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없어요
억지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 간판 없이도 묘한 매력을 뽐내는 가게 여섯 곳을 찾았다.
장 프리고
과일 가게의 냉장고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되어준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과일 가게지만 냉장고를 열고 들어가면, 멋진 바가 나온다. 1층은 바 형태의 테이블이고, 2층은 벽을 마주 보고 앉는 방식이다. 2층에서 전화기를 이용해 메뉴를 주문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일을 모티프로 한 바답게, 다양한 과일 안주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인기 있는 1인 과일 플레이트는 혼자 온 사람들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미니 사이즈의 과일 안주다. ‘장 프리고’, ‘광희문 연가’ 등 형형색색의 칵테일과 함께 즐겨볼 것. 무알코올 칵테일도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62길 9-8 문의 02-2275-1933
블루룸
대학로 골목에 숨어 있는 블루룸은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간판이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던 간판을 뗀 대신, 블루룸만의 색과 철학을 새로 입혔다. 외관만큼이나 새하얀 내부 인테리어가 특징이지만, 바가 위치한 벽면만큼은 블루톤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형 스피커에선 재즈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커피, 주스, 티와 함께 와인이나 맥주 같은 주류도 판매해 간단하게 술 한잔 기울일 수도 있다. 원두를 비롯해 모든 음료에 들어가는 재료는 저울에 달아 정량을 체크한다. 정확한 기준의 맛과 양을 제공하기 위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간판 없는 블루룸의 인기는 이전보다 훨씬 뜨겁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대명1길 16-7 문의 010-2702-1496
자판기
이곳에는 간판 대신 분홍색 자판기와 귀여운 조형물이 있다. 카페의 이름이자 문이기도 한 ‘자판기’ 앞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자판기를 열고 들어간 카페 내부는 분홍빛과 초록빛, 그리고 회색빛이 감돈다. 회색 콘크리트 벽을 자연스럽게 살렸고, 곳곳에 핑크 아이템을 배치했다. 또 가운데 화단과 벽을 따라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했다. 이곳에선 유니콘 색의 ‘머메이드 모카/초코’와 ‘오로라 모카/초코’를 맛볼 것을 추천한다. 머메이드는 인어공주 꼬리 형태의 초콜릿과 진주로 톱을 장식했다. 알록달록 예쁜 도넛과 틴케이크도 판매한다. 일본 잡지에도 소개된 핫플레이스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3길 79 문의 02-325-8185
스펙터
고즈넉한 서촌 골목가. 전통 한옥의 모습을 한 카페는 동네 분위기에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 앤티크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채운 공간은 넓지 않지만 보는 즐거움이 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램프 스탠드가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시그니처 음료인 ‘스펙터 커피’는 얼음 없이 진한 풍미를 자랑하며 마실수록 끝 맛이 달아지는 게 특징이다. 아포가토 위에 직접 만든 녹차 아이스크림과 제철 과일인 딸기를 얹은 ‘오크베리’도 있다. 보기도 좋은 디저트 ‘레드벨벳산도’는 레드벨벳 시트 사이에 라임 스퀴즈를 첨가한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을 채웠다. 치즈와 과일의 상큼함이 완벽히 어우러진다. ‘앙버터 모나카’는 기본 모나카에 앙버터를 결합한 메뉴로, 커피와 페어링하기 좋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6길 23-1 문의 02-6101-6060
간판없는가게
상호명 그대로 이곳은 간판 없는 가게다. 입구 앞쪽으로 메뉴를 써 넣은 나무판이 하나 있을 뿐이다. 광고와 디자인, 요리, 기획을 업으로 삼는 세 친구가 뭉쳤다. 가정집이었던 옛날 주택을 마음 가는 대로, 즉흥적으로 꾸몄다. 와인장 형태의 문, 유리로 된 천장, 샹들리에,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세 개의 방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조화를 이룬다.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빈티지풍 아지트를 꿈꿨으나 지금은 기다림 없이는 음식을 맛볼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대표 메뉴는 명란이 입에서 톡톡 터지는 명란 스파게티와 눈송이 치즈로 뒤덮인 시금치 피자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36 문의 02-3673-1018.
최신기사
-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Choi Yeon K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