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호텔에서 혼자, 김영대
김영대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다. <펜트하우스>의 주석훈을 스위트룸에서 떠나보내며.
3시즌을 시작한 <펜트하우스>가 피날레를 향해가고 있네요. 시즌제를 경험해보니 어때요?
시즌제라고는 하지만 중간에 일주일 정도 짧은 휴가를 보냈을 뿐 촬영을 쉬지는 않았거든요. 시즌제라고 하면 보통 찍어놓고 시간이 한참 흐르고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펜트하우스>는 시간이 시즌제에 따라서 흐르지는 않아요. 그냥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유독 긴 호흡이었죠. 장점은 무엇인가요?
긴 시간 동안 촬영을 하다 보니까 배우들이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돈독해졌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몰입이 잘되게 해주는 것 같아요. 특히 선배님들께서 정말 몰입감 있게 연기를 해주셔서 시청자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펜트하우스> 시즌3에서도 주석훈에겐 힘든 일이 많더군요. 하늘같이 아낀 여동생은 친동생이 아니라고 하고, 좋아하는 배로나와는 원수의 자식 사이가 되고.
“아빠가 뱀이면 나는 뱀 새끼인데 뱀 새끼 주제에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대사를 하죠. 워낙 모든 캐릭터의 서사가 심상치 않거든요. 인기 비결이 그것인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요즘 <펜트하우스>는 정말이지 휘몰아치고 있더군요. 오늘도 낮에 드라마 촬영을 다녀왔잖아요?
방송이 5주 남았는데, 이제 정말 끝이 다가오네요. 사실 제게 폭풍 같은 기간은 지나갔어요. 전에는 감독님께서 디렉션도 많이 주셨는데 지금은 가만히 지켜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끼리도 이 장면을 이렇게 하면 재미가 증폭되겠다 하면서 아이디어를 한창 많이 내던 시기가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죠.
시즌 1부터 3까지 ‘주석훈’은 어떻게 변화한 것 같아요?
다양한 방면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캐릭터의 성격과 색깔도 많이 바뀌었고 저의 연기력 측면에서도 시즌 1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느껴져요. 하하. 석훈이는 저랑 같이 큰 것 같아요.
배우 김영대도 많이 변했나요?
석훈이랑 같이 많이 배웠죠. 시즌 3의 김영대보다는 시즌 1의 김영대가 나은 것 같아요. 시즌 1은 가끔 제가 제 모습을 못 보겠더라고요.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스럽냐고 하면 늘 만족스럽지 않다고 하더군요. 반대로 만족스러운 건 없나요?
와, 정말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라 답변을 잘하고 싶은데요… 연예계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은 다들 너무 매력적이고 잘생기고 예쁘시잖아요. 그 와중에 저의 색깔도 1% 정도는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최근에 조금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무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나만의 색을 찾아서 좀 더 발색시켜보면 되지 않을까….
자신감이 없는 말투네요. 사실 살면서 온통 잘생겼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 같거든요. 아닌가요?
그런 말을 많이 듣긴 했어요, 솔직히.(웃음) 그런데 예기치 않게 연예계에서 일하게 되니까 잘생기고 매력적인 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어떻게 저런 사람이 나왔을까? 보면서 제가 막 작아져요.
그래도 어딘가에서 동력을 얻겠죠?
그런 분들이 많은 와중에도, 물론 곁에서 힘써주신 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죠. 저에게 차별화된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모르는 그것을 발견해주는 감독님들과 대중도 있지 않을까.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힘을 내야죠.
김영대를 만나본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굉장한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모두 주변에서 힘써주셨기 때문이죠. 그래서 잘해야만 되는 상황이고 늘 보답해야 하는 마음으로 하니까 못할 수가 없어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감사한 일이 너무 많거든요.
그 마음이 계속될까요? 아직은 신인 배우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 같아요?
이제 3년 정도 됐는데 저도 장담은 못하죠. 사람은 변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대표님이 저를 보고 하나도 안 변했다고 하시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요.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면서 변하고 싶거든요. 더 잘하고 싶어요. 낯간지러운 소리긴 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길은 아니었어요. 앞으로 변할지 안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지켜보고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펜트하우스>의 주석훈으로 유명해졌지만, 처음 배우 김영대를 본 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였어요. 어떤 사람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봤을 거고요.
특히 저의 작은 조각을 봐주셨던 분을 뵈면 너무 반가워요. 피부과 원장님은 BBC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언더커버>를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언더커버>도 정말 재밌게 찍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에게 저는 그냥 주석훈이죠. 초등학생들도 어머님들도 저를 보면 ‘주석훈이다!’ 이러시거든요. 지금은 그냥 ‘주석훈’이에요. ‘김영대’는 몰라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찍었을 때도 ‘오남주’라고 불리는 게 좋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세 작품 연속으로 계속 교복을 입었어요. 반항적이지만 마음은 지고지순한 캐릭터죠. 실제로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저의 인기는 전부 캐릭터들이 만들어준 것 같아요. 드라마의 덕을 보며 감독님이랑 작가님들이 만들어주신 캐릭터로 인기를 얻게 된 거죠. 실제 저는 반항적이지도 모범생 타입도 아니었어요. 노는 걸 좋아하고 활발한 아이였어요. 공부보다 축구, 농구를 좋아해서, 체육대회 이런 데에서는 수요가 많았어요. 선생님들도 좋아하시고요.
오래 유학 생활을 했는데,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했나요?
남자들은 학창시절에 친해지는 계기가 운동일 때가 많거든요. 운동을 잘하거나 매우 좋아하면 더욱 친해지기 쉽죠. 중학교 때는 축구부도 들면서 축구를 계속 했는데 고등학교 때 만난 중국 친구들은 축구보다 농구를 좋아해요. 그래서 농구로 전향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키가 컸어요. 자고 일어나면 커 있었어요.
그렇게 크면 무릎이 아프다던데요?
맞아요! 중국 가기 전에는 175cm였는데 어느새 8cm가 자랐어요.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는 말이 있는데 제 경험으로선 사실이에요. 낮잠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떨어지는 꿈을 꿔서 확 깼는데 뭔가 제가 늘어난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키가 커진 느낌이었어요. 진짜예요!
어른들 말로는 잘 먹고 잘 자야 키가 큰다고 해요. 유학 시절 가장 좋아하던 음식은 뭐였어요?
훠궈와 마라샹궈를 좋아해요. 그리고 토마토 달걀볶음도 좋아해요. 급식으로 맨날 나왔는데, 급식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음식이었죠. 양꼬치도 좋아하고요. 길거리에서 양꼬치가 1개에 1위안이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돈으로 150원이니까 정말 100개씩 먹었어요.
100개씩이요?
기본으로 60개씩은 먹었죠. 그렇게 먹어도 비싸지 않으니까요. 그 앞에서 기다리면서 굽는 족족 서서 먹는 거예요.
농구하고, 양꼬치 먹고. 여름 소년 영화 같기도 하네요.
<먼 훗날 우리>라는 영화 아세요? 그 비슷한 무드의 삶을 살았어요. 부모님과도 떨어져 사니까 꼬질꼬질하게 지냈어요. 상하이의 야경은 화려하고 예쁘지만, 그런 상하이도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비포장도로예요. 시골인 거죠. 밤늦게까지 축구하고 땀 흘리고 자고. 작은 방에서 친구들이랑 6명씩 같이 살았던 그때의 추억이 정말 좋아요. 그때 친구들하고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
실제로도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에게는 어떤 오빠예요?
저희는 항상 틱틱대는 원수지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정다감한 스타일도 아니에요. 딱 그 중간의 친구 같은 관계예요. 동생이랑 맛있는 것을 시켜 먹거나 이야기할 때는 친구 같아요. 독립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본가에 자주 가거든요.
혼자 사는 게 잘 맞아요?
유학을 하면서 쭉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 생활을 했거든요. 한국 돌아오고 가족과 다시 함께 살았는데, 처음 1년 정도는 정말 좋았어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너무 맛있는 밥도 먹고 삶의 질이 높아졌죠.(웃음) 그런데 역시 혼자 살던 습관이 있고 특히 부모님과는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았으니까 불편함도 느껴져서 독립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그 흔한 셀카 한 장이 없어요.
성격인 것 같아요. 셀카를 잘 못 찍기도 하고, 셀카를 잘 찍으려고 제 자신이 웃겨요. 성격인 것 같아요. 팬분들에게는 다른 방법으로 보답해드리려고 해요. 일상 사진을 많이 찍으려고 하거나요.
공교롭게도 밤에 촬영하게 되었고 자정이 다 되어가요. 밤이란 시간을 좋아해요?
네. 저는 밤에 찍는 화보가 좋아요. 부기가 다 빠져 있거든요.(웃음)
아침형인가? 올빼미형인가요?
굳이 나누면 올빼미형이지만 언젠가는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어요. 유학할 때는 무조건 6시 기상이었으니까 그땐 아침형이었어요. 거의 군대 스케줄과 비슷할 정도로 엄격했는데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뛰어야 해요. 나름대로 재미있었어요.
스케줄이 없으면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요?
성인이 되어 일을 시작하고 나니까 조용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밤시간뿐이에요.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온전하게 저의 시간을 누리며 이것저것 많이 해요. 밤에 TV 보면서 야식을 조금 먹을 때도 있고요. 맥주나 위스키를 한잔할 때도 있고, 조용히 생각도 하고 고민도 하고 괜히 센티멘털해지는 거죠.
가장 큰 고민이라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걸어온 길이 맞는가?’(웃음) 맨날 그렇지는 않고 가끔요.
다음 작품도 그렇게 고민하면서 정했군요. <별똥별>이라는 작품인데, 거기에선 뭘 얻고 싶어요?
다음 작품인 <별똥별>을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그동안의 모습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 나올 것 같아요. 여태까지의 캐릭터들은 제 성격과는 정말 반대였어요. 저는 활동적이고 장난도 좋아하는데, 차가운 첫인상과 이미지 때문인지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어요. 연기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저와 다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이번에는 저의 모습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돼요.
어떤 모습이 비슷해요?
톱스타 역할이에요. 멋진 모습 뒤에 허당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많아요.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 간의 케미가 중요하고 각자의 매력이 드러나야 하는 장르잖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대본을 보니 정말 재미있고 저랑 캐릭터도 비슷하더라고요. 작가님이 원래 엔터사 홍보팀에서 일을 하셨는데 그때 좌충우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나 봐요. 그때의 에피소드들을 글로 써야겠다 싶으셨던 것 같아요. 거기서 저는 톱스타 역할이고 여자 주인공이 홍보팀 직원이에요.
셀카도 안 찍는 사람인데 톱스타 연기를 하네요.
연기할 때라면 셀카도 잘해야죠. 저도 연예계도 톱스타도 잘 몰라서 대본으로 배우고 있어요. 이런 일이 있구나 신기해하면서 봤거든요. 저도 그랬으니까 시청자분들도 재미있으실 것 같아요.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긴 촬영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는데, 휴가는 있어요?
짧게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어요.
톱스타라면 어떤 휴가를 보낼까요?
톱스타라면 요트 타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호텔에 있지 않을까요? 사실 톱스타도 아니고 톱스타랑 친하지도 않아서 저도 이것저것 상상만 해요. 낯을 좀 가리다 보니 연예인 친구도 많이 없어요. 저는 아직 ‘연반인’이에요.
* 전체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포토그래퍼
- Choi Moon Hyuk
- 에디터
-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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