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ART
싱그러운 꽃과 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아트 활동을 벌이는 아티스트 4인을 만났다. 각자의 방식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식물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페이퍼 아티스트 | 박 혜 윤
대학생 때, 팝업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종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생소한 페이퍼 아트를 알리기 위해 클래스와 개인 작업을 해왔으며, 농심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스피커(Speeker)’에 소속되어 꽃과 식물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식물을 소재로 삼은 이유 자연에 둘러싸여 자랐다. 앞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였고, 뒤 창문을 열면 들이 보이는 어촌마을에 살았다. 등굣길은 해안도로였는데, 아침 일찍 잠이 덜 깬 채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면 햇빛에 비쳐 바다의 물결이 반짝거렸다. 꽃과 식물 같은 자연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작업 과정 소재가 정해지면 스케치를 하고 종이 샘플과 컬러 노트를 살펴본다. 컬러뿐만 아니라 종이의 질감과 무게까지 고려한다. 구상이 끝나면 선택한 종이로 작업을 시작한다. 평면적인 작업은 곡선 칼로 단순히 커팅만 하면 되는데, 입체적인 작품은 전개도를 만들어야 해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래서 무려 한 달이 걸리는 작품도 있다.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 식물을 정말 좋아하지만 기르는 데 소질이 없다. 그래서 나뭇잎이나 꽃을 종이로 만들어 캔버스에 작업한다. 완성된 작품은 어둡거나 허전한 공간에 놓아둔다. 그러면 금방 식물을 들인 것처럼 생기가 돈다.
식물에게 배운 점 어릴 때, 주말이면 부모님과 등산을 갔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식물이 달랐다. 온몸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낀 뒤에는 마음이 하늘만큼 넓어지는 듯했다. 식물은 모난 구석이 없었다. 반면 자연을 벗어나 서울에 살면서 마음이 좁아지고 예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를 걷다 보면 지저분한 간판이나 고르지 않은 보도 블럭 등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을 많이 발견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종종 산에 올라 싱그럽고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본다. 그러면 마음이 예뻐진다. 예쁜 말, 예쁜 행동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앞으로의 활동 다른 아티스트, 기업들과 협업한 작업들이 나올 예정이다.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
좋아하는 봄 식물 진달래.
잇츠 허브 농장 대표 | 박 선 영
10여 년 동안 디자이너와 그림작가로 살았다. 그러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허브와 사랑에 빠져 허브 농장을 운영하며 약 200종의 허브와 꽃을 재배한다. 직접 허브를 키우면서 그린 허브 그림과 99가지의 허브 이야기가 수록된 <올 댓 허브>의 저자이기도 하고 원예치료사로도 활동 중이다. 궁극적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허브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식물을 소재로 삼은 이유 식물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에 우리 집에는 늘 화초가 가득했다. 옥상 작은 텃밭에 애플민트를 심었던 것을 시작으로, 여러 고비를 거쳐 허브 농장을 운영하게 됐고, 두 손으로 직접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흙을 고르며 식물을 기른 뒤에는 식물이 가진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허브는 계절에 따라, 낮과 밤의 빛의 양에 따라 색감이 눈부시게 변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물감으로는 이 빛깔을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림 작가로서 이러한 허브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싶은 욕망을 가진 건 당연한 일이다. 아직도 그려야 할 식물이 많다는 것에 매일이 너무나 설렌다.
작업 과정 허브를 채집해 관찰한다. 허브의 구조나 특징을 꼼꼼히 공부해 식물을 정확히 이해해야 도화지 안에 허브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 식물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느끼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식물의 강인함은 삶을 여유롭게 해준다. 항상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식물에게 배운 점 사랑, 인내심 그리고 배려심. 식물이 아프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는 사랑으로 인내하며 회복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며 돌보아주어야 한다. 사람의 삶도 식물처럼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마치 장마 전 가지치기를 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뿌리가 썩고 병드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 <올 댓 허브>와 허브 강의를 통해 허브를 널리 알리고 싶다. 수원과 화성에서 운영 중인 잇츠허브농장에서는 허브 교육과 체험 클래스를 준비 중이다.
좋아하는 봄 허브 피로한 직장인이라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로즈메리, 허브 초보자라면 다년초가 키우기 쉽고 종류마다 향과 잎 모양이 다른 타임과 항암과 다이어트 효과에 좋은 레몬밤을 추천한다.
바스큘럼 대표 | 김 유 인
미술을 전공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10년 가까이 그림을 그리지 않고 편집 디자이너로 살았다. 현재는 식물을 관찰하고 디자인으로 재현하는 바스큘럼의 대표. 자연을 닮은 편안한 소재와 색감의 식물 패턴 원단, 패브릭 소품, 커튼 등 식물 그림 제품을 통해 일상에 자연을 들여오는 방법을 제안한다.
식물을 소재로 삼은 이유 도시화된 사회는 간혹 자연과 멀리 있다 여기는데 대부분의 삶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 계절에 맞춰 사는 모습을 달리하고 자연에서 자라는 것들로 식문화가 만들어지고 공예품부터 회화작품, 심지어 디자인의 요소나 비율 등은 모두 자연의 미학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창작물이 존재하고 번복되는 시대에 근본을 찾아 다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작업 과정 일상 혹은 여행 중 만나는 식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후 제품에 어떤 식물을 담을지 정하고 그 식물에 대해 자세히 공부한다. 사진과 실물을 보며 드로잉 작업을 거친 후, 컴퓨터로 가공 및 패턴화한다.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 식물을 그리다 보면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줄기에서 잎이 어떻게 나오는지, 꽃잎은 몇 개인지, 수술과 암술은 어떤 구조인지. 식물마다 모두 다른 생김새를 갖는데, 이는 식물을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식물에게 배운 점 사람과 자연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일 뿐, 한쪽에서 돌보거나 소유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다양한 식물을 집에 들이면서 무미건조한 삶에 초록 액체 같은 생명력이 생겼다. 길을 걸을 때에도 주변의 식물을 쳐다본다. 식물을 좋아하고 정원을 성실히 가꾸는 엄마와 공통 관심사가 생겨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 올해부터는 다색 패턴을 작업할 예정이다. 패브릭 외에 종이에 옮겨진 패턴은 4~5월부터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봄 식물 가지에서 잎이 먼저 나오는 나무와 꽃이 먼저 나오는 나무가 있다. 매일 지나 다니는 골목에서 가지에서 가장 먼저 자라나는 것이 무엇일까 들여다보길. 씨앗에서 새싹이 움틀 때처럼 나무의 생명력과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보태니컬 아티스트 | 이 유 리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았다. 현재는 업사이클링 복합문화공간 서울 새활용플라자의 입주 작가로 주변의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담는다. 식물 세밀화뿐만 아니라, 식물을 모티브로 친환경 소재인 한지를 사용해 만드는 오브제와 업사이클링 리빙 디자인 제품 등을 제작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식물을 소재로 삼은 이유 자연을 벗삼아 뛰놀던 유년 시절 덕분에,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에 자연스레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이것을 그림으로 옮기고 싶어졌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자생동식물 세밀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나서는 더 적극적으로 작업에 임하게 됐다. 보태니컬 아트를 업사이클링 제품에 접목하기도 했는데, 생산과 폐기가 반복되며 환경이 오염되는 세상에서 내게 영감을 주는 식물을 그리는 작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새로운 사용 혹은 그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좋은 소비 문화을 만들어가는 데 동참하고 싶었다.
작업 과정 ‘식물 세밀화’란 식물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형태를 세밀하게 그리는 그림으로, 식물학적인 지식과 관찰이 필요하다. 식물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감정이나 분위기보다는 관찰을 통해 식물이 가지고 있는 형태를 기록한다. 예를 들면, 한 나무의 삶을 채집하고 관찰하여 그림으로 담기까지 꼬박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각 식물마다 꽃과 열매를 맺는 시기가 달라 식물의 생애주기를 잘 파악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 식물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식물에게 배운 점 작은 잎 하나에도 존재의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다. 내 삶 역시 매 순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식물을 통해 천천히 호흡하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 내 작업의 영원한 소재인 식물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알아가며 꾸준히 작업할 예정이다. 브랜드도 론칭하고 싶다.
좋아하는 봄 식물 봄까치꽃(큰개불알풀).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산책길에 파랑, 보랏빛의 꽃을 본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차근히 들여다볼 것. 꽃의 매력에 흠뻑 빠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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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황보선
- 포토그래퍼
- HYUN KYUNG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