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EAD HAPPINESS, 신민아
배우 신민아는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았다는 듯 일단 걷는다.
<얼루어>와는 작년 3월호 이후 1년여 만이네요. 한창 영화 <휴가>를 찍던 중이었죠.
<휴가>의 촬영을 끝내고 주로 광고나 화보 촬영을 하면서 지냈어요. 좀 쉬기도 하면서요.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고, 딸은 엄마에게 어떤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했죠. 촬영을 다 끝낸 지금 그 마음들을 얼마쯤은 헤아릴 수 있게 됐나요?
저는 엄마랑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엄마의 마음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어요. 요즘은 저도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고 엄마도 저를 많이 이해해주세요. 그게 느껴져요.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엄마를 더 존중하게 됐어요. 작품을 통해 엄마의 상황이나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요. 딸과 엄마의 이야기라는 게 보편적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복잡한 마음이 담길 수도 있어요. 인간 대 인간으로 보면요.
9월에는 당신의 또 다른 영화 <디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어요. 장르는 스릴러에 소재는 다이빙인 영화잖아요. 쉽지 않은 길이 분명하죠.
대본이 워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어요. 내내 ‘이영’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처음 접하는 장르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스릴러 장르에 출연하고 싶어요.
개봉 직전 조슬예 감독을 인터뷰한 기억이 납니다. 결심한 듯한 얼굴로 그러더군요. “민아 선배는 연기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매력적인 캐릭터에 목말라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동안 ‘신민아’를 대상화한 캐릭터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죠. 민아 선배가 연기한 ‘이영’은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여요.” 이 말, 어때요?
영화나 드라마를 하다 보면 주체성을 가지고 내가 끌고 가야 하는 캐릭터가 있기도 하고, 좀 떨어져서 받쳐주는 캐릭터가 있기도 해요. 내가 다 끌고 간다고 해서 그게 마냥 좋은 거로 생각하진 않아요. 작품과 캐릭터에 따라 여러 다양한 선택과 입장을 취하는 거예요. 그동안 주체적인 캐릭터를 맡은 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적도 있어요. 제 경력이 진행될수록 안 해봤던 것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디바>에 끌린 이유이기도 하고요. 해보지 않았던 것,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을 뿐이에요.
신민아의 웃는 얼굴과 웃지 않는 얼굴이 있어요. 뭐가 더 자기 자신 같아요?
음, 정말 딱 반반인 것 같아요. 누가 저에게 “너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장르와 캐릭터가 뭐라고 생각해? 웃는 얼굴과 무표정 중 뭐가 더 좋아?”라고 물을 때마다 뭐 하나를 선택할 수 없어요. 어쩌면 저는 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웃음) 저를 잘 아는 사람이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저에 대한 이미지를 하나로 규정하지 못하는 걸 보면 웃는 얼굴이든, 그렇지 않은 얼굴이든 그 모든 게 결국은 그냥 저인 것 같아요.
배우가 남긴 필모그래피라는 흔적을 통해 꽤 다양한 추측을 할 수 있어요. 사뿐사뿐 움직이는 듯했지만 늘 예상 밖의 선택을 했더군요. 한번 간 길을 다시 가는 법이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진짜 의외의 선택을 하고, 그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는 또 완전히 다른 결을 찾아 선택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 욕심이 무의식에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신민아와 ‘도전’이라는 말이 괜히 흥미로워요. 강렬함, 호기심, 기대감 같은 단어는 어때요? 어떻게 와 닿나요?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이에요. 어디에서든 강렬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배우에게 호기심이라는 감정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와 제 작품에 늘 기대를 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그렇고요.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당신에게는 어떤 ‘묵묵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감사해요.(웃음)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묵묵히 쭉 이 일을 하면서 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2005년에 개봉한 <달콤한 인생> 속 ‘희수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여자들만 존재하는 누아르 장르에 등장하는 당신의 모습은 어떨까요. 특유의 웃는 얼굴로 사방에 총질을 해도 멋지지 않겠어요?
그게 뭐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뭐든지 도전해보고 싶어요. 매사에 호기심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작년 5월 #saveourcinema 라는 해시태그로 독립 예술 영화를 응원하는 챌린지가 있었죠. 극장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영화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와 <두만강>, <우리들>, <문라이즈 킹덤>,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꼽았더군요. 당신이 출연한 영화를 제외하면 모두 아이들의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엔 아이가 많이 등장했네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가장 순수한 마음이면서 다치기도 쉬운 시절이잖아요. 세상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아이가 세상을 향해 뛰어드는 이야기를 굉장히 정확하게, 안타깝게,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영화들이에요. 하나로 말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고요.
최근에 반한 영화는요?
모든 작품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하나만 꼽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최근에 <세 자매>를 재미있게 봤어요.
잡지는 어때요? 1998년 <키키>로 데뷔한 이래 신민아와 잡지는 떼려야 뗄 수 없잖아요. 잡지를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들어요?
데뷔가 잡지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제일 많이 작업한 일도 잡지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작업인 것 같아요. 화보 촬영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또 다르게 저의 색다른 모습과 콘셉트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라 늘 재미있어요. 20여 년 동안 꾸준히 잡지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화보 촬영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많이 담고 싶어요.
여전히 그 순간을 즐겨요?
그럼요! 저는 이제 “어? 난 평상시에 이런 가방 안 들고, 이런 메이크업도 안 하고, 이런 옷도 안 입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예요. 워낙 어릴 때부터 일해서 그런지 익숙해진 것 같아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서 새로운 걸 표현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순간이에요.
스타일의 마지막 터치이자 진정한 완성은 가방이라고들 하죠. 쿠론의 뮤즈로서 당신에게 가방은 어떤 의미인가요?
라이프스타일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집 앞 슈퍼마켓에 가는데 엄청나게 큰 가방을 들고 가지는 않잖아요. 상황이나 루틴에 따라 적절한 가방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입은 옷을 더 풍부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패션의 마무리이기도 하고요.
가방을 볼 때 뭘 중요하게 생각해요?
편한지, 중요한 물건을 다 넣을 수 있는지 같은 가방의 근본적인 역할이 중요하죠. 저는 데일리로 자주 들 수 있는 가방을 좋아해요. 가방의 크기나 모양이 저의 체형에 맞는지, 가방 자체가 너무 무겁지 않은지도 고민하고 확인해요.
‘인 마이 백’ 콘텐츠가 다시 인기예요. 가방 안을 속속들이 공개하는 거죠. 당신의 가방 속에서 떠날 줄 모르는 물건은 뭐가 있어요?
현금과 카드는 꼭 필요하니 가벼운 지갑이 들어 있고요. 코로나 19로 즐길 수는 없지만 봄에 화사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화장품을 넣은 파우치 정도. 가방에 많은 걸 넣어 들고 다니는 편은 아니에요.(웃음)
이 다음은 뭔가요? 어떤 도전을 할지 궁금해요. 아니면 좀 쉬고 싶나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제가 걸어온 길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배우면서 일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아직 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신기사
- 포토그래퍼
- Mok Jung Wook
- 에디터
- 김지은
- 인터뷰 에디터
- 최지웅
- 스타일리스트
- 강윤주
- 헤어
- 임철우
- 메이크업
- 홍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