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Talk about $_이로한
모두가 돈을 원하면서도 돈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건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서 래퍼만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힙합신은 왜 돈 이야기를 할까? 왜 부자가 되길 바라며, 부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로한
<고등래퍼2> 끝나고 바쁘게 지냈나?
공연을 주로 다녔다.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는 부담도 되고, 심리적으로 좀 불안했는데 지금은 전보다 부담감을 덜어낸 상태다. 여유를 찾은 거지. 한 달 전에는 소속사도 생겼다.
VMC로 갔다고 들었다. 소속사 형들이 뭐라고 하던가?
‘나이가 무기다’. 지금 19살인데, 10년 후에도 20대다.
<고등래퍼2> 출연 당시 지원동기가 ‘나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새롭게 설정한 목표가 있나?
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평론가 입장에서 냉철하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까지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앨범이 필요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이제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가 목표다.
앨범 작업을 위해 요즘 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을 많이 듣고 있다. 한 곡만 듣지 않고 앨범 전체를 듣는다. 들으면서 어떤 점이 아쉽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분석해보고 있다. 물론 분석을 해서 얻은 결론을 내 앨범에 적용할 수 있을지, 내가 그럴 수 있는 역량이 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구적인 타입인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진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하는 타입이다. 음악 공부도 하지만 요즘엔 돈에 관한 공부를 좀 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금 문제.
세금에 관심을 가질 정도면, 돈이 좀 벌리고 있나 보다.
생각했던 것보단 많이 벌고 있지만 돈을 잘 안 쓰는 편이다. 택시비를 제일 많이 쓰는 것 같다.(웃음)
힙합에 관심 가졌을 때와 어엿한 래퍼가 된 지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처음 힙합을 듣기 시작한 건 초등학생 때고, 본격적으로 래퍼가 되고 싶어서 가사를 쓰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부터다. 처음엔 재미로 힙합을 찾았는데,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다 보니 ‘돈’이라는 존재가 어쩔 수 없이 끼게 되더라. 힙합이 음악을 하는 목적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요즘엔 다시 목적으로 방향을 틀어가는 중이지만.(웃음)
‘힙합 신의 미래’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들을 때마다 어떤가?
부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속사 형들도 말했듯 지금은 나이가 무기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나다운 걸 하고 싶기 때문에 보여주기식의 결과물을 급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 최근에는 가사를 몇 개 썼다.
어떤 주제로 썼나?
돈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나한테는 돈과 행복이 일치하는 존재였다. 돈이 있으면 무조건 행복한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이지만 어릴 때 치킨을 먹거나 고기를 먹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결국 그것들을 사 먹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서울 올라오면서 그 생각이 좀 더 확고해졌다. 맨날 똑같은 것만 먹었으니까. 돈이 있으면 김밥 한 줄과 라면만 먹지 않아도 될 텐데. 근데 요즘은 그 둘을 아예 독립적인 대상으로 보고 있다. 마치 남남처럼.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느낀다.
<고등래퍼2>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이로한’이라는 곡을 듣고 가사에 대한 어떤 기대가 생겼다. 이를테면 성공에 대한 가사를 쓰더라도 빤한 돈자랑의 나열은 아니겠다 싶은 거다.
맞다.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챕터별로 나눠서 자전적 스토리로 풀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만한 게 ‘고등래퍼’밖에 없지만 다른 전환점들이 생기고 그게 쌓이면 가능하겠지.
래퍼들이 성공과 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은 불행엔 관대하고 행복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산전수전 다 겪고, 내가 노력해서 행복해진 이야기를 하는 게 뭐 어떤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대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20대가 되면 뭘 하고 싶나?
최근 사진 찍는 취미가 생겨서 여행을 많이 가고 싶다. 국내든 해외든. 나중에는 내가 촬영한 사진으로 전시회도 열어보고 싶다.
여행 다니고, 카메라 사려면 부지런히 돈 모아야겠다. 돈은 얼마나 벌고 싶나?
어차피 서울에 계속 살 거고, 소속사 사무실도 마포구 쪽에 있으니까 마포구에 집을 사고, 엄청 번쩍번쩍한 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멋있는 외제차를 살 수 있는 정도? 알아보니 망원동에 투 룸 전세가 보증금이 2억 3천 정도라고 한다. 집다운 집을 사려면 아직 멀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웃음)
‘영앤리치’를 넘어 ‘슈퍼리치’가 되고 싶진 않고?
딱히. 명품 브랜드 액세서리가 갖고 싶었던 적이 있다. 홈페이지 장바구니에 넣고 주소지를 설정하고 입금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입금 직전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취소해버렸다. 돈 많이 벌면 차 사고 집 사고 부모님 용돈 좀 드리고 나머진 세금 빼고 저축할 것 같다. 햇반에 컵라면, 종갓집 맛김치만 있으면 행복하다.(웃음)
그럼 최근에 가장 많이 쓴 돈은?
아이스버킷 챌린지 기부금 1백만 원. 큰돈을 써야 할 때는 어떻게 써야 낭비가 아닐지 고민한다.
올해 이루고 싶은 일이 뭔가?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고, 앨범 피처링에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앨범 나오면 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건?
관객들이 해주는 헹가래! 음, 그런데 어려울 것 같다. 팬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난 ‘안전 제일주의자’라서 공연 가면 ‘여러분, 서로 밀지 말아주세요’ 이런 거 꼭 말한다.
- 에디터
- 최안나
- 헤어
- 마준호
-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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