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배진영의 첫걸음
스무 살이 된 배진영이 ‘워너원’이라는 이름 대신 ‘배진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세상의 모든 시작이 이토록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순수한 열정만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배진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완전한 기대다.
새해가 됐어요. 스무 살이 된 1월 1일에는 무엇을 했어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맥주를 마셨어요. 그동안 바빠서 나눌 수 없었던 진심을 전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죠. 맥주가 맛있다기보다 는 그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부모님께서 새해 덕담도 해주셨나요?
그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고생했다고 격려해주셨어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니까 초심을 잃지 말고 더 열심히 해서 멋진 가수가 됐으면 좋겠 다고도 하셨죠. 아버지는 속마음을 잘 안 보여주시는 편인데, 이렇게 말 씀하시는 걸 듣고 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와도 사이가 굉장히 좋아 보여요. 집에서 어떤 아들인가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친구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랐어요. 워너원 활 동하면서도 아무리 바빠도 부모님을 자주 뵀어요. 데뷔 전까지는 부모님 의 도움을 마냥 받았다면, 지금은 제가 조금이라도 부모님을 도와드릴 수 있어서 뿌듯해요. 얼마 전에 아버지가 ‘너라는 행운을 만나서 정말 행복 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울 뻔했어요. 눈물을 들 키기 싫어서 재빨리 숙소로 뛰어 올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명의 동생에게는 어떤 오빠, 형인가요?
남동생은 두 살 어리고, 여동생은 일곱 살이 어려요. 저에게는 정말 소중 한 존재라서 잘 챙겨주고 싶어요. 하지만 항상 다정하지만은 않아요. 바 르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내는 편인데, 결국 끝에는 제가 져요.(웃음) 집에 친구를 몰래 데려오는 경우가 있어 요. 동생이 혼날 줄 알고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용 돈을 쥐어주죠. 만약 집이 이사를 가게 되면 그 동네 환경을 조사해요. 위 험한 골목길은 없는지, 밤에 어둡지는 않은지. 이 정도로 동생들을 너무 아끼는데 걔들은 모를 거예요. 제 나이가 되면 깨닫지 않을까요?(웃음)
집에서는 맏형이지만, 워너원에서는 동생 라인이었어요. 그래서 좋 은 점이 있었어요?
같은 꿈을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온 형, 친구, 동생들이라서 나이에 상관 없이 편하게 지냈어요. 좋아하는 이야기 주제나 관심사들이 비슷해서 공 감대도 컸고요. 항상 멤버들에게 배울 점들을 찾았던 것 같아요.
왁자지껄하게 지냈던 합숙생활도 끝이 났어요. 기분이 어때요?
10명의 형제를 갑자기 잃어버린 느낌이에요. 외롭고 심심해요. 얼마 전에 워너원 콘서트 합주 연습 때문에 다시 만났는데,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새 삼 반가웠어요. 역시 떨어지면 소중함을 아는 것 같아요.
멤버들이 가장 그리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먹을 때요.(웃음) 저희는 치킨도 11마리 시켰거든요. 숙소 거실로 나가면 늘 멤버들로 북적북적했는데, 이제는 자고 일어나서 거실로 나가보면 텅 비어 있어요. 그때 외로워요.
화장실을 쓰거나 메이크업 순서를 정하는 건 순탄하지 않나요?
맞아요. 그건 편해요. 그런데 이건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무대가 끝나면 선착순으로 화장을 지웠어요. 그래서 다들 뛰어다녔죠.(웃음) 워 너원은 인원이 많아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도 한참 걸려요.
워너원의 공식적인 활동 기간이 종료됐어요. 그동안의 소감이 궁금해요.
워너블에게 정말 고맙죠. 멤버들에게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회사 스태프분들에게도요. 부족한 저와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어요.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볼게요. <프로듀스 101 시즌2>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게 있어요?
기획사 퍼포먼스요. 제가 그 퍼포먼스가 끝나고 매니저 형에게 ‘이 정도는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을 했거든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낯을 가렸어요. 자신감이 없었죠. ‘나야 나’ 영상 평가도 그때보다 더 잘해서 높은 등급을 받고 싶어요. 정말 부끄러워하면서 찍었던 1분 PR영상은 예상 외로 팬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이라면 좀 더 자신 있게 애교를 부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워너원으로 정말 많은 무대에 올랐어요. 어떤 점이 가장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제스처나 팬들과의 소통, 카메라를 보는 것이 처음보다는 나아졌죠. 하지만 저는 아직 멀었어요. 연습, 또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죠.
별명이 ‘연습벌레’라던데요?
제 실력이 부족하니까요. 스케줄이 아무리 많아도 매니저 형 허락을 받고 새벽이든 밤이든 연습실에 가서 연습을 했어요. 나중에는 부모님도, 멤버 형들도, 매니저 형도 “연습 그만하고 우선 자야 될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저는 이런 마음이 드는 지금이 참 소중해요. 아주 먼 훗날에는 느껴보지 못할 마음일 수도 있으니까요.
‘낯을 많이 가린다’고 대답했는데, 오늘 만나보니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노력하는 중이에요.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니까요. 아직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먼저 다가와주시면 10년지기 친구처럼 대할 수 있습니다!(웃음) 워너원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선후배,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낯을 가리는 저를 위해 누군가가 분위기를 띄우고 노력을 해야 할까봐 미안한 마음에 잘 안 나가게 되더라고요. 절대 신비주의 콘셉트는 아니에요. 하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예능감이 있다는 평도 많아요. 스스로는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몰랐어요. 이 정도의 입지를 가졌을 줄이야!(웃음) 그런데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맞아요.
<제로 베이스>나 <해피투게더>에서의 모습이 실제와 가장 가까운가요? 무엇에든 쿨한 태도가 매력적이던데요?
네. 평소 성격과 가장 비슷해요. 그래서 팬들이 ‘쿨배배’라는 별명도 지어주셨어요.
수줍은 성격 같은데 팬들한테는 정말 과감하다면서요?
방송에서 팬들을 재미있게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팬들을 만날 때나 공식 카페에서는 최대한 제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요. 제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죠. 듣고 있나요, 워너블?(웃음)
배진영에게 팬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온전히 존재하는, 존재할 수 있는 이유요.
어릴 때는 쇼트트랙 선수를 꿈꿨다면서요?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을 때 겁이 나지는 않았어요?
원래 가수의 꿈이 먼저였어요. 다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친가에 동계 스포츠 선수가 많아서 자연스레 쇼트트랙을 하게 됐어요.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그때도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많이 늦은 때거든요. 그래서 마음먹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증명하겠다고. 그리고 예고에 합격했어요. 매일 노래를 녹음해서 부모님께 들려드리기도 했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때쯤 받은 캐스팅 제안을 다 거절해야 했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지금 회사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죠. 그때부터는 지금까지 부모님이 온 마음으로 응원해주셨어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무엇이에요?
스키요! 아주 어릴 때 스키를 접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사촌 형이 스키 챔피언이라서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스키를 잘 타고 싶은 욕심이 계속 생겨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아버지가 “진영아” 하고 부르시면 처음에는 졸려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스키장 가야지” 하시면 벌떡 일어나서 스키장에 갈 준비를 했어요. 산 정상에서 하얀 설원을 보는 것도 좋고, 리프트를 탈 때 추운 바람을 맞는 것도 좋아요. 정상에서 먹는 라면이 어찌나 맛있는지… 스키 타는 자체도 즐겁지만 스키장의 분위기도 좋아해요. 얼마 전에도 동네 친구들과 1박으로 스키장에 다녀왔어요.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요.
아마 올해 굉장히 바빠질 것 같은데,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어요?
하루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준비 중에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차근차근 성장해서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아직 워너원의 콘서트 일정이 남았죠.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던데, 마지막으로 아직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티케팅이 어렵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꼭 콘서트가 아니라도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족한 제게 항상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최신기사
- 포토그래퍼
- Lee Soo Jin
- 에디터
- 황보선
- 스타일리스트
- 이한욱
- 헤어 & 메이크업
- 장해인
- 플로리스트
- 하수민(그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