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 AOA 지민
AOA의 지민은 단 한순간도 무대를 쉰 적이 없다.
마침 <퀸덤>을 하는 날입니다. 목요일 저녁을 기대하게 될 줄 몰랐어요.
오늘 무슨 내용이 나오죠? 지금 3차 경연까지 끝냈는데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오늘은 4차 파이널 연습을 하러 가요. 생방송이라 조금 더 떨리는 것 같아요.
아직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지만, 처음 방송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처음에는 엠넷의 패착이나 무리수라고들 했고, 걸그룹의 경쟁 구도를 자극적으로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었죠. 시작할 때엔 어땠어요?
활동을 1년 넘게 안 하다가 무대를 하니 처음엔 너무 떨렸는데 여태까지 쌓아온 걸 다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퀸덤>의 첫 무대는 정말 떨면서 했어요. 두 번째부터 하고 싶은 걸 했는데 그때부터 재미있기 시작하더라고요. 다른 동료들을 보면서 ‘이 노래를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저도 생각하죠. 보는 것도 재미있고 하는 것도 벅찬 느낌이에요. 모든 팀이 최선을 다해서 무대를 준비하고, 서로 봤을 때도 멋있는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내니까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동료들. 다정하게 들리는 말이네요. 수없이 무대에 선 당신에게도 긴장되는 무대였나요?
일단 경연이라는 부담감과 등수가 정해진다는 것이 그렇죠. 음악방송도 등수가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잘해야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경연 유경험자로서 경연에 나온 만큼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더 긴장됐고요.
마마무의 ‘너나해’를 커버한 AOA의 무대는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역이었어요. 화제도 집중되었고요. 예상했어요?
정말 이럴 줄 몰랐어요. ‘그냥 열심히 하자’였는데 ‘재발견’이라고 해주시니까요. 방송이 나가고 댓글을 보는데 악플이 없는 거예요. 이런 적이 없는데.(웃음) 몰래 카메라인 줄 알았어요. 사실 걸그룹은 좋은 댓글을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댓글을 다 읽는 편인가요?
원래도 읽지만 이번에는 수천 개를 다 읽었어요. 그때 설현이랑 같이 봤는데 실시간으로 보면서 우리 재기 성공했다, 우리가 다시 일어나는구나 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 사 먹으면서 춤추고 그랬어요.
재기요? AOA는 늘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던가요?
부담감이 컸어요. 저희가 8년 차인데 ‘걸그룹은 7년이 끝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니까요. 탈퇴한 멤버도 있고 5인조로 처음 보여드리는 무대가 경연이라는 게 너무 부담스럽더라고요. 처음에 시작할 때 ‘AOA 끝났는데 뭘 나오냐’는 반응이 많았는데 그걸 뒤집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칭찬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에선 순수한 기쁨마저 느껴졌어요.
처음으로 대중에게 인정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회사분들도 좋아해주시고 저희보다 더 뿌듯해하니까 너무 좋았어요. 저희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걸그룹은 항상 악플에 시달려요?
거의 다 그렇긴 한데 저희는 조금 더 심한 편…(웃음) 오랜만에 나오는 거라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별로 대수롭지는 않아요. 안 달리는 것보다는 나아요. 그것도 관심이니까.
경험이 느껴지는 말이네요. 특히 ‘너나해’ 경연은 작사나 작곡 외에 디렉터로서의 지민의 능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되었어요. 콘셉트를 잡고 보깅 댄서를 직접 섭외하는 일 말이죠.
“이기고 싶다” 이거였어요.(웃음) 하고 싶었던 콘셉트를,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었어요. 눈치 보지 않고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연차가 있다 보니까 뭘 하든 눈치 보는 일이 늘어나더라고요. 아이돌이라는 부담감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 경연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보깅 댄서도 그 분야에서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는 친구들이고, 그 친구들과 함께 꾸미면 시너지가 나겠구나 생각을 했죠.
슈트를 입고 무대에 오르는 것도 하고 싶었던 일인가요?
한 번도 저희가 제대로 슈트를 입고 무대에 서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팬분들이 더 새롭게 보신 것 같아요. 처음 보는 거라서. 재킷은 많이 입었지만 그런 슈트를 입고 무대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킹스맨> 같은 슈트를 연상했어요.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라는 도입부의 랩 파트는 힘과 울림이 동시에 느껴졌죠. 직접 쓴 가사인데, 어떤 의미를 담은 건가요?
오프닝에는 랩을 안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어요. 원래는 소개 멘트로 끝내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랩이 들어가는 게 멋있을 것 같아 가사를 썼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울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여성의 10~20대를 쉽게 꽃에 비유하지만, 또한 여성의 시간과 아름다움을 한정 짓는 것이기도 해요. 한철 꽃보다 나무가 되고 싶은 많은 여성이 깊이 공감할 수밖에요.
처음 출연이 결정됐을 때 저희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댓글이 너무 많았어요. 한물갔다는 말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어요. ‘그렇게 생각해? 그럼 새로운 걸 보여주지.’(웃음) 아직 안 보여드린 모습이 많으니까 이제 진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눈물을 흘려주어 좋았어요. 제 꿈이 누군가 제 노래를 듣고 울어주는 거였는데, 절대 이뤄질 수 없잖아요? 전 래퍼니까. 그런데 이렇게 이루어졌어요.
<퀸덤>에 들어가는 노력이 만만치가 않다면서요. 그만큼 얻고 있어요?
너무 많이 얻었죠. 자신감도 얻었어요. 이걸 안 하고 컴백했다면 의기소침해 있었을 것 같아요. <퀸덤>에 나가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이미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만만찮은 아티스트임을 보여주었었죠. 아이돌 여성 래퍼에 대한 기대가 별로 크지 않을 때였고요. 당시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음원 1위는 당신의 몫이었어요.
제게 ‘악바리’ 같은 면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지는 건 괜찮지만 인정을 받고 싶었어요. 좋은 무대만 남기고 싶었고 이번에도 그래요. ‘등수 상관없이 레전드 무대만 남기자. 그러면 많은 분들이 봐주실 거다.’ 그런 생각으로 매번 임하는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매번 ‘레전드 무대’를 남기고 있군요. 몇 년간은 아이돌을 만나볼 기회가 많았는데, 한 팀이 데뷔하기까지, 그리고 매번 무대에 오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죠. <언프리티 랩스타>, <퀸덤>에서도 느껴지는 건 그런 자부심이에요.
저희가 해온 것에 대한 자신감은 있어요. 연습량도 저희가 독보적일 거예요.(웃음) 연차가 쌓이면 새로운 걸 들고 와도 진부하게 느껴지는데 그걸 바꾸고 싶어요. 열심히 하니까 기회를 잡을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항상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해요. 어느 직업이든, 어디에 있든 자기가 노력해서 하고 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신다고 생각해요. 자부심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해요.
휩쓸리지 않고, 그냥 자기가 잘하는 걸 보여주자는 기세도 강한 멘탈이 필요해요. 타고난 건가요?
그래야 사는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는 그냥 악바리였어요. <언프>할 때 매일 실검에 제 이름이 뜨는데 거의 다 악플밖에 없었고, 그때는 그런 말들이 제게 다 꽂히더라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 제가 단단해진 것 같아요. 제가 단단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없으니까.
<퀸덤> 안에서도 새로운 친분이 생기고, 연대의식이 생기겠죠. 이번을 계기로 누구와 가까워졌어요?
저는 오마이걸의 지호랑 러블리즈의 미주와 친해졌어요. 언니 멋있다고 해줘서(웃음), 점점 친해졌어요. 제가 사실 낯도 많이 가리고 친한 연예인이 없어요. 후배들은 저희 곡으로 연습생 시절에 연습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더 우상처럼 보이고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면 바본데(웃음) 좋아해줘서 고맙고 더 마음이 가요.
데뷔 시기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죠. 그게 <퀸덤>의 가장 큰 서사가 되었고요.
다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에요. 무대를 보면서 힘들었겠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그래서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경쟁은 정말 없고 서로 고생했다고 챙겨주고 다독여주는 분위기이지 경계하는 분위기는 아예 없어요. 방송에 나오는 만큼도 없어요. 컨디션 어때? 목 괜찮아? 정말 연습 많이 했더라 하면서 서로를 챙겨줘요.
남은 무대에서는 뭘 보여주고 싶어요?
3차 경연을 했는데 전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어요. 이번에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팬들이 원하는 무대를 하는 경연이었는데. 팬들이 보고 싶었던 AOA 크림이라는 유닛과 제 솔로 무대를 했어요. 제 어렸을 때 꿈이 로커여서 그렇게 꾸몄는데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제 꿈을 이룬 사심 방송이었어요. 등수와 상관없이 전 만족스러워요.
1등 하고 싶진 않고요? 1등을 해야 단독 컴백쇼를 할 수 있다면서요?
1등을 하는 것보다 저희 무대 영상의 조회수가 높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는 컴백쇼보다 MAMA에 가고 싶어요. 저희가 MAMA 메인 무대에 한 번도 못 서봤거든요. 두 번 갔는데 한 번은 레드카펫 무대였고 또 한 번은 씨엔블루 선배님 대리 수상이어서.
멤버가 바뀔 때는 리더로서 어떤 마음이었어요? 책임감을 느끼는 편인가요?
우리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이 팀이 유지되지 못할까봐…그런데 남은 멤버들끼리 마음을 잘 맞춰서 한번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너무 컸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잘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잘하고 싶었어요. 저는 저희 AOA가 너무 아까웠거든요. 그래서 꼭 지키고 싶었어요. 마음이 너무 잘 맞는 멤버들이고, 오래 함께해서 성향도 다 알아요. 잘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도 다 알 정도니까 서로 믿고 해보자 했던 것 같아요. 부담감을 느끼긴 하죠. 어쨌던 끌어가야 하니까. 그런데 멤버들이 너무 믿고 따라줘서 무겁다고 생각되지는 않고, 즐거워요.
목소리가 독특하다는 말을 데뷔 때부터 들어왔어요. 스스로에게는 장점이었나요 단점이었나요?
저는 장점인 것 같아요. 호불호가 확실하긴 한데 저를 좋아하는 분들도 호불호가 확실히 있는 마니아층 이거든요.(웃음) 그런데 전 그게 더 좋아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맛집 느낌. 제 색깔이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무난한 것보다는 뭐든 색이 뚜렷한 게 좋아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사람 지민은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졌어요?
가장 많이 변한 건 성격이에요. 부모님과 떨어져 산 지 오래되었는데, 오랜만에 같이 여행할 때 놀라시더라고요. 이렇게 남을 잘 배려하고 착한 사람으로 키우지 않았다면서. 이기적인 사람에서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다 멤버들 덕분이죠.
재산의 안정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사실 전 큰 꿈이 없어요. 집도 전세면 돼요.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 그날 쓸 돈만 있으면 돼요. 그게 부자라고 생각해요. 미래에 텃밭이나 농장 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나중에는 풀 뜯어먹고, 없는 건 없는 대로 살고, 머리도 내가 자르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제 계획이 <나는 자연인이다>로 복귀하는 거예요.(웃음)
데뷔 후 얻은 가장 값진 건 무엇이었어요?
우리 멤버들.
다시 데뷔 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한가요?
저는 지금이 좋아요. 데뷔 초에는 음악방송을 많이 하지도 못했어요. 아직도 서러운 게 노래를 2절부터 시작한 것도 있어요. 너무 서러워서 안 잘리려고 그 다음 노래를 3분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짧은 치마’였어요.
‘삼촌들 용돈 뺏는 깡패’에서 이제는 많은 동생들의 우상이 되었네요.
그땐 삼촌 팬이 많을 때였어요. 지금은 동생 팬이 많아요. 언니가, 누나가 열심히 해볼게 많이 좋아해줘. 실망시키지 않을게. 내가 열심히 살아볼게.(웃음)
열심히 안 산 적도 없는 것 같은데요?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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