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 처방전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칼퇴근이 가능해졌다. 다만 퇴근 전까지 주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행복한 저녁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워라밸을 위한 24시간 플랜.

PM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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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는 시간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일단 침대에 눕는다. O
‘오늘 하루 종일 일만 했는데, 30분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넷플릭스를 켠다. X

➞ ‘오늘 그냥 반차 쓸까?’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면 반차의 유혹이 시작된다. 그 유혹을 겨우 뿌리치고 몸을 일으키는 내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질 좋은 수면’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할 때다. 칼퇴근과 워라밸을 위한 행동은 오피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출근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든 후 상쾌한 아침을 맞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절대 지각하지 않아야 퇴근을 앞당길 수 있을뿐더러, 살금살금 사무실로 들어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업무를 시작하는 대신 여유롭게 업무 워밍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을 방해하는 1차적 원인은 스마트폰이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스마트폰의 밝은 조명이 눈에 닿으면 현재 시간과 상관없이 아직 낮이라고 착각한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게다가 업무에 치여 살았던 하루의 끝을 온전히 내 시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보상 심리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을 보거나 넷플릭스를 켠다. 30분만 보겠다는 다짐은 1시간을 훌쩍 넘어 후회로 돌아온다. 잠들기 전 하는 생각도 아침의 컨디션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긋지긋한 월요일이네’ ‘출근하기 정말 싫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 잠이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도 여전히 불쾌하다. 반대로 ‘내일은 좋은 하루가 될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잠이 들면 상쾌한 기분이 아침 출근길까지 이어진다.

AM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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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워밍업을 하는 시간

출근 시간, 대중교통 안에서 무엇을 할지 미리 생각해둔다. O
부족한 수면을 출근하며 보충한다. X

➞ 출근길에 나서기 전, 회사까지 이동하는 길에 무엇을 할지 미리 생각해두는 것은 하루의 업무 컨디션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식이다. 평소에는 시간을 내어 하지 못하는 가벼운 취미 활동도 할 수 있다. 이메일을 확인하는 간단한 업무부터 새로 나온 음반을 듣거나 웹툰을 보는 등 틈새 시간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 시간에 잠을 청한다. 그리고 비몽사몽 상태로 힘겹게 사무실 문을 연다. 졸린 기운을 떨친다는 명목으로 커피를 마시고 동료와 수다를 떤다. 하지만 피곤한 느낌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고 가장 뇌 활동이 활발하다는 오전 시간을 허무하게 날린다.

출근길,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일은 포털 사이트를 훑으며 새 기사를 읽는 것이다. 지식과 교양을 쌓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침에 본 기사들은 모두 오늘 하루 소중한 이야깃거리가 되어줄 것이다. 불편한 상사와의 점심 식사 자리나 낯선 사람을 만난 미팅에서, 도무지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할 때가 있지 않나. 본래 모든 일은 시시콜콜한 수다에서 시작된다.

AM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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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일과를 설계하는 시간

오전 TO-DO 리스트를 작성한다. O
본격적으로 업무를 하기 전 자료 수집을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한다. X

➞ 출근 후, 워밍업을 위해 커피를 마시거나 티타임을 갖는 것은 좋다. 다만 이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다. 10~15분 정도가 적당하다. 그 후 컴퓨터를 켜고 습관처럼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인터넷 서핑은 이미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끝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메일함을 체크하는 것. 이메일 체크는 오전과 오후, 두 번으로 나눠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좋다. 너무 자주 체크하면 오히려 업무를 방해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다 이메일을 체크했을 때 새로운 일들이 부여되면 머릿 속이 혼란스럽다. 멀티태스킹이 불가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급한 일이라면 메일보다 문자나 전화를 이용하므로, 시간을 정해놓고 몰아서 회신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메일함을 확인한 후에는 TO-DO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것 역시 오전에 할 일과 오후에 할 일로 나누어야 한다.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오전을 집중 근무 시간으로 정해놓고, 중요하고 급한 일들을 오전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 뒤 오전에 잡아둔 계획은 반드시 오전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덧붙여 점심 약속을 잡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말 것. 점심을 꼭 누군가와 먹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일주일 중 이틀쯤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자. 유일하게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니까.

PM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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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시간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멍 때린다. O
틈새를 이용해 SNS 삼매경에 빠진다. X

➞ 점심시간 후, 업무로 돌아가기 전까지 우리는 무엇을 할까? 대부분은 휴대폰에 빠져 있다. SNS와 각종 뉴스, 푸시 서비스 덕에 단 한순간도 편히 쉬지 못한다. 이제부터는 의도적으로

멍 때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생각보다 ‘멍 때리기’는 놀라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인지적 활동도 하지 않는 순간을 ‘무자극적 사고’라고 부르는데, 이 모드가 되면 우리 뇌의 특정 부위는 어떤 일을 할 때보다 오히려 더 바빠진다. 이것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가끔 넋이 나간 듯 있다가 갑작스레 아이디어가 떠올라 ‘유레카!’를 외치게 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점심 식사 후 잠시 틈새시간이 났을 때, 꼭 휴대폰에서 벗어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편안한 상태를 경험해볼 것. 그후 오후에 해야 할 일들을 가볍게 정리해두면 된다.

PM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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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을 하는 시간

일단 2분만 투자해서 하기 싫은 일에 도전한다. O
일단 나중으로 미룬다. X

➞ 오후 2시에는 졸음이 밀려온다. 퇴근까지 4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들을 미루기 딱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루는 일들은 사실 엄청나게 어렵거나 비현실적인 것들이 아니다. 이럴 때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데이비드 알렌은 딱 2분만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2분의 법칙’을 떠올리라고 말한다. 2분보다 덜 걸리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 실행할 것. 이메일을 보내거나 거래처에 전화하기, 어지러운 바탕화면 파일 정리하기 등이 있다. 2분 이상 걸리는 일이라도 괜찮다. 업무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다.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는 것처럼, 일단 하기 싫은 일도 딱 2분만 투자해 시작하면 계속 이어가는 건 제법 쉽다. 미루는 습관을 고치면 데드라인이 절대 두렵지 않다.

PM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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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간

회의 내용에 대해 사전 숙지하고 질문을 준비한다. O
제 시간에 딱 맞춰 회의실에 도착한다. X

➞ ‘회의주의자’인 상사 때문에 내 자리에 엉덩이를 붙여둘 시간이 없어 불만이 목까지 가득 찬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회의라면 사전에 회의를 준비해야만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5분 전에 회의실에 도착해 회의 내용을 점검하고 질문을 준비하자. 어차피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다시 설명해줄 것이니 내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한다거나, 회의 시간에 딴청을 부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회의는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모두가 한데 모이는 시간,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쁜 상사를 기다려 컨펌을 받아야 하는 일도 이 시간에 구두로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칼퇴’하는 사람은 특별한 업무스킬을 가진 것이 아니다. 단지 틈새시간을 잘 활용할 뿐.

PM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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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는 시간

누군가의 부탁을 이성적으로 거절한다. O
모두의 부탁을 들어주는 예스맨이 된다. X

➞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 수락하는 이유는 당장의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때로는 원하지 않는 요청을 받아들인다. 문제는 늦은 오후에 들어오는 부탁이다. 야근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부탁한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 혹은 부당하게 추가 업무를 받아들인 후에는 훨씬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타인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남을 위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걸 의미하니까. 게다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YES’라고 말하는 것은 참 쉽지만 ‘No’라고 말했을 때, 나를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거절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거절을 위한 자신의 핑계를 미리 만들자. 거절해야 할 순간, 당황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 ‘NO’를 외칠 수 있다.

PM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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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책상을 정리한다. O
상사가 요청하는 업무는 무조건 거절한다. X

➞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업무를 요청하는 상사. 얄밉긴 하지만 급해서 시키는 게 분명하니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 다만 마감 시간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하면 좋을지 반드시 확인할 것. 급하지 않다면 내일까지 처리해도 좋을지 물은 후, 내일 업무 계획에 포함시키면 된다. 미련하게 야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퇴근 시간 20분 전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내일 해야 할 일을 차근히 준비해야 할 때. 퇴근 5분 전에는 책상 정리도 잊지 말자. 이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모든 물체나 주변 환경은 내게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성질이 있다는 ‘행동유도성’ 때문이다. 책상이 지저분하다면 일처리 역시 제대로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내일 아침 출근해 깔끔한 책상을 마주한다고 상상해보자. 책상 정리는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기 위한 사전 준비인 셈이다.

에디터
황보선
도움말
안성민(한국생산성본부 전문연구원), 이임복(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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