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꼭 마셔봐야 할 샴페인과 데일리 스파클링 와인

일곱 명의 와인 전문가에게 두루두루 마셔도 좋을 스파클링 와인과 꼭 한 번은 마셔야 할 샴페인을 물었다. 각자의 호주머니 사정에 맞게. 그게 뭐든 샴페인 혹은 그 사촌이라도 마신 날엔 늘 웃음이 났으니까.

두루두루 한 잔

1 웨스트와일더 스파클링 로제 
WEST+WILDER SPARKLING ROSE 

생산자 Matthew Allan, Kenny Rochford 품종 Pinot Noir, Pinot Gris, Malvasia 가격 7천원
캔 와인이라는 겉모습만 보고 얕보면 곤란하다. 피노 누아와 피노 그리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 드라이하면서도 상큼한 과일 향이 풍부하다. 로즈 워터와 잘 익은 노란 자두, 수박껍질 향과 잘 배합된 딸기의 섬세한 맛이 특징이며, 거기에 적절한 산미가 더해져 입안 가득 호사스러운 풍미를 전해준다. 가격도 착하다. – 이고은(와인 수입사 보틀샤크 부대표)

2 라 그르나딘 
LA GRENADINE 

생산자 Domaine de la Combe aux Reves 품종 Gamay, Mondeuse 가격 5만원대
석류를 베이스로 한 달콤한 시럽을 의미하는 이름부터 마음에 든다. 잔에 따랐을 때 체리와 석류를 연상시키는 로맨틱한 컬러에 우선 설렌다. 강하게 톡 쏘는 대신 은은한 버블이 매력적인 ‘펫낫’ 계열이라 청량함은 그대로인데 훨씬 부드럽고 달콤하다. 마치 장미를 마시는 것 같다. – 이창한(옥수동의 아시안 컨템퍼러리 와인바 ‘제이드 앤 워터’ 셰프)

3 나베란 카바 다마 빈티지 브뤼 
2018 NAVERAN CAVA VINTAGE BRUT 2018 

생산자 Naveran 품종 Chardonnay 85%, Parellada 15% 가격 2~3만원대
꼭 샴페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세상은 넓고 싸고 좋은 스파클링은 많다. 유기농 재배한 샤르도네를 24개월 숙성시킨 스페인의 ‘까바’인데 웬만한 엔트리 샴페인 급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풋사과, 배 향기의 풋풋함과 향긋한 재스민 꽃 내음이 향기로워 요즘 같은 날씨에 자주 찾게 된다. 비스킷 향의 섬세한 버블과 산뜻한 피니시까지. 가격을 의심하게 되는 애정템. – 강윤지(상도동의 데일리 와인 편집숍 ‘갓 세이브 더 바틀’ 대표)

4 떼땅져 프레스티지 로제 브뤼 
TAITTINGER PRESTIGE ROSE BRUT 

생산자 Taittinger 품종 Pinot Noir, Chardonnay, Pinot Meunier 가격 10만원대 후반
떼땅져는 까다롭고 신중하게 선택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하우스 와인이다. 호텔의 상징이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리치한 바디감으로 오래 머물기보다는 입안 가득 깨끗한 느낌을 남기고 산뜻하게 사라지고, 부드럽고 섬세한 버블은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생동감 넘치는 과실감을 풍족하게 느낄 수 있으니 지금 계절에 딱 맞다. – 김성국(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헤드 소믈리에)

5 멈 그랑 코르동 
G.H.MUMM GRAND CORDON 

생산자 G.H.Mumm 품종 Pinot Noir, Chardonnay, Pinot Meunier 가격 10만원대
‘Celebrate New Beginnings’이라는 멈의 메시지처럼 축하하고 기념할 기쁜 날에 딱인 술이다. 프랑스 최고 영예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가 새겨진 보틀 디자인부터 개성이 넘치고 의기양양하다. 신선한 사과와 복숭아, 파인애플 향이 맨 처음 퍼지고 그 다음 강렬한 캐러멜 향이 입안 가득 남아 기분을 업시킨다. 산뜻한 산미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긴 여운을 남긴다. – 김경연(페르노리카 코리아 마케팅 이사)

6 뵈브 클리코 리치 
VEUVE CLIQUOT RICH 

생산자 Veuve Clicquot 품종 Pinot Noir, Meunier, Chardonnay 가격 8만원대
코로나19로 나들이나 여행도 쉽지 않은 날. 아쉽고 귀한 날엔 사랑하는 연인과 달콤하고 스타일리시한 샴페인을 마시며 만끽해야 한다. 뵈브 클리코 리치만 한 게 없다. 피노누아에 도사주(Dosage)를 결합해서 당도를 끌어올렸다. 과일의 신선함과 칵테일의 달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파인애플과 귤, 자몽, 산뜻한 시트러스가 특히 매력적이니 얼음을 동동 띄워 아주 차갑게 마시는 것도 좋다. – 조경진(파크 하얏트 서울 식음료 팀장)

7 자르데토,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ZARDETTO, PROSECCO EXTRA DRY 

생산자 Zardetto 품종 Glera , Chardonnay 가격 1만원대 후반
프로세코는 탱크에서 대량으로 2차 발효를 하는 샤르마 방식을 통해 생산한다. 작업에 비용이 절약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기분 좋은 산도감과 풍성한 스파클링, 매끄러운 질감까지. 꽃, 사과, 레몬을 닮은 풍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차갑게 식혀서 식전에 들이켜야 한다. – 박민규(24시간 문을 여는 강남의 와인, 주류 아울렛 ‘포도상회’ 매니저)

마음먹고 한잔

1 볼랭저 라 그랑 아네 
BOLINGER LA GRANDE ANNEE 

생산자 Bollinger 품종 Pinot Noir, Chardonnay 가격 30만원대
오크 발효에서 오는 다양한 향과 높은 피노 누아의 비율 덕분에 풍성한 바디감을 자랑한다. 기존 샴페인에 비해 2배 오래 숙성하여 맛이 깊다. 꿀, 생강빵, 계피, 헤이즐넛, 말린 꽃 향 등 시트러스 계열과는 또 다른 아로마가 좋다. 마지막 한 방울을 털어 마실 때까지 특유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섬세한 산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이창한(옥수동의 아시안 컨템퍼러리 와인바 ‘제이드 앤 워터’ 셰프)

2 2002 돔 페리뇽 플레니튜드 2 
2002 DOM PERIGNON PLENITUDE 2 

생산자 Moet&Chandon 품종 Chardonnay, Pinot Noir 가격 70만원대
돔페리뇽의 최상위 레이블인 플레니튜드는 감히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샴페인이라고 자부한다. 플레니튜드2는 약 15년간 두 번에 이르는 숙성 기간을 버텨 최고의 맛에 도달했을 때 부여하는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인생의 특별한 날 캐비아와 페어링해보길 추천한다. 그야말로 황홀하고 강렬하다. – 김성국(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헤드 소믈리에)

3 아르망 드 브리냑 로제 
ARMAND DE BRIGNAC ROSE 

생산자 Armand de Brignac 품종 Pinot Noir, Pinot Meunier 가격 1백30만원대
번쩍이는 보틀 디자인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샴페인 애호가들이 한 번쯤 마시고 싶어 한다는 그 샴페인. 생산 수량이 워낙 제한적이라 어느 순간부터 부르는 게 값이 됐을 정도다. 빈 병을 사서 소장하는 이들이 생길 정도라니 ‘플렉스’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핑크빛 보틀 디자인을 닮은 라즈베리, 체리, 딸기 향이 감돌아 싱그럽다. 첫맛은 상쾌하고 마지막엔 짙은 스모키 향이 복잡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 – 조경진(파크 하얏트 서울 식음료 팀장)

4 파이퍼 하이직 레어 2002 
PIPER HEIDSIECK RARE 2002 

생산자 PIPER HEIDSIECK 품종 Chardonnay, Pinot Noir 가격 30만원대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빛 티아라가 보틀을 감싼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듯 우아한 향과 화려한 기포가 황홀한 최고의 샴페인이다. 다채로운 열대과일과 이스트 향, 섬세하면서 화사한 버블이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마꾸 뽐낸다. 마릴린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이라는 수식어가 아주 제격이다. – 강윤지(상도동의 데일리 와인 편집숍 ‘갓 세이브 더 바틀’ 대표)

5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 로제 
PERRIER-JOUET BELLE EPOQUE ROSE 

생산자 Perrier Jouet 품종 Chardonnay, Pinot Noir, Pinot Meunier 가격 40만원대
아르누보의 대표작가 에밀 갈레가 선사한 아네모네꽃을 새긴 보틀은 보고만 있어도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강렬한 산딸기와 플로럴한 아로마는 정교한 버블과 장미, 자몽, 레드베리 향이 비스킷, 토피, 캐러멜의 풍미와 입안에서 만나 복합적인 재미를 가져다준다. 최고의 날씨로 작황이 뛰어난 해에만 철저한 검증을 거쳐 소량 생산한다. 우아하고 관능적이지만 아무렇게나 관대하지 않다. – 김경연(페르노리카 코리아 마케팅 이사)

6 크루그 클로 뒤 메닐 
KRUG CLOS DU MESNIL 2004 

생산자 Krug 품종 Chardonnay 가격 1백70만원대
2004년 유난히 관대하고 아름다운 날씨 덕분에 그해 수확한 포도는 어느 때보다 훌륭했다. 최고의 샤도네이만을 선별해 크룩 셀러에서 12년간 숙성한 크루그의 2004년 빈티지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크루그 클로 뒤 메닐 2004의 향과 맛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강렬한 금빛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이고 섬세하다. 훌륭한 산도감의 피니시 또한 단연 돋보인다. 최고의 샴페인 하우스가 만든 최고의 샴페인. – 박민규(24시간 문을 여는 강남의 와인, 주류 아울렛 ‘포도상회’ 매니저)

7 아얄라 블랑 드 블랑 
AYALA BLANC DE BLANCS 

생산자 Champagne Ayala 품종 Chardonnay 가격 20만원대
투명한 황금색 샴페인이 가득찬 보틀 디자인이 우선 눈길을 끈다. 차분하게 정제됐지만 강렬한 흰 복숭아와 자두, 열대 과일, 아몬드, 장미 향이 팡팡 터지듯 느껴진다. 첫 모금의 느낌은 섬세하고 정밀하다. 숨겨져 있던 풍성한 질감과 깊이는 시간이 좀 지난 후반부에야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상큼한 레몬버터소스를 끼얹은 흰살 생선 요리나 조개, 랍스터구이와 잘 맞다. 해산물 특유의 잡내와 비린 맛은 드러내고 기분 좋은 향긋함을 더한다. – 이고은(와인 수입사 보틀샤크 부대표)

    에디터
    최지웅
    포토그래퍼
    KIM MYUNG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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