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높이는 인테리어
집 인테리어를 바꾸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단정 짓지 말길.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가 안 입는 옷을 가차 없이 트렁크째 버리는 모습을 볼 때, 혹은 넷플릭스에서 정리 정돈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 없나? 불필요한 물건은 싹 다 없애고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미니멀하게 비움의 미학을 실천한다면 더 뿌듯하고 행복할 것 같다고 다들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지도.집을 잘 가꾸면 삶의 질까지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은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과거에도 집과 건강의 관계를 조명한 이론은 많았고 인테리어 디자인이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수백 년간 이어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풍수지리만 해도 그렇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집의 풍수가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웰니스 산업이 각광받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인테리어 정보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이론을 접하게 된다. 비타민 관련 정보부터, 컬러테라피, 애견 간식에 관한 것까지. 웰빙을 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문득 이런 의구심이 들 수도. ‘인테리어 관련 이론이 전부 믿을 만할까?’ 그런 의구심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개중에는 완전히 엉터리 이론도 있으니까. 하지만 터무니없어 보이는 기상천외한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꽤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다.
어떤 집에 살아야 장수 할까?
1960년대 매들린 긴즈와 아라카와 슈사쿠가 디자인한 ‘죽지 않기 위한 주택’은 어쩌면 인테리어로 인간의 삶을 바꾸고자 한 시도 중에 가장 야심 찬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예술가 겸 건축가 부부는 건축물로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까지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사는 공간을 잘 짓는다면 그 집에서 영생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비록 긴즈는 2010년, 남편인 아라카와는 2014년에 생을 마감하며 자신들의 믿음을 관철할 수는 없었지만, 이 부부의 논리가 아주 허황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타인과 맺는 사회적 관계는 우리의 기대수명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끄러움이 많은 내향적인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만약에 황야에 지어진 고요한 오두막에서 산다면 이 집이 명상하기는 최적의 장소겠지만 크게 봤을 때는 자신의 건강, 웰빙에는 안 좋을 수도 있다. 이상적인 집은 공동체와 적절한 소통과 접촉을 할 수 있는 장소이며, 이웃과 가벼운 인사만 나누더라도 웰빙에는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집의 얼굴인 현관(Front Porch)의 역할이 중요하다. 건축 심리학자이자 네바다 대학교 부교수인 다카 데이비드 코펙(Dakar David Kopec)은 주택을 지을 때 바깥쪽을 향하는 현관 베란다인 프론트 포치가 있으면 이웃과의 소통에 도움이 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런트 포치가 있으면 행인이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이웃과 가볍게 담소를 나눌 수 있습니다. 비록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하더라도 나와 있는 동안은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햇빛을 쐴 수도 있고 자연을 느낄 수도 있어 좋습니다.” 정리하자면 이웃과 물리적으로 가깝고 나무도 구경할 수 있는 프런트 포치를 갖춘 집이 좋은 집이라는 것이다.
좋은 현관이 갖춰야 할 조건을 알아봤다면, 좋은 집 내부가 갖춰야 할 조건도 알고 있는 셈. 이상적인 집 내부는 프런트 포치에 적용되는 기준들이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공간이 집주인에게 친화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색채가 미치는 영향
먼저 이상적인 침실은 어떤 곳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7~9시간의 숙면을 위해서 침실은 서늘하고 어둡게 유지하며 전자기기는 멀리해야 한다는 것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알게 모르게 수면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다. 색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색에 따라 사람의 심리적인 반응도 달라진다. 초록색과 파란색은 혈압을 낮춰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반면 빨간색은 집중력 향상과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 색을 본 후 사람의 심리적인 반응은 그 사람이 속한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공통으로 발견되는 경향은 색채의 부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환경 심리학자이자 시카고에 기반한 디자인 회사, DLR 그룹의 디자인 연구를 담당하는 보니 샌본(Bonnie Sanborn)은 흰색 효과는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흰색과 흰색이 주는 깨끗함, 여백은 역설적으로 주의를 산만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선이 마땅히 머물 곳이 없 어 집중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샌본은 집에 여러 가지 아이템을 조화롭게 배치해 집중력을 흐리지 말 것을 권장했다 . 예를 들어 빛을 반사하거나 굴절시키는 오브제를 둔다거나 계 속 흐르는 물을 구경할 수 있는 수족관을 설치하거나 식물을 둔 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이상적인 집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전략 중 또 하나는 공간을 분리 하는 것이다. 집이 아무리 작더라도 용도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 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을 분리하면 각각의 공간에서 느낄 수 있 는 심리적인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침실에서는 안정을 취 할 수 있고 거실에서는 하던 일에 몰두할 수 있고 부엌에서는 요 리하는 데만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심신을 위한 집을 꾸미고 싶다면 이 골 든 룰 한 가지만은 꼭 명심하길. 제3의 눈, 우리의 심안은 잡동 사니로 어수선하게 어질러진 방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현대 풍수 고문이자 <홀리스틱 홈(The Holistic Home)>의 저자 로라 벤코(Laura Benko)는 빈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곤도 마리에의 인기는 다소 식었을지도 모르나 그녀가 한 말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새겨들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나의 삶을 더욱 더 행복하게 해주는 물품만 간직하라는 말. 거기에 더해 한 가지 또 중요한 것은 집이라는 공간에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집은 자기 삶의 목표, 목적의식을 반영한 공간이어야 한다. 커리어를 쌓는 것이든 개인적인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든 누구나 인생의 목표는 있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가치를 집에도 반영했을까? 집 안을 한번 둘러보시길. 벤코는 집 내부에 빈 공 간, 면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깨끗한 면은 정 신을 더 맑게 그리고 또렷하게 해주고 결과적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줘요. 만약 애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집에 애인을 위한 물리적인 공간을 남겨두고 그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나눠주는 게 바람직하겠 죠. 책을 쓰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의 방이라면? 애정하는 책과 좋아하는 작가의 서적을 눈에 잘 띄는 데 두어 집에서도 언제나 영감을 얻을 수 있게 공간을 꾸며보는 걸 추천해요.”
집에 둘 물건을 고를 때는 이 물건이 나라는 사람과 어울리는지 고심해보길. 가구나 미술 작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이 물품이 나 의 개성, 정체성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 는지를 생각해보는 게 좋다. 집을 자신에게 맞는 공간으로 꾸미 려고 한다면 그 공간이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목표를 반영하 는 것이 중요하다고 샌본은 말한다. 샌본은 이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면 집도 새로운 삶에 맞춰 변화 시키는 게 좋아요. 우리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주체들이기 때문 에 집도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면서 같이 변하는 것이 당연하 죠”라고 조언한다.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변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집도 나에 맞춰 언제나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길. 처음 집을 꾸미는 게 은이라면 두 번째로 집을 꾸미는 건 금만큼이나 값진 경험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