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PLAYING, 레드벨벳 슬기 [2]

시간과 함께 점점 단단해져가지만, 무대에 설 때면 늘 처음을 생각한다. 슬기란 사람은 그렇다.

셔링 장식의 미니 원피스는 비뮈에트(Bmuette). 하이탑 스니커즈는 컨버스 척 70 빈티지 캔버스 새들 컬러.

섬세한 사람이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고 해요. 여러 상황을 감지하니까. 어떤 편인가요? 
저도 감지는 잘해요. 그러고 놔두는 타입이에요.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끔요. 제가 그래요. 시간 지나면 금세 덤덤해지거든요.

‘Uncover’는 혼자 전체를 부른 곡이라, 보컬리스트로서의 슬기도 많이 드러났죠. 창법에도 변화를 주었나요? 
제가 몽환적인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제 목소리에 그런 게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불렀어요. 힘을 빼고, 몽환적인 이미지와 안무를 상상하면서.

“춤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전문 댄서’는 아니다”라는 말도 했어요. 겸손하게 들리지만, 각자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같기도 해요. 전문 댄서와 케이팝 아티스트의 춤은 뭐가 다른 것 같아요? 
아,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전문 댄서분은 시간과 노력을 한곳에 집중해서 파고드는 것 같아요. 저희는 좀 더 많은 것을 표현해야 하고요. 저희는 화면 안에 잡혀야 하잖아요? 댄서분들의 무대는 더 넓어요. 또 저희는 항상 대중의 시선을 신경 쓰는데, 댄서분들은 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같고요. 저희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서로 시너지를 얻는 관계예요.

올해는 팬데믹으로 무관중으로 공연을 하고 녹화를 하는 일이 생겼죠. 더 신경을 쓴 면이 있나요? 
팬들이 앞에서 응원을 해주면 더 힘이 나요. 지쳐도 지치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엔 빨리 지치더라고요.(웃음) 대신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게, 더 기를 모았어요. 우와아아악!

하하, 무대 올라갈 땐 항상 이렇게 올라가요? 마치 차력사처럼 기를 모으면서? 
네, 이렇게 몸도 막 두드리고요. “파이팅!” 외치고 가기도 하고. 초반부터 에너지를 엄청 가지고 해야 하는 안무라, 항상 그 부분을 신경 썼어요.

꼭 팬이 아니라도, 대중음악이라면 리스너가 있어요. 멤버 개개인은 잘 모르는데 레드벨벳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어때요? 
기분 좋죠! 할 맛 난다,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 레드벨벳 목소리 합이 좋네. 되게 독특한 음악을 하네? 재미있는 그룹이네? 이렇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바로 그 점들이 레드벨벳의 매력 아니에요?
그럼 너무 좋겠어요.

오프 숄더 크롭트 톱은 오픈플랜(Open Plan). 데님 팬츠는 비 사이드 바이 비이커 (B Sides by Beaker). 체인 네크리스는 포트레이트 리포트. 멀티 패턴의 스니커즈는 컨버스×피어 오브 갓 스키드그립.

레드벨벳 데뷔가 2014년이었어요. 여기까지 온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도 제 자신에게 채찍과 당근을 주는 타입인데 칭찬할 건… 그냥 그래도 늘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뭐든지.

언제 게을러요, 슬기는? 
일할 때 빼고는 늘 게을러요. 평소 에너지를 모아두었다가 일할 때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만큼은 항상 최선을 다해서 했어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를 더 다잡았던 것 같아요. “슬기 보고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저는 이런 말 듣는 게 제일 행복하거든요. 나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것만큼은 지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성실함’의 가치가 조금씩 퇴색되는 것 같은 시대에, 성실함으로 살고 있군요. 성실한 사람도 좋아해요? 
저는 제가 이런 성향이라는 게 좋은 것 같아요.(웃음) 모든 사람이 성실하고 그런 사람을 보면 호감이 생기잖아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호감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직업이니까요. 사실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지만, 모범생 이미지가 있는 건 고맙게 생각해요. 내가 열심히 했구나 싶고요.

무대의 당신과 인터뷰할 때의 당신은 요즘 말로 ‘갭 차이’가 상당해요. 인터뷰를 할 때면 수줍거든요. 가끔 ‘내가 최고다!’ 같은 자신감에 찰 때도 있지 않겠어요? 일부러라도요.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은 정말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저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가?

스스로 천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없어요? 
아니에요.(웃음) 저는 항상 노력 중.

최근 스스로에게 준 ‘당근’은 언제였어요? 
무대 안 틀리고 잘했을 때, 제 스스로를 이렇게 안아주면서, “슬기야 잘했어” 했어요. 이번 유닛 때 너무 긴장돼서 밤에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춤춘 적도 있어요. 연습할 때 한 부분을 반복해서 틀렸는데, 그게 너무 떨렸어요. 다음 날 무대에 섰는데 안 틀렸죠. 그 주에 한 번도 안 틀렸어요. 모니터를 할 때, 팬분들의 말들에 힘을 얻거든요. 제가 노력한 부분을 캐치해주세요. 슬기 이 부분 좋아지지 않았나, 멋있다는 얘길 들으면 내가 잘했나 보다 해요.(웃음)

팬들은 매번 예리한가요? 
이번엔 조금 더 표정에 신경을 썼다면, “표현이 더 좋아졌는데?” 이런 얘기를 해주는 팬이 꼭 있어요. 보컬에서도 숨소리에 제가 신경을 썼는데 이 부분 좋은데? 하시면 너무 뿌듯하죠. 제스처를 조금 미세하게 바꾼 것도 아세요. 알아주는 게 좋아요. 노력한 거니까요.(웃음)

과거에 했던 인터뷰 중에 바꾸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없어요. 그때그때 생각을 얘기하는 거라서. 평소엔 그런 거 못 하거든요. 다이어리에 쓰기도 해봤는데 3일 이상 못 가더라고요. 인터뷰를 보고 거꾸로 내가 요즘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언젠가 이 인터뷰를 다시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 하겠네요. 
그럴 거예요, 분명히.

체크 패턴 셔츠는 듀이듀이(Dew E Dew E). 레더 스커트는 나누시카 바이 비이커(Nanushka by Beaker). 오버사이즈 후디는 컨버스 SHAPES 컬렉션.

레드벨벳의 최초 유닛이 있었으니 언젠가 솔로 활동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언젠가 솔로 활동을 하면 뭘 해보고 싶어요? 
솔로도 해보고 싶어요. 제 머릿속에 있던 걸 더 꺼내서요. 그런데 두 명이 됐을 때 다섯 명의 분위기가 너무 그리웠어요. 다섯 명이 함께 스케줄을 했을 때 굉장히 재미있었거든요. 그런 다섯 명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어요.

편한 신발을 신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하죠. 아무 데나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갈 거예요?
전 아무 데나 잘 가요.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고개 숙이고 걷긴 하지만.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 유명한 식당들을 가고 싶어요. 오래오래 기다려서 먹기도 하는… 평소에 그런 건 잘 못 하거든요. 요즘은 부모님 계시는 본가 가서 고양이 보는 게 낙이에요. 본가에 가면 제가 거의 공주예요.(웃음) 오늘은 본가로 가려고요.

포토그래퍼
Kim Jae Hoon
에디터
김지은
인터뷰 에디터
허윤선
헤어
김선희
메이크업
장혜진
어시스턴트 에디터
이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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