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예쁜 것 많아 놀라운 이 곳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거북을 보고 마음이 동요됐다. 이토록 경각심이 드는 사진은 드물었다. 그 즈음부터. 에디터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비닐 가방 대신 에코백을 사용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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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자리 잡은 서울 윤리적 패션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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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공존하고자 하는 디자인 철학을 담은 브랜드 아유(Ayu)의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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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자루를 업사이클링한 하이사이클(Hicycle)의 다듬이(Dadum:e).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텀블러와 에코백 사용이라니. 의욕이 앞선 초보 환경 보호자로서 안타까웠다. 때맞춰 유명 명품 브랜드의 재고 소각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갑론을박을 보면서, 패션계에도 환경 보호를 위한 행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점이 온 것 같아 생각이 더욱 많아진다.

많이 만들어 남아서 버리고, 유행이 지나서 버리는 옷을 소각하는 데 드는 비용, 옷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이 한 철 입고 버리는 옷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남 얘기가 아니었다.

더 이상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싶지는 않다. 텀블러와 에코백처럼 패션계에서도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면으로 만든 오가닉 제품,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신발, 공정무역을 거친 제품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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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딕슨 사의 차양 원단 자투리를 재활용한 수수무(susumu).

그러던 중 서울 윤리적 패션(SEF, Seoul Ethical Fashion,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브랜드 지원 사업) 매장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장터로 이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친환경 제품, 업사이클 소재를 사용한 제품,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성을 위해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는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34개 브랜드가 각각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윤리적 패션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업사이클을 통해 사회 공헌을 실현하는 젠니클로젯, 큐클리프, 하이사이클 등과 공정무역과 생산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루, 더페어스토리, 마르코 로호, 목화송이협동조합, 에이드런, 제리백 외에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그린블리스, 아유, 콘삭스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예쁘지 않아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오해는 기우였다. 예쁘지 않으면 냉철한 소비자들은 이들을 두 번 찾지 않는다. 윤리적 패션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했던 이유를 날려버릴 만큼 가성비와 가심비를 고루 갖춘 새로운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촬영하는 내내 매장에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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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신발, 가방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서울 윤리적 패션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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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빈민·장애 여성들의 재능을 살려 만든 펜두카(Penduka)의 자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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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프리카 세네갈의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식물성 천연소재로 만든 세리그라피(Serigraphie) 제품. (오른쪽) 신진 아티스트의 버려지는 회화 작품을 소재로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가방 얼킨(ul:kin).

한편, 윤리적 패션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에서는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곳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알림2관과 크레아에서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포럼과 전시 그리고 토크 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윤리적 패션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면 참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해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패션을 통해 변화한 도시의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의 윤리적 패션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듯하다. 또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입을 것인가라는 전시와 토크 콘서트, 캠페인도 마련해 윤리적 패션을 어렵게 생각했던 이들도 쉽게 경험해볼 수 있다. 마음만 가득했던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이 윤리적 패션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영유할 수 있는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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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이들의 언어를 패턴으로 만들어 디자인한 에이드런(A’dren). (오른쪽)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제품으로 기부까지 실천하는 브랜드 마르코 로호(Marco R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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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신발, 가방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서울 윤리적 패션 매장.

    에디터
    이하얀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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