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호구를 위한 가이드

직장에서 남 좋은 일 하느라 자신의 시간을 허투루 쓴 적이 있다면, 당신에게는 거절의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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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할 일도 많은데 그쯤이야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남의 부탁을 거 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그들은 나를 위한 시 간까지 버려가며 기꺼이 남을 위해 시간을 쓴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대개 ‘남에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거절이 나쁜 것일 까? 미국의 심리학자 수잔 뉴먼은 “‘거절’은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남에게 적당한 시간을 내주는 것은 좋지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거절은 나쁜 것이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 는 방법이라는 것. 특히 직장 내에서의 적절한 거절은 업무에 관한 집중력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물론 거절이 익숙하지 않 은 ‘예스맨’이 하루아침에 거절의 제왕이 되긴 어렵다. 그러니 연습이 필요 하다. 오늘도 ‘아니요’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나? 그렇다면 상황에 맞는 거절법을 연습해보자.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히 거절하는 법을 담은< 싫어 도 싫다고 말 못하는 이 구역의 호구들을 위해 쓴 호구지책>에서 직장 내 무 리한 부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전 언어를 발췌했다.

TEST 나는 직장에서 호구일까?

아래의 항목에서 ‘Yes’라는 대답이 절반 가까이 된다면 거절 연습을 시작할 때다.

1 점심시간, 책상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YES [   ]  NO [   ] 

2 요구받은 것 혹은 하기로 한 일보다 더 많이 일한다.
YES [   ]  NO [   ] 

3 종종 맡은 일이 너무 많다고 느끼지만, 거기서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YES [   ]  NO [   ] 

4 업무를 거절하면 불합리하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두렵다.
YES [   ]  NO [   ] 

5 근무 태도가 좋지 않은 직장 동료의 일을 대신 처리해준 적이 있다.
YES [   ]  NO [   ] 

6 동료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맡은 적이 있다.
YES [   ]  NO [   ] 

7 매일 보는 동료가 아니었다면 그와 사적인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테지만, 이미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 다녀왔으며, 자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YES [   ]  N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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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상황별 거절 매뉴얼

‘아니요’만 잘 활용해도 자신에게 불필요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모범 답안을 반복해서 소리 내 따라 해보길 권한다. 실전에서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할 것.

상황 1
상사가 자신의 일을 떠넘길 때
상사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 포장하며 특별히 당신에게 맡기려 한다.

모범답안 “저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직원들도 충분히 잘할 것 같네요.”
TIP 반드시 강경한 ‘아니요’를 외칠 필요는 없다. 상대가 나의 환심을 사려고 한 것을 이해한 점은 분명하게 전하고, 다른 해결 방식을 제안하라. 당신을 대체할 만한 사람은 회사에 얼마든지 있다.

상황 2 
거절해야 하는 제안을 받았을 때 
유능한 직원이 퇴사하자 평소 당신을 눈여겨보던 다른 부서의 팀장이 당신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했다. 더 많은 책임과 보수를 제시하며 거절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한다. 분명 출장과 야근이 잦아 보이지만 성공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생각이 많아진다.

모범답안 “저를 높게 평가해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가 그분처럼 일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제안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TIP 끌리는 제안이라 하더라도 당신의 개인적인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후회할 수 있다. 제안이 지나치게 부담되거나 개인적인 시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상황 3 
퇴사자의 업무를 떠안게 되었을 때 
퇴사한 동료가 있다. 하지만 그의 업무가 당신에게 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상사는 당신에게 그 업무를 지시하려 하고, 당신에게는 추가 정보와 업무를 숙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모범답안 “그 자리는 언제쯤 충원되나요?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있어 그 일을 먼저 하려면 업무가 예정보다 늦게 완료될 테니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TIP 퇴사한 직원의 업무를 얼마나 오랫동안 담당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은 상사로 하여금 추가 업무에 대한 부담을 인지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상황 4 
갑작스러운 야근을 요구할 때 
퇴근 1시간 전에 상사가 몇 시간 추가 근무가 가능한지 묻는다.

모범답안 “그러고 싶지만 오늘 저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취소할 수 없는 약속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번 주 다른 날 저녁은 괜찮습니다.”
TIP 상사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힘들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경우에는 정말 당신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충성도를 시험하는 것인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상황 5 
중요 업무 중에 전화가 올 때 
급한 일을 처리하던 차에 책상 위 전화가 울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빨리 마무리해야 해서 통화를 오래 하기가 곤란하다.

모범답안 “죄송하지만 제가 00분 이내로 다시 전화드릴게요. 지금 무언가를 마무리하고 있어서요”
TIP 짧은 통화라고 생각해 내용을 듣다 보면 수화기 놓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는 하던 일을 마저 끝내고 통화가 가능한 시간에 상대에게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

거절을 위한 직장인 생활신조 

1 업무 시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라.
2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두어라.
3 찾기 힘들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4 상대가 당신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인지 대화를 통해 분별하라.
5 거절의 상황에서는 공격적 혹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아도 됨을 명심하라.

에디터
최안나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일러스트레이션
©AN EUN JUNG
참고도서
<싫어도 싫다고 말 못하는 이 구역의 호구들을 위해 쓴 호구지책>, 팬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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