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을 강타한 80년대 패션이 궁금해?
80년대 패션이 유행의 선봉에 섰다. 퍼프 슬리브 재킷, 하이웨이스트 진처럼 데이타임 룩을 책임질 아이템부터 파워-푸프 드레스와 같은 강렬한 나이트 웨어까지.
80년대 한국을 돌이켜본다. 국내 최고의 스포츠로 인기를 누리는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시기.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된 시기. 오늘날 힙합 스웩 못지않게 록 밴드가 무대를 휩쓸었던 시기. 훗날 ‘교주’라는 닉네임을 달게 된 신해철의 무한궤도도 이때 탄생했다. 김완선의 음악과 패션은 여성의 로망이었고, 대학생들은 통기타를 퉁기며 낭만을 만끽했다. 급성장 시대에 음악 · 출판 · 패션 등 대중문화는 호황을 누렸으나 민주화 요구가 억압되었던 터라 정치와 사회는 불안정했다. 국내와 달리 이 시기 미국은 경제 호황에 따른 물질적 풍요로 인해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진 때다. 오죽하면 젊고(young) 도시(urban) 근교에 살며 전문직(professional)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 패션 스타일을 비롯해 자신에게 돈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을 일컬어 여피(Yuppie, YUP과 hippie를 더한 말)라 부르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여피의 대표적 패션 스타일은 여성과 남성 할 것 없이 어깨가 넓은 파워 슈트였는데, 그것이 곧 부와 권력을 드러낸다고 믿었다.
70년대에 꽉 끼는 상의와 넓은 하의의 매치가 유행을 주도했다면 80년대는 정반대로 낙낙한 상의와 꽉 끼는 하의가 인기를 모았다. 넓은 어깨와 낙낙한 상의는 남성 슈트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성 파워 슈트의 인기는 곧 성적 구분이 모호한 앤드로지너스 룩의 인기로 연결됐다. 이번 시즌에는 각진 어깨의 파워 슈트 외에도 퍼프 슬리브로 어깨 라인을 풍성하게 만든 의상을 다수 볼 수 있다. 톰 포드는 파워 슈트에 강렬한 푸시아 컬러를 더해 당당하고도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다. 마르케스 알메이다는 낙낙한 재킷에 부츠를 매치해 중성적인 느낌을 주었고, MSGM과 스텔라 매카트니는 각각 퍼프 소매를 장식한 원피스와 팬츠 슈트를 선보였다. 프라다와 미우미우는 자매 브랜드답게 남자 형제의 코트를 입은 듯 낙낙한 코트를 무심히 걸치는 ‘쿨 애티튜드’ 패션을 보여준다.
한편 이 시기는 트랙 슈트를 필두로 한 스포티 룩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다. 채도가 높은 컬러와 주얼 장식으로 눈길을 끄는 구찌의 쇼피스와 톰 포드의 실키한 블루종, 조거 팬츠 등은 시간을 80년대로 되돌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미우미우가 소개한 헤어밴드와 동그란 선글라스는 소싯적 민해경이나 김완선, 마돈나가 즐겨 착용하던 그것과 같다.
그뿐 아니라, 믹 재거가 입었을 법한 줄무늬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팬츠, 란제리를 밖으로 보이게 입는 란제리 룩, 청청 패션, 카우보이 부츠 등도 빼놓을 수 없는 8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 요소다. 오프화이트는 그때 그 시절 이른바 사자머리라 불렀던 웨이브 헤어스타일까지 더해서 완벽한 80년대 스타일을 재현했다. 모두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제격인 아이템이다. 그중 생 로랑의 파워-푸프 드레스와 같은 의상 하나 있다면 핫 서머 시즌 어떤 파티에서나 주눅들 일 없겠다.
최신기사
- 에디터
- 김지은
- 포토그래퍼
- InDigital, Courtesy of Gucci, Matchesfashion.com, Net-A-Porter, Paul 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