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아이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앞으로의 뷰티는 어떤 모습일까? ‘옛것을 제대로 알고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옛말이 있듯,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부터 차근히 들여다봐야 한다. 5가지 뷰티 필수 아이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립글로스

YESTERDAY
립글로스의 시작은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유일무이하다시피 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맥스 팩터는 스크린 속 여배우 입술을 반짝이게 만들고자 지금 우리가 립글로스라 부르는 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립글로스는 금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반짝이긴 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카락과 먼지가 달라붙을 만큼 너무도 끈적거렸기 때문. “기본 베이스는 폴리이소부텐이나 이소부텐 등의 합성유화제죠. 누구도 입술에 바르고 싶지 않을 정도의 걸쭉한 꿀 같은 제형이었어요.” 화장품 연구원 니키타 윌슨의 말이다.

TODAY
레트로 열풍은 1990년대 유행했던 립글로스의 컴백으로 이어졌다. 오늘날의 립글로스는 예전처럼 끈적거리지 않는다. 또한 클린 뷰티 트렌드의 영향으로 인체에도 무해하다. “지난 5~8년 동안은 천연 오일을 넣은 하이브리드 포뮬러를 사용해왔죠.” 윌슨의 설명이다. 예컨대 디올의 ‘디올 어딕트 스텔라 글로스’처럼 말이다. 이 제품은 알로에베라, 비즈왁스, 크랜베리 오일, 호호바 오일을 혼합해 넣어 유화제 특유의 끈적임을 상쇄시켰다.

TOMORROW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장기화될지 알 수 없고, 몇몇 전문가가 마스크에 메이크업이 묻으면 필터 효과가 감소할 수 있음을 경고해, 뷰티 브랜드가 이에 대비할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으면서 컬러가 오래 유지되는 새로운 포뮬러의 립글로스 개발이 한창이다. 뷰티 트렌드 에이전시 뷰티스트림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놀테는 ‘컬러가 묻어나지 않으면서도 촉촉하고 반짝이는 입술’에 초점이 맞춰질 거라 예상했다. 또 화장품 연구원 진저 킹은 컬러가 오래 지속되면서도 입술이 편안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원더스킨의 ‘윈더블레이드 립컬러’가 바로 그런 제품이다. 립마스크를 입술에 바르고 스프레이형 액티베이터를 뿌린 다음, 팩처럼 굳은 마스크를 떼어내면 선명한 컬러의 반짝이는 입술이 연출되는데 이 컬러가 10시간 이상 지속된다고. 비결은 입술에 초미세 실런트를 씌워 입술의 움직임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충분한 반짝임을 표현하는 것이다.

파운데이션

YESTERDAY
최초의 파운데이션의 전신은 1932년 맥스필터사에서 만들었는데, 들뜨고 갈라짐이 심해 ‘팬케이크’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였다. “요즘 파운데이션처럼 코팅 색조와 유연한 필름 기술이 적용된 건 약 70년 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실제 피부처럼 보이는 파운데이션이 등장하긴 했지만, 모두의 피부색에 맞는 다양한 셰이드가 있던 건 아니죠.” 윌슨이 말했다. 특히 어두운 톤의 피부에는 더욱 어색해 보였다. 당시엔 FDA가 승인한 색소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화이트, 옐로, 블랙, 레드의 4가지 색소만 배합해 피부색과 유사한 셰이드를 만들었죠.” 로레알 페이스 앤 멀티컬처 뷰티 연구소의 발렌다 아티스의 설명이다. 그래서 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의 피부톤에 맞는 색을 만들기엔 무리일 수밖에 없었던 것.

TODAY
드디어 거의 모든 스킨 톤을 아우르는 파운데이션 셰이드가 등장했다. 2008년, 아티스와 그녀의 팀은 울트라마린 블루 색소를 활용, 어두운 피부톤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로레알파리 트루 매치 컬렉션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리한나의 펜티 뷰티의 출범은 파운데이션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무려 40여 가지가 넘는 셰이드를 선보이며 대중의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 펜티 뷰티의 성공은 새로운 메이크업 브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19년에 론칭한 대표적인 블랙 뷰티 브랜드 우오마 뷰티는 피부색을 6가지 그룹으로 나누고, 각 라인별로 세분화된 셰이드를 선보였는데, 그 수가 무려 51가지나 된다. 독특한 점은 각 피부색 그룹별로 니즈가 있을 법한 스킨케어 성분을 추가한 것. 예를 들면 어두운 피부톤에는 색소침착을 억제하는 성분을, 밝은 톤일 경우엔 홍조 진정 성분을 더하는 식으로 말이다.

TOMORROW
앞으로는 파운데이션도 내 피부톤에 꼭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선 볼 수 없지만, 이미 랑콤과 베어미네랄즈에서는 피부를 스캔해 분석하고, 컬러 매칭 알고리즘을 통한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오나 스타일즈에 따르면 앞으로 더 많은 뷰티 브랜드에서 맞춤형 셰이드를 소개할 것이고, 심지어 계절의 변화에 따른 미묘한 언더톤까지 고려한 파운데이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놀테는 연령대별 맞춤 컬러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증가했어요. 일반 파운데이션으로는 노화된 피부의 색소까지 자연스럽게 커버하지 못하죠. 특유의 칙칙함 개선을 위해 광택이 도는 새로운 피니시가 개발될 겁니다.” 최근 주름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파우더 혼합물을 배제하는 경향 역시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다. 지금도 주름을 부각시키지 않는 포뮬러의 파운데이션(메이크업포에버의 ‘워터블렌드 파운데이션’과 같은)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대중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셀프 염모제

YESTERDAY
지난날의 염색약은 대부분 흘러내리기 쉬운 액체 형태였다. “2000년대 초반엔 염색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용법이 어려운 염색 키트가 많았어요.” 윌슨이 말했다. 모발에 도포한 액체 염모제는 제멋대로 흘러내리기 일쑤라, 일반인이 균일하게 염색하기가 힘들었다. 셀프 염모제의 장점을 꼽자면 살롱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이었다. 2005년 클레롤에서 루트 터치업(뿌리 전용 염모제)을 출시하고 나서야, 살롱과 셀프 염색이 비교적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TODAY
2011년 존 프리다가 폼 제형의 염모제를 선보이면서, 거품 염모제의 시대가 열렸다. 흘러내리지 않는 제형의 변화보다 더 혁신적인 건 성분의 변화였다. 2015년 등장한 가르니에의 ‘올리아’ 염모제는 모발 큐티클을 손상시키는 암모니아를 함유하지 않은 최초의 염모제 중 하나다. 또 클레롤은 2017년, 자극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염모제 성분인 PPD와 PTD 대신 대체 분자를 넣은 나이스앤 이지 라인을 출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클린 뷰티 트렌드를 등에 업고, 거대 염모제 제조 회사인 매드슨 리드로 하여금 암모니아, PPD, 레조르시놀 등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어온 성분을 배제하게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TOMORROW
곧 파운데이션처럼 커스터마이징 염모제가 등장할 예정이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코벳을 비롯한 많은 전문 컬러리스트가 가정용 염모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놀테는 순하고 안전한 염모제에 대한 개발도 지속될 것이라 말한다. 일례로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를 들었다. 예전엔 인체 모방 합성 멜라닌을 염모제에 적용하려면 높은 농도의 중금속이 필요했지만, 최근 새로운 연구를 통해 약간의 열과 소량의 수산화암모늄 혹은 과산화수소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내용이다. 이전보다 더 자연스러운 컬러의 순한 염모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뉴욕시티 마운틴 시나이 병원의 피부과 전문의 조슈아는 ‘복용 염모제’가 개발되고 있음을 알렸다.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효소인 카탈라아제를 알약 형태로 복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체내 과산화수소 농도가 높을수록 새치가 발달하게 되는데, 이 약으로 농도가 낮아지면 새치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고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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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고데기는 사용 직후 서둘러 플러그를 뽑아야 할 정도로 과열 현상이 심했다. 1909년 발명 당시엔 마치 철 조각 두 개를 붙여놓은 정원용 가위 같았을 정도. 그후 세라믹 코팅을 입히고, 열판의 디자인을 다채롭게 만드는 등 꽤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데기 사용은 모발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했고 적당한 온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잠시 껐다 다시 켜는 등 수고로운 과정을 견뎌야만 했다. “성능은 어찌나 달리는지, 머리를 제대로 펴려면 최소 3번은 매만져야 했죠.” 헤어 디자이너 루비 존스가 오래전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헤어 손상이었다.

TODAY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은 과열과 화재의 두려움을 없애주었고, 고데기는 이제 ‘모발 손상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트에 일정한 열을 도달시키는 거예요.” 2013년 자신의 이름을 딴 고데기를 출시한 조시의 설명이다. 최신의 제품들은 대부분 플레이트 전체에 균일한 열을 분배하고, 센서가 있어 만일 플레이트가 식는다 해도 금세 원래 온도로 되돌려준다. 또한, 단 한 번 사용만으로도 매끄러운 생머리를 연출해준다. 올 3월에 출시된 무선 플랫아이론, 다이슨의 ‘코랄 헤어 스트레이트너’의 경우엔 일정한 장력과 열전달을 통해 낮은 온도로도 헤어스타일링을 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또, 8월에 출시된 T3의 ‘루시아 ID’는 개인 모발 맞춤 온도를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의 72%는 본인 헤어에 알맞은 온도를 모른다는 걸 알게 됐죠. 온도가 스타일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데도 말이에요.” T3의 마케팅 디렉터 제이드 시몬스의 말이다. T3는 이러한 이유로 염색 상태, 모발 길이, 모발의 선천적인 특징 등을 고려해 스타일링에 적합한 온도를 찾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TOMORROW
열을 낮추는 것이 모발을 지키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고데기로 스타일링할 때 플레이트에서 오일이 분사되는 제품을 상상해보세요.” 조시의 말이다. “소비자들은 손상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이미 손상된 모발을 복원해주는 스마트한 플랫아이론을 꿈꾸죠.” 그가 덧붙였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더 이상 머리를 곧게 펴길 원하지 않는다 해도 혁신이 계속될까? “앞으로는 인위적으로 모발을 펴거나 구부리지 않고, 본연의 헤어스타일을 더 건강해 보이게 스타일링하는 쪽으로 변할 거예요.” 존스는 위 두 가지 의견의 타협점을 예상했다. “자연 모발의 질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거예요. 컬을 더 느슨하게 만들어 길이를 길게 만들어주면서, 스팀과 오일이 섞여 나와 머릿결이 보드라워지는 아이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밤새 헤어스타일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요.”

레티놀

YESTERDAY
1970년대 FDA에서 레틴-A를 승인한 이후 레티노이드는 스킨케어의 성배로 여겨져왔다. 이 비타민A 유도체는 잡티를 밝히고 주름을 완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부를 자극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하지만 진보를 통해 이 성분을 온화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윌슨은 분자를 보호하는 캡슐화 기술이 레티놀을 피부에 천천히 스며들게 만들어줬다고 설명한다. 이 기술은 1990년대 후반, 레틴-A 마이크로와 함께 사용되었고, 지난 15년 동안 차츰 안정적인 레티놀 포뮬러로 발전했다.

TODAY
새로운 형태의 레티놀(인도 식물인 밥치 잎과 씨앗에서 발견된 레티놀의 천연 대체물질인 바쿠치올과 같은)은 선택의 폭을 넓히고 더욱 다채로운 활용을 이끌었다. 예일대학교 피부학부 교수 모나 고하라는 레티놀은 이제 외톨이 신세를 벗어났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레티놀은 분자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성질 때문에 다른 성분과 섞어 사용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캡슐화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이제는 다른 성분과 혼합해 더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죠.” 스킨베터의 알파렛 오버나잇 크림은 AHA와 레티놀을 함유하고 있고, 뉴트로지나의 ‘래피드톤 리페어 코렉팅 크림’의 에몰리언트 베이스는 레티놀과 비타민C(아마도 레티놀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성분)가 들어 있다. 전통적으로는 함께할 수 없는 성분들인데 말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각질 정돈과 브라이트닝 효과를 하나의 제품으로 누리게 되었다.

TOMORROW
드론 테크놀로지라 불리는 목표 세포에 타기팅해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혁신적인 기술은 레티놀의 효과를 한 단계 끌어올려줄 것이다. 캡슐화된 레티놀은 피부에 자극을 주진 않지만, 분자 구조가 너무 커 피부에 흡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신기술 덕에 이젠 레티놀의 효능을 온전하게 누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레티놀 화장품의 효과를 보장해줄 겁니다.” 자이크의 말이다. 그는 이러한 기술과 신선한 성분 배합은 또 다른 형태의 레티놀의 효능을 보장하는 보험 장치이자, 부스터라고 했다. 또 피부 상태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추천해주는 시세이도의 옵튠과 같은 장치를 추천하기도 했다. 사용자의 얼굴을 찍어 분석한 후 날씨, 습도, 자외선, 생기 주기 등을 고려해 지금 바르면 좋을 포뮬러와 사용량을 알려주는 앱으로, 현재는 일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앱의 도움을 받는다면 레티놀 화장품을 바르다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일을 방지해줄 것이다.

    에디터
    이정혜
    마우라 린치(Maura Lynch) 
    포토그래퍼
    INA JANG
    프랍 스타일리스트
    MARIE-YAN MOR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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