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는 유산균

보글보글 톡톡! 유산균이 익어가는 소리는 이제 먹거리뿐만 아니라, 화장품에서도 들리는 듯하다. 최근 뷰티 업계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성분이 바로 ‘유산균’이란 사실! 피부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주는 유산균이 ‘더마 시장’과 손잡고 시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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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뷰티 시장에 유산균 화장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한 브랜드 담당자와 미팅 중 ‘유산균 화장품’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어릴 적 엄마가 김치를 죽 찢어 흰 쌀밥 위에 올려주며 하던 말이 떠올랐다. “김치를 많이 먹으면 피부가 예뻐진대.” 그 때문일까. 그 어떤 화장품 성분보다 유산균은 피부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되었다. 특히 최근 유산균은 비타민만큼이나 일상적으로 챙겨 먹어야 하는 이너뷰티 영양제로 자리 잡기도. 이러한 생각을 한 건 비단 에디터만은 아닐 터. 늘 새로운 성분을 찾아 나서는 화장품 업계에서 이를 놓칠 리가 없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시대

최근 유산균이 주목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사람 몸에 사는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일컫는다. 최근 세계적으로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화제로 떠오른 분야. 과학자들은 DNA와 지문처럼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 후에도 유전 정보가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와 질병 간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어 이를 ‘제2의 게놈’이라 부르며 화장품뿐만 아니라, 치료제 개발, 식료품 등 폭넓은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 피부에도 수많은 마이크로바이옴이 북적인다. 우리 몸 전체를 뒤덮고 있는 피부는 외부 유해 물질이 체내로 침투되지 않도록 막으면서 동시에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따라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수많은 미생물이 피부 위에서 기어 다니고 먹고 신진대사를 하며 존재한다. 이는 대략 1천 종 이상으로 1조 가까이 이르는 숫자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갑자기 뭔가 피부가 근질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겠지만, 사실 이 필수 미생물은 외부의 감염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 면역력을 높이며 pH 수치를 조절하는 고마운 존재다. 만약 이를 간과하고 항균성 물티슈로 피부를 박박 문질러 닦는다면? 이 모든 유익균까지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버리는 셈! 심지어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피부과 부교수이자 <The Beauty of Dirty Skin>의 저자 휘트니 보우(Whitney Bowe)는 “피부의 박테리아 종이 다양할수록 피부 장벽이 더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피부 면역에 관련하는 미생물이 줄어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민하고 컨디션이 떨어진 피부의 상태를 곧장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환경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수많은 위험 요인이 있다. 자외선과 미세먼지, 호르몬, 인스턴트 식단, 잘못된 약의 복용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랑콤 역시 여기에 주목해왔는데, 홍콩대학의 패트릭 리(Patrick Lee)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환경 오염이 심한 곳에 거주하면 박테리아가 줄어들고 마이크로바이옴이 변형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놀랍게도 오염된 환경 속 여성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은 본인과 같은 나이대의 여성보다 훨씬 노화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과 비슷한 상태라고 한다. 즉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피부 노화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큐어 코드의 연구진 역시 이에 동의한다. “지금까지 피부를 표피, 진피, 피하지방 세 가지 층으로 구분해왔으나, 이제 네 번째 층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바로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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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성분,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 업계는 이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발벗고 찾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주목받게 된 것이 바로 ‘유산균’, 아니 더욱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프로바이오틱스’다. 현재 시장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는 크게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특히 프로바이오틱스는 피부에 발랐을 때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과 균형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먹는 영양제로 이미 유명하다. 꾸준히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장 점막을 튼튼하게 가꿔 유해균으로부터 장을 보호해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시킨다. 그리고 이는 장의 건강뿐만 아니라, 피부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장내 유해균이 이상 증식하면 장벽이 손상되는데 이때 배설되어야 할 독소들이 혈류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는 모든 장기에 영향을 끼치지만 피부의 경우 뾰루지나 발진, 아토피, 홍조 등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최근 장 건강은 일종의 이너뷰티 케어로 여겨지게 되었다. 어릴 적 에디터가 엄마에게 들었던 ‘김치를 먹으면 피부가 예뻐진다’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 콤부차와 같은 발효차 열풍이나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준다는 유산균 성분이 함유된 이너뷰티 제품이 속속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를 피부에 바르면? 현재까지 피부와 관련된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피부 장벽 기능 강화’와 연관성이 있다. 민감성 피부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담은 크림을 사용한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자극에 대한 피부 저항력이 증가하고 건조함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혀냈다. 세포를 이용한 메커니즘 연구들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이 각질 세포를 연결해주는 연결 단백질을 증가시켰다거나 혹은 피부 세라마이드를 증가시켰다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넥스트 유산균 화장품

미국판 <얼루어>는 웹사이트를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스킨케어 열풍을 소개하며, 8가지 베스트 프로바이오틱스 스킨케어 제품(라로슈포제의 리피카 밤 AP+ 인텐스 리페어 모이스춰라이징 크림, 아비노의 엑지마 테라피 모이스춰라이징 크림, 마더 더트의 AO+ 미스트, 마리 베로니끄의 프리+프로바이오틱스 데일리 미스트, 라플로르의 프로바이오틱 컨센트레이티드 세럼, 콜롬비아 스킨케어의 프로바이오틱 컨센트레이트, 엘리자베스 아덴의 슈퍼스타트 프로바이오틱 부스트 스킨 리뉴얼 바이오셀룰로스 마스크, 글로우바이오틱스의 하이드라글로우 크림 오일)을 소개했다. 15년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지속해온 랑콤은 올 9월 새롭게 선보이는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에 대표 성분으로 7가지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의 증식을 돕는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을 함께 선택했다.

국내 시장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더마 유산균 화장품’ 카테고리가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피부 장벽을 강화해 피부를 근본적으로 튼튼하게 가꾸고 건강한 환경으로 만들어준다는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은 예민한 피부를 위한 제품군인 더마 화장품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화학 성분이 아닌 피부 미생물을 이용해 피부 장벽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민감성 피부를 위한 최적의 차세대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영감을 얻은 많은 더마 브랜드가 피부 과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산균의 효능을 극대화한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닥터자르트. 시카페어 라인에 독자적으로 배합한 자르트바이옴™ 성분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시작해, 바이탈 하이드라 솔루션 라인에는 ‘수분바이옴’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본격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 카테고리 제품을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클린 더마 브랜드 ‘순플러스’는 모든 제품에 식물성 락토바실러스 용해물인 ‘프로바이오틱스 워터’를 함유하고 있다. 이는 일동제약과 아모레퍼시픽이 공동으로 연구해 얻은 갓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 성분이라고! 일리윤 역시 일동제약과 손잡고 유산균 발효 용해 성분을 활용한 ‘락토 스킨 콤플렉스™’를 개발해 ‘프로바이오틱스 스킨 배리어 라인’을 출시했다. 올해 3월 론칭한 라이프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더뷰티풀 팩터는 자체 개발한 ‘피부유산균™’을 주원료로 한다. 더뷰티풀 팩터는 500개 이상의 유익균주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친환경 신소재 바이오 기업 바이오비티스와 원료 제휴를 맺었다고. 프랑스 유기농 올리브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러스 펜토소스 균을 균주로 만들어진 유산균에 피부 유사구조인 콜라겐과 세라마이드를 마이크로 리포좀화한 것이 특징이다. 유산균 화장품 열풍은 비단 화장품 업계만의 이슈는 아니다. 이에 질세라 유산균 전문 브랜드들도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장품 시장에 가세해 그 열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비오비타’로 유명한 일동제약은 자체적인 유산균 화장품 전문 브랜드 ‘퍼스트랩’을 론칭했으며,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기업인 쎌바이오텍 역시 ‘락토 클리어’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비피도랩은 비피더스 유산균 분야의 전문가 지근억 교수와 함께 건강한 아기에서 찾은 ‘사람유산균’ 성분을 활용한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이제 부족한 것만 채우는 시대는 지났다. 피부의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스킨바이옴의 시대이다. 많은 관심만큼이나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유산균 화장품 카테고리. 각종 유해물질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에서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지켜주고 피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믿음직스러운 스킨케어 방법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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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콤의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
지난 15년간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끝에 개발한 3천만 개의 프리&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담아 선보이는 제품. 7일 만에 어려 보이는 피부로 가꾼다. 50ml 15만5천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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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플러스의 5.5밸런싱 워터
피부 장벽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독자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워터 성분에 세라마이드 성분을 더해 근본적으로 촉촉하고 건강한 피부로 가꾼다. 150ml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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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뷰티풀 팩터의 코어 앰플
스트레스로 인해 약해지기 쉬운 피부의 힘을 길러준다. 프로바이오틱과 프리바이오틱 성분을 믹스해 효능을 높였으며, 이를 마이크로리포좀화해 피부 속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40ml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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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자르트의 바이탈 하이드라 솔루션 바이옴 에센스
수분바이옴™ 성분과 프리바이오틱스, 그리고 크기가 다른 3가지 히알루론산을 더해 피부의 근본적인 수분 체질을 개선한다. 150ml 4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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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피도랩의 프로클리닉 pH 카밍 클렌져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의 약산성 클렌저. 사람에게서 찾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해 외부 환경에 지친 피부를 보호하고 건강한 피부 환경을 만들어준다. 100ml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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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윤의 프로바이오틱스 스킨 배리어 크림
떠먹는 그릭 요거트 제형의 유산균 장벽 크림. 피부 장벽을 강화해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피부 보습과 진정 효과도 뛰어나다. 100ml 2만8천원.


더 궁금하다, 유산균 화장품 Q&A!

Q 먹는 유산균은 ‘살아 있는’ 상태로 목표 부위까지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알고 있어요. 예전 한 유산균 요구르트 TV CF에서 캡슐 상태로 잘 쌓여서 위를 지나 장까지 전달되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거든요. 유산균 화장품도 이러한 기술력이 적용되어 있나요?
안타깝게도 화장품에는 법적으로 살아 있는 미생물을 원료로 쓸 수 없어요.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유산균 화장품을 만들 때는 초음파나 열,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유산균을 불활성화시켜 사용한답니다. 즉, ‘죽음’을 당한 거죠. 하지만 그 효능이 떨어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미 여러 번의 실험 단계를 거쳐 피부에 안전한 유용한 성분들임이 확인됐습니다.

Q ‘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발효 화장품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발효 화장품과 유산균 화장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미생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어요. 일반적으로 발효 화장품은 미생물을 이용해 특정한 성분을 변화시키는 소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삼을 발효시켜 인삼의 성분을 더욱 유용하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유산균 화장품은 피부의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유산균 성분 자체의 기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Q 섭취하는 유산균도 종류가 다양하고, 그에 따라 작용하는 부위와 효능이 다양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유산균도 브랜드마다 종류가 천차만별인데요. 유산균마다 그 효능이 다 다른가요?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의 피부 효능 연구 결과를 보면 종류에 따른 효능의 차이를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실험된 피부 강화 메커니즘별로 정말 어떤 종이 가장 강한지 종합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찾기 어렵습니다. 또한 각각의 연구에서 보여준 종들 간의 효능 차이가 일반인이 쉽게 체감할 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별로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바탕으로 한 스킨케어 유산균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피부에 전달할 수 있는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Q 유산균 화장품의 효능을 높이면서 피부의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좋은 뷰티 습관이 있을까요?
피부 위에 풍부하고 다양한 유익균이 공존해야 건강한 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과도한 세안은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하죠. 유산균 유효 성분이 잘 흡수되도록 적절하게 각질을 제거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에디터
    서혜원
    포토그래퍼
    ROMAD FOORD, KIM MYUNG SUNG, SHUTTERSTOCK
    도움말
    닥터자르트, 더뷰티풀 팩터, 랑콤, 비피도랩, 순플러스, 큐어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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