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펫 아로마테라피

반려견의 털뿐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져줄 방법은 없을까? 반려견의 심리 치료에 관해 알아보다 ‘펫 아로마테라피’를 알게 됐다.

에디터의 반려견은 올해로 만 4세다. 3년은 여느 집 외동딸처럼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살았지만, 1년 전 사람 동생이 생기며 관심받는 시간과 놀이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왠지 축 처진 듯한 어깨, 항상 눈물이 맺힌 듯 쓸쓸한 눈망울. 혹시 우리 강아지가 우울증은 아닐까 싶어 접종차 들른 병원에서 조언을 구했다. 그때 담당 수의사가 추천한 방법이 ‘펫 아로마테라피’였다.

‘펫 아로마테라피’는 뭘까?

예상대로 반려견에게 적용하는 향기 요법이다. 아로마테라피의 효과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후각을 통한 일종의 대증요법으로, 화장품이나 방향제를 통해 알게 모르게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기에 그리 새롭지 않지만, 반려견에게는 특별함, 그 자체다. 개의 후각은 사람의 100만 배에서 1억 배 이상 뛰어나다고 한다. 그렇기에 사람에게는 ‘음~ 좋네!’ 정도의 향이 강아지에게는 인생을 변화시킬 만큼 강렬한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것. 강아지가 산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다. 아로마 향은 산책만큼 다양한 후각적 자극을 줄 수 있기에 잘만 사용하면 무기력증과 우울증은 물론, 크고 작은 질병을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펫 아로마테라피’ 원데이 클래스에 가면

에디터처럼 자신의 반려견에게 아로마테라피를 경험시켜주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에 가보기로 했다. 논현동에 위치한 더힐테라피센터는 반려동물관리사이자 펫 아로마테라피스트인 김희정 강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반려견을 위한 배움인 만큼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고, 강사가 반려견을 만져보거나 움직이는 모습을 살피고 평소 행동에 관한 상담을 통해 필요할 법한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펫 아로마테라피 원데이 클래스는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활용해 반려견에게 적용할 제품을 직접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세제, 탈취제, 해충 기피 스프레이 등의 환경 제품과 샴푸, 입욕제, 미스트, 치약 등의 반려견 피모 관리 제품이 있다. 상담 후 반려견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룸 스프레이와 입욕제를 만들기로 했다. 룸 스프레이에는 살균 효과가 뛰어난 에센셜 오일과 현장에서 반려견에게 맡게 해주었을 때 반응이 좋았던 오일을 섞었고, 입욕제는 긴장 완화에 좋은 라벤더에 신체 강장 효과와 호르몬 밸런스를 조절해주는 오일을 더해 완성했다.

쉬워 보인다고 섣부른 시도는 금물!

아로마 제품 제조가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에센셜 오일 한두 방울의 차이로 되레 반려견에게 해가 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제품 제조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코칭이 필요하다. 반려견 제품에 사용하는 에센셜 오일의 희석량은 0.5% 이하라고 한다. 이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희석률의 1/6 수준. 여기에 견종, 나이, 몸무게, 질병의 유무, 기대하는 목적에 따라 또 한번 희석률을 조절한다. 또한 사용할 수 있는 에센셜 오일의 종류도 사람에 비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티트리 오일은 사람에겐 피부 트러블 부위에 원액을 바를 정도로 흔하게 쓰이지만, 반려견에겐 특수한 경우에만 극소량 사용해야 하는 오일이라고 한다. 또 사용 원칙도 준수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밀폐된 공간을 피하는 것이다. 향이 부담스러울 경우 반려견이 공간을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입욕의 경우는 습도의 영향으로 반려견이 어지러워하거나 메스꺼워할 수 있으니 반려견의 상태를 좀 더 살뜰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피모 제품은 그루밍을 통해 먹을 수도 있기에 제품을 블렌딩 시 더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인공 향료와 각종 화학 성분을 함유한 시중 제품보다는 반려견의 건강에 이롭겠지만, 에센셜 오일도 과하거나 잘못 사용할 경우 심하면 신경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질병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거나 노령 견인 경우엔 더욱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배우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레시피를 따라 하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일 수 있다고.

너의 힐링은 곧 나의 힐링

아로마테라피의 특장점은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면서 신체 능력은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김희정 강사는 ‘산책 모임의 아로마 마법’을 예로 들려주었다. 서로 익숙하지 않은 여러 마리의 반려견이 모이기에 어떤 강아지는 짖고 견제하느라 바쁘고, 어떤 강아지는 소심해 어울리지 못하고, 또 어떤 강아지는 혼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날뛰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공간에 아로마 스프레이를 뿌리자 짖고 날뛰던 강아지들은 차분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고, 소심한 아이는 용기를 내 강아지 무리에 섞여 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두 같은 향을 맡았음에도 아로마의 밸런스 조절 효과를 통해 누군가 마법을 부린 것 같은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우리 푸찌(에디터의 반려견 이름)에게도 마법이 일어나길 바라며 집 여기저기에 룸 스프레이를 뿌려두고, 입욕제를 넣고 목욕도 시켰다. 플라시보 효과일까? 단 한 번이었지만, 평소보다 편안하게 쉬고 있는 푸찌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아로마 향 덕분에 내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져서 그리 보이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반려견 행동 교육이 사실은 견주 교육인 것처럼, 펫 아로마테라피 역시 반려인도 함께 힐링을 누리게 된다. 미미하지만 우리에게도 분명 그 향이 느껴지니까. 이렇게 반려견과 함께 조금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았다.

    에디터
    이정혜
    포토그래퍼
    RACHEL MARLO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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