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사고 싶어졌다
몇 백만원짜리 가방은 사면서 무슨 이유인지 다이아몬드는 그저 결혼 예물로만 치부했었다. 보석 중의 보석, 가장 값지고 비싼 보석으로 여기던 다이아몬드. 어느 날 갑자기 나도 이 반짝이는 것을 갖고 싶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브랜드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인스티튜트 대표인 앤드류 콕슨은 좋은 다이아몬드를 고르는 법을 소개하며 꽤나 달콤한 얘기를 꺼냈다. “다이아몬드와 사랑에 빠지세요.” 철저한 품질과 보증, 등급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사랑 얘기라니. 덧붙여 다이아몬드를 고를 때 보증서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믿으라는 말에 어쩐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드비어스는 우리가 흔히 다이아몬드를 고를 때 잣대가 되는 컷, 캐럿, 색상, 투명도 일명 4C(Cut, Carat, Color, Clarity)는 물론이고 따로 자신들만의 자연스러운 무지갯빛, 반짝임, 투명도(Fire, Life, Brilliance)라는 또 다른 기준을 통과한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의 얘기는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때 4C라는 기준에 집착하지 말고 내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 즉 무지갯빛, 반짝임, 투명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고르라는 말이었을 터. 물론 다이아몬드의 등급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조건 하얗고, 불순물이 없는 큰 캐럿의 것이 최고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은 다이아몬드 가격과 직결된 얘기다. 다이아몬드는 무색에 가까운 D등급부터 시작해 Z로 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데, 같은 등급, 같은 캐럿일 때 J컬러가 D컬러에 비해 70%가 저렴하다. 단지 희귀성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더 높은 가격의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 눈에 예뻐 보이는 적정 등급의 기준을 정한 후 최대한 많은 다이아몬드를 착용해보고 결정하라는 것이 그가 말하는 좋은 다이아몬드를 고르는 방법이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고르는 데 등급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맘에 드는 디자인을 선별해내기 어렵다는 것.
많은 돈을 주지 않아도 내게 어울리는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기억하며 위시리스트를 채워갔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구입이 처음인데 오롯이 주관적인 눈으로 판단해도 될까 하는 걱정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다. 다이아몬드는 금과 같아서 구입할 때 훗날의 매매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지인의 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복잡한 다이아몬드의 세계. 에디터는 이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첫째, 4C는 간단하게 숙지하자. 다이아몬드를 선별하기 위한 가장 기본 정보다. 최상급을 구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저품질 다이아몬드를 고르는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둘째, 한쪽의 등급을 너무 높이고 다른 등급을 낮추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현재 수요가 가장 많은 등급은 E, F 컬러, 미국 GIA 감정서 기준 G 컬러 이상, E 또는 F 등급 이상이 적당하다. 잘 모르겠다면 이 범위 안에서 투명도 SI1 또는 VS2, 3Excellent 컷 등급의 것을 고르자.
셋째, 예산이 여유 있어 1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를 구입한다면 1.00캐럿보다 1.02~1.05캐럿 정도 여유 중량을 가진 것을 구입하자. 후에 중량이 손실되어도 1캐럿 이상을 유지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넷째, 다이아몬드를 처음 접하는 비기너라면 매일 착용할 수 있는 심플한 스타일의 반지나 목걸이를 추천한다. 큰 캐럿과 높은 등급에 집착해 과하고 부담스러운 디자인을 선택하면 집에 모셔만 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4C
컷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낼 수 있는 이상적인 비율로 연마된 컷. 유일하게 연마사의 기술력이 차이 나는 인공적인 부분. 등급은 컷 상태가 좋은 Excellent ➔ Very Good ➔ Good ➔ Fair ➔ Poor까지 5등급으로 나눈다.
컬러
알파벳 순서로 D등급부터 Z등급까지 분류한다. D컬러가 가장 높은 등급으로 투명에 가깝고, Z로 갈수록 옅은 노란색을 띤다.
캐럿
다이아몬드의 중량 단위. 흔히 1부, 3부, 5부, 7부 1캐럿, 1.5캐럿, 2캐럿, 3캐럿 등 홀수 단위로 사용한다. 0.2캐럿= 0.2g=2부, 1캐럿=10부.
투명도
다이아몬드 안 내포물의 양에 따라 나뉘는 등급. 내포물이 적을수록 등급이 높고, 많을수록 낮다. 총 11가지 등급으로 내포물이 전혀 없는 FL등급부터 FL ➔ IF ➔ VVS1 ➔ VVS2 ➔ VS1 ➔ VS2 ➔ SI1 ➔ SI2 ➔ I(P)1 ➔ I(P)2 ➔ I(P)3으로 구분한다.
유니크한 벌꿀 모양의 핑크 골드 밴드에 0.30~0.34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비 마이 러브 솔리테어 링은 3~4백만원대, 쇼메(Chaumet). (D/E/F/G – IF/VVS/VS 등급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등급에 따라 가격 상이)
러브 링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으며, 스크루 드라이브의 한 부분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러브 솔리테어 링’은 가격미정, 까르띠에(Cartier). (센터 스톤에 따라 가격 상이)
화이트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세르펜티 파이버 반지. 브랜드를 대표하는 뱀 모티브를 그래픽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인상적이다. 3백만원대, 불가리(Bvlgari).
미니멀하고 건축적인 형태의 다이아몬드 링 티파니 트루(Tiffany True). 플래티넘에 세팅한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인상적이다. 가격미정, 티파니(Tiffany & Co.)
피아노 건반이 연상되는 심플한 디자인의 링. 반지의 옆면을 다이아몬드로 풀 파베 세팅한 피아노 링은 3백50만원, 타사키(Tasaki).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DB 클래식 링. 0.2캐럿의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이다. 3백만원대. 드비어스(De B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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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하얀
- 포토그래퍼
- HYUN KYUNG JUN, KIM MYUNG SUNG, COURTESY OF CART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