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 BREAK, 김정현
희극과 비극의 균형. 꿈과 현실의 균형이 배우 김정현에게는 있다.
<철인왕후>의 방송이 아직 4회 남았지만 촬영은 이미 끝났죠?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본촬영은 작년 12월 31일에 끝났고 번외편 촬영이 1월 중순쯤 끝났어요. 그후로는 쉬고 있어요.
2020년과 함께 드라마 촬영도 엔딩을 맞이했네요. 마지막 촬영은 어떤 장면이었어요?
마지막 촬영이 엔딩 장면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엔딩은 다른 장소에서 찍었어요. 앗, 이것도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는데….
발간일이 종영 후라 스포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저도 시청자이니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그래도 기자님이 모르는 채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결말… 어떻게 될까요?(웃음)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는 현장 분위기도 좋은가요? <철인왕후>의 경우는 어땠어요?
촬영 시작 때는 서로 잘 모르니 데면데면하기도 하지만 점점 좋아져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현장에서도 필요해요. 이번엔 회식을 따로 못해서 사적으로 가까워질 기회는 없었는데 워낙 다들 성격이 밝아서 현장에서 많이 친해졌어요.
회식은 물론 모두 모여 한 드라마를 마무리하던 ‘종방연’도, 포상 휴가도 지금은 사라졌네요.
<사랑의 불시착> 때에는 그래도 종방연이 있었는데요, 저희 마지막 촬영은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걸로 끝났어요. 종방연에서 서로 그동안의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데, 이렇게 끝나는 게 저도 낯설었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TV 방영을 시작한 초반에 촬영이 끝난 셈이라 저의 헛헛함이나 아쉬움보다는 ‘철종이’와 작품에 대한 반응들이 더 궁금했어요.
작품 끝날 때면 항상 마음이 헛헛해요?
보통은 다 헛헛해요. 저도 사전제작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조금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보통 마지막 화를 방영할 때까지 촬영하는데 이번엔 엔딩까지 다 찍어두고 따라가는 호흡이라서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보통 다른 작품들은 하다 보면 마음이 그렇죠.
작품이 연달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작품 고르는 선구안이 좋다고 말한다면 어떤가요?
모르겠어요. 대본으로만 보고 가늠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작업을 거쳐야 하니까요. 운이 상당히 좋았어요. 선구안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드라마를 선택할 때는 감성이 먼저인가요, 이성적 판단이 먼저인가요?
처음 대본을 접할 때는 감성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음 화가 궁금하고 이 인물을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 같은 것이요. 두 번째 읽을 때부터는 이성적으로 ‘내가 연기를 한다면…?’을 생각하기 시작해요.
<사랑의 불시착>의 구승준과 <철인왕후>의 철종은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에요.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고 방탕하지만 속은 이글이글하고 큰 뜻도 있죠. 배우 김정현도 그러나요?
때때로 다른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바뀌고요. 제 스스로 저를 정의 내리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주어지는 상황마다 새로운 저의 모습을 발견해요. 일하다 발견하기도 하고 일상생활의 변수에서 발견하기도 하고요. 큰 뜻이라면, 크면서도 소소해 보일 수 있는데요,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신념을 잃지 않고 계속 일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신념인가요?
감정을 선물하는 거예요. 한 사람이 다른 인물이 연기하는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자기 삶에 대입하거나 변화할 수 있는 것. 미처 못 봤던 부분을 본인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뜻깊고 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통해 그 사람의 삶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게 귀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캐릭터만큼 큰 뜻이네요. 작품으로 한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는 것이니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이렇다’고 정의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재창조됐으면 좋겠어요. 마음속에 어떤 것들이 새로 느껴지고요.
<철인왕후>의 철종은 근엄함 속에서도 웃음을 줘야 하는 역할이기도 해요.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 상황에서 집중하고 파고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능청스러운 연기를 하려고 하면 보시는 분이 ‘능청맞은 연기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요. 어떤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철종이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잘 보여줄 것인가에 집중했어요.
그럼에도 소용에게 합방의 기억을 다시 묘사해주는 연기는 능청맞다고 할 수밖에요.
하하! 그 장면은 원래 없었는데, 리허설하다가 그런 느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들었어요.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더 살 것 같았고, 철종이 소용이의 한마디에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뒤 장면과 연결상 필요한 장면이기도 했고요. 능청스럽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최선을 다해서 설명해줘야지 했어요.
어디까지나 성실한 철종이군요.
소용이한테는 진심이죠. 화진이한테는 나쁜 사람이지만요.(웃음)
신혜선 배우의 소용 캐릭터가 큰 역할을 하지만, 철종의 역할도 중요해요. 두 분의 좋은 호흡은 어디서 나왔나요?
신혜선 선배의 친근함이 있고, 주변 분위기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고요. 그런 것 덕분에 저희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살지 않았나 했어요. 워낙 신혜선 선배가 잘해주셔서 제가 리액션만 해도 보시는 분들이 즐거우셨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코미디와 처음에 의도한 웃음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어요. 주말에 저희 작품을 보면서 웃으신다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 마음 한쪽으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극에서 바로 사극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사극만의 매력도 느끼나요?
재미있어요. 사극만의 매력이 있어요. 사극만의 말투를 올드하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시청자들과의 작은 약속인 것 같아요. ‘저희가 지금 조선 시대 이야기를 합니다’ 하는 것이요.
극중에서 북한에도 가보고, 조선 시대에도 살아봤죠. 가끔 지나간 캐릭터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나요?
다 궁금하죠. 인물의 다음 삶이라는 게 작품이 없으면, 인물이 작품 속에서 얘기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안부를 알 수 없잖아요. 다들 궁금한 거 같아요. 잘 지내나… 웃기죠. 제가 연기했는데…(웃음) 안부가 궁금해요. 어땠을까? 더 연기해서 이후의 삶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 콘텐츠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창작해요. 시즌2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요. 배우로서 그런 점은 어떻게 보나요?
시즌2가 나와도 좋겠지만, 드라마는 끝나더라도 그 뒤의 삶은 시청자들이 고민해주시고 상상해주시면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캐릭터를 기억하고, 이야기해준다면 그 인물은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시청자로서 드라마를 볼 때엔 어떤 시청자가 되나요?
아직은 즐기고 있어요. 작품을 본다는 게 제가 가진 특권이라고 생각을 해서요. 어떻게 보면 제 취미이기도 해요.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사람들이 그렇지, 나도 그랬지 이런 생각을 작품 보면서 하는 것 같아요.
평소에 다양한 콘텐츠를 보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요즘은 유튜브를 많이 보게 돼요. 이슈와 역사, 미스터리, 신기한 이야기… 아, 스포츠도 봐요. 스트레스가 풀려요.
다양성 영화에 출연했을 때는 영화제 기간에 직접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면서요. 여전히 영화에 대한 꿈도 진행 중인가요?
바람도 있고 뜻도 있어요. 그때는 전주영화제였는데, 회사도 없었고 제가 홍보까지 다 해야 했을 때였는데도 재미있더라고요. 조금 떨어져서 생각하면 오글거리기도 하는데 즐거웠어요. 포스터 붙일 때도 다들 술자리에 계시거나 해서 지나가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간혹 지나가는 분들도 모르셨던 것 같아요.
그때 영화제에서 만난 관객들이 소중하겠어요. 특히 최근 영화계가 많이 어려워서 더욱 좋은 시절을 추억하게 되고요.
그때 부산에서 처음으로 <초인> GV를 했는데 새로웠어요. 그리운 향수도 있고요. 극장에서 제 얼굴을 크게 보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영화에서 타이트 샷을 엄청 썼는데 그걸 크게 보는 게 힘들더라고요. 최근에는 <소울>을 봤어요. 오랜만에 혼자 극장에 가서 봤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한 자리씩 띄어져 있고요.
주연배우로서의 부담감도 느끼는 편인가요?
부담감을 느껴요. 하지만 그건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스코어를 떠나서 배우로서 가지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죠. 잘 전달해야 할 텐데… 잘 보여드려야 할 텐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되더라도 새로운 이야기로 해석이 돼야 될 텐데…. 시청률에도 마음이 쓰이긴 하는데 그게 절대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일단 공개가 돼봐야 알 수 있고 내 손을 떠난 영역이기 때문에 흥행은 선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작품을 이어가면서 김정현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변화도 있나요?
조금 더 말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를 아끼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살다 보면 자책할 때도 있고요. 그러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나이가 든 탓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것도 있겠죠. 주변 관계도 변화하는 것 같고요. 머물러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30대는 할 수 있는 배역도 늘어나고, 인생으로도 참 좋은 시기죠. 어떻게 30대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올해가 서른둘이네요. 만으로는 이제 서른이고요. 기대되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남자배우는 30대부터고 40대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많이들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제 역량껏 최선을 다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 같아요. 제게는 매번이 도전이에요. 최근에 <소울>을 보고 몽글몽글한 마음이 생각나더라고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가치 있다는 내용인데 저의 30대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많이 못 보여준 느낌인가요?
보시는 분들이 질리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매번 보는데 같은데? 저번 캐릭터랑 겹치는데? 그런 느낌인데? 하는 건 피하고 싶어요. 배우 자체가 함몰되는 게 아니라 인물을 살리는, 인물을 잘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계속 눈이 가는.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요.
노력이라는 말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많네요. 노력파인가요?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좋은 작품은 대중에게도 중요해요. TV는 가장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예요. 코로나19로 그걸 더욱 느끼게 됐죠.
저도 항상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요즘은 특히 희망이나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저도 하면서 힐링받을 것 같고요. 지금 같은 때에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예능으로 큰 즐거움을 줄 생각은 없나요? 예능 출연이 거의 없는 배우이죠.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기회가 되면 예능으로도 인사드리고 싶어요. 제가 예능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지가 걱정되긴 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열심히 해야죠.(웃음)
2021년이 막 시작했고 설을 앞두고 있어요. 올해 바람이 있나요?
코로나19의 종식이죠. 자유롭게 사람들도 만나고요. 그런 게 그리워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꼭 가고 싶어요. 일단 떠나고 싶어요. 겨울이라면 따뜻한 곳으로, 여름이라면 서늘한 곳으로요. 그때 느낌 오는 대로 가고 싶어요. 낯섦이 주는 감동이 있더라고요. 요즘은 여행할 수 없으니 아쉬워요.
원래 여행 스타일은 어때요?
즉흥적이에요. 원래 어디 갈 때도 일주일 전에 다 해요. 자세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요. 큰 맥락으로 가야 할 곳들만 정하고 가다가 샛길로 새기도 하는 편이에요.
김정현. 이름에서 단정함이 느껴지는데 마음에 들어요? 동명의 다른 배우도 있어서 예명을 고려했을 것도 같거든요.
저도 그 점에 대해서 대표님과 얘기했거든요. 저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그것 때문에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본명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이 이름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촬영이 끝난 지금은 뭘 하고 있어요? 새 작품을 보고 있나요?
요즘 어디에 쏟아낼 수 없어서요. 그래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아직 작품이 방영되고 있기 때문에 반응도 보고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도 보면서 만끽하고 있어요. 너무 급하게 다음 작품을 생각하고 있진 않아요. 좋은 작품이 있고, 그걸 떠나서 제가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하고 싶어요. 너무 많이 쉬는 건 체질상 안 되더라고요.
‘너무 많이’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던데요.
1년 넘게는 쉬고 싶지 않아요. 몇 달 쉬면 충분해요.
최신기사
- 포토그래퍼
- Go Won Tae
- 에디터
- 허윤선
- 스타일리스트
- 이민형
- 헤어
- 문현철(블로우)
- 메이크업
- 오은주(블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