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과 헤어져도 되나요?

바쁨에 휘둘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이제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야 할 때다. 우리의 에너지는 결코 무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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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쁨의 함정

도대체 언제부터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걸까? 회사를 다닌 지난 10년 동안 내 달력은 늘 새까만 색이었다. 온갖 스케줄이 깨알 같은 글씨로 자기 주장을 펼쳤다.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다는 건, 내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고, 어디에선가 쓸모 있게 쓰이고 있는 뜻이라 믿었기 때문에, 나는 내 달력을 몹시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응급실에서 반짝 눈을 떴다. 응급실에 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날 때가 되어서야, 나는 내가 스트레스에 무척 취약한 사람임을 깨닫게 됐다. 바로잡기에는 몸과 마음도 너무 지쳐버린 후였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바쁘다’는 말을 ‘잘 지낸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바쁨을 당연시하고, 하루 일과를 아주 잘게 쪼개 일을 하나라도 더 해내려 애쓴다. 하지만 커피에 자신을 절이고, 채찍질한 후에 남는 것은 지긋지긋하다는 감정뿐이다. 미국의 심리치료사인 이본 탤리는 “바쁨은 습관입니다. 바쁘지 않으면 게으르다고 생각하죠. 바쁨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바쁨 중독’ 현상을 만들어냈어요. 바쁨과 헤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 바쁨과 헤어질 시간이라는 걸 확신하는 일입니다. 바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바쁨과 헤어져도 괜찮음을 확신하는 과정이 필요해요”라고 말한다. 삶은 경주가 아니다. 더 이상 바쁨을 방치하지 말고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내가 바쁨에 휘둘리고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일이다. 다음의 바쁨과 헤어져야 할 신호는 이본 탤리 작가의 <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발췌했다.

회사에서 바쁨과 이별하는 법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자신만의 속도를 만드는 9가지 방법.

1 신념을 세워라
신념을 세운다는 것은 건강한 한계를 정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명확히 인식하고 경계선을 정해야 바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념은 4~6개의 단어를 조합해 문장으로 만들고 사무실 책상에 붙여둔 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주문처럼 반복해서 외면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한다’ ‘야근은 절대 8시를 넘지 않는다’ ‘휴일에는 휴대폰 연락을 받지 않는다’ ‘바로 판단하지 않고 일단 경청한다’ ‘나는 나의 시간을 존중한다’ ‘집에는 일거리를 들고 오지 않는다’ 등이다. 물론 세워둔 규칙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TIP 감정 카드를 만든다. 업무를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스스로에게 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옐로 카드는 ‘잠시 멈추어 생각할 때’, 레드 카드는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감정을 전달할 때’를 의미한다. 명확한 기준을 만들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2 일정표를 편집하라
매일 To-Do 리스트만을 기계적으로 적고 있다면 일정표를 바꿔야 한다. 일정표를 관리할 때는 ‘반드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그냥 하는 일’을 색상으로 분류해 적는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 등이다.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로 자신이 세워둔 커리어 목표 중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냥 하는 일’은 특별할 것 없이 하루를 가득 채우는 일과를 말한다. 회사에 출근해서 해야 할 것들이다.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셋 중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생산성과 집중력, 동기 부여, 시간 관리 등 모든 면에서 밸런스가 무너진다.
TIP 일정표에는 공란도 필요하다. 3주가 걸리는 일이라면, 적어도 3주 1일로 스케줄을 잡아두어야 한다. 휴식을 취하는 1일까지 스케줄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3 노동의 리듬을 타라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의 부담을 덜면서 임무를 완수하려면, 하루의 시간을 작은 덩어리로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전, 오전 중간, 오후, 오후 중간, 이른 저녁과 저녁 식사 후로 시간을 잘게 쪼갠 뒤, 가장 생산적이라고 생각되는 시간을 선택해 집중력과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업무를 처리할 것. 중간 시간은 집중을 덜해도 무방한 일에 사용해도 좋다. 노동도 리듬이 중요하다. 빨라야 할 때는 빠르게, 느려야 할 때는 느리게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어야 에너지가 마르지 않는다.
TIP 업무를 해낸 후에는 기특한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 오전에 어렵고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했다면, 점심시간에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맛집에서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라.

4 오후 3시를 관리하라
오후 3시는 모든 직장인이 한계에 임박하는 때다. 나른하고 집중력이 사라지는 둔화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간에는 잠시라도 일어나서 움직이는 등 생기를 넣는 작업이 필요하며,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은 가능한 한 피하자.
TIP 옥상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잠시 산책을 하거나, 1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는 것, 물을 마시는 것 등 모두 좋다. 다만, 이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는 안 된다.

5 YES는 천천히, NO는 빨리
거절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것에 ‘YES’라고 답하며 습관적으로 자신의 스케줄을 과중하게 만든다. 타인을 돕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그게 지나쳐서 내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일단 어떤 요구를 들으면 멈춤 버튼을 누르고 부탁을 들어줄 시간이 있는지 판단하라. ‘No’를 말하기 어렵다면, 우선 거울을 보고, 할 수 없는 일이나 상황을 떠올리며 매일 적어도 다섯 번씩 ‘아니요’라고 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TIP 당당하지만 안타까워하며 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절할 때는 주어를 ‘당신’ 대신 ‘나’로 사용할 것.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오늘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좀 더 일찍 말씀하시지” 대신 “오늘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오늘까지 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서요”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6 자신에게 질문하라
‘꼭 지금 해야 할 일인가?’라는 질문은 바쁨을 물리치는 무기와도 같다. 하루 스케줄을 시작하기 전 일정표를 훑어보면서 ‘왜 지금 해야 하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라. 적절히 답할 수 없다면 그 업무는 오늘 일정에서 제외하고 나중에 다시 살펴도 좋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일도 많은데 꼭 지금 이 일을 해야 할까?’라고 묻고, 무조건 ‘YES’라고 답하기 전에 멈추어 판단하는 습관을 들이자.
TIP 모든 업무를 대할 때 1분간 다음의 질문을 던지고 시작하라. ‘이 일이 반드시 필요할까?’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내 하루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업무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

7 부탁의 기술을 개발하라
때로는 당당하게 부탁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당신이 필요한 것을 밝히고, 이것을 도와준다면 상대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말하는 ‘당신의 언어’를 개발할 것. 절묘한 부탁은 바쁨을 피하는 해결책이다. 이때는 간결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TIP 반대로 내가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타인의 일, 즉 동료나 후배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날도 있어야 한다. 중재하는 역할을 쉬는 대신, 물러나서 지켜보라.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발짝 물러나봐야 자신의 감정도 살필 수 있다.

8사무실 책상 공간을 확보하라
책상 위의 정리되지 않은 잡동사니는 볼 때마다 불안하다. 하루에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곧 책상까지 정리해야 한다는 조급함은 두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잡동사니가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5~10분 전에 출근해 하루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책상을 간단히 정리하는 것도 하루 일과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TIP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은 일단 서랍에 넣어둔다. 물건이 그곳에 있는 것조차 잊으면 그건 버려야 한다는 신호다. 주기적으로 물건을 버려주어야 공간뿐만 아니라 두뇌도 환기된다.

9 나만의 ‘OFF 데이’를 정하라
한 달에 한 번은, 마음을 열며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주말은 모든 플러그를 뽑아라.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 사용을 최대한 금하는 것이다. 이렇게 과열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은 오히려 업무 시간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일 2~3분으로 시작해, 20분 이상으로 늘려가도 좋다. 이 시간에 짧은 산책이나 명상을 더해볼 것.
TIP 시간 대신 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플러그를 빼놓은 구역, 예를 들면 식사 자리나 잠을 자는 침대 위에서는 전자제품 사용을 금한다.

TEST 바쁨과 헤어져야 할 신호
‘YES’라는 대답이 절반 이상 된다면, 위험 신호다!

1 스케줄에 휘둘리는 바쁨은 내 일상이다.
YES [     ]       NO [     ]

2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YES [     ]       NO [     ]

3 적어도 하루 중 한 끼는 대충 때우거나 다른 일을 하며 먹는다.
YES [     ]       NO [     ]

4 몸무게가 달라지거나 피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머리카락이 빠진다.
YES [     ]       NO [     ]

5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자주 악몽을 꾼다.
YES [     ]       NO [     ]

6 예전에 시간을 들여 일했던 것들을 이제는 쳐내기 바쁘다.
YES [     ]       NO [     ]

7 두려움이나 불안감, 늘 쫓기는 느낌을 받는다.
YES [     ]       NO [     ]

    프리랜스 에디터
    황보선
    포토그래퍼
    Shutterstock
    참고도서
    <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본 탤리, 돌배나무, <성공하는 사람들의 시간관리 습관> 유성은, 유미현, 중앙경제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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