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난 치즈

생각보다 더 다양한 얼굴과 풍미를 품고 있는 치즈.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더 맛있게 먹고 싶어졌다.

{ 혼합 치즈 | 퍼시픽 콜비 잭 }

미국을 대표하는 두 치즈가 하나로 뭉쳤다. 체더 치즈와 비슷하지만, 훨씬 부드럽고 촉촉한 콜비와 무난한 줄 알았더니 별안간 가볍게 톡 쏠 줄도 아는 몬테레이 잭이 주인공이다. 독특한 마블링 패턴이 식욕을 당기는 콜비 잭은 진정한 미국 맛을 선사한다. 열을 가하면 금세 눅진하게 녹아내리며 특유의 짠맛이 확 살아난다. 큼직한 버거나 오지 치즈 프라이, 맥 앤 치즈, 토스트 사이에 끼워 넣는 것으로 별미는 완성이다. 열을 가하지 않은 콜비 잭을 조금 도톰하게 썰어서 맨입에 넣어도 좋다. 신맛과 짠맛이 동시에 자기주장을 펼치는데, 이때 시원한 라거 한 잔 들이켜면 강렬함을 중화시켜준다.

{ 과일 치즈 | 아폴로 멜론 앤 망고 }

비슷비슷한 치즈가 지루해졌다면 이제 과일 치즈를 만날 차례다. 동그란 치즈에 파파야, 망고, 칸탈로프 멜론, 코코넛 등 이름만 들어도 흐뭇해지는 열대 과일이 듬뿍 박혀 있다. 과육이 일일이 살아 있어 치즈와 함께 씹는 맛이 모처럼 경쾌하다.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치즈에 달콤한 과일까지 보조를 맞추니, 초보자도 진입 장벽이 낮다. 차갑게 식혀서 조각으로 먹어도 향긋하고, 상온에 30분쯤 놔둬 말랑해진 치즈를 바게트에 스프레드해도 잘 달라붙는다. 대부분의 술과 잘 맞지만, 맑고 투명한 와인 한 잔이 반드시 생각난다.

{ 블루 치즈 | 캔토렐 블뢰 도베르 }

흰 바탕 위에 푸른 파슬리가 콕콕 박혀 있는 듯 보이지만, 슬쩍 다가서면 블루 치즈 특유의 쿰쿰한 냄새를 풍긴다. 한 조각 툭 부러뜨려 혀 위에 올리면 사르르 녹는데, 푸른곰팡이는 혀에 닿을 때마다 톡톡 쏘는 맛으로 존재감을 남긴다. 처음엔 낯설지만 두고두고 입맛을 다실 만하다. 잘 모른다고 해서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정직한 호밀빵 위에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블루 치즈 한 조각을 올려 용감하게 한입 베어 물면, 군더더기 없이 묵직한 와인 한 모금이 덜컥 생각난다. 타닌 성분이 강한 레드와인이면 족하다.

{ 허브 치즈 | 아페리프레 프로방살 }

흔하게 여겨왔던 크림치즈 하나로 작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타원형으로 빚은 치즈 위에 레드 페퍼, 화이트 페퍼, 블랙 페퍼, 그린 페퍼, 칠리 페퍼, 바질, 타임, 차이브 등 이국적인 허브와 향신료를 흩뿌렸다. 8가지 토핑이 때론 알싸하게, 때론 향긋하게 다채로운 풍미를 그려낸다. 꼬치에 하나씩 콕콕 찍어 바로 먹어도 간편하고, 과일이나 크래커 위에 얹는다면 순식간에 썩 괜찮은 핑거 푸드가 완성이다. 햇살이 가득한 여름 낮. 버블이 풍성한 샴페인과 치즈 한 쪽이 밀도 있는 위로가 된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안다.

    에디터
    최지웅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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