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 PRESENT / 태연
오래된 것과 새것이 만나는 시기. 지난 세기의 상상을 입고, 또 벗어던진 태연.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날은 어김없이 다가오기에.
지금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해왔죠. 오늘처럼 초상화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모습은 어떤가요? 새로운 비주얼 작업에 늘 열려 있는 편인가요?
그럼요. 저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어떤 모습이든 다 제가 하는 거고 저니까요. 보는 분들은 생소하게 느끼시려나요? 저는 늘 재미있어요. 과거 콘셉트를 할 때는 왠지 제 자신도 차분하게 느껴지고, 다시 현재 콘셉트를 할 때는 홀가분한 느낌이었어요.
과거의 여자들도 그런 무게를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몇 세기 전에 태어났으면 뭘 했을 것 같아요? 역시 음악을?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웃음) 글쎄요. 노래를 하진 않았을 것 같고 제가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그런 걸 하고 있지 않을까요. 뜨개질이라거나요.
매거진의 달력은 이미 1월이 됐어요. 이 무렵엔 어떤 생각을 하곤 해요?
12월 말에는 항상 정신이 없죠. 다양한 스케줄이 있으니 연말이라는 걸 느낄 새도 없어요. 새해 초는 돼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는 때랄까? 1월은 계획하기 좋은 달이니까 앞으로 활동 계획도 잡으면서 보내요.
새해마다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요? 2019년의 계획은 뭐였는지 기억해요?
올 초에 이번 한 해는 여유를 가지고 쉬는 해로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동안 너무 달렸으니 쉬어보자 싶었어요. 그런데 정반대로 올해 제일 바빴어요. 솔로로 활동하면서 곡도 많이 발표했고 가장 ‘열일’한 한 해가 됐죠. 하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은 건가요? 거부할 수 없는 영감이나?
후자는 아니고.(웃음) 지금까지 쉬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처음이었어요. 지친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하다 보니 스케줄에 탄력을 받고, 탄력을 받다 보니 달리기가 됐어요. 활동들이 서로 영향을 주더라고요.
올해 태연의 활동은 일일이 적으면 질문이 몇 줄이 될 만큼 눈부셨어요. 그중 가장 예상치 못했던 일은 뭐였어요?
<호텔 델루나> OST ‘그대라는 시’를 부른 것. 드라마 방영일에 맞춰서 급하게 작업을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 반응이 좋아서 놀랐어요. 너무 좋아해주셔서 제겐 반전이었어요. 감사했죠
예능 출연이 드물었는데, <비긴 어게인>을 통해 버스킹도 해보았죠.
그런 프로젝트를 할 때면 시간도 들고 노력도 들어요. 사실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인데 버스킹하는 제 모습이 저도 좋아 보이더라고요.(웃음)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쓴 약도 먹어야 하는 거니까.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 노력하고 역경을 겪어내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각도 해봤어요. 음향 장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고 많은 스태프와 함께하는 환경에서 노래하다가, 버스킹은 최소한의 장비와 온전히 목소리로만 소통하는 무대니까 초심으로 돌아가서 발성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였어요.
<겨울왕국2> 국내 공식 커버송이 온 거리에서 흘러나와요. 모든 아이들이 ‘숨겨진 세상’을 따라 부르고 있고요. 곡이 마음에 들었나요?
‘렛 잇 고’보다 난이도가 훨씬 있어서 과연 이걸 어린이들이 따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영화를 보니 이 곡이 이렇게 나온 이유가 있더라고요. 녹음할 때는 영화를 보지 못하고 불렀기 때문에 그냥 노래를 듣고 웅장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불렀는데, 있더라고요!(웃음)
10년 넘게 무대에 서고 있는데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무슨 일이든 10년 이상 한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죠.
요즘 새롭게 작업 중인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가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자는 이야기예요. 사람들을 토닥여주는 힐링 송이거든요. 직접 말한다면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말을 해줄래요.
인스타그램으로 직접 팬들에게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게 재미있어 보여요. 원래 팬들이 아티스트를 가장 잘 알잖아요?
워낙 노출이 많이 되는 직업이라 평소에 제 자신을 많이 드러내고자 하진 않지만 제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게 팬들과의 소통이라서요. 일이 아니라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질문을 받으면 저도 생각을 해보게 되니까 환기가 되기도 하고, 생각이 다른 범위로도 가보게 되고.
기발하다 싶은 질문도 있어요?
돌잡이 때 뭐 잡았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전 당연히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돈이었을 거예요. 남자로 태어났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도요.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꼭 해보는 편인가요?
저도 팬들한테 물어보고 공유하면서 터득해요. 요즘은 SNS를 인스타그램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저는 그냥 한 가지를 파는 것 같아요. 게임도 하나 시작하면 만렙 찍을 때까지 하고.(웃음) 만렙 찍으면 다른 걸 시작하거든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라이브 같은 것들은 데뷔 때는 없었어요. 그로 인해 더 재미있어졌다고 느끼나요?
팬들의 반응이 있기 때문에 계속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면 글쎄요. 피드백이 없었다면 무언가를 계속 할 수 있었을까요? 봐주시는 분들이 있고 소통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하나하나 해보게 돼요. 새로운 게 생기고, 그런 것들을 통해 팬들과 점점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 같아서 저는 반가워요. 팬들에게 제가 직접 다 찾아갈 수 없으니까 감사한 일이죠.
얼마 전에는 팬미팅을 했다면서요?
매년 하는데도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되게 긴장했던 것 같아요. 노래도 불렀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됐어요.
잘하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그랬나봐요. 잘하고 싶었어요, 정말 노력해서 오신 분들이니까요. 그 하루 때문에 미국에서 오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는 없죠. 공연할 때는 무대 하기 바쁜 상황이 많은데 팬미팅 때는 얘기도 조금 더 많이 하고 객석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고 친근감이 느껴져요. 확인받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뛰어난 보컬은 천부적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럼에도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노력이 있지 않았나요?
연습을 가장 많이 했던 건 데뷔 직전 연습생 때예요. 데뷔가 걸렸기 때문에 잠도 안 자고 열심히 했고 그 다음부터는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습득된 부분이 많아요. 값진 경험인 거죠. 물론 실제로 연습도 하죠. ‘매일매일 연습을 하나요?’ 같은 질문도 받지만 무대를 준비하고 무대를 해내면서 더 연습이 돼요.
요즘은 무엇을 고민해요?
연습생 때 스킬 위주로 연습했다면 이제는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것에 신경 써요. 제가 일하거나 생활하면서 겪은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 그런 것들이 저도 모르게 나올 때도 있고, 의도해서 나올 때도 있고요.
데뷔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무엇이 가장 달라졌어요?
스스로를 바라볼 줄 알게 되었어요. 데뷔 초에는 저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제 모습을 볼 여유도 없었고, 그룹으로 데뷔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도가 가장 중요했고,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조화와 융화가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만을 위해 스태프 분들이 움직이죠. 혼자 활동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이제는 그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소녀시대 멤버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리더가 아니었다면 성격이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을까요?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워낙 멀티를 잘 못해요.(웃음) 그래서 그냥 한 우물만 팠거든요. 제가 대담한 편은 아니에요. 더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예를 들면 뮤지컬을 해본다거나. 제가 겁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한 우물만 팠더니 그 모습을 뚝심 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걸그룹 멤버가 솔로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개척자가 되었죠.
감사합니다. 제가 SM 인수하려고요.(웃음) 농담입니다! 하하하!
많은 후배가 존경하는 선배로 당신을 많이 말해요. 태연이 생각하는 프로페셔널함이란 무엇이죠?
상황에 맞게 본인의 감정을 잘 컨트롤해야 하는 것. 어떤 상황이든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프로라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컨디션도 그때그때 다를 수 있지만 일을 할 때는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요.
늘 새로운 모습과 한결같은 모습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 정말 새로운 질문이네요. 와, 이건 정말 둘 다 고민이긴 한데요. 그래도 한결같은 모습.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저다울 것 같아요.
이토록 많은 시간이 지나는 사이 팬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나요?
많이 봐서 얼굴도 아는 팬도 있고요. 그만큼 오래 봐왔고 같이 나이를 먹었으니까. 교복 입고 온 친구들이 어느새 회사의 팀장이 되어서 사인회에 오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동생 같은 마음도 생기고요. 물론 친구 같기도 하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2020년의 계획을 세워본다면요?
다가오는 것에 맡기려고요. 일이 제 운명인가봐요. 계속 뭔가를 하는 운명.(웃음) 그 운명을 받아들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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