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말아야 할 글로벌 패션 & 문화 전시 4

바스키아에서 히잡 문화까지. 알수록 재미있는 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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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ichel Basquiat and Egon Schiele>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티스트의 죽음은 예술의 일부일까, 또는 완성일까. 우리는 이미 일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그들의 고된 과거사에 의해 더욱 극적인 감상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실력이 검증된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여기 20대 젊은 나이에 요절한 두 아티스트 장 미셸 바스키아와 에곤 실레가 있다. 흑인 문화라는 비주류 속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는 작품을 그렸던 바스키아. 보수적인 주류 집단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인간 내면의 관능, 실존 등을 표현하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던 에곤 실레.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하며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연히 패션과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에곤 실레의 에로티시즘적 작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오마주되었다. 또 이번 시즌에만 해도 브리티시 모던 컨템퍼러리 브랜드 리스(Reiss)는 장 미셸 바스키아에서 영감을 받아 유쾌하면서도 예술적인 미학의 남성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처럼 같은 듯 다른 두 아티스트의 전시가 현대적 맥락의 창의적 작품만을 엄선해 전시하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각각 1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다. 특히 바스키아는 <머리> 연작과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협업한 작업 등 지금까지 유럽에서 공개하지 않은 작품을 포함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기간 2019년 1월 14일까지 장소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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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The History of a Punk, Pretty, Powerful Color>

약 33개월 된 여자 조카는 어떤 색깔이 가장 좋냐는 흔하디흔한 고모의 질문에 언제나 ‘핑쿠~!’라고 사랑스럽게 대답한다. 원치 않게 일과 장기 연애 중인 30대 직장인 여성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핑크 옷을 찾는다. 최근 회춘하여 야외 활동이 잦아진 어머니 역시 핫핑크, 인디언핑크 할 것 없이 갖은 종류의 핑크 아이템을 두르고 다니신다(핑크 입술에 핑크 손톱까지 하신 건 안 비밀!). 핑크와 여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물론 여자는 핑크, 남자는 블루라는 관념은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생겨난 개념이고(세계 역사 이곳저곳에서도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핑크라는 성격은 전 세계 역사에 다양한 형태로 묻어 있다. 이 같은 핑크에 대한 고찰을 복식에 투영해 화두를 던지는 전시가 FIT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엘자 스키아파렐리부터 크리스찬 디올, 입생로랑,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콧, 꼼데 가르송의 레이카와구보까지, 18세기부터 현재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디자이너의 작품 약 80벌을 통해서다. 전시는 두 섹션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까지 정통적으로 폭넓게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핑크, 즉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핑크를 담은 35개의 의상이다. 그리고 다른 섹션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핑크를 전시한다. 예를 들어 1900년경에는 페일 핑크가 섬세하고 귀족적인 여성성을 암시했고, 1912년에는 활기찬 체리 핑크가 이국적인 이미지를 나타냈으며, 1930년경에는 엘자스키아파렐리가 ‘쇼킹 핑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만큼 핑크의 폭이 넓어졌다는 식의 핑크의 다양함을 담았다.
기간 2019년 1월 5일까지 장소 FIT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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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ed from Nature>

최근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는 ‘지속가능한 솔루션’이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고자 함이다. 단순히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다’ 같은 수준의 것이 아닌 소재 재사용을 위한 프로세스 만들기, 새로운 염색기법 개발하기 등 장기적 관점에서 윤리적 갈등을 해결하고자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Fashioned from Nature> 전시 역시 이 같은 내용과 결을 함께한다. 이 전시는 수세기 동안 패션이 자연을 통해 얻은 다양한 영감을 마치 여행을 떠나듯 조목조목 풀어놓았다. 동물의 가죽과 털로 만든 옷과 장신구는 물론, 새 깃털로 만든 모자, 새로 만든 귀고리, 고래 뼈로 만든 속옷 등 아름답고 화려한 패션의 면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뒤가 개운치 않다. 뭔지 모를 답답함이 극에 달했을 때 전시는 이내 친절하고도 자연스럽게 패션이 자연을 어떤 식으로 파괴하고 착취했는지 그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패션은 자연 생태계를 파괴했고, 끊임없이 논쟁을 만들었다. 그러나 전시는 이 같은 폭로로만 여행을 끝내지 않는다. 혁신적인 새로운 원단 및 염색 과정을 선보이며 조심스럽게 다시금 패션과 자연의 공생을 꿈꾸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입고 간 옷의 소재를 생각해보게 되는 전시, 그것으로 시작이다.
기간 2019년 1월 27일까지 장소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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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Muslim Fashions>

몇 년 전 불쑥 히자비스타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다. 히잡(Hijab)과 패셔니스타(Fashionista)의 합성어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을 겨냥한 무슬림 패션을 일컫는 말이었다. 무슬림패션 시장이 알음알음 몸을 불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래도 다 먼 나라 이야기만 같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부르카(이슬람 여성의 전통복식 중 하나로 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의상)를 제작하고, 유니클로, H&M 등 대중 브랜드에서 무슬림 타깃 컬렉션을 론칭하기 시작하자 흥미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아직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무슬림 패션의 세계. 전 세계 주요 박물관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드 영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Contemporary Muslim Fashions>를 관람하면 이 같은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가 될까? 전 세계의 장소, 의상, 스타일을 조명하는 전시는 이슬람 여성이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들의 드레스에 의해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묘사한다. 이슬람이 다문화적 신념이기 때문에, 이슬람교의 복장은 종교적 전통뿐만 아니라 지역 관습과 세계적 경향에 의해서도 형성된다고. 전시에서는 그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80벌의 무슬림 패션을 비롯해 하이엔드 패션, 스트리트 웨어, 스포츠웨어와 쿠튀르 디자이너들의 사진 약 40장을 만날 수 있다.
기간 2019년 1월 6일까지 장소 영 미술관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Courtesy of De Young Museum, Fondation Louis Vuitton, The Museum at FIT, Victoria and Albe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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