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덕의 향수 리뷰 2탄: 벌써 가을입니다

9월이 다가오는 이때 가장 먼저 가을 느낌을 몰고 온 건 다름 아닌 신상 가을 향수들. 자칭 타칭 향덕 에디터가 글로 향을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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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행복한 느낌이 팡팡 터지는 옐로 빛 조 말론 런던 허니서클 앤 다바나 코롱 30ml 9만2천원 100ml 18만4천원.

조 말론 런던이 설명하는 이 향수 행복한 느낌을 가득 담은 플로럴 향. 장미의 생동감과 다바나의 아로마틱한 프루티 느낌, 이끼가 머금은 우디향이 한데 합쳐 밝고 화사한 느낌을 낸다. 어떤 향이든 조화롭게 어우러져 퍼퓸드 바디 크림 혹은 다른 향을 레어어드 해 사용하길 추천한다.

탑 노트 다바나 하트 노트 허니서클  베이스 노트 모스  조향사 앤 플리포 (Anne Flipo)

STORY 허니서클은 영국의 특별한 꽃으로 자연 향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 말론은 자연에서 향을 추출해 내는 점을 새로 고안해야 했고,  결국 이들이 찾은 건 ‘헤드스페이스’ 라는 기술! 이는 어떠한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고 오로지 꽃 위에 유리병을 씌워 향기 분자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조향사와 프레그런스 디렉터 셀린 루가 직접 국립 수목원에서 머무는 동안 허니서클의 향이 하루 중 계속 변화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중 가장 좋은 허니서클 향을 추출하기 위해 자정이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헤드스페이스 기술로 향을 추출했다. 그야말로 기나긴 인고의 시간 끝에 얻어낸 향인 셈! 인터뷰에서도 허니서클의 진짜 향을 찾아내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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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낀 조 말론 런던 허니서클 & 다바나 처음과 끝의 느낌이 아주 비슷한 향. 파우더리한 꽃 향이 지속되다가…..계속 지속된다.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떠올려보면 딱히 생각나지 않는 그런 향이다. 끝까지 밝고 발랄하지만 장난스럽거나 엉뚱한 매력이 있는 건 아니다. 여기에 베이스 노트를 머스크로 택했다면 정말로 그저 그런 흔한 향이 되었겠지만, 이끼 베이스를 택한 건 정말 신의 한 수. 솔직히 단독으로 맡으면 이렇다 할 매력이 없지만 다른 향수와 레이어드할 때 매력이 두 배, 세 배가 된다. 시트러스 계열이던 우디 계열이던 어떤 향조라도 이 향과 함께 섞어 바르면 갑자기 화사한 느낌이 든다. 회사 동료가 ‘가까이 오니까 갑자기 좋은 냄새가 나요. 오늘 뭐 뿌리셨어요?’라고 할 정도로.

한마디로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꽃 향

에디터의 꿀팁 브랜드의 추천처럼 조 말론 런던의 퍼퓸드 바디로션과 믹스 매치해 새로운 느낌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 자주 뿌리던 향수는 손목, 목덜미 등에 칙칙 뿌리고 허니서클 앤 다바나를 옷깃 혹은 팔 안쪽 등 반동이 큰 쪽에 뿌려 레이어드해 사용해볼 것. 각 향수가 가지는 느낌과 전혀 다른 새로운 매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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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파르코 팔라디아노 정원을 거니는 그 느낌을 향으로 보테가 베네타 파르코 팔라디아노 컬렉션 +  STORY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디자인한 파르코 팔라디아노 정원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수 컬렉션. 향수의 영감을 받은 곳부터 보틀 구석구석, 각 향마다 새겨진 로마 숫자까지 보테가베테카의 헤리티지를 그대로 담았다.  병, 캡 패키징은 모두 아이코닉한 가죽 짜임으로 디자인되었고 다른 보테가베네타의 향수들처럼 클래식한 베네치아 유리공예가 연상되도록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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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보테가베네타 파르코 팔라디아노 컬렉션 영상 캡쳐

이 향수의 영감을 준 파르코 팔라디아노 정원은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과 자연환경에 잘 어우러지는 장소다. 웅장한 건축물 가운데 자연과 정사각형의 기하학적 모양이 두드러지는 이곳은 사방이 십자 구조로 연결되어 있어 계속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이 컬렉션도 이를 그대로 본떠 이를 시작으로 새로운 컬렉션으로 계속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향 또한 이 정원 곳곳에서 영감을 얻어 꽃, 나무, 허브 그리고 과일 4개의 식물군으로 나눠 만들었다.

이태리의 장인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이 초 럭셔리 향수 컬렉션 중 이번에 소개할 향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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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의 정원, 장미와 라벤더가 가미된 신비로운 향 파르코 팔라디아노 XV 살비아 블루 100ml 37만원.

보테가베네타가 설명하는 이 향수 새벽에서 아침이 되는 순간처럼 신선함과 따뜻함, 새벽의 이슬 빛과 아침 태양빛 사이를 닮은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향. 장미와 라벤더가 가미된 벨벳 같은 세이지 노트는 자연의 부활을 떠올리게 한다.

노트 장미, 라벤더, 세이지 조향사 퀜틴 비쉬(Quentin Bisch)

내가 느낀 파르코 팔라디아노 XV 살비아 블루  이 향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스토리를 들어서 일까, 엄청난 가격 때문일까? ‘고급스럽다’라는 단어가 제일 첫 번째로 머릿속을 스쳤다. 고급스러움의 정의를 설명하기엔 부족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고급진 느낌에 부합하는 ‘은은하고 튀지 않되, 흔하지 않음’에 정확히 들어맞는 느낌이다.장미의 파우더리한 플로럴 노트가 중심이 되다가 라벤더의 부드러운 향이 뒤따라 온다. 우유에 장미 시럽, 라벤더 티백을 한데 섞고 마시는 모습이 상상되는 향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벤더는 옅어지고 장미향이 강하게 남는데 이때 라벤더의 부드러움에 잠시 가려졌던 머스크도 함께 올라온다. 하지만 어디인지 모르게 부드럽고 여리여리한 느낌은 그대로다. 첫 향은 보틀에서 느낀 신비로운 느낌 그대로였다면 잔향은 어디선가 맡아본 장미 향수의 느낌이라는 점이 살짝 아쉽다.

한마디로 부드러우면서 강렬한 이중적 매력의 장미향

이 향을 꼭 시향해야 하는 이유 보테가베네타의 고급스러움을 향으로도 느낄 수 있는 기회. 마침 판매처가 롯데백화점 광주, 보테가베네타 매장 밖에 없으니 기왕이면 매장에 가서 패션과 함께 이 브랜드만의 헤리티지를 눈으로, 코로 맘껏 느끼고 오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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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낭만을 꿈꾸는 향  바이레도 일레븐스 아워 오드 퍼퓸 50ml 18만5천원, 100ml 29만원

바이레도가 설명하는 이 향수 바다가 하늘 위로 치솟고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이 가장 높은 빌딩에 올라섰을 때, 세상의 끝을 눈앞에 두었을 때 마지막으로 맡는 지구상의 향. 그 가운데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 그리고 인간애를 표현하고자 했다. 스파이시하고 시트러스한 향으로 시작해 금단의 과일로 알려진 무화과의 달콤한 향기를 지나 무겁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탑 노트 밴 티머 페퍼, 베르가못 하트 노트 당근 씨앗, 와일드 무화과 베이스 노트 통카빈, 캐시미어 우드

이미지 출처: 바이레도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바이레도 홈페이지

STORY 지구상의 마지막 향을 담고 싶었다는 바이레도의 이야기를 듣고 다소 황망한 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바이레도의 향은 패셔너블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느낌 혹은 비누향으로 유명한 ‘블랑쉬’가 떠오르기 때문. 그래서 바이레도의 역대 향수 중 가장 다크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향수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ELEVENTH HOUR’는 이 세상의 마지막 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순간, 즉 마지막 순간이라는 뜻. 영화 <멜랑꼴리아>의 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면 제대로 짚은 게 맞다. 바다와 땅의 경계가 무너지고 해가 두 개가 되는 그날, 마지막 순간에는 과연 어떤 향이 날까?

내가 느낀 일레븐스 아워 오드 퍼퓸  ‘바이레도가 이런 향을?!’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향수와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 코를 찌르는 스파이시한 향조가 강하게 훅 치고 들어오다가 끝에는 약간의 달달함과 함께 매캐한 나무의 향으로 마무리된다. 가장 비슷하면서도 떠올리기 쉬운 향을 말하자면 수정과 혹은 향나무로 만들어진 나무 부채를 확 펼칠 때 나는 냄새. 앞서 가장 강조한 무화과의 ‘ㅁ’자도 안 느껴지는 이 향은 대체 어디로 갔나 궁금해하며 꼼꼼히 맡아보면, 모든 향조 중 무화과 노트가 가장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정과로 표현했을 만큼 달달한 계피향이 나는데, 이는 하트 노트인 와일드 무화과와 다른 스파이시, 우디 계열이 합쳐져 계피향처럼 느껴지는 것. 만약 무화과가 없었다면 정말로 어둡고 끔찍하기만 한 이 세상의 마지막 향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세상의 끝에서 스치듯 지나간 낭만적 기억

이 향을 꼭 시향해봐야 하는 이유 브랜드가 설명한 이 향수처럼 ‘이 세상의 마지막 향’은 과연 어떤 향일까? 대충 상상해보고 실제로 맡아보자. 그 차이를 알아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거다.

    에디터
    송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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