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나를 위한 저탄소 식단
유행하는 식단을 살펴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먹는 음식으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저탄소 식단’의 유행은 우리가 당면한 현대사회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지구를 치유하고 함께 건강하게 공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WHAT YOU EAT IS WHO YOU ARE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겠다.” 1825년,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평론가로 명성을 떨친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한 말이다. 이는 단순히 음식 섭취가 건강이나 몸매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그 시절은 먹는 음식으로 신분과 경제력을 알 수 있는 시대였으니. 2021년 버전으로 이 문장을 해석한다면, 식단이 당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혹은 종교상의 이유로 고기나 술을 먹지 않기도 하고, 개인의 신념에 따라 채식을 실천하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친환경 활동의 일종으로 ‘저탄소 식단’이 등장했다.
먹는 것이 어떻게 친환경 활동과 연계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면, 식재료의 생산부터 포장, 가공, 운송, 조리 과정, 먹고 난 후의 처리까지 포함한 일련의 과정을 떠올려보길. 특히 음식물쓰레기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강력한 종류인 메탄을 배출해 지구 온난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대기 중에 최대 200년까지 남아 지구 표면 온도를 빠르게 상승시켜 생태계 교란을 야기한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달음식 서비스가 2019년에 비해 109%나 늘었다고 한다. 이는 곧 온실가스의 일종인 이산화탄소배출량 또한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한 개인이 1년간 평균 194~390kg 정도의 식량을 낭비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배달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이로 인해 포장용기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고 식사 메뉴가 육류에 편중돼 탄소배출량이 더욱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죠.” 한국고기없는월요일 이현주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가 무심코 시켜 먹은 배달 음식과 고기가 지구에는 무거운 탄소발자국을 남겨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수의 기업은 사내 식당에서 저탄소 식단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실천하고, 국가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농산물임을 인증하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가정에서 개인이 저탄소 식단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육류 섭취를 지양하고, 채소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산업생태학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 부리토의 경우 야채 부리토보다 4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동일한 메뉴에서 식재료를 채소로 바꾸기만 해도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셈이기에,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탄소배출량이 높은 식품은 유제품이다. 현대인의 평균적인 식생활을 살펴보면 육류와 유제품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반 치즈와 버터 대신에 비건 치즈와 버터를, 우유 대신에 두유를 선택할 것. 더불어 수입 농산물은 비행기나 배를 이용한 운송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생활권 근처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철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자연스레 로컬 식재료를 선택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봄에는 향긋한 봄나물을 섭취하고 여름에는 배추, 상추, 깻잎과 같은 잎채소를 활용하자. 가을에는 영양이 풍부한 과일과 열매를, 겨울에는 당근, 우엉, 무를 포함한 뿌리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한다. 탄소배출량 감축은 물론, 맛과 영양이 풍부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친환경 목적으로 등장한 저탄소 식단이 대사증후군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복부 비만, 혈압, 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중에서 3가지 이상이 정상 수치 범위를 벗어난 경우, 대사증후군으로 분류된다.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유발하는 증상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위험 상태인 것. 대사증후군은 비만, 고칼로리 식습관,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한국의 30세 이상 성인에게서 3명 중 1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기본적으로 채식에 기반한 저탄소 식단은 미네랄과 비타민, 섬유질 등이 풍부해 체내 염증을 억제하고 혈액을 정화해준다. 또한 지방분해 효과가 있어 복부비만율을 낮춰주고, 자연스럽게 혈압과 혈당도 조절해 대사증후군 치료에 탁월하다. 저탄소 식단을 실천하면 가공 식품, 화학 첨가제, 환경 호르몬과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효과까지. 지구를 살리는 동시에 우리의 건강도 되찾는 일거양득인 셈!
SELF CHECK LIST
☐ 스스로 식단을 구성하고 요리한다.
☐ 식사 시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다.
☐ 일주일에 고기 섭취 횟수가 3일 이하다.
☐ 식재료 포장 용기의 재활용 여부를 꼼꼼히 살핀다.
☐ 장을 볼 때 일회용 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한다.
☐ 재래시장이나 지역농산물 매장을 애용한다.
☐ 유기농 제철 먹거리를 적극 활용한다.
☐ 식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이용한다.
☐ 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기 미사용 옵션을 선택한다.
☐ 주말 농장이나 자그마한 텃밭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나의 식단 탄소발자국 점수는?
8-10개
⇨ 짝짝짝! 환경 친화적 식단으로 지구를 보호하는 당신은 저탄소 식단 우등생. 기후 변화를 방지하고 생태계를 지키고 있었네요. 대사증후군도 철벽 방어 중이니, 이대로만 계속해주길 바라요.
4-7개
⇨ 저탄소 식단 새싹! 조금만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면 탄소발자국을 지울 수 있는 단계예요. 매일 실천하기 어렵다면 일주일에 며칠, 혹은 특정한 날을 지정해 저탄소 식단 습관을 들여보는 것을 추천해요.
1-3개
⇨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낮은 점수에 슬퍼하기는 일러요. 체크 리스트를 하나씩 차근차근 실천하다 보면 저탄소 식단에 가까워질 수 있답니다. 일단 오늘 저녁 메뉴로 비건 푸드 어때요?
저탄소 식단 실천 3 STEPS
1 직접 요리하자
무엇보다도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식물쓰레기다. 직접 식단을 구성하고 요리하면 적절한 양만 만들어 음식을 남기지 않게 된다. 더불어 식재료의 선택부터 메뉴, 조리 방법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으니 보다 적극적으로 저탄소를 실천할 수 있다. 또한 배달 음식은 소형 승용차보다 더 많은 대기오염 물질과 탄소를 배출하는 배달 오토바이로 인해 대기 오염을 유발하고,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것도 명심하자.
2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육류를 콩, 두부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탄소배출량이 높은 소와 양 대신 닭이나 오리고기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수입육 대신 국내 생산된 저탄소 인증 식품을 소비하거나, 고기 없는 요일을 지정해 육류 섭취 횟수를 제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푸드 마일리지가 낮은 식재료를 이용하자
푸드 마일리지는 먹을거리가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뜻한다. 따라서 푸드 마일리지가 클수록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늘어나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의미다. 더불어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방부제나 살충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 첨가물, 미생물 감염 등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식품 안정성도 떨어지게 된다.
헷갈리기 쉬운 식이요법
비건 식단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비건과 저탄소 식단은 일맥상통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비건은 육류 섭취를 금지하는데, 저탄소 식단은 육류를 최대한 줄이거나 유동적으로 대체육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수입농산물의 경우 비건 식단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저탄소 식단에서는 피해야 하는 재료다. 비건은 육류를 배제하는 것이 목적이자 방법인 식단인 반면, 저탄소 식단은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식사를 구성하는 것이다.
저탄고지 식단
다이어트의 일종으로 각광받는 저탄고지 식단은 ‘저탄수화물 고지방’을 의미하는 식이요법이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로도 불리는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이를 대체하는 열량으로 질 좋은 지방 섭취를 늘린다.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해 체내 지방 저장을 방해하는 원리다. 탄소배출량이 높은 버터, 오일, 육류의 비계 등 지방 함유가 높은 식재료를 주로 소비한다. 또한 이 식재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기에 저탄고지 식단은 저탄소 식단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점 외에는 대척점을 이룬다.
최신기사
- 에디터
- 신지수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비주얼 에디터
- 이하얀
- 모델
- 서유진
- 헤어
- 권도연
- 메이크업
- 김슬아
- 도움말
- 이현주(한국고기없는월요일 대표, 한약학박사)
- 참고 서적
- 임선영의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