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확인을 바로 안 하는 여자친구, 괜찮아요?

못 볼 수도 있고 답장을 늦게 할 수도 있다. 종일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이게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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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까 말했잖아. 내가 보낸 카톡 못 봤어?” 그제야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아, 미안. 지금 봤어.” 메시지가 올 때마다 진동이 울리는 게 싫어서 무음으로 설정해놨더니 가끔 이 사단이 난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은 편해졌지만 때로는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곤 한다. 그중 연애 생활의 가장 민감한 화두는 바로 메시지 답장. 답장이 늦는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개인적인 성향까지 복잡하게 얽혀 ‘잘못했다’고 하기도 뭐하다. 그러나 이 문제로 애인, 친구와 다투거나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성의 없다’고 생각되거나 메시지가 온 걸 알면서도 답장을 하지 않는 행위가 괘씸하게 느껴진다. 사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1’ 때문이다. 1이 뭐길래.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했는데 답장을 하는지 안 하는지 없었던 집착이 생긴다. 수신자도 그걸 알기에 알림창으로 대강의 내용만 확인하고 건드리지 않는다. 읽으면 답장해야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정말 바쁜 게 아니라면 여자친구의 메시지에는 꼬박꼬박 답장하는 편이다. 그게 예의고 혹시나 걱정할까봐. 예전에 만났던 여자친구는 유독 답장이 느렸다. 처음 만날 장소를 잡을 때부터 그랬다. 취미로 줄다리기를 배웠나 싶을 정도로 밀고 당기는 스킬이 예사롭지 않았다. 만날 장소를 정하는 데도 두 시간이 넘게 걸려서 내 프로필 사진이 별론가 싶었다. 알고 보니 개인 카페를 운영했는데 손님이 많으면 스마트폰을 잘 못 본다고 했다. 그렇다고 카페 영업시간이 끝나면 연락이 잘되는 것도 아니었다. 만나면 즐겁게 떠들다가도 헤어지기만 하면 메시지 답변은 몇 시간 뒤에 오곤 했다. 호감이 있기는 한 건지 기다리는 동안 피가 바짝바짝 마르고 입술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만났을 때는 대화가 잘 통했으므로 어찌어찌해서 사귀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됐어도 답장은 여전히 느렸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5%가 ‘문자 회신이 느린 상대에게 호감이 떨어진다’고 한다. 나 역시 점점 정이 떨어졌다. 한번 말을 해야겠다 싶어 붙잡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원래 스마트폰을 자주 안 보는 편이야.” 그녀의 스마트폰 배경화면에는 읽지 않은 카카오톡 200여 개, 문자 메시지 수십 개, 메일 100여 개 등이 쌓여 있었다. 연락이 잘 안 되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급하면 전화하겠지”라며 쿨내가 진동하는 답을 했다. 메시지가 오면 칼같이 답장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내가 강박증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스마트폰에 확인하지 않은 걸 뜻하는 숫자가 떠 있는 것이 찝찝하게 느껴질 뿐. 하긴, 뭐 하루에 몇 번씩 스마트폰을 봐야 한다고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성향 차이겠거니 넘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생각보다 발목을 붙잡았다. 가뜩이나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사이인데, 연락도 잘 안 되니 ‘얘가 날 좋아하기는 하나?’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친한 스타일리스트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나도 그러는데? ”라며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심지어 그녀가 확인 안 한 메시지 중에는 작년에 온 것도 있었다. 메시지에 유통기한이 있었다면 벌써 상해서 곰팡이가 피었을 거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유를 들어보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스마트폰을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거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게 눈치가 보인다는 것. 어차피 메시지 미리 보기 기능이 있으니 확인하고 정말 급한 일인 경우에만 답장을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대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더 꼼꼼하게 읽고 답장을 한다고. 가끔은 며칠 뒤에 확인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멋쩍어서 답장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녀와는 연락 문제로 몇 번 싸우다 헤어졌다. 그 이후로 단련이 된 건지 이제는 연락 문제로 전전긍긍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인에게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시기니까.

에디터
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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