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E ON GREEN, 샤이니
샤이니가 ‘Don’t Call Me’으로 다시 무대에 서며 “SHINee’s Back”을 외칠 때 전율마저 흘렀다.
2008년 데뷔 이래 수많은 곡과 무대로 사랑받은 그들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목소리를 빌려주었다.
늘 진심으로 활동해온 샤이니가 환경과 생명에 대한 진심을 14년 동안 담아온 <얼루어> 4월호의 얼굴이다. 이렇게 어울리는 일도 있다.
[ 온 유 ]
해마다 <얼루어>의 4월호는 자연과 환경을 생각해요. 벌써 14년째죠. 지면과 디지털 커버를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나누는 캠페인에 함께하는 거 어때요?
저도 기후변화로 지구가 받는 영향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해요.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환경을 위해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게 있나요?
일단 분리배출은 열심히 하려고 신경 쓰는 편이에요. 페트병에 붙어 있는 비닐 라벨은 꼭 제거하고요.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려고 해요.
자연과 환경을 위해 이것저것 실천하고 싶은데 그 시작이 어려워서 미뤄두는 사람도 있죠.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너무 거창한 것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요. 환경 오염의 심각성이 금방 느껴질 거예요. 경각심을 느껴야 실천하게 되잖아요.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행동들이 자연에게는 잔혹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해요.
7집 앨범 <Don’t Call Me>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네 명의 목소리었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고 더 달라진 것 같기도 했어요.
녹음하고 아쉬운 점이 있으면 서로 다시 해보는 건 어떠냐고 말해줘요. 모든 멤버들이 같이요. 저도 이번에 보컬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보컬은 당신의 전문 분야니까?
잘하고 싶으니까. 전문가가 되고 싶으니까요. 군에 있을 때도 보컬 스타일에 대해 생각하고, 이것저것 바꾸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 훈련이 된 상태에서 녹음한 앨범이거든요. 그 전과 다른 것도 좀 해볼 수 있는, 무기가 많아졌다고 할까요.
앨범의 마지막 곡 ‘빈칸’에서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던데요?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노래예요. 앞의 수록 곡들이 워낙 자유분방하니 끝맺음을 할 수 있는 예쁜 노래 하나를 넣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선 모든 곡에서 보컬 밸런싱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Don’t Call Me’는 일부러 센 소리를 사용했고, ‘빈칸’이나 ‘Kiss Kiss’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여린 소리를 내려고 했어요. ‘하트어택’이나 ‘CØDE’는 ‘Don’t Call Me’랑 같은 재질인데 느낌은 달라야 하는 세밀한 작업을 필요로 했어요. 예를 들어 ‘Don’t Call Me’는 아주 단단한 바늘로 찔러야 한다면 ‘CØDE’는 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주삿바늘 같은 느낌을 생각했어요. 둘 다 뾰족하지만 어딘가 좀 다른 뾰족함. 보컬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저도 그렇고, 우리 멤버들도 많이 노력했어요.
차갑고 히스테릭한 보컬도 처음엔 낯선 듯했지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걸 조금 더 새롭게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 했어요. 진짜 뒤통수를 쳐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의미냐 하면, 기존의 샤이니다운 걸 가지고 나오는 게 리스크가 있다, 우리는 아예 새로운 거로,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많이 준비했고, 돈도 많이 썼고요.(웃음) 보컬뿐 아니라 의상에도 포인트를 굉장히 많이 줬어요. 옛날엔 너무 세서 덜어내는 걸 많이 했는데 이번엔 일단 할 수 있는 걸 다 해놓고 거르는 식이었어요.
전역 후 첫 활동인데 그 전과 달라진 마음가짐 같은 게 있을까요?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요. 지금 생각해보면 늘 항상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다가 일을 그르친 적이 많은 것 같아요. 훨씬 편해졌어요. 복무를 마치니 어떤 면에선 굉장히 여유로워진 것 같기도 해요.
모처럼 멤버들과 한 무대에 서는 건 어땠어요?
일단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카메라가 많고 그럴 때에는 마치 다 처음 같기도 했어요.(웃음)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셔서 기분 좋았고, 멤버들이랑 오랜만에 하는 활동이라 뭐든 웃으면서 했어요. 약간 현실감이 없었는데 막상 활동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렸네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지점이 있어요?
멤버들끼리 얘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어요. 이번엔 밝든, 어둡든 강렬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저희가 해오지 않았던 것. ‘Don’t Call Me’는 날카로움이 있는 곡이에요. 지금까지는 헤어져도 예쁜 이별을 노래했다면 이번엔 ‘전화하지 마!’ 하는 곡이니까요. 그렇게 수집된 곡의 대부분이 타이틀곡으로 거론됐던 곡들이에요. 그런 노래들만 골라서 이번 앨범 한 장에 다 담았어요.
멤버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편인가요?
개개인의 터치는 잘 없어요. 앨범을 만들어야 하고 같은 목표를 위해 샤이니로 뭉쳐 있다 보니까 그 부분에 관한 건 뚜렷해요. 각자의 방향에서 다른 걸 좋아하고 서로의 영역을 발전시켜나가지만 하나의 집합체가 돼야 된다는 생각을 공유해요. 서로 존중하기도 하면서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건 또 그렇게 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균형을 잡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기 안의 마음으로부터.
저는 일단 남한테 잘 휘둘려요.(웃음) 멤버들이 이야기해주는 것들에도 잘 휘둘리는 편이고요.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요. 군대 갔다 오고 나서 제 리듬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군대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삼시 세끼 잘 챙겨 먹다가 나왔는데 멤버들은 너무 발전한 것 같고요.(웃음) 태민이는 비주얼 면에서 굉장히 발전해있더라고요. 저도 보컬적인 면에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
성장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엔 무작정 나선다면 어떤 지점에서부턴 ‘내 것’이 생기기도 하죠. 진짜 ‘내 것’이 생긴 상태인가요?
자기의 것이 됐죠. 처음엔 ‘이런 옷을 왜 입어?’, ‘이런 노래해야 해?’, ‘이런 춤을 춰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많은 걸 해보고, 그 경험 안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발전시켜나가다 보니까 진짜 샤이니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4월 4일에 열리는 온라인 콘서트에서 샤이니의 지난 노래도 들을 수 있나요?
지난 노래도 다 해야죠.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압도되는 공간감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문화 자체가 저는 너무 좋아요. 온라인 콘서트에서 그걸 구현해내는 게 어려운 작업인 것 같더라고요. 한순간에 확 빠져드는 몰입감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은데 풀어야 할 숙제죠. 아마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뭐예요? 어디서 힘을 얻어요?
멤버들인 것 같아요.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가 좋더라고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모님의 존재도 그렇고요.
지금 당신에게 샤이니는 어떤 의미로 다가와요?
제 장점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샤이니라고 대답할 거예요. 멤버들이 제 옆에 있는 게 제 장점이에요. 누구보다 저를 잘 아는 멤버들이 제 옆에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해요. 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고요.
[ 태 민 ]
오래 활동한 만큼 영향력에 대해서 고민할 것 같아요. 처음 데뷔했을 때는 당신도 팬들도 어렸고, 지금은 같이 어른이 되었네요.
여전히 내가 그 사람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를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저희가 곧 학창 시절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제가 멘토가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고 계속 노력을 해요.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말을 들으면 성취감을 느껴요.
<얼루어 코리아>의 4월호는 14년째 항상 친환경 특집호예요. 4월에는 ‘얼루어 그린 캠페인’을 열고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해왔어요. 이런 캠페인에 함께하는 건 어떤가요?
너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맑은 하늘 보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빛의 농도가 너무 달라요. 가시거리가 좋은 날들이 너무 그리워요. 전 세계가 갖고 있는 공통된 문제이지만요.
환경을 위해 유지하는 습관이 있나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름대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길거리에 쓰레기 절대 안 버려요. 제가 귀차니즘이 진짜 심한데 분리배출은 진짜 열심히 해요. 설거지해서 가이드에 따라 분리배출을 하는데, 이번 기회로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작년에는 슈퍼엠의 대선배였고, 지금은 다시 샤이니의 막내 태민으로 돌아왔네요.
제가 갭이 있더라고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형들을 많이 봤으니까 편한데 마크나 텐, 태용, 루카스 같은 동생들한테는 혹시 내가 장난치는 게 너무 짓궂은 건 아닐까 걱정돼요. 조심스럽고, 뭔가 다칠 것 같고… 여리여리하고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과거엔 형들도 태민을 그렇게 보았겠죠? 그런 태민이 지금은 모든 역할을 소화하는 아티스트가 되었어요. 슈퍼엠과 샤이니 그리고 솔로 아티스트 태민이 추구하는 음악이 각각 달라요.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해요?
사실 슈퍼엠 멤버마다 음악적 색은 달라요. 저는 SM을 대표하는 음악을 슈퍼엠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SMP죠, 어떻게 보면. 또 다른 SMP를 해야 하고 그걸 찾는 게 저희 숙제인 것 같아요. SMP를 낯설어하는, 새롭게 유입되는 어린 팬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가갈까 고민하는 게 슈퍼엠의 역할인 것 같아요. 샤이니는 그 시대의 흐름에 맞는 걸 따라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이번에 얼터너티브를 해봐도 새로울 것 같았어요.
그 안에서 솔로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솔로는 아이덴티티를 추구해요. 나를 봐야 할 때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우선이 되는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먼저였으면 좋겠어요. 음악이 너무 트렌디하면 제가 음악 뒤에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먼저 나와야 하겠더라고요.(웃음)
그게 어쩌면 K-POP의 본질이겠죠.
맞아요. 저는 저란 배경 뒤에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고를 때 나에게 이 곡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줄지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세 가지 각기 다른 생각으로 동시에 여러 활동을 하다 보면 1년이 금방 흐르고 없을 것 같아요. 시간의 속도가 어때요?
진짜 바빠요.(웃음) 사실 정신적으로 오는 피로감이 더 커요. 그러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뭔가 할 때마다 아쉬운 게 생기는 거예요. ‘아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걸…’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 게 바쁠 때의 단점인 것 같아요.
이번 ‘Don’t Call Me’ 활동을 박수 속에서 마무리했어요.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었어요?
우리의 퍼포먼스를 충분히 보여주었지만, 앨범을 완성하고 나면 늘 아쉬움은 있죠. 어떤 평론가분은 ‘특유의 청량감을 기대했다’고 코멘트를 하셨더라고요. 그런 바람을 저희가 몰랐던 건 아니에요. 퍼포먼스도 가져가면서 저희만의 색을 맞추는 밸런스를 더 잘 잡았다면 하는 마음이 저에게도 물론 있어요. 그럼에도 좋은 반응이 많았고 축하도 많이 받았어요. 정말 감사해요.
음악방송 1위가 쉽지 않은 시대예요. 여전히 많은 뮤지션의 꿈이죠.
1위를 안 해도 ‘1위 하지 않았어?’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게 진짜 좋다고 생각해요. 그게 네임밸류라고 생각하거든요. 샤이니, 당연히 1위 했겠지 하는 생각이요. 그게 1위 한 것만큼 기분이 좋거든요.(웃음)
그게 샤이니가 주는 믿음이겠죠. 지금까지 1위를 해온 노래는 무수히 많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듣는 노래를 만든다는 건 1위보다 더 어려운 일이고요.
저희 노래가 거기에 특화되어 있죠.(웃음) 저도 그런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신기하게도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은 당시에도 트렌디한 거였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도 좋다는 걸 저도 느껴요. 옛날 저희 노래를 들을 때 이게 진짜 좋은 건지, 아니면 내가 그때 한 기억에 좋은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제 노래니까 객관적으로 보는 게 힘들지만 언제 들어도 좋긴 해요.
의미와 상관없이 태민이 진짜 좋아하는 노래는 뭐예요?
‘셜록’이요. 센세이션했다고 생각해요. 곡 두 개를 합쳤다는 게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걸 시도했고요. 케이팝이 지금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적으로 전개가 굉장히 특이하다는 건데요. 그것에 대한 첫 단추를 저희가 열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걸 무대에서 했다는 게 뜻깊고, 샤이니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곡으로 소년티를 벗었죠.
그 말을 들으니 소년 시절의 샤이니가 스치네요. 항상 ‘대중적인 것’과 ‘샤이니스러운 것’을 고민하는 게 느껴져요. 이번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줬어요?
저는 어떻게 됐든 샤이니가 멋있는 거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데리러 가’, ‘I Want You’를 보여드렸으니, 그때보다 더 멋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음악을 전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긴 하지만 샤이니 자체가 주목받을 수 있는 멋있는 거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홍보를 할 때도, 함께 우리를 같이 잘 보여주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활동은 정말 ‘SHINee’s Back’이었네요.
네, 저희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휴가 나온 민호 형을 만났을 때도 속된 말로 빡센 걸 해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지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걸 안 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고. 시원하게 한풀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느낌이 팬들은 물론 대중에까지 전달된 것 같아요.
맞아요. 하기 싫은 건 분명 티가 나요. 반대로 하고 싶은 것도 티가 나요. 팬분들 눈에도 잘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 활동을 해왔던 태민과 군 휴식기를 가진 멤버들이 쉬다가 다시 무대에서 만났는데 어떤 차이도 느꼈나요?
있어요. 음악방송이 진짜 힘들거든요.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거든요. 보통은 1~2주를 하는데, 멤버들이 3주 하자고 하는 거예요. 이 형들이…잊었구나… 했죠. 일정상 2주만 할 수 있게 됐는데 2주 차 때 “3주 했으면 죽었겠는데?” 하더라고요.(웃음) 저희가 ‘Don’t Call Me’ 무대만 10개를 넘게 했어요. 유튜브 콘텐츠, 예능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는 다음 앨범을 잘 준비해야죠.
샤이니가 일군 업적, 보여준 것, 바꿔놓은 것이 뭔지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알죠. 그것들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요?
그럼요. 저희에 대해서도 생각하고요. 이룬 게 많다고 생각은 하지만, 없다고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 관계를 지켜온 게 좋아요. 멤버들이 인간적으로 다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연습생 때부터 하면 16년이에요. 가족 같은 관계가 됐어요. 처음엔 싸우기도 했어요. 함께 좋은 성과도 이루고 함께 좌절하기도 했어요. 그런 시간들이 쌓여 있어요.
이렇게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없네요.
너무 아쉽죠. 그런데 누구나 겪고 있는 거니까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생각이에요. 그 사이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서 더욱 완성된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자. 나중에 오프라인으로 콘서트를 할 때 지금 맺힌 한을 다 풀 거예요. 무대 위에서 춤추는 귀신처럼 보이고 싶어요. 온몸이 부서져라 무대 할 준비가 됐습니다.
4월 4일에 온라인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죠?
슈퍼엠으로 해봤지만, 샤이니로는 처음이에요. 연출분들도 비욘드 라이브 콘서트는 처음이고요. 연출가가 제 솔로랑 종현이 형 솔로 콘서트 해주신 분인데 같이 얘기 많이 나누면서 조율하고 있어요. 확실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콘서트가 다르긴 해요. 신곡들 위주로 새로운 퍼포먼스 활동을 오래 해서 곡이 많은데, 어쩔 수 없이 못 하는 곡들은 VCR이나 영상으로 보여드리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나저나 저는 샤이니 멤버들을 여러 번 만나봤고, 해외에서 며칠을 보내기도 했었잖아요? 벤자민 버튼처럼 샤이니의 시간이 거꾸로 간 것 같아요.
제가 봐도 그래요.(웃음) ‘왜들 이렇게 젊어졌지?’ 했어요. 벌써 이십대 후반이구나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는 게 비결 같아요.
[ 민 호 ]
오래 활동한 만큼 영향력에 대해서도 고민하나요?
처음엔 그런 부분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제가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내가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힘을 잘 몰랐어요. 점점 활동하면서 느끼게 됐어요.
책임감이 생겼어요. 군대도 갔다 오면서 예전에는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면, 지금은 거기에 제 에너지를 받은 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 분야에서 뭔가를 해낼 힘까지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얼루어>의 4월호는 항상 친환경 특집호로 꾸며집니다. 4월호의 커버 모델로 캠페인에 함께하는 건 어떤가요?
우선 너무 영광이죠. 저희가 할 수 있는 범위라면 뭐든지요.(웃음) 많은 분들이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데, 환경은 정말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신발도 만들었어요. 그런 걸 보면서 저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더라고요. 이번을 통해 샤이니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환경에 대해 경각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직접 느낀 적이 있나요?
성인이 되고 밖에서 운동하고 집에 돌아오면 코 안이 새까매져 있더라고요. 그럴 때 심각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또 군대에서 대민지원을 자주 해요. 시골 마을, 농장, 산에도 가고 홍수 피해 입으면 가서 복구하고, 산불 진화작업도 하고요.
그 어느 때보다 자연에 가까이 있었네요?
네, 서울에서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어본 적이 처음이죠. 산에 있다 보면 진짜 몇십 년 된 쓰레기가 땅에 묻혀 있는 걸 보게 돼요. 함부로 버리면 안 되겠단 생각도 들고, 플라스틱이나 캔들이 지금까지도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 걸 눈으로 보니 확실히 맘에 다가오는 게 다르더라고요.
환경을 위해 유지하는 습관도 있나요?
사소하게는 비닐봉지 최대한 안 쓰려고 해요. 제 가방을 들고 가요.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최대한 텀블러에 마시려고 노력하죠. 이동하는 스케줄이 많다 보니까 쉽지는 않아요.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려고요.
민호는 늘 자신만의 답을 아는 것 같아요. 그 자연스러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요?
저 자신에게 떳떳하니까 남 앞에서도 떳떳한 것 같아요.(웃음)
그건 큰 자산인 것 같은데요. 나는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저는 저 자신을 믿어요. 항상 부모님께 감사해요. 이런 좋은 신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은 것도 축복이고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이라면 그걸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Don’t Call Me’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감은 어때요? 오랜만의 정규 앨범이었으니 긴장하고 고민했을 법해요.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준비도 많이 했고요. 타이틀 결정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다른 후보곡들도 있었지만 제가 이 곡을 강력히 밀었어요.
강력하게 밀 만큼 확신이 있었던 거네요? 어떤 확신이었어요?
최근 몇 년간 강한 걸 안 해서 이번엔 센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퍼포먼스를 멋있게 할 수 있는 곡을 원했어요.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았고요. 강력하게 주장하긴 했는데 그런데 안 되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어요.(웃음) 이번 앨범은 수정작업도 많이 했어요. 이수만 선생님이 마지막 순간까지 프로듀싱을 엄청 신경 써주셨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팬분들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많은 관계자분과 평론가분들, 감독님들이 항상 저희를 보면서 열렬한 팬이라고 해주시곤 했어요.
그런 반응이 때로는 내가 허투루 해오진 않았다는 증명이 되죠.
그렇죠. 지금까지 열심히 했던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죠. 저희가 쉽게 잘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매일 노력하고 땀을 흘려요. 멤버들과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고, 목이 나갈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요. 좋은 결과물을 내고 무대를 하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군복무를 마친 후 다시 연습실 와서 연습할 때 기분이 새로웠을 것 같아요.
정말 묘했어요. 다시 연습하는 첫날이 연습생 생활 시작한 첫날 같았어요. 연습실 분위기가 너무 오랜만이었어요. 이게 그리웠구나… 여러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과감한 비주얼을 시도했어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네, 시간이 더 지나면 못 보여드리겠다고 생각해서 이번엔 염색도 화려하게 하고 스타일링도 과감하게 보여드렸어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네 사람의 보컬의 조화가 특히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았죠.
멤버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은 적이 없었어요. 오랜만의 활동이다 보니 팀에 대한 애착이 앨범에 더욱더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더 잘하려고 모든 곡에 노력했어요. 멤버들도 그렇겠지만 타이틀곡 녹음 전날엔 잠도 잘 안 와요.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노래하려고 좋은 거 먹고 잤어요.
좋은 것도 먹었군요.(웃음) 녹음에 그런 정성을 들이는 줄 몰랐어요.
잘하고 싶으니까.(웃음) 다들 조금씩 긴장하고 녹음하러 온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걸 보니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런 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달된다고 생각하고요. 언제나 최선을 다했는데, 이번엔 오랜만이라 더욱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지금 상황 때문에 팬분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 그게 가장 안타까워요.
샤이니는 끝내거나 멈춘 적이 없는데 그게 참 쉽지 않죠. 멈추지 않고 여전히 나아가고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요? 여러분을 나아가게 만드는 것.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팬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멈출 수가 없어요. 계속 달려나가고 싶어요. 그것에 대한 보답과 믿음을 주고 싶고요.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주고 싶은 게 큰 것 같아요.
데뷔 14년 차인 샤이니 네 사람이 각자 제일 좋아하는 샤이니의 노래를 한 곡씩 물어보려고 해요. 민호는요?
너무 많아서 한 곡을 뽑기가 힘든데요. 저는 안 뽑는 걸로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골랐어요? 제가 한번 맞혀볼게요. 태민은 ‘셜록’, 키는 ‘뷰’, 온유 형은 ‘누난 너무 예뻐’라고 할 것 같아요. 저 민호는 무응답으로 해주세요. 고를 수 없다.
뒤를 돌아봤을 때는 빛나는 성취가 많은데 그게 자신감이죠.
저는 연예인에게 전성기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연예인의 전성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시작하게 된 게 운이 좋았고, 거기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는 건 로또 확률처럼 어려운 거죠. 정말 행운이에요.
가장 큰 운은 뭐였어요?
최고의 운은 데뷔를 하게 된 거죠. 솔직히 신기해요. 대체 뭘 믿고 우릴 뽑아줬을까?(웃음) 어떻게 우릴 데뷔시켜줬지?
어떤 선견지명 아닐까요?
그냥 아기들이었는데 뭘 보셨던 걸까요? 그때는 저희가 진짜 어렸거든요. 저희가 데뷔하고 3~4년 지났을 때 그제야 저희 또래 팀들이 나왔어요. 그래서 가장 큰 운은 데뷔예요. 또 하나의 운은 전 세계 공연을 다니면서 팬분들을 만난 거예요. 진짜 소중한 자산이에요. 그걸 스무 살에 해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대중적인 것’과 ‘샤이니스러운 것’에서 이번엔 어느 쪽을 선택했어요?
반반이었어요. 우리 같지는 않지만 우리가 하면 우리답게 되겠다. 말하고 보니 왜 이렇게 허세 같죠? 이러면 안 되는데.(웃음) 사람은 겸손해야 돼요. 그러니까, 대중적인 것을 하더라도 샤이니다울 자신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 올릴 때 제일 긴장했어요.(웃음) 팬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인스타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렵더라고요.
콘서트 이후엔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가겠죠? 민호의 계획은요?
2021년 목표가 ‘열일하자’인데 진짜 열일하고 있거든요. TV 틀면 나올 정도로 했고 열심히 활동했고 많은 걸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획된 게 있기 때문에 올해는 몸이 헤르미온느처럼 6~7개는 돼야 소화가 가능할 것 같아요. 그걸 해내고 있는 제 자신에 대해 놀라고 있어요.
이틀 전 열린 황금촬영상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죠?
너무 영광이에요. 영화가 2019년에 나온 건데 2021년에 상을 받은 셈이에요. 너무 좋았고 감사를 전할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촬영 감독님들이 주신 상이라 그런지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당신에게 연기는, 영화와 드라마는 또 어떤 진심인가요?
예전에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면, 지금은 작품 흥행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배우란 항상 새로운 걸 배우고 터득하기 때문에 배우라는 말이 있어요.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하다 보면 새로운 걸 알게 되고,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으로 발전해요.
군대 유머는 이제 다 했나요?
저는 이제 만분의 일을 한 건데… (웃음) 심지어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 거예요.
[ 키 ]
모처럼 샤이니 멤버들과 함께 활동을 했네요. 어때요?
활동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오히려 순위가 내려갈 때 안정감이 들어요.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일종의 후련함인가요?
앨범이든 뭐든 결과물이 공개되는 당일에 제일 잠이 안 와요. 만들어놓은 건 이제 더 손댈 수 없고, 공개가 됐어요. 아쉬운 점이 계속 생각나다가 활동할 때는 정신이 없으니까 그걸 잊어요. 마무리할 때쯤 한숨 돌리고 안정감이 들면서 차분해지는 게 있어요. 이 다음 건 어떻게 준비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매거진도 그렇듯이요.
그럼 가장 하이텐션일 땐 언제예요?
저희는 기획할 때 가장 하이텐션이에요. 기획할 땐 온갖 아이디어들이 막 쏟아져요. 그 과정을 지나 몸으로 실천할 때가 가장 힘들죠.(웃음) 저희는 터미네이터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사진이든 뮤직비디오든 조금 더 찍고, 수정을 거치면서 시간을 투자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니까요.
그땐 어떻게 해요? 최상급이 나올 때까지 밀어붙이는 편인가요?
예전엔 진짜 그랬어요. 요즘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근데 또 나중에 보면 후회할 수 있다는 걸 알죠. 그 간극을 왔다 갔다 하면서 14년이 흐른 거 같아요. 늘 같은 패턴으로 그래요.
100을 목표로 삼으면 끝을 낼 수 없는 게임인 셈이죠.
맞아요. 백 퍼센트를 목표로 삼으면 끝이 없는 걸 알았으니, 후회가 없을 만한 현명한 선택과 어떤 컨디션에도 기복 없이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안정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현명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예전엔 누가 이번 노래 너무 좋다고 하면 “그래요?”라는 물음표를 달았어요. 그 말을 다 믿지 못했어요. 제가 볼 땐 좋은 면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크게 보였거든요. 사실 보는 사람들도 그냥 조금 아쉽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객관적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그렇다면 7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신경 쓴 건 뭐죠?
요즘엔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콘텐츠잖아요. 오프 상태가 거의 없어요. 내가 나를 계속 가꿔야 하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어요. 평소에 입는 옷도 제 이미지와 다 관련되어 있는 거죠. 이런 것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오히려 군대에서였어요. 제 인생에서 TV에 집중해본 적이 어렸을 때밖에 없어요. 성장기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서 TV를 챙겨 볼 시간이 없었는데 부대에서 다 같이 TV 보면서 ‘저런 세상이 있구나’, ‘저런 것도 있구나’ 했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중요하다는 걸 계속 부정했던 것 같아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봤을 때, 저희를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지 그리고 저희 앨범을 제일 기대하고 있는 연령층은 어떤 사람들일지 현명하게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연구를 한 거네요. 그말을 들으니 궁금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샤이니가 주로 정한 타깃은 어디쯤인가요?
지금 10대인 팬들도 물론 중요해요. 인터넷을 가장 많이 찾아보는 사람들이겠죠. 그런데 저희의 타깃은 저같이 세대가 바뀌면서 변화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에요. 우린 2G에서 5G 스마트폰까지 온 거잖아요. 그런 변화를 겪으면서 샤이니의 데뷔를 지켜봤던 사람들이 샤이니가 유튜브에 나오는 걸 가장 흥미롭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지금 20~30대, 40대가 저희를 가장 흥미롭게 바라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현명하게 선택을 한 게 크게 작용을 한 거죠. 콘텐츠뿐만 아니라 음악, 안무, 아트워크도요. 제가 매번 얘기하는데, 저희는 새것이 안 어울리는 팀이에요. 빳빳하고 갖춰진 것들이요. 새것 같은 것을 보여주되 좀 트위스트된 면을 많이 넣기로 한 이유도 그거예요.
대중이 좋아할 만한 것. 샤이니의 스타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균형을 잡아요?
예전엔 대중의 니즈가 무엇인지 그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게 힘든데 너무 귀가 아프고 시끄러운 음악을 냈을 때는 잘 안 될 확률이 높아요. 그건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니즈를 백 퍼센트 파악해서 앨범을 내는 건 절대 아니고요. 제가 하는 건 우연히 봤을 때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 이런 걸 원했다는 것을 오히려 생각해주길 원하는 거죠. 혹은 나한테 필요하구나, 생각도 안 했는데 좋다는 게 느껴지는 걸 하는 걸 우선시해요. 오늘의 대중이 많이 듣고 좋아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걸 그렇게 많이 고려하진 않았어요.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지만 휩쓸리진 않는다는 다짐. 어쩌면 그게 오늘의 샤이니 스타일이 아닐까 싶네요.
예전엔 앨범 수록곡이 앨범을 사는 사람들의 특권이었다면, 지금은 선택이 된 셈이잖아요. 앨범 자체에 대한 투자는 전보다 훨씬 더 크게 하고 있어요. 앨범 커버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의상도 그래요. 이제부턴 하나의 그럴싸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그게 가능하려면 수록곡 하나하나의 배치와 순서도 중요해요. 특히 이번 앨범의 경우 각 곡마다 일관성이 없는 편이라 그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의 그런 확신과 자신은 어디서 나오나요?
다 팬들 덕분이에요. 저희를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저희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어요. 팬들의 지지가 없다면 못했을 거예요.
샤이니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는 것들은 훗날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팬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대중의 인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포커싱은 완전히 팬들이에요. 그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됐어요. 물론 새로운 대중들이 샤이니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금도 있어요. 그래도 저희가 하는 모든 것은 다 원래부터 우리를 좋아해주는 팬들을 위한 거예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천부적인 비즈니스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럴지도 모르죠.(웃음) 사실 제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쳐도 장르가 어떻고, 이건 예술이네 아니네를 떠나서 이 작품을 팔아야 다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됐을 때 그 사람은 팔리는 그림을 그릴 것이냐, 예쁜 그림을 그릴 것이냐, 아니면 팔리는 예쁜 그림을 그릴 것이냐를 고려해야 할 거예요. 소비가 되는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좋죠. 그래야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을 고단하게 여긴다기보다 재미있게 여기는 듯 보이네요.
네, 옛날엔 쉴 틈을 찾고 싶었는데 백 퍼센트가 되는 걸 목표로 두지 않으면서 고민의 과정들도 최대한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얼루어>의 4월호는 친환경 특집호죠. 커버 모델로 함께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환경 문제가 있나요?
저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항상 느끼고 있어요. 쓸 수밖에 없지만, 죄책감이 있고 지구에게 미안해요. 전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를 1년에 한두 개밖에 안 써요. 그건 정말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그걸 좋아하지도 않고 그게 제가 최소한 실천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작은 것이지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도 충분해요. 그 경각심이 언젠간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믿어요. 제가 감히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모두들 그냥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구에 하는 모든 나쁜 행동에 대해서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렇게 약간 높은 톤으로 말하고 신나게 웃다가 갑자기 울어버릴 수도 있는 사람일 것 같아요. 웃는데 우는 거 알죠?
제 스스로도 저의 다양함과 업 앤 다운에 대해 인정해요. 사람이 다양한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저를 보는 이미지가 있을 거잖아요. 그 사람의 시선에 나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제 안에는 다양한 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웃음) 저는 한결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오늘 이렇게 말하고 내일 또 전혀 다른 소리를 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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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 Sun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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