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는 사람은 늘 동사다 [1]
“저는 지금도 신이 나서 춰요.” 보아는 말했다. 춤을 추지 않을 때는 춤을 생각한다. 2000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보아라는 사람은 늘 동사다.
이달이 데뷔 20주년이라는 걸 언제 처음 인식했어요?
2020년 숫자 바뀌었을 때요. ‘데뷔를 2000년에 했는데 20년이네….’
데뷔 전날, 그러니까 2000년 8월 24일에는 무엇을 했어요?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요. 연습을 했을 거예요. 첫 방송을 준비하며.
어떤 일을 20년 동안 하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죠. 스스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면 뭐라고 하고 싶어요?
고생했고 대견하다. 큰 사고 없이 여기까지 20년 동안 온다는 게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해요. 저 이사 타이틀 달 만하죠?(웃음) 시간이 굉장히 빠르고 버라이어티하고 재미있게 지나갔어요.
재미있다는 말이 좋아 보여요. 20년 동안 재미있었다는 거잖아요?
진짜 재미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제가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요.
특별히 축하받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이수만 선생님이요. 저 너무 의리 있지 않아요? 회사에 22년을 있었는데 선생님께 꼭 축하받고 싶어요.
여기서 불러보니, 보아는 보아라는 이름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당신의 회사 사람들은 이사님이라고 부르지만.
보아는 보아. 저도 그냥 대명사 같아요. 사람들은 제 나이를 잘 몰라요.
얼마 전에도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쓴 누군가가 당신의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사람들이 여전히 보아의 노래를 부르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물론 가수로서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요해요. 제 목소리를 들으면 ‘이 목소리는 보아다!’라고 쉽게 떠오른다고들 하는데, 그런 것도 가수로서 큰 재산인 것 같아요. ‘노래는 가장 쉬운 타임머신이다’라는 얘기를 제가 자주 하곤 하는데, 제 노래를 들었을 때 자신의 추억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대중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끔 궁금한가요?
무섭다? 어렵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별로 관심 두지 않으려고 해요. 그냥 나는 나인 거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잘 바뀌지 않아요. 실제로 만나면 제게 친근하다고 해요. <보이스 코리아> 할 때도 인간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생각해요. ‘평소에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웃음)
대중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는 거군요. 20년 동안 활동한 사람 입에서 나오니 그 자체로 진리 같아요.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어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 그냥 잊어요.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냥 그려려니 해요.(웃음) 특히 가수들은 무대 위 모습 외에는 보기 힘드니까요.
그럼에도 ‘프로페셔널하다’라는 이미지를 갖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언젠가 <프로듀스101> 파이널 생방송 현장에 있었는데, 당신은 4시간이 넘도록 혼자 꼿꼿하게 서서 연습생들을 격려하더라고요.
정신력으로 버텼지 그때 저도 힘들었어요.(웃음) 여기 계신 분들 다 프로이듯이, 제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로페셔널해요. 연예인이 약속 시간 잘 지키고, 연습 열심히 하고,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몸에 잔근육이 많더군요. 계속 이어오고 있는 일상의 루틴이 있나요?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살면서 몸무게 앞자리가 바뀐 적은 없었어요. 갑자기 내일 스케줄이 들어와도 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일 안 할 때는 힐도 안 신고 다니고 몸을 최대한 혹사시키지 않으려고 해요. 사람도 많이 안 만나요. 만나면 먹고 마시고 하니까. 저 생각보다 바른 생활이에요.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게 살려고 노력해요. 몸이 늘어지지 않게.
보아에게 팬은 어떤 사람인가요?
친구 같아요. 팬들은 저를 아이돌로 봐주는 게 아니라, 보아는 우리의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되게 편한 사이죠.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키워드#보아>였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본 보아는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케이팝 선구자가 아닌 편안한 한 사람.
너무 평범하죠?(웃음) 어린 나이에 데뷔했을 때, 주변엔 다 어른이었어요. 저는 누가 나한테 잔소리하는 걸 되게 싫어하는 스타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제게 뭐라고 못 할 만큼 완벽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가 저한테 뭐라고 해요?(웃음) 저도 예전보다 조금 더 유해진 것 같아요. 여유도 생기고요.
- 포토그래퍼
- Hong Jang Hyun
- 에디터
- 허윤선
- 스타일리스트
- 곽새봄
- 헤어
- 이일중
- 메이크업
- 조수민(김활란뮤제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