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주스 1년 넘게 마셔봤더니

귀차니즘 에디터가 1년이 넘게 꾸준히 마셔보고 추천한다. 건강에 진짜 좋은데, 왜 안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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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주스

작년 10월, 에디터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에 소개한 해독주스 레시피.

1년간의 해독주스 임상실험

‘채소와 과일을 삶아서 갈아 마시는 주스? 아니 왜 삶고 왜 갈아? 그냥 생으로 먹어야 좋지. 신선하게 먹어야 비타민 섭취 에도 좋고, 저작근 운동도 되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리고 갈면 당만 더 섭취 하는 거 아닌가?’ 이게 나의 논리였다(사실 삶고 갈면 비타민은 줄어도 다른 영양분의 흡수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랬던 에디터가 해독주스 전도사가 된 건 병을 얻고 나서다. 2016년 봄부터, 나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만성 피로를 넘어서는 극심한 무기력증, 두통, 각종 염증 반응, 알 수 없는 관절염 과 근육통에 시달리며, 온갖 병원을 전전했고, 결국엔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 휠체어를 타고 대학병원을 향했다. 고생 끝에 알게 된 병명은 전신 홍반성 루푸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면역체계가 이물질이 자기 몸의 세포 및 조직의 항원과 다르다는 것을 구별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간단히 말해 나 자신이 나를 공격하는 것.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도 무서웠지만, 병보다 더 무서운 건 약의 부작용이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스테로이드를 하루에 8알 정도 먹던 시절, 얼굴은 선풍기 아줌마처럼 부풀고, 피부는 샤워 타월도 못 쓸 정도로 얇고 예민해졌다. 탈모도 찾아왔는데, 그 많던 머리가 다 빠져서 네 살짜리 아이의 머리카락 정도가 손에 쥐여졌다. 외모뿐이 아니었다. 때로는 간 수치가 치솟기도 하고,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렇게 약 때문에 고생하다 보니 아무리 소문난 건강기능 식품이라 해도 약처럼 생긴 건 다 싫어졌다. 음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내 몸 본연의 치유 능력을 되 살리는 자연 치료에 관심을 갖게 돼, 뒤늦게 해독주스를 마셔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2017년 5월이 시작이었다. 처음엔 블로그에서 본 해독주스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 마시다가, 내 취향에 맞게 재료를 바꿔 만들어 마셨다. 가장 먼저 좋아진 건 변! 어릴 때부터 변비와 아주 친한 체질이었다. 병명을 알 게 되었을 즈음엔 변비가 너무 심해 장이 멈춰버린 줄만 알았었다. 바나나처 럼 굵고 건강한 변은 그저 다른 집 화장실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해독주스를 마신 지 몇 달이 지나고 나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는 피부. 조금만 피곤해도 갈색으로 변하던 피부가 예전처럼 환해졌고, 모낭염도 현저히 줄었으며, 얼굴과 몸의 부종도 완화됐다. 100% 해독주스 덕이라 말할 순 없지만, 루푸스 증상도 점점 나아져 스테로이드를 이따금 먹는 수준까지 건강이 회복됐다. 에디터는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고 고민하는 주변 지인에겐 주저 없이 해독주스를 권한다. 레시피도 적어주고, 방법도 자세히 알려주지만, 그중 실천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 이해한 다. 살림꾼이 아니라면 채소를 삶아 갈아 먹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질 것이 다. 나도 건강 회복이 절실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꾸준하게 마시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래도 매번 해독주스를 추천한다. 마셔보니 정말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해독주스의 아버지, 서재걸 원장과의 대화

해독주스에 관한 질문에 앞서 요즘 충수염 수술 이후 장 건강이 망가진 것 같다고 고민을 이야기했다. “충수돌기(맹장)가 유산균이 사는 곳이에요. 소장에 사는 균은 대장에 살면 안 되거든요. 그 균을 구분 짓기 위해 밸브가 있는 건데, 그게 충수돌기예요. 오른쪽 아래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맹장이 있잖아요. 그게 그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맹장 수술한 사람들은 대장 에 문제가 많이 일어나곤 해요. 미국에서 2007년도에 이미 밝혀진 내용이에요. 맹장의 존재 이유가 있는 거죠.” 쓸모 없다고 알려진 맹장이 사실은 면역 에, 장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아 그럼 저는 이제 어떡하죠?” 장이 면역력에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나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골고루 식이섬유를 먹고 유산균을 많이 먹는 수밖에 없죠.” 해답은 간단했다. “유산균 덕에 속이 편하거나 장 활동이 좋아졌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유산균은 어떤 것을 먹는 것이 좋을까요?” “소장에 사는 균, 대 장에 사는 균이 모두 있는 유산균을 먹어야 합니다. ‘락토바실러스’로 시작하는 균은 소장에 사는 균이고, ‘비피도’로 시작하는 균은 대장에 사는 균이에요.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유산균제를 섭취하면 좋아요. 또 유산균을 먹 었을 때 효과가 없다고 느낀다면, 먹는 양을 늘려보세요. 저는 한 살짜리 아토피 아이에게도 하루 유산균 4알을 먹이라고 합니다. 약하고 온전하지 않은 몸일수록 유산균이 많이 필요해요. 유산균의 양과 종류에 주목해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제품의 브랜드에 주목해서 좀 아쉬워요.” 그럼 유산균은 어떻게 먹어야 할까? “유산균 먹이를 충분히 먹어줘야 해요. 해독주스가 바로 그 먹이죠. 유산균을 따로 먹지 않고 해독주스만 먹어도 장 속 유산균이 증식되기에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거예요.” 대화는 자연스럽게 해독주스로 흘러갔다. 본론으로 들어가 에디터의 해독주스 레시피 점검 시간. “저는 보통 일어나서 공복에 한 잔, 자기 전에 한 잔을 마시고, 레시피는 제 입맛과 체질에 맞게 바꿔봤어요. 양배추 대신 염증에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적양배추를 넣고, 따뜻한 성질인 사과 대신 소화에 좋은 파인애플을 넣어요. 당근은 맛이 싫어서 넣지 않고요.” “좋아요. 입에 맞지 않아서 먹다 그만두는 것보다는 재료를 바꿔서라도 꾸준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자기 2~3 시간 전에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아요. 레시피는 일단 파인애플도 애플이에요. 나쁘지 않습니다. 양배추가 맞지 않다면, 적양배추 나 자색 콜라비 정도는 괜찮습니다. 해독주스의 6가지 재료를 다 못 먹겠다 싶다면, 양배추와 브로콜리라도 드시면 좋습니다. 조금 더 신경 쓴다면 토마토, 당근이고요. 마지막이 사과, 바나나입니다. 하지만 정혜 씨는 충수염 수술도 했고, 루푸스도 있으니 오리지널 해독주스로 먹는 걸 권하고 싶네요.” 인터뷰 당일,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냉장고에 없는 당근과 사과를 구입했다. 그리고 사놓고 먹지 않은 유산균을 잔뜩 꺼내놓았다. 나는 또 건강을 위해 열심히 먹을 것이다. 이쯤 되니 해독주스 중독자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3개 월 후 더 건강한 나를 위해 오늘도 삶고 갈고 마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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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판 해독주스 레시피

양배추(1/4개), 브로콜리(1/2개), 토마토(1개), 당근(1/2개), 사과(1/2개), 바나나(1/2개), 물 800ml를 준비한다. 깨끗하게 씻은(껍질은 그대로 둔다) 모든 재료를 잘게 썰어 물을 넣고 중불에서 10~15분 끓인다. 2018년 판 해독주스가 오리지널 레시피와 다른 점은 과일까지 모두 삶는다는 점이다. 사과와 바나나 껍질(갈 때는 제거한다)의 유효 성분 까지 더해져 영양이 보강된 버전이다. 삶은 채소와 과일은 체에 걸러 식히고, 걸러낸 채소 삶은 물은 따로 보관한다. 식힌 후, 믹서에 채소와 과일, 삶은 물을 넣고 곱게 갈아낸다.

    에디터
    이정혜
    포토그래퍼
    Jung Wo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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