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일해요
직장 동료이자 사업 파트너, 가게 사장이자 종업원을 집에서도 보는 사람들. 가족이 운영하는 따뜻한 가게들.
진짜 패밀리 레스토랑, 비볼리 | 부모와 아들(김상훈, 김경환, 이혜란)
가게 콘셉트 이곳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비볼리는 ‘그곳에 살고 싶다’는 이탈리아어다.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다녀왔다. 이탈리아의 국립 요리 학교를 졸업한 나, 이탈리아 르 코르동 블루를 수료한 어머니, 무역업을 하셨던 아버지가 같이 모여 요식 사업을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가게를 열게 된 계기 어머니는 산후조리원에서 총괄 주방장을 책임졌던 요리사, 아버지는 이탈리아를 주 거래처로 패션 무역을 하셨던 분이다. 두 분 다 요리를 좋아하신 덕에 나도 어릴 때부터 이탈리아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가족이 각자 맡은 업무 나는 메인 요리와 파스타, 어머니는 피자와 샐러드, 아버지는 홀을 담당한다.
함께 일하는 가족에게서 배운 점 요즘 친구들에게 없는 끈기, 책임감.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 무엇보다 편하고 이제는 눈빛만 봐도 가게가 저절로 굴러간다. 손님들도 가족이 운영한다고 하니 ‘진실성이 느껴져서 좋다’고 한다.
함께 운영해서 아쉬운 점 손님이 많아서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이다.
이곳만의 철학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자.
앞으로의 계획 ‘비볼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카페, 와인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다.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에게 경영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는 중이다. 가게가 점점 커지면 그 가게를 부모님께 드리는 게 목표다.
가족 가게를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무조건 추천한다.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어서 답답한 면도 있지만,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은 가족 전체가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1-3
향기 나는 공방, 플라이디어 | 어머니와 딸(황지선, 권복근)
가게 콘셉트 꽃과 향초, 디퓨저를 만드는 공방 겸 카페다.
가족과 함께 가게를 열게 된 계기 원래는 광고 디자이너였다. 회사 생활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꽃, 캔들을 배우면서 공방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카페를 같이 하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장사가 잘될 것 같다고 하여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전 직업을 살려 포토샵과 일러스트, 그래픽 수업도 한다.
가족이 각자 맡은 업무 어머니는 커피를 내리고 나는 꽃, 향초, 디퓨저를 만든다.
함께 일하는 가족에게서 배운 점 서로 취미와 취향이 비슷하다. 어머니의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사람 상대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부딪히는 일투성이다. 부모는 자식이니까 배려하고 자식은 부모니까 이해하고 웃어넘길 수 있다.
함께 운영해서 아쉬운 점 잔소리가 많아진다.
이곳만의 철학 대충 하려면 하지 말자. 여기서 나가는 모든 제품은 내 손을 거친다.
앞으로의 계획 가게가 잘돼서 2호점, 3호점을 프랜차이즈로 확장하고 싶은 마음으로 로고와 컵을 직접 디자인했다.
가족 가게를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가족 비즈니스는 확실한 역할 분담,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게 좋다. 집에 가서는 편하게 지내더라도 이 공간 안에서는 사장님, 직원으로 행동할 것. 언성을 높이지 않고 존중해줄 것. 이게 무너지는 순간 여느 가게와 다를 바 없어진다.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91길 84
장인이 만드는 슈트, 청기와 양복점 | 아버지와 아들(황필승)
가게 콘셉트 아버지 故 황재홍(2015년 타계)님이 1973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47년째 영업 중인 수제 양복점이다. 나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운영 중이다. 얼마 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가족과 함께 가게를 열게 된 계기 원래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고 아버지의 가게가 기울기 시작해서 낮에는 본업을 하고 퇴근 후 아버지 일을 돕곤 했다. 그러다가 19년이 흘렀고 어느새 천직이 됐다.
가족이 각자 맡은 업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땐 환상의 복식조였다. 아버지는 60년을 재단사로 일하신 노하우가 있었고 전국 주문 신사복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양복 기술이 뛰어나신 분이었다. 평생 아버지의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기계 제조나 새로운 제작 방식, 최신 유행, 고객들을 위한 프로모션 등에 관해 아버지와 상의해서 가게를 운영했다.
함께 일하는 가족에게서 배운 점 양복 제작부터 손님 응대, 마음가짐, 그리고 부모의 마음.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 아버지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는 점. 많은 이들은 분가해서 사느라 명절 때나 부모님을 뵙곤 한다. 나는 매일 아버지를 뵀다. 그가 연로해가시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그 흔적, 추억이 가게에 군데군데 남아 있다.
함께 운영해서 아쉬운 점 아버지는 내가 많이 답답하셨을 거다. 대체 어떤 점이 아쉬웠을지 여쭙고 싶다.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나는 아버지가 닦은 길을 걷기만 할 뿐이다. 길에 꽃도 피우고 해야 하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늘 죄송하다.
이곳만의 철학 손님의 입장에서 옷을 만들자.
앞으로의 계획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만큼 이 가치 있는 기술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다. 딸이 둘이다. 요즘은 여자들이 남자 옷도 잘 만든다. 딸들이 기술을 배워서 계승했으면 좋겠다.
가족 가게를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결국엔 남는 건 가족이다. 요즘처럼 취업도 어려운 시기,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선대가 닦아놓은 길을 걷는 것도 괜찮다. 이건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닌,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을 남겨주는 것이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97
경복궁 옆 비밀의 화원, 보안화원 | 누나와 동생(김슬옹, 김아람)
가게 콘셉트 통의동 ‘보안여관’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갤러리, 찻집, 책방, 게스트하우스가 모인 곳이다. 우리는 보안여관 옆 건물의 지하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보안화원은 꽃집, 식당 겸 바다. 간판도 없고 아는 사람들만 찾아온다. 플로리스트인 누나와 함께 이 건물을 꽃, 그리고 우리만의 감성으로 채우는 중이다.
가족과 함께 가게를 열게 된 계기 어머님이 꽃꽂이 선생님이었다. 음식도 곧잘 하셨다. 자연스럽게 꽃을 배웠고 요리를 접했다. 나는 부암동에서 선술집을, 누나는 작은 식당을 운영했는데 우연히 이곳 보안여관의 대표님과 인연이 닿았다. 덕분에 좋은 공간에서 누나와 함께 가게를 열게 되었다.
가족이 각자 맡은 업무 꽃 주문이나 플라워 클래스는 누나가 진행하고 홍보는 내가 한다. 요리는 둘 다 같이 한다. 정말 바쁠 때는 내가 서빙하고 누나가 요리를 하기도 한다. 아, 힘쓰는 건 주로 내가 한다.
함께 일하는 가족에게서 배운 점 단골을 만드는 법. 가게를 운영하는 전반적인 노하우, 그리고 꽃을 다루는 법.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걸 서로 챙겨준다. 예를 들어 메뉴 개발, 인테리어를 하더라도 서로의 의견을 듣고 조율한다.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각자의 사업 고집이 있는데 그걸 많이 억눌러주기도 한다.
함께 운영해서 아쉬운 점 서로를 잘 안다는 것. 그래서 싸우면 정말 찜찜하다. 차라리 직원이면 문자나 전화를 하고 풀 텐데 다투면 괜히 하루 종일 답답하다. 가족이라 더 소심해지는 경향도 있다.
이곳만의 철학 찾아오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자.
앞으로의 계획 보안여관의 공간을 맡은 이상 제대로 꾸미고 싶다. 이 건물을 식물로 유명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누나는 아마 중간에 안 싸우고 오랫동안 같이 하는 게 목표지 않을까.
가족 가게를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가족 중에도 잘 맞는 사람이 있다. 안 맞으면 안 하는 게 낫다. 사업이 잘되면 좋지만 안 되면 집안이 다 망하는 거니까. 게다가 가족끼리 등을 지게 되면 정말 깊은 감정의 골이 생긴다. 다행히 나는 누나와 정말 잘 맞는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지하 2층
경주에서 가장 멋진, 노워즈 | 누나와 동생(정주은, 정우재)
가게 콘셉트 문화유산의 도시 경주, 그곳에서 남매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다.
가족과 함께 가게를 열게 된 계기 패션 매거진의 에디터로 일하면서 바리스타인 동생과 여행을 자주 다녔다. 여행지의 카페를 갈 때마다 “우리도 나중에 한적한 동네에서 이렇게 작은 카페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우연히 경주에 놀러 왔다가 이 장소를 보게 되었고 너무 마음에 들어 아예 이사를 왔다.
가족이 각자 맡은 업무 머신으로 추출하는 커피와 그 품질 관리는 동생이 한다. 나는 핸드드립 커피와 전반적인 가게 운영을 맡고 있다.
함께 일하는 가족에게서 배운 점 동생이 일과 관련해서는 무척 예민한 편이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아, 저렇게 예민해야 가게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늘 무언가를 ‘적당히’ 하곤 했는데, 개인사업자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 눈치 볼 일이 없다. 회사 다닐 때는 물론이고 자영업을 하더라도 사장도 직원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게 없다.
함께 운영해서 아쉬운 점 하루 종일 붙어 있다는 것. 그리고 수익을 정확히 반으로 나눠야 한다는 것.
이곳만의 철학 멋없는 건 안 한다.
앞으로의 계획 큰 목표는 없다. 계속 멋있게 잘할 예정이다.
가족 가게를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너무 터치하지 마라. 문제가 생겨도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지켜보면 다 해결되더라. 그게 다 서로를 잘 알아서다.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 1085
우리 집 방앗간, 강동상회 | 부모와 아들(김수동, 김종호, 이순자)
가게 콘셉트 고춧가루를 빻고 참기름, 들기름을 짜는 방앗간이다. 부모님이 이 자리에서 34년 동안 운영하셨다. 내가 본격적으로 합류한 건 2년 정도 됐다. 엄선된 재료를 사용하고 정직하게 장사해서 몇십 년째 단골도 많은 방앗간이다.
가족과 함께 가게를 열게 된 계기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일손이 부족하면 배달을 하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며 일을 도와드리곤 했다. 원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아버지 혼자 운영하시는 것이 마음에 걸려 과감하게 회사를 관두고 가업을 물려받기로 했다.
가족이 각자 맡은 업무 식당, 술집, 반찬가게 등 거래처에 배달하는 건 주로 내가 한다. 고추를 빻거나 기름을 짜는 것도 이제는 제법 손에 익었다. 고추의 품질을 확인하거나 기술적인 부분은 아버지에게 아직 배우는 중이다. 어머니는 주로 판매를 하신다.
함께 일하는 가족에게서 배운 점 얼마 전에 오래된 기계를 최신식으로 교체하고 벽도 새로 다 칠했다. 방앗간이라면 어두컴컴하고 기름때가 낀 지저분한 공간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깔끔해지니 손님이 더 늘었다. ‘세상에 진짜 기름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른 기름을 섞거나 재료값을 아끼는 악덕상인이 많은데, 우리는 무조건 정직함을 바탕으로 일한다. 먹어보면 마트에서 파는 기름보다 훨씬 맛있다.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 결혼하고 분가해서도 매일 볼 수 있다는 점. 의견 차이는 있어도 적당히 조율할 수 있다는 것. 명절 때 따로 안 찾아가도 된다는 것.
함께 운영해서 아쉬운 점 세대 차이에 따른 의견 차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곳만의 철학 기름 한 방울이라도 정직하게 짜자.
앞으로의 계획 얼마 전부터 온라인으로 기름 판매를 시작했다. 미숫가루도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했다. 아버지의 기술과 내 아이디어로 다양한 채널을 여는 중이다.
가족 가게를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자식은 부모님의 노하우나 의견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무시하지 말 것. 어쨌든 가업이라는 건 뿌리가 중요하다. 부모님은 기왕 물려주기로 한 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길.
주소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 7
- 에디터
- 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hang Ki P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