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중문화 총정리(2) 올해 뮤지컬 흥행순위는?

2019년이 안녕을 고하고 있다. 올해도 문화 전반은 분주히 돌아갔고, 기억할 만한 일들은 기억될 것이다.


굿바이, 아이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14년 동안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아이다>가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을 끝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732회의 공연을 올리며 73만 관객을 모았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운명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려낸 <아이다>가 선사한 아름다움은 <아이다>만의 것이었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캐스팅에 만전을 기했다. 1200명의 지원자 중 아이다 역을 꿰찬 주인공은 전나영으로 역대 멤버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준비를 마쳤다.

웹툰의 감각

기존 원작의 팬을 타기팅하기 쉬울 뿐 아니라 통통 튀는 개성까지 겸비했다. 올해는 어떤 웹툰이 무대화되었을까?

세심한 감정선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소극장에서 올려진 2인극으로 섬세한 감정묘사에 집중했다. 복제인간이라는 SF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세심한 감정선 뮤지컬 <나빌레라>
한국판 ‘빌리 엘리어트’의 탄생. 발레를 하기로 결심한 주인공 ’덕출’은 일흔이 다 된 노인이다. 배우 진선규의 진솔한 연기가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유쾌한 사건 | 뮤지컬 <원 모어>
웹툰 <헤어진 다음 날>을 각색한 타임루프 뮤지컬. 하필 이별 다음 날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AOA의 유나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유쾌한 사건 | 연극 <우리집에 왜 왔니>
국적도 성격도 다른 두 남녀가 한집에 살게 되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로 원작 웹툰은 연재 당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일상 속 공감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폐부 직전의 연극부가 마지막 연극을 준비한다. 원작은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을 받았으며 연극 또한 현실적인 청춘의 모습을 그려냈다.

일상 속 공감 | 연극 <한번 더 해요>
높은 평점의 웹툰 원작을 레트로 콘셉트로 각색했다. 2000년대 초반의 유행어와 가요 등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상상력의 확장

1000석 이상의 대극장에서 올려지는 뮤지컬 작품의 대부분은 해외 라이선스 극이다. 국내 창작극은 중소 극장에서 상연되는 현실. 하지만 일부러 작은 극장을 찾는 공연팬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창작 뮤지컬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 창작 뮤지컬 대상 시상식인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는 올해 제8회를 맞았다. 최고상으로 여겨지는 ‘올해의 뮤지컬상’은 <호프: 읽히지 않는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이 수상했다. 카프카의 유작 원고 반환 소송을 모티브 삼은 작품으로 주인공 ‘호프’는 주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높은 완성도로 약 93%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3만3천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한국 뮤지컬의 중화권 진출을 돕고자 하는 취지의 ‘K-뮤지컬 로드쇼’는 지난 9월 상하이 문화광장에서 여섯 작품의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엑스칼리버>, <루드윅>을 포함, 우수한 중소 규모의 작품과 화제작이었던 대형 창작 뮤지컬을 함께 소개했다.

돌아온 그 넘버, Rebecca!

레베카 2막 1장의 킬링 넘버로 댄버스 부인이 무대를 압도하는 시간이다. 특히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다섯 번째 시즌에는 옥주현이 자신의 ‘인생 캐릭터’ 댄버스 부인으로 2년 만에 돌아올 예정이다. 그가 제7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부른 레베카 영상은 이미 300만 뷰를 돌파했으며 뮤지컬 무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회수다. 그만큼 레베카는 많은 이들에게 뮤지컬 배우로서의 옥주현을 각인시킨 넘버이기도 하기에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엘리자벳>, <레베카>와 <스위니토드>에 이어, 연말에는 임태경과의 송년 콘서트까지 옥주현은 그야말로 올해 열일했다. 댄버스 부인을 맡은 <레베카> 회차는 언제나 그렇듯, Sold Out!

유의미한 시도들

1 문제없는 문제작
연극 <이갈리아의 딸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우려와 기대, 비판과 비난을 모두 받은 ‘문제작’이었다. 감상과 해석 역시 갑론을박이 일었지만 괜찮다. 작품은 시대에 어울리는 물음을 던졌고 그에 대해 건강한 토론의 장이 벌어진 것이니까. 또한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전석이 매진된 것은 우리 시대가 이러한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 뻔하지 않게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총체극이란 새로운 시도로 고전을 재해석했다. 심리 묘사를 위해 대사 없이 음악과 조명, 비디오아트, 현대무용 등 여러 예술 장르를 결합시키기도 하며 정형화된 작품에서 벗어났다. 누군가는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적 실험을 감행한 총체극의 출현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어쩌면 또 다른 장르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 수도 있으니.

3 함께 불러요
뮤지컬은 정숙하게만 봐야 한다는 통념이 유쾌하게 부서졌다. 관객과 소통하며 다 같이 넘버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데이를 진행하는 작품들이 보인 한 해.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과 <세종, 1446>은 싱어롱을 포함,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구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아예 커다란 스크린에 가사를 띄우고 관객을 지도하는 배우가 따로 있었을 정도.

뮤지컬은 처음이라

황민현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 인물인 ‘페르젠’을 연기했다. 아이돌로 활동한 다년간의 무대 경험과 백작에 제격인 비주얼로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시우민
시의성 높은 전사자 유해 발굴이라는 소재의 <귀환>을 통해 현역 복무 중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고뇌하는 청년 ‘승호’ 역을 맡으며 ‘국방엔터’에 충성!

정세운
소위 스타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그리스>에서 ‘대니’로 변신했다. 곡과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이며 ‘싱어송라이돌’로서의 능력을 뮤지컬 무대에서도 십분 발휘.

묵적지수

오펀스

프리 선언

고정된 성 역할에 균열을 가하는 젠더프리 캐스팅 작품이 많았다. 좋은 작품 속 입체적인 인물이라면 굳이 하나의 성별을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 연극 <오펀스>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젠더프리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주요 인물인 남성 3인방을 여성 배우들이 연기한 것. 외에도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유진’ 역, <스위니토드>의 ‘터핀’ 역 등 대형 작품의 몇몇 역할 또한 젠더프리 캐스팅을 선택하며 활발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연극 <묵적지수>에서는 여성 배우가 왕을, 남성 배우가 궁녀를 연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또한 <묵적지수>는 특정 공연일을 자막 해설과 수화 통역 등이 제공되는 배리어프리로 진행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객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모두가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이러한 ‘프리’ 선언은 계속될 것이다.

뮤지컬 흥행순위

➊ 스위니토드

➋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➌ 마리 앙투아네트

➍ 벤허

➎ 레베카

연극 흥행순위

➊ 알앤제이

➋ 앙리할아버지와 나

➌ 오펀스

➍ 어나더 컨트리

➎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출처 KOPIS(전산발권된 유료티켓판매율)2019년 11월 11일 기준

흥행보장, 믿보배

샤토드
2012년 초연 때부터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으로 자신만의 토드를 정립한 김준수. 군 제대 후 5년 만의 <엘리자벳> 복귀 무대에서도 샤토드는 건재했다.

조지킬
‘지금 이 순간’은 늘 조승우의 목소리로 재생되는 것만 같다. 4년 만에 <지킬앤하이드>로 복귀해 출연 회차를 매진시키며 티켓파워를 여실히 증명했다.

정중근
창작뮤지컬 <영웅>이 10주년을 맞은 해다. 2009년 초연 때부터 안중근 역을 맡아온 정성화는 이곳에서만큼은 이름이 아닌 ‘정중근’으로 통한 지 오래다.

화제의 인물

문유강
지난 5월, 267:1의 경쟁률을 뚫고 <어나더 컨트리>의 주인공을 꿰차며 데뷔했다. 187cm의 장신, 중저음의 목소리, 나긋나긋한 말투와 군더더기 없는 대사 전달력까지 겸비했으니 뜨거운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신인의 탄생이다. 이어 올해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무대에 올랐다. 총체극이라는 타이틀을 단 작품으로 작곡가 정재일, 현대무용가 김보라, 아트디렉터 여신동 그리고 연출가 이지나까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실력자들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무대에서 놀라운 흡입력을 발해, 관극 n차를 기록하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 되었다.

박강현
뮤지컬계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박강현은 2015년 <라이어타임>으로 데뷔한 이래 대극장 뮤지컬 초연의 주연은 물론 연이은 작품 활동으로 활약 중이다.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를 통해 섬세한 감정 연기와 서정적인 노래로 매해 수많은 ‘연뮤덕’을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그가 페르젠 역으로 오르는 날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연일 만석이다. 소년 같은 이미지 뒤에 그렇게 다양한 얼굴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또한 오픈하자마자 전석이 매진되었다고. 제13회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내년에는 <웃는 남자>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영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머지않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글 김민지(스타하우스 팀장) 

    에디터
    허윤선, 최지웅,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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