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다리며 [1]

여러 문화가 혼재하는 도심에서부터 투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대자연에 이르기까지, 그 시작과 끝에 근사한 호텔이 있다. 눈으로나마 즐겨보자.

IL PALAZZO EXPERIMENTAL

일 팔라초 익스페리멘탈
ITALY, VENICE

2007년부터 파리, 런던, 뉴욕, 이비자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호텔과 칵테일바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익스페리멘탈 그룹(Experimental Group)이 베네치아에도 둥지를 틀었다. 과거 해운 회사의 본사 건물이었던 공간은 이제 32개의 객실을 보유한 감각적인 호텔 ‘일 팔라초 익스페리멘탈’로 부활했다. 호텔의 내부는 1920년대부터 80년대의 무드를 다채롭게 담아냈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문, 연한 분홍색과 진한 청록색 벽면의 조화는 빈티지한 공간에 발랄함을 더한다. 호텔의 핵심은 1층의 레스토랑과 칵테일바, 그리고 숨겨진 뒤뜰이다. 레스토랑에서는 아드리아해에서 공수한 신선한 해산물을 비롯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TIP 익스페리멘탈 칵테일 클럽이 파리와 런던에 이어 베네치아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열었다. 떠오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첼레스티노(Cristina Celestino)’가 디자인한 공간의 아늑함은 이탈리아의 칵테일 문화를 부흥시키기에 충분하다.
가격 더블 베드룸 약 29만원부터.
문의 palazzoexperimental.com

PARILIO

파릴리오
GREECE, PAROS 

그리스의 유명한 섬들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발 빠른 이들은 비교적 한산한 그리스 군도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엘리오풀로스 부부는 산토리니에 이미 3채의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노련한 호텔리어 부부다. 그들의 네 번째 호텔은 키클라데스(Cyclades) 제도 너머의 파로스섬에 문을 열었다. 시인 조지 세페리스(George Seferis)가 ‘그리스 섬 중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았던 파로스는 파란 교회당과 햐얀 집들이 세워진 순백의 마을이다. 기존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33개의 객실을 만들고 고요한 야외 수영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수도원을 연상시키는 아치 형태 입구를 지나면 로비를 중심으로 순백의 객실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단조로울 수 있는 객실에 추상적인 그림과 갈색 리넨 안락의자를 더하며 포인트를 주었다. 섬 자체만큼이나 매혹적인 호텔은 떠들썩한 홍보 없이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지역 명소다.
TIP 해변의 작은 그리스 식당에서 가지튀김을 곁들인 페타 치즈, 레몬즙을 살짝 뿌린 칼라마리를 즐겨보자.
가격 더블 베드룸 약 33만원부터.
문의 pariliohotelparos.com

CIRQA

시르카
PERU, AREQIPA

아레키파는 해발 약 2335m에 달하는 고산지대의 도시다. 호텔 터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곳이 역사적인 건축물과 매력적인 전통 음식을 만날 수 있는 도시임을 잊지 말자. 덕분에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고급 숙박 시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호텔은 과거 수도원 건물을 개조해 11개의 객실을 운영 중이다. 웅장한 복도는 녹슨 대들보와 유리문, 삼베 커튼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객실 중에서는 반원형 아치의 천장이 돋보이는 ‘바베다스’ 객실과 돌로 만든 야외 욕조가 있는 5번 객실을 추천한다. 도시가 소란스러운 날에도 호텔은 3피트에 달하는 두께의 외벽 덕분에 언제나 고요하다. 해가 지면 화로에 불을 지피고 알파카 털을 두른 채 안데스의 광활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깊은 사색에 잠기며 아레키파에서의 마법과 같은 황홀한 밤을 즐기길.
TIP 호텔에서 제공하는 지역 전통 음식을 맛볼 것. ‘속을 채운 고추’라는 뜻의 ‘로코토 레예노’와 잠두콩, 흰 옥수수를 곁들인 샐러드인 ‘솔테리토’를 추천한다.
가격 더블 베드룸 약 50만원부터.
문의 cirqa.pe

GORGEOUS GEORGE

고저스 조지
SOUTH AFRICA, CAPE TOWN

케이프타운 지역의 호텔은 인테리어가 아무리 화려해도 투숙객의 이목을 끌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텔 내부보다 창 너머의 대서양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객전도의 상황은 이 독특한 호텔이 들어서면서 조금 달라졌다. 업무 지구에 들어선 ‘고저스 조지’에서는 네덜란드풍 지붕의 건물, 신고전주의 건축물, 로코코 양식의 건물이 혼재된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텔 또한 여러 시대의 스타일이 뒤섞여 있는데 그 절충점을 찾는 데 꼬박 6년이 걸렸다고. 그 결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의 명소가 되었다. 루프톱 레스토랑 ‘지지’에는 수영장 주위에 둘러앉아 브런치를 맛보며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여태껏 도시의 심장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기발한 은신처이기에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곳이다.
TIP 로컬 재료로 만든 칵테일을 맛보길 추천한다. 음식만큼이나 지역의 감성을 잘 녹여냈다.
가격 22만원부터.
문의 gorgeousgeorge.co.za

COUR DES VOSGES

쿠르 데 보주
FRANCE, PARIS

보주(Vosges) 광장은 파리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아름다운 곳이다. 18세기 연인들의 밀회 공간이기도 했던 이곳 건너편에 쿠르 데 보주 호텔이 자리 잡았다. 언뜻 가정집처럼 친근하고 평범한 듯하지만 파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12개의 객실과 스위트룸 인테리어는 디자이너 듀오인 르코아딕 & 스코토(Lecoadic & Scotto)의 작품이다. 고풍스러운 테라코타 타일 바닥, 수작업으로 도색한 목재 대들보와 어울리게끔 배치된 1970년대 가구가 인상적이다. 각종 골동품과 유화를 포함해 100점이 넘는 예술 작품이 전시된 호텔 내부는 마치 박학다식한 수집가의 아지트 같다. 지하에는 24시간 운영되는 프라이빗 스파 공간이 있어 피곤한 몸을 녹일 수 있다. 바쁜 파리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만큼 적절한 안식처는 찾기 힘들 것이다.
TIP 큰 방을 찾는다면 저층의 객실을 이용할 것. 5미터에 달하는 높은 천장을 자랑하는 화려한 방은 1, 2층에 위치한다.
가격 더블 베드룸 약 68만원부터.
문의
courdesvosges.com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CLAUS BRECHENMACHER & REINER BAUMANN, VIGGO LUNDBERG, MARTIN WESTLAKE, CROOKES&JACKSON, JEANNE LE MENN
    피오나 케르(Fiona Kerr), 릭 조단(Rick Jordan), 에린 플로리오(Erin Florio), 레베카 미스너(Rebecca Mis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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