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달군 뷰티 트렌드, 과연 2022년에도 계속될까?
2021년의 뷰티를 돌아볼 시간이다.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트렌드는 무엇이었을까. 그중 2022년까지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GOES ON
메이크업에 있어서는 완벽히 ‘온고지신’의 지혜가 깃든 한 해였다. 케이트 모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나오미 캠벨이 다시 우리의 뮤즈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시대에 걸음마를 떼었을 Z세대가 이를 주도했다는 것. 그들은 1990년대 메이크업과 스타일에 열광하고 멋들어지게 재해석했다. “룰이 없는 것이 요즘 메이크업 트렌드의 특징이긴 하지만, 1990년대 바이브는 그냥 지나칠 수 없죠. 틱톡과 같은 SNS 플랫폼으로 널리 퍼지고 있어요.” <얼루어 US>의 시니어 뷰티 에디터 다이애너 매조니(Dianna Mazzone)의 말이다. 립라이너와 립스틱으로 꽉꽉 메운 브라운 립 그리고 갈매기 모양의 가느다란 스키니 브로우가 다시 등장했다. 한때 촌스럽다 치부됐던 1990년대 풀 메이크업의 붐업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인해 완성됐다. 댄서들의 과감한 풀 메이크업 룩은 잊고 살았던 메이크업의 재미를 상기시켜주었다. 이 열기는 계속될 듯하다. 2000년대 초반, 즉 Y2K 스타일로 이어질 전망. 대표적으로는 핀 스트레이트 헤어와 글로시 립의 리부트를 꼽을 수 있다. 에디터는 이미 스트레이트 펌 예약을 마쳤다. 줄곧 웨이브를 유지했던 나다. 이 트렌드는 그만큼 강력하다.
OUT | AS YOU ARE
‘Au Naturel’, 자연 그대로를 향하는 뷰티 트렌드는 컬렉션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했지만,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거부할 자유를 외치는 의식의 변화에서 오기도 한다. 여기에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로 노 메이크업이 일상화되면서 더욱 유용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2021년의 “새로운 ‘노 메이크업’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더 섬세한 것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말이다. 날것처럼 보이지만 정교한 손길을 더한 메이크업이 강세였고, 이는 남자들에게 적용하기에도 제격이었다. 컬렉션과 리얼웨이에 두루 퍼진 트렌드, 그러나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네온 컬러와 과감한 주얼 아이 메이크업, Y2K 스타일의 파티 무드로 만연한, 두 눈이 번쩍 뜨이는 2022 컬렉션을 보고 있노라면 맹숭맹숭한 내추럴리즘은 더는 설자리가 없지 않을까?
GOES ON | 기세등등 클린 뷰티
필환경 시대가 열리고, 전 세계적인 역병의 확산으로 ‘클린 뷰티’라는 키워드는 더욱 굵직한 뷰티 키워드로 자리했다. 16년간 줄기차게 지속 가능성,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온 <얼루어>는 올해 클린 뷰티의 기준을 세웠다. <베스트 오브 뷰티> 어워드에 클린 어워드를 신설, 각 카테고리별 올해 최고의 클린 뷰티 아이템을 선정해 소개했다. 이런 관심은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월, EWG는 브랜드 독점 개발 성분에 안전성 여부를 인증하는 새로운 클린 뷰티 인증 제공을 시작했고, 세포라는 석유 기반 성분을 금지하는 ‘클린 플러스’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자체 클린 뷰티 기준을 강화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닐슨 IQ(NielsenIQ)에 따르면 클린 뷰티는 1년 동안 8.1% 성장했다고 한다. 소비자 중 40%가 천연 성분을, 17.5%는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 15.8%는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향이 MZ 세대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GOES ON | ANOTHER MUSE
올해 뷰티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로지.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인 그녀는 MZ세대가 선호하는 특징을 반영해 창조된 인물이다. 2021년 로지와 네 차례 협업을 진행한 헤라에 따르면 소비자의 반응도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메타버스, 세계관, 부캐 등의 문화를 즐기는 요즘 소비자들은 버추얼 인플루언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반응이 좋아서 블랙쿠션, 센슈얼 파우더 등 브랜드 주요 제품을 로지와 함께할 예정입니다.” 헤라MC팀 김옥인은 이와 같이 전했다. 개인사로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도 없고 시간과 체력은 무한대인 브랜드 모델이라니. 이 시장의 지속과 미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MAYBE | 마스크 저격템
<얼루어> 뷰티팀은 매달 100여 개의 신제품을 마주하는데,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수식어구는 단연 마스크 관련 신조어들이었다. ‘마스크 트러블’, ‘마스크 프렌들리’, ‘마스크 저격’…. 마스크 착용으로 생긴 피부 고민을 덜어주는 제품들이 대거 출시된 것. 마스크 아래 고통받은 피부를 진정&재생시키는 스킨케어와 묻어남이 적은 텍스처를 만들고자 고군분투한 메이크업 제품들까지. 항균 효과의 페이셜 클렌저, 마스크 디자인의 특화된 시트 마스크, 립스틱보다 섬세한 컬러를 입혀주는 립밤 등 마스크 케어를 빼고는 2021년 뷰티를 회고하긴 힘들 거다. 이 트렌드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지난 6월, 블록체인 기반 설문조사 앱 ‘더폴’에 의뢰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마스크를 계속 쓸 것이라 답한 이는 29.31%. 싫으나 좋으나 마스크 뷰티는 계속될 예정이다. 쭉!
GOES ON | BEAUTY TECH IN PENDEMIC
집콕의 날들이었다. 덕분에 홈케어 제품은 활황이었는데 특히 에스테틱, 미용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특별 케어가 가능한 디바이스들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때문에 올해 뷰티팀은 수많은 디바이스를 쓰고 쪼이고 밀면서 보냈다. 두피 관리, 헤어스타일링, 숙면 보조용 그리고 속눈썹 전용 미니 디바이스까지 <얼루어>에 디바이스를 소개하는 기사는 끊임이 없었다. ‘스테이케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이를 위한 보디 필링 디바이스, 네일아트 즉석 프린터기, 소품 광세척기, 홈트 기기 등도 소개됐다. 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AI 디바이스들도 각광을 받았다. 이들은 대면하지 않고도 전문적인 피부 측정, 전문가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2021년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뷰티 테크’는 소비자의 결정과 선호도를 영원히 바꿀 5대 트렌드로 꼽혔다. 우리의 뷰티 루틴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더욱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코로나 시국에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밀접 접촉이다. 룰루랩의 ‘루미니 키오스크 V2(LUMINI Kisk V2)’는 피부과 전문의와 뷰티 컨설턴트를 자처한 인공지능 모니터다.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해준다. ‘제트미러(Zmirror)’는 유튜브 세대라 칭하는 Z세대를 저격한 인공지능(AI)에 증강현실(AR)을 더한 스마트 메이크업 미러다. 거울 안에 유튜브 영상을 띄워 영상을 보면서 메이크업을 따라 할 수 있게 설계한 것. 증강현실은 얼굴에 가상 메이크업을 해주기도 한다. 컬러 스타일리스트를 대신하는 AI 기반 가정용 맞춤형 립스틱 기기도 있다. 입생로랑의 ‘루즈 쉬르 므쥐르 바이 페르소’는 옷차림에 맞는 립스틱 색상을 추천하고, 실제 바를 수 있는 맞춤형 색상을 토출해낸다.
GOES ON | 뷰티 & 웰니스, 코로나를 이기는 힘이 되다
코로나 블루가 심상치 않았다. 한국리서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에 비해 불행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조사 대상 중 50%에 이르렀다. 감염과 자가격리를 하면서 우울증,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름의 힐링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얼루어>도 힐링 리추얼에 도움을 줄 배스 밤, 아로마 오일, 가지각색 괄사, 인센스 스틱, 불면증 극복 방법 등을 줄지어 소개했다. 창간 18주년 특집호에는 ‘리트리트’를 테마로 우리를 다독이고 다시금 일으켜 세울 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유튜브 그린 얼루어 채널을 통해 ‘생활 속 하루 10분 명상 리트리트’ 시리즈를 공개했고, 이후에도 ‘5DAY RITUAL’ 캠페인으로 작은 도움이 되고자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혼자 노는 일이 일상이 된 세상, 뷰티 & 웰니스는 ‘나나랜드’에서 즐길 수 있는 일용할 놀이가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우리를 ‘블루’하게 만들 복병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몸과 마음의 치유와 관련된 산업이 정체되거나 사라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MAYBE | 향으로 채워진 뷰티 세상
최고의 매출 신장을 이룬 뷰티 카테고리는 단연 향수였다. 매장에서 시향이 금지된 상황임에도 나 자신을 위한 소비로 향을 선택했다. 고가일수록 인기도 높았다. 올해 20~30만원대의 니치 향수의 판매가 가장 크게 늘었고, 이들을 판매하는 주요 백화점은 2021년 상반기 향수 매출이 작년 대비 30~60% 성장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향수 시장도 올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82% 성장했고, 향수에 비교적 문외한이었던 중국에서는 향수 리테일 판매가 지난해 14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는 19억7000만 달러로 올랐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에서 줄지어 더 비싼 향수를 출시하는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디올은 최초의 향수 ‘미스 디올’의 새로운 향수인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을 출시했고, 에스티 로더도 새로운 럭셔리 프래그런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NPD의 뷰티 파트 부사장 라리사 젠슨(Larissa Jenson)은 WWD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향수 부문의 성장은 올해 3월 정점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두 자릿수 성장입니다.” 이 향수 붐이 이대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 에디터
- 이정혜
- 포토그래퍼
- MOK JUNG WOOK, KIM SUN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