기죠”라고 그녀는 연설에서 말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죠. 커리어 측면에서 현재 제가 이 자리까지 왔다는 사실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후회는 전혀 없고 지금까지 모든 경험이 저에게 정말 소중했어요. 모든 캐릭터가 지금의 제 커리어를 만들었죠.”
앨버커키 자택 소파에 앉아 있는 로비에게 그 연설에 대해서 말을 꺼내자, 웃고 있던 그녀는 다소 반항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여성이라고 하면 저에게 바로 떠오르는 표현은 ‘회복력이 강한(Resilient)’인 것 같아요. 여성을 아주 잘 표현해주는 단어이지만 정작 여성을 지칭할 때 자주 쓰지 않죠. 여성은 정말로 회복력이 강해요. 이번 와인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여성들의 대응 능력이 충분히 이를 입증하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가슴 아파하던 여성들이 순식간에 기운을 차리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던 모습을 보셨나요?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은 무엇인가? 모두가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지원해주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강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을 보고 전 여성이라서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를 들어 지난번 위먼 인 필름 행사에서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는 모금 사업을 시작해서 만약 이런 성추행 사건이 다시 발생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조직하자고 말했죠. 구체적으로 자금도 있는 거고 자원도 있고 피해자를 도울 사람들도 있고… 해결책이 있는 거죠. 그냥 단순히 ‘함께 얘기해보자’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자?’라는 식이죠. 그날 행사에 참여한 모두가 ‘대의를 위한 모금 사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라고 했죠. 그리고 또 여성들이 숨기지 않고 당당히 나서는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더 명확해지죠. 과거에도 사람들은 용기 내어 앞으로 나왔고 미래에도 그럴 거예요.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약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런 여성을 격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모금을 시작하고 지원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성해서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이 의지할 수 있도록 해야죠. 그렇게 된다면 이상적일 것 같아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묻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대답한다. “네 당연하죠.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하는 걸 두려워했는데, 그 이유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함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싫어해’ 같은 거요. 그런데 제가 최근 들어 뉴 웨이브 페미니즘에 대한 테드 연설을 많이 들었는데, 뉴 웨이브 페미니즘은 남성을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남자도 충분히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죠. 페미니스트에 대한 정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정의는 ‘사회적, 감정적, 경제적 측면에서 양성 평등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이 정의에 따르면 톰도 페미니스트가 되고, 저도 페미니스트죠.”
그녀는 스타인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 어린 소녀들을 위한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음번 호주 여행에서는 여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젊은 사람들에게 성공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처음에는 업계에서 아무도 몰랐죠. 하지만 꿈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어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젊은 세대에게 그런 요지의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이렇게 말이죠. 정말로 많이 노력해야 하고, 정말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이룰 수 있어.”
집 뒤편에 보이는 산 아래로 해가 저물면서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한다. 노을이 노란빛에서 주황 그 다음엔 빨강으로 변하며 밤이 찾아온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이야기하는 로비 뒤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로비는 골드코스트에서 생활하던 어린 소녀 시절부터 영화를 사랑했다. 퍼시픽 페어 영화관의 계단 앞에 앉아 계속 반복되는 영화 예고편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팝콘 향과 영화관에 깔린 화려한 패턴의 카펫이 주는 느낌에 완전히 매료됐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런 설렘을 느껴요. 일종의 현실 도피라고 할 수 있죠.”
웃음을 머금고 눈을 반짝이며 그녀가 말한다. “연기를 하는 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 장면에 완전히 몰입해서 세트장에 있다는 것도 잊을 때예요. 그 순간에는 제가 세트장에 있다는 사실도, 제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사실도, 실제 그 시대나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도 잊게 되더라고요. 그때 느끼는 감정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해요. 스카이 다이빙보다 좋아요.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죠.”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크리스마스에 영화에 대해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꼬마 아이 같다고 말하자 그녀는 “오, 맞아요!”라고 맞장구를 친다. 그녀의 눈은 반짝거린다. 영화 세트장은 “100%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하는 그녀. “제 친구 중 몇 명은 세트장에 오면 크게 실망하며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해요, 하지만 전 세트장을 사랑하죠.
세트장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예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요. 대사가 세 줄뿐이라도, 주연이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정말 그런 것들은 상관없어요. 세트장에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하는 걸 두려워했는데,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함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싫어해’ 같은 거요. 하지만 남자도 충분히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죠.”
영화 제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물어보자 그녀는 영화 <터미널(Terminal)>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를 회상한다. <터미널>은 럭키 챕이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로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 “마지막 테이크를 촬영한 후 크루가 럭키 챕 구성원인 저를 포함한 4명의 임원에게 슬레이트를 건네줬죠”라고 그녀가 말한다. “우리가 진짜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 가슴이 벅찼어요. 우리가 함께 이루어낸 거잖아요. 그래서 더 소중했던 것 같아요. 혼자 했다면 이 모든 일이 이렇게 재밌지는 않았을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제 베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고, 그 점은 최고예요.” <아이, 토냐>는 3월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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