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언니들

때론 따뜻이 위로하고, 때론 사정없이 일갈한다. 고민 상담 웹 예능 <쎈 마이웨이>에서 통쾌한 발언과 진정성 있는 조언으로 랜선 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제아와 치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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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소통을 앞세운 ‘언니 예능’은 남성 위주의 예능에서 착실히 존재감을 쌓아가는 중. 그중에서도 올해 하반기에 시즌2를 론칭한 <쎈 마이웨이는> 연애부터 학업,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사연을 받아 고민을 들어주는 토크 예능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TV 등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있다. 상담원은 연예계 대표 ‘센 언니’ 제아와 치타가 자청했다. 둘은 골방 콘셉트의 세트에서 매주 목요일, 차진 케미를 보여주며 랜선 동생들의 마음을 토닥인다. 고민을 들어주는 이들의 표정과 눈빛은, 센 언니가 아닌 다정하고 속 깊은 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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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셔츠는 마쥬(Maje).

[치타]

촬영 중 제아의 A컷을 살뜰히 챙기더군요. 당신이 생각하는 제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언닌 제가 갖지 못한 발랄함을 가졌어요. 상반된 색깔을 갖고 있어서 우리가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죠. 나이 차가 꽤 나는데도 친구 같기도 하고, 역시 언니구나 하는 순간도 있어요.

두 사람은 함께 <쎈 마이웨이>에서 사연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언니’ 역할을 하고 있죠. 웹 예능이라는 포맷이 낯설지는 않았어요?
프로그램 주 시청층이 16세에서 24세예요. TV보다 유튜브를 더 잘 보는 친구들이죠. 어린 친구들과 더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섭외 제안이 왔어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무책임한 충고는 안 하려고 조심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언니와 제가 성격이 다른 점이 고민 상담할 때 도움이 되거든요. 이를테면 언니가 사연자에게 ‘격공’하면, 저는 반대 입장의 사람을 대변하는 식이죠. 상호보완이 잘돼요.

고민 상담을 해주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요? 
‘사람이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잖아요. 제가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하고, 옳은 방향으로 상담을 해주려고 하다 보니 저 역시 그렇게 살게 되는 것 같달까?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껴요.

고민이 쌓이면 주변에 털어놓나요? 아니면 스스로 해결하는 타입인가요? 
엄청 얘기하는 편이라 쌓아둔 것이 많이 없어요. 나도 모르게 외면해온 나의 모습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입으로 늘 말해요.

방송 시간이 3분 남짓이에요. 보면서 조금 아쉽더군요. ‘이 언니들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영상이 길면 사람들이 잘 안 보잖아요. 내용 안 보고 제목만 보고 댓글 다는 사람들도 있어요.(웃음)

<쎈 마이웨이>에 고민 상담자로 나와줬으면 하는 게스트가 있나요? 
신동엽 오빠요. 성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연자도 많은데, 너무 무겁거나 무섭지 않게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상담해줄 것 같아요.

다른 예능을 한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어요? 
용기 내고 있지만 외면받고 있는 사람들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길 바라요. 방송 나오는 사람들이 다 예뻐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성소수자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메인이 될 수도 있고요. 기존의 공식을 허물 수 있는 그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으면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빌>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랩을 하는 모습을 안 보여드린 지 오래됐어요. 저를 두고 그냥 방송인이네, 연예인이네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출연 결정에 저도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가능하면 무대에 선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고등래퍼>, <방과후 힙합> 등 최근 10대들이 등장한 힙합 예능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고등래퍼 시즌2> 멘토로 나가면서 직접적으로 보고 느꼈죠. 다들 너무 잘해요.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후배들이 원한다면 제가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서 그 친구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자리를 견고하게 다져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힙합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힙합과 거리를 두는 대중들이 있으니까요.

래퍼들은 자기 얘기를 써야 한다고 하죠. 그 점이 부담스러울 때는 없나요?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랩을 하는 거죠.(웃음) 요즘 느끼는 건 사람이 사는 게 참 ‘거기서 거기’라는 거예요. 직업 특성상 화려하게 보일 뿐이지 저도 똑같아요. 사람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하는 일이 힘들 때도 있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뿐이에요.

솔직함을 100으로 두면 치타 씨의 솔직함은 100인가요? 
거의. 없는 얘기를 있는 것처럼 만들진 않아요.

그 떳떳함은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건가요? 
그렇죠. 인생 모토가 여러 가지 있어요.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이에요. 정확히는 사랑하는 마음이요.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삶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결국 날 사랑하는 걸 의미하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행복하길 바라는 거, 결국 날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음, 결국 자기밖에 모르는 건가?(웃음)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랑 때문에 아파보면서죠. 20대 중반을 지나면서 여러 이별을 겪었어요. 아버지와의 이별, 이성과의 이별, 반려동물과의 이별 등이요. 아프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랑을 갈구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뷰티 프로그램 MC, 트레이너 등 방송에서 다양한 역할을 보여줬는데,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역도 있나요? 
음악 안에서만도 할 게 많지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열려 있어요.

멘토로 출연한 <프로듀스 48>에서도 영감을 받았나요?
잘하고 멋진 친구들이죠. 그런데 그런 친구들은 오늘도 어디선가 태어났을 거예요. 저한텐 그런 존재들이 다 좋은 자극인 거죠.

올해의 치타를 되돌아본다면? 
곡을 더 많이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어요. 그래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점은 원했던 방향이라 만족스러워요. 내년에는 무대 위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보이지 않지만 음악은 계속하고 있거든요.

한 해의 마지막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별하고 싶은 것들을 시원하게 털어본다면요? 
올해를 끝으로 본의 아니게 20대와 이별하게 되네요. 20대가 꺾이면 대개 슬퍼하잖아요. 전 아니에요. 30대가 너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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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셔츠는 뮤제 포 하고. 가죽 스커트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사이하이 부츠는 알도. 이어링은 주미림 바이 엘리든 스튜디오.

[제아] 

<쎈 마이웨이>의 팀워크가 좋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케미의 비결이 있나요? 
제작진과 저, 치타 이 조합은 너무 ‘찰떡’이에요. 제작진들도 캐릭터가 강한데,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요. 저희를 더 성장하게 해주고, 멋진 언니로 만들어주니까 더 책임감을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방면으로 공부도 더 해야 하고요. 요즘 책도 열심히 읽고 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치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치타는 사람을 굉장히 편하게 해줘요. 동생이지만 멋지죠. 각 잡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품어주는 마음이 멋있어요. 제가 언니인데도 기댈 때가 있어요.

웹 예능이라는 포맷이 낯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웹’이라고 해서 더 끌렸어요. TV 방송은 심의 때문에 속 시원하게 얘기를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웹 쪽이 좀 더 솔직하고 깊게 말할 수 있어요.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사연자에게 공감하는 게 더 중요해요. 그렇다고 무조건 편 들어주는 것과는 달라요. 어떤 사연에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기도 하고 또 어떤 사연에는 화를 빡! 내기도 하죠. 우리가 상담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각각 38년, 29년을 살아온 언니들이 진짜 해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해주려고 노력해요.

고민 상담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요? 
친근한 이미지가 생겼어요. 전에는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마주쳐도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만 들리거나 SNS로 ’방금 언니 봤어요’라고 따로 연락이 왔는데, 지금은 만나면 옆집 언니처럼 반가워해줘요. 교복 입은 중학생도 알아봐주니 신기하죠. 부작용은 상담 요청을 해오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웃음).

고민이 쌓이면 주변에 털어놓나요? 아니면 스스로 해결하는 타입인가요? 
사소한 고민은 친구랑 얘기하고 훅 털어버리는데, 근본적인 고민은 의외로 잘 안 꺼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말하는 스타일인가?(웃음)

<쎈 마이웨이>에 고민 상담자로 나와줬으면 하는 게스트가 있나요?
김숙 언니. 어떤 고민이든 잘 들어줄 것 같아요. 어제도 전화 왔는데! 잘하고 있냐고.

다른 예능을 한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어요? 
JTBC에서 했던 <비밀언니>를 재밌게 봤어요. 그것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여자들의 우정을 그리면서 공감 포인트가 더 많은.

프로그램 진행자나 패널 등 예능으로 올해 ‘열일’을 했는데요. 생각이 달라졌나요? 
브라운아이드걸스에서 가장 예능을 안 하는 멤버였어요. 보컬 라인이고 곡도 쓰니 음악 쪽으로만 캐릭터가 부각되기도 했고요. 소속사 음악 파트 직원과 매니지먼트 직원이 합세해 올해는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들 행사에도 참가하고, 강연도 하고. 잠깐이지만 드라마에도 카메오로 주저 없이 출연했어요. 다 자양분이 될 거라 믿고요.

무대 위의 제아와는 많이 다르죠. 지금이 더 편안한가요?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갭이 너무 커서 무대에 서면 우스워질까 봐요. 근데 지금은 억지로 저를 막 억누르면서 뭘 하는 게 참 별로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모습도 나이고, 저런 모습도 나니까. 지금이 좋아요.

다른 멤버들은 예능에서 활약하는 당신을 두고 뭐라고 하던가요? 
되게 좋아해요. 미료는 저한테 ‘되는 운인 것 같다’고. 하하. 제가 ‘말’로 뭔가를 할 거라는 상상을 못했거든요. 저는 제가 말 정리를 잘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낙인해버린 거죠. 그런데 그게 편견이었더라고요. 하고자 하는 말이 확실히 있으면 스스로 정리가 덜 되더라도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해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얼마 전에 한 대학에서 행사 사회를 봤어요. 데이트 폭력 예방과 대학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성평등 콘서트’였어요. 아나운서가 맡아서 진행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됐죠. 조심스러웠고요. 그런데 학생들이 ‘제아 언니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하더라고요. 강연자분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공부도 미리 좀 해가고 나름대로 준비를 성실히 했어요. 행사를 기획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측에서도 좋아해주셨고요. 말이 유창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유튜브에 제아를 검색하면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가 자동 완성되더군요. 멕시코 현지에서도 반응이 대단했던 커버였어요. 또 커버해보고 싶은 곡이 있다면요? 
레이디 가가의 ‘I’ll Never Love Again’이요.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주연한 영화 <스타 이즈 본> OST 중 하나인데요, 영화 마지막에 레이디 가가가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뿜어내는데 너무 감동해서 울었어요. 중학생 때 휘트니 휴스턴 라이브 보고 울었거든요.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노래 듣고 감동이 확 올라온 건 참 오랜만이었어요.

13년 차 뮤지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점점 아이돌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던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참 안쓰러워요. 제가 지금까지 제아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음악도, 음악 외의 것들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 쉬지 않았어요. TV에 안 나온다고 해서 논 건 아니거든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역량이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양한 도전을 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요.

내년에 솔로 미니 앨범이 나온다고요.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아닌가요? 
6년 만에 내는 격이 됐어요. 욕심 때문에 계속 늦어지고 있어요.(웃음) 대신 ‘제아가 이런 모습도 있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게 준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발칙하면서도 속 시원해지는 노래들로요. 다섯 곡 중 한 곡은 <쎈 마이웨이>에서 영감받아 작업한 곡도 있어요. 프로그램 헌정곡이랄까요?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계획인가요? 
지금처럼 소통할 줄 아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엄마는 ‘너 평소대로 그렇게 해도 되냐?’고 걱정하시는데, 상관없어요. 저를 불편해하는 사람보다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해의 마지막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별하고 싶은 것들을 시원하게 털어본다면요? 
정리정돈을 진짜 못해요. 쌓인 물건이 너무 많아서 청소 때문에 올해 엄청 고생했거든요. 이제는 정리 못하는 나와 이별하고 싶어요. 이것만 잘하면 넌 된다 효진아(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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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 재킷은 로우클래식(Low Classic). 슬리브리스 톱은 자라(Zara). 팬츠는 마쥬. 이어링은 앤아더스토리즈. 치타가 입은 슈트는 소니아 리키엘.

    에디터
    최안나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스타일리스트
    김지후
    헤어
    마준호
    메이크업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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