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여행법은 따로 있다

요즘 떠오르는 ‘한달살기’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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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정하기
가장 중요한 건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는 일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단시간 내 많은 곳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럽의 경우 프랑스나 독일, 아시아라면 태국 등을 거점으로 잡으면 저가 항공과 육로 등을 이용해 다양한 도시를 방문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기엔 다소 복잡한 크로아티아는 유럽 내 대도시에서 저가 항공으로 쉽게 연결된다. 한 달을 느긋하게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평소 좋아했던 도시, 흥미가 있는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무는 것도 좋다. 최근 유행하는 ‘한 달 살기’는 한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무르며 여행하는 방식인 경우가 많다. 한 도시에서 머무르되 가보고 싶은 주변 도시를 짧게 다녀오는 절충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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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와 비수기
생각보다 장기 휴가 계획은 급작스럽게 이루어진다. 갑작스러운 퇴사, 갑작스러운 이직, 갑작스러운 휴학, 갑작스러운 번아웃 등이다. 1년간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라면 비수기와 성수기를 선택해서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성수기면 성수기대로, 비수기면 비수기대로 장단점이 존재한다. 성수기라면 날씨가 쾌적해 여행하기 좋지만 숙박을 비롯한 모든 물가 역시 성수기에 맞춰진다. 유럽을 여행한다면 현지인들은 다 빠져나간 도시에서 관광객들만 만날 수도 있다. 비수기라면 경제적인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반면 해가 짧거나, 우기라거나, 너무나 더워서 숨이 막히거나 너무나 추워서 얼어 죽을 수도 있다. 쉽게 생각해 한국의 8월과 1월을 대입해보길. 여행 시기의 현지 상황을 미리 파악해 대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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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수 있나요?
세계공용어가 영어라지만, 고급 호텔이나 주요 관광지를 제외하면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다. 생각해보면 현지인들이 꼭 영어를 하리라는 법은 없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해봤자 여행자인 나만 손해일 뿐. 만약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장기 여행을 할 계획이라면 기초 회화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그 나라 말로 택시, 상점 등에서 쓰이는 말, 숫자와 돈의 단위를 알아두는 것은 유용하며, 그 도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만큼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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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정하기
여행에서 숙소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달간 여행할 예정이라면 여기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호텔의 장기 투숙객이 되는 것.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근사하게 느껴지지만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선택이다. 하루 5만원만 계산해도 한 달이면 1백50만원이 든다. 그럼에도 장기 투숙하고 싶은 호텔이 있다면 호텔에 메일을 보내 장기 투숙자 혜택을 물어볼 것. 호텔에 따라 호텔비 할인 및 조식 제공, 세탁 서비스, 주차 서비스, 레스토랑 할인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선택은 키친과 조리도구 등이 딸린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다. 호텔보다 장기 투숙자에 맞게 설계되어, 호텔식 서비스를 누리면서도 편한 점이 많아 주재원들이 특히 선호한다. 객실도 호텔보다 넓은 편이며 세탁기가 구비된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선택은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것이다. 혼자만의 공간이 중요하지 않고 젊고 활동적이며, 낯선 여행자와 교류하는 여행을 즐긴다면 게스트하우스가 저렴하면서도 장점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거나 콘도 및 빌라를 단기 임대하는 경우도 많다. 에어비앤비는 ‘2주일 이상 투숙 시 15% 할인’ 식으로 호스트 자체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니 마음에 드는 숙소의 조건을 자세히 확인해볼 것. 만약 숙소에 민감한 편이라면 직접 동네를 둘러본 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과 거래하는 경우에는 법적인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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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의 문제
혼자 여행을 하는 경우라면 비용을 적게 쓰거나, 많이 쓰거나 자신의 몫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여행지에서 ‘물값’으로 사이가 틀어져 절교한 친구들의 사례는 흔한 얘기다. 숙소 및 교통비, 물값 같은 예상 가능한 기본적인 비용은 미리 모은 공금을 사용하거나 비용 관리앱 등으로 그때그때 관리해 분쟁의 소지를 없애길. 소비 성향에 있어서 개인차가 있음을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또한 함께 여행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하는 길이다. 가장 나쁜 것은 시간이 지난 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너 때문에 했다’라며 원망하는 태도다. 원하지 않는 것은 그때그때 솔직하게 대화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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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
당신이 여행할 곳의 물가는 비싼 편인가? 저렴한 편인가? 만약 저렴한 물가의 도시를 여행한다면 식비에 대한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베트남, 태국, 라오스 등이라면 삼시세끼 사 먹어도 부담이 없다. 1천원대로 길거리에서 국수와 덮밥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스위스나 독일이라면 어떤가? 독일의 경우 식재료의 가격은 굉장히 저렴하지만 레스토랑 음식의 가격은 비싸다. 이런 나라라면 장을 봐서 숙소에서 요리하는 편이 좋고, 그렇다면 주방이 딸린 숙소를 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평소 외국 음식과 낯선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라면, 평소 자신이 잘 먹는 음식의 조리법 몇 가지를 알아둘 것. 닭고기수프나 죽 종류는 갑자기 몸이 좋지 않을 때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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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을까?
대개의 여행은 안전하지만,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혼자 여행하고 있다면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숙소는 안전한 동네에 위치해야 하며, 인적이 드문 교외보다 늘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는 도시가 안정감을 준다.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자주 가족, 친구들과 연락해 행선지를 남기고 반드시 여행자보험을 들 것. 생각보다 여행지에서 다치거나 사고를 당하는 경우, 갑자기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에서 맹장 수술을 받게 된다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여행자보험을 들면 최소한 치료비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대부분 나라의 의료비는 우리나라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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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표
이번 여행으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스스로 묻고 답을 얻어야 할 문제다. 심신이 너무 지쳐서 무작정 쉬길 원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 그저 세상을 많이 보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이 있을 수 있으니까. 휴양을 원하는 사람은 수영장에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공원을 산책하거나 멍하니 하늘만 보며 한 달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새로운 무엇인가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미리 하나쯤은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길. 여행자를 위한 단기 클래스나 커리큘럼 등 찾아보면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클래스라거나 초보 아티스트 과정, 하루만의 체험이 아닌 3주간 열리는 집중 쿠킹 클래스, 오픈 워터 자격증 과정, 마사지나 우쿨렐레 클래스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가 있다. 매일 요가를 하거나 수영 마스터하기, 10권 이상 책 읽기, 또는 여행에서의 단상을 매일 기록하기 등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길. 여행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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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여행
모처럼 떠난 여행에서 한국인들의 인기 스팟만을 돌아보는 것은 어쩐지 아쉽다. 어느 때나 유행하는 정보는 있는 법이고,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요즘은 방송에 등장한 곳마다 줄을 가득 선 동포들을 만날 수 있다. 짧은 여행에서는 실패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장기 여행에서는 오늘 실패해도 내일도, 모레도 있다. 블로그나 여행 커뮤니티의 정보만 의지하지 말고 천천히 자신만의 장소를 찾아보길. 시간이 흐른 후 여행을 떠올릴 때 그리운 곳은 바로 그런 곳이다.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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