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쿱의 행복

양손이 끈적끈적해져도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함이 있다. 내일이면 또 다른 맛으로 채워질 6곳의 핸드메이드 아이스크림 가게.

글레이셔박

블루베리치즈케이크 + 산딸기 비트 소르베 + 말차
이탈리아에서 정통 젤라토 제작 과정을 수료한 대표가 여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 문을 연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녹진한 치즈맛이 풍부한 블루베리치즈케이크와 구수한 누룽지 맛이지만 때때로 추가되는 피냐 콜라다 칵테일, 모히토 소르베 등의 알코올 칵테일도 별미다. 젤라토 위에 얹어내는 오렌지, 아몬드, 참깨가 들어간 튀일을 맛보고 놀라기엔 이르다. 매장에서 직접 굽는 와플콘은 생강시럽과 시나몬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 때까지 눅눅해지지 않는 두꺼운 두께로 서울숲을 산책하며 느긋하게 맛보길 추천한다.
가격 7천5백원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9 문의 010-5306-0877

젤라떼리아도도

브리치즈 + 바질과 올리브유
인공 페이스트, 색소 등을 넣지 않은 자연주의 젤라토를 표방하는 곳으로 원재료의 맛과 향을 예민하게 감각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당도가 낮고 뒷맛이 깔끔하게 떨어져 마지막 한입까지 산뜻한 여운을 남긴다. 이곳의 포인트는 젤라토 위에 올리는 과일절임, 잼, 단팥과 같은 가니시다. 모두 직접 만들어 품이 많이 들긴 하지만 미각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차별점을 두는 데 성공한, 이곳만의 조금 다른 한 끗이 되었다. 견과의 식감과 과실의 달콤함, 치즈의 농도는 단언컨대 완전한 조합이다. 가벼운 맛을 찾는다면 젤라토의 지방 함량을 올리브 오일로 대체한 바질을 추천한다. 마침 바질과 올리브유가 빚어내는 풀향을 즐기기에 제격인 계절이다.
가격 6천5백원 주소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27-25 문의 02-421-8497

펠앤콜

블루베리 바나나 + 레바논 로즈 워터
2011년에 오픈해 수제 아이스크림 시장 개척에 앞선 상징적인 가게다. 오랜 미국 유학생활을 마친 최호준 대표는 한국에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맛있는 걸 다 같이 먹으면 좋으니까요.” 비건 아이스크림과 반려견을 위한 아이스크림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한 최호준 대표의 답은 명료하다.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비건 아이스크림도 매일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상큼함과 달콤함으로 무장한 비건 블루베리 바나나와 장미향을 그윽하게 담은 레바논 로즈워터의 조합이라면 더위쯤은 쉽게 녹아버린다. 스쿱이 꽤 거대하니 테이크아웃을 한다면 컵으로 담아가길 추천한다.
가격 9천원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39-21 문의 070-4411-1434

나이스크림

티라미수 + 자두
모든 것이 바쁘게 지나가는 핫플레이스와 달리 한 명 한 명의 취향과 반응을 살피며 소통하는 로컬 가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2가지 맛에서 시작했지만 매번 다른 맛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지금은 그 두 배인 24가지 맛으로 늘렸다. 젤라토를 만들 때는 맛에 따라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한다. 빠르게 많이, 보다 느리더라도 천연재료의 ‘나이스’한 맛을 추구하는 근사한 고집이다. 고정 메뉴 중에서는 쌀과 피스타치오, 티라미수의 인기가 높다. 시즌 메뉴 중에서는 생과일을 베어먹는 듯한 자두맛과 옥수수알이 톡톡 씹히는 초당 옥수수맛을 여름이 지나기 전 꼭 맛볼 것. 배달도 가능하니 원하는 맛이 품절되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
가격 4천5백원 주소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295 문의 02-2651-9442

녹기 전에

누텔라 바나나 + 자색고구마
“아이스크림이 하나의 장르이자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넘어선, 체험의 공간이 된 것은 박정수 대표의 선명한 철학 덕분이다. 만우절에는 새하얀 메뉴만을, 식목일에는 초록색 메뉴만을 준비하는 등 유쾌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 익선동에서 염리동으로 이사하게 된 것 또한 함께 서사를 공유할 수 있는 레귤러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였다고. 필살의 조합으로 켜켜이 층을 이룬 누텔라 바나나는 역시 믿고 먹는 맛이다. 담백한 맛으로는 자색 고구마 외에도 소금감자, 대나무잎, 칡 등이 있는데 매일 메뉴가 바뀌니 확인하고 방문할 것. 최근 컵과 스푼을 생분해성 소재로 바꾸며 ‘덜 미안한 소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 4천원 주소 서울 마포구 백범로 127-24 문의 070-8829-8020

보라젤라토

천도복숭아 + 이스파한
건대입구에서 가까운 가게는 사랑스러운 보랏빛으로 가득하다. 매일 변동되는 메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 가능한데 특히 펌킨파이, 베리파이와 같이 신보라 대표의 제과 경험을 녹여낸 창의적인 달콤함이 인상적이다. 여름이면 천도복숭아, 바질 수박 등의 제철 과일 소르베의 인기가 높은데 과일 자체를 베어먹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과육 함량이 높다. 만들 때마다 과일의 당도를 측정하며 그때그때 다른 레시피를 개발한다고. 이스파한은 장미 젤라토에 라즈베리잼과 리치잼을 더한 것으로 은은한 단맛과 싱그러운 향이 어우러진다. 합리적인 가격도 큰 장점이니 근처에서 마라탕과 양꼬치를 즐긴 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코스다.
가격 4천원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8길 19 문의 02-6404-1619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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