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냈어요? 21명의 사람들의 2021년 이야기

팬데믹 이후 두 번째 해를 사람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며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21명의 사람들의 2021년 이야기.

서효인
시인, 안온북스 대표

2021년의 사건 내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출판 위기, 최장기 불황, 독서 시장의 붕괴 같은 말이 심지어 지겹게 느껴지는 이때에 다소 위험한 결단을 했다. 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잘해보겠다.
최고의 음식 셋째 이모와 막내 이모가 광주광역시 운암동에서 운영하는 보리굴비집 ‘남도미 굴비정식’에 신용목, 박준, 임경섭 시인과 늦은 오후에 방문해 마감 시간에 나왔다. 얼음을 띄운 녹차물에 밥을 말고 한 숟가락 들어 올린 후, 거기에 굴비 한 점을 올릴 것. 사이드 메뉴로는 홍어삼합과 낙지초무침 등이 있다… 잠깐, 이거 사이드 아닌 거 같은데?
잘 산 물건 일산 킨텍스 현대백화점 에피그램 매장에서 산 여름 재킷. 옅은 아이보리색에 잔잔한 체크무늬가 있다. 누가 예쁘다고 말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혼자 그저 맘에 들어하고 있음. 훌륭하다 내 자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아이들 레고를 사 주겠다. 12만원 꽉 채워서. 아내가 늘 반대해서 뜻을 이룬 적이 없다. 물론 아내 말이 대체로 맞다고 생각함.
가장 흥미로운 인물 에스파 윈터. SM이라는 거푸집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매끄러움 안에 종종 보이는 인간적 매력. 걸그룹의 넥스트 레벨이며, 그중 센터.
가장 행복한 순간 여자배구 도쿄올림픽 일본과 5세트, 역전해서 이겼던 순간.
많이 들은 음악 오마이걸 ‘던던댄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2020년에 가족들과 다낭에 가려고 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하와이를 가겠다. 돈 많이 벌어둬야 함.
요즘 고민하는 것 출판사를 어떻게 하면 잘 운영할까? 지속 가능한 출판이 가능할까? 좋은 책과 잘 팔리는 책의 거리감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전효진
르쏘넷 대표

2021년의 사건 내 브랜드 르쏘넷을 시작한 것. 그린 위의 스포티라이프는 물론, 그보다 많은 일상을 보내는 어반 라이프에서도 낯설지 않길 원했다.
최고의 음식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고 있다. 캠핑장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 역시 최고다. 삼양라면 60주년 에디션 라면을 보글보글 끓여 먹는다.
잘 산 물건 돌체앤가바나의 디보션백. 돌체앤가바나 브랜드를 다시 구입한 의미도 있고, 평소 선호하는 실용성 있는 빅백 대신 미니백을 선택한 게 내게는 여유랄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캐디피로 사용할 것. 필드에 나갈 땐 르쏘넷에서 만든 페티 캐시 파우치에 현금을 넣어간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스트릿 우먼 파이터> 홀리뱅의 허니제이.
가장 행복한 순간 두 가지가 떠오른다. 올해 칩 버디샷을 친 것. 그리고 친구들과 캠핑을 하며 양미리를 구워 먹던 순간.
많이 들은 음악 카더가든과 잔나비 1집의 모든 노래. 사람들이 캠핑장에 오면 어김없이 이 노래를 틀더라.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해외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싶다. 하와이, LA, 호주, 태국이면 어디든 좋겠다.
요즘 고민하는 것 내년 봄/여름 컬렉션을 어떻게 만들까.

이설
배우

2021년의 사건 할머니집 앵두나무에 2년 만에 앵두가 주렁주렁 열렸다. 오래된 나무에서는 달콤한 열매가 열리고 새로 태어난 나무에서는 새콤한 열매가 열려서 한 바구니에 반반씩 따서 한 움큼씩 먹었다. 내가 씨를 아무 데나 뱉어서 싹을 틔운 앵두나무가 너무 많다며 할머니가 말도 씨가 되니 항상 말조심하라고 했다. 뜬금없이 혼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고의 음식 뒤늦게 마라탕의 매력에 빠졌다. 마라영웅 마라탕 1단계 약간 매운맛에 양고기와 각종 채소, 푸주, 건두부, 넓적당면, 줄줄이밀떡을 추가해 먹는다. 점점 혼자서 시켜 먹는 그램수가 과감해지고 있다.
잘 산 물건 아이패드 5세대 12.9인치. 요즘 현장에 가보면 종이 대신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대본이나 일정표가 수정될 때마다 스마트폰 따로 수첩 따로 쓰다 보니 정리가 되지 않아 나도 따라 샀다. 기기를 넣고 다닐 인케이스 노트북 백팩도 샀다. 이렇게 됐으니 아껴서 오래오래 써야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장을 좀 봐야겠다. 요즘 장을 안 본 지 오래돼 집에 먹을 것이 없다. 비타민도 한 통 사야겠다. 오메가도 살까?
가장 흥미로운 인물 안구건조증이 있거나 있었던 사람. 요즘 안구건조증과 충혈이 너무 심하다. 동지들을 만나면 안구건조증을 타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요즘 가장 큰 관심사.
가장 행복한 순간 최진영 작가님을 만난 것. 작년에 친필 사인과 편지를 받은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는데 실제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마주 앉아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니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쩜 그런 소설들을 써낼까? 대비되는 그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사랑해요 최진영!
많이 들은 음악 선우정아 ‘도망가자’. 올 초부터 들었는데 광고에도 나와서 반가웠다. 선우정아 님 응원해요.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그간 못간 여행을 생각해서 큰맘 먹고 비즈니스석을 끊은 다음… 어디로 가지? 어디든 갈 거다! 가서 깨끗하고 안전한 숙소에서 한 달 정도 머물고 싶다. 뭘 하지 않아도 매일매일 특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요즘 고민하는 것 이제 내년에 서른이다. 스물을 앞둔 열아홉이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었다면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은 어딘지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게 되는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20대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 정도는 알게 됐으니 서른이 될 준비는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하예진
아트디렉터, 젠틀몬스터 프로젝트파트 & 누데이크 총괄 파트장

2021년의 사건 혼인신고.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법적 가족이라는 걸 증명하는 종이 한 장의 위엄을 체감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
최고의 음식 강릉 본가 동해막국수의 명태식해가 올라간 물막국수와 메밀전. 넓적한 전에 김치와 부추가 쿨하게 툭 올라가 있는데 그 조합이 기가 막힌다. 게다가 단돈 5천원. 지금도 군침이 돌 정도다.
잘 산 물건 빈티지 가구 사이트에서 주문한 프랑스 브랜드 ‘사르그민 디구앙’의 피시 모양 세라믹 플레이트. 빈티지 특유의 잔 기스나 크랙이 있긴 하지만, 호빵 하나만 올려도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놀라운 능력의 접시다. 약간 빛이 바랜 듯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오묘한 컬러가 특히나 매력적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개당 5만원 내외의 클래식한 형태의 와인잔 두 개와 만원 내외의 문학동네 시인선 시리즈 신간 시집 두 권.
가장 흥미로운 인물 말해 무엇할까? 윤여정. 이제 클리셰가 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문장을 멋지게 재증명해낸 여자.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선보인 그녀의 위트와 우아함에 박수를. 그녀를 보면서 내 인생의 플래닝을 더 크고 멋지게 계획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행복한 순간 10월에 떠났던 일주일간의 제주 여행. 원래는 계획이 무진장 많았는데 서귀포 구두미항이라는 곳에 반해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거기에 머물며 종일 수영이나 했다. 호텔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일출과 함께 하루를 시작, 일몰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 그 일주일이 너무나 행복했다.
많이 들은 음악 장기호의 ‘왜 날’. 엔니오 모리코네의 ‘Piano Solo’. 김광민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MBC 수요예술무대 라이브 버전.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부의 시라쿠사로 예쁜 수영복과 책 몇 권만 챙겨 떠나야지. 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랗고 뜨거운 태양이 주는 낭만에 흠뻑 취하고 싶다. 종일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원피스만 툭 걸쳐 입고 나와 자전거를 타면서 도시를 돌아보고 바닷가 근처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면서. 그런 아주 뻔한 낭만, 자유로운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
요즘 고민하는 것 우아하고 건강하고 섹시한 할머니가 되기 위한 고민. 오글거리지만 스스로를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god의 노래 ‘길’의 가사처럼.

최문혁
사진가

2021년의 사건 스튜디오를 이전했다. 야외 공간도, 해가 드는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성수동 공장을 찾았다. 성수동 공장의 골조는 남기되 최대한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으로 개조했다. 이름은 커낼 스튜디오(Canal Studio)로 지었다.
최고의 음식 코감기가 심할 때 광장동 명가순대국에서 먹었던 순댓국. 다른 재료 말고 딱 새우젓만 넣어서 먹어보라.
잘 산 물건 불레또 반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11만9천원으로 나이키 덩크로우를 사고, 블루 컬러의 라이터를 사겠다. 요즘 파란색 물건을 보면 사고 싶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아들 최로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해주는 인물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 10월 중순 마감 후 찾은 가을 골프장.
많이 들은 음악 기리보이의 ‘찰칵’.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발리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맥주 마시면서 수영하기.
요즘 고민하는 것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심은경
배우

2021년의 사건 개인적으로는 올해 3월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보게 된 것. 사회를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데, 일본어로 사회를 봐야 했다. 인생의 몇 안 되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최고의 음식 곱창전골. 일본에 살면서 갑자기 한국음식, 그것도 곱창전골이 너무 먹고 싶어서 도쿄에 있는 한국식당에 가서 곱창전골을 잔뜩 먹었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요즘도 계속 생각날 정도.
잘 산 물건 일본의 스타일리스트 겸 패션 에디터인 스케자네 토모키 님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브랜드 ‘랑방 컬렉션’에서 구입한 옷. 코트가 너무너무 예쁘다! 프렌치 스타일의 엘리건트한 실루엣이 매력적인 코트!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도 있다. 주로 1990년대 올드 스쿨 장르의 카세트테이프가 많네. 아날로그 감성 물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중고 비디오 캠코더 혹은 8mm 필름카메라를 사고 싶다. 잘 사용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12만원이 넘을 수도?
가장 흥미로운 인물 같이 작업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음악과 패션 이야기만으로 하루가 금방 가고 배울 점도 많은 나의 롤 모델. 괴짜이면서 자상하신 멋진 어른의 표본이다. 그리고 에스파! 곡도 퍼포먼스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에스파는 아이돌이 아닌 락스타이다. 에스파의 ‘I’ll Make You Cry’를 들어보면 내 마음을 알 수 있을 거다. 흡사 서태지의 6집 수록곡 ‘오렌지’가 떠오를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 시 한 편을 완성하고 나서. 사실 나도 이걸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냈다는 그 성취감.
많이 들은 음악 더 스미스의 ‘The Headmaster Ritual’. 더 스미스의 음악을 제대로 접한 건 올해 들어서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코로나19 이전엔 록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도 이런저런 핑계 또는 일이 바빠서 항상 가질 못했다. 페스티벌에 가서 실컷 음악을 들으면서 심취하고 싶다. 취향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 근데 이건 지금도 하면 할 수 있으려나.
요즘 고민하는 것 “어린 시절의 나는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에 빠져 살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게 상담을 해달라고 요구해왔더라도 들어줄 시간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당시의 나는 내가 따돌림을 받았다고 느꼈고, 그로 인해 상처받았다.” 앤디 워홀의 말.

남윤수
배우

2021년의 사건 한창 <연모> 막바지 촬영 중인데 요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이다. 피로가 쌓여서인지 하루 걸러 하루 양쪽 눈에 다래끼가 생겨버렸다. 그저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
최고의 음식 신설동에 있는 어머니대성집. 해장국에 소고기 수육을 추가한다.
잘 산 물건 브라운 전기 면도기. 올해 산 것 중 제일 마음에 든다. 밤낮없이 촬영하다 보면 면도할 힘도 없는데 정말 편리하다. 이런 사소한 것에 만족을 느끼는 편.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12만원짜리 중고 자전거 장만하기. 동네 돌아다닐 때 타면 좋을 것 같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티모시 샬라메. 묘한 눈 안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모든 감정이. 좋은 의미에서 굉장히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 최근 오랜만에 매거진 화보 촬영을 했는데 뭔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배우로서 임한 화보 촬영이지만 나는 또한 모델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이든 연기든 결국 감정을 표현하는 건 같은 법. 결과물도 마음에 들고. 또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많이 들은 음악 쳇 베이커의 ‘I Fall in Love Too Easily’.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캠핑에 관심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산으로 강으로 캠핑하러 가고 싶다. 꼭 추운 날씨에. 자연이 주는 힐링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요즘 고민하는 것 우선 내년에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고, 배우로서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그건 늘 고민이다. 내가 나의 한계점을 넘어설 수 있을까? 내 안에 있는 감정을 증폭시켜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주희
엣나인필름 마케팅 총괄 이사

2021년의 사건 연이은 개봉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 겹쳐서 한창 몸도 마음도 들떠 있을 때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14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마음 놓고 휴가 한 번 못 떠나는 성격 탓에 강제 격리 판정을 받았을 때 속세를 떠나는 심정이었다. 모처럼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시즌 1부터 3까지와 <영 로열스> 넷플릭스 시리즈와 쌓아둔 책을 마음껏 보고 읽었다.
최고의 음식 청담동 프렌치 레스토랑 윌로뜨의 에디트 피아프 겨울이야기 코스. 불우했던 어린 피아프를 생각하며 만든 생대구 콘소메 위에 그녀가 살았을 낡고 차가운 나무 바닥을 우엉칩으로 표현했다. 이승준 셰프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자연주의 프렌치가 어우러져 요리가 예술의 경지로 승화하는 걸 직접 경험했다.
잘 산 물건 세라젬! 어느덧 몸에 좋은 건 뭐든 하는 나이가 되었다. 온열 척추 교정기인데 자세 교정에 아주 효과적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마침 딱 떨어진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1개월분(9만원)과 기분전환용 3만원짜리 아이폰 케이스를 사겠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드랙퀸 모어(모지민). 내년에 이일하 감독이 연출한 모어에 관한 다큐멘터리 <모어>의 개봉을 준비하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어려운 질문. 기억에 남을 만큼 행복한 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휴대폰 사진첩을 보니 친구들과 떠난 우도 여행에서도, 올해 다시 열린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도, 영화 개봉 행사 때도, 내 생일날도, 심지어 야근을 할 때도 난 진심으로 웃고 있었네.
많이 들은 음악 음악은 주로 차에서 듣는다. 최근 기분을 끌어올릴 때 자주 듣는 음악은 위켄드의 ‘Blinding Lights’, 저스틴 비버, 더 키드 라로이의 ‘Stay’ 등이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아직 우리의 극장은, 영화적 순간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믿는다. 2년간 가지 못한 해외 영화제의 마켓을 열심히 다녀볼 생각이다 베를린, 칸, 홍콩, 도쿄 AFM 등등.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슴을 흔드는 새로운 영화를 열심히 찾아서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다. ‘베프’와 단둘이 일본의 오래된 온천이나 하와이 할레쿨라니 호텔에서 푹 쉬고 싶다.
요즘 고민하는 것 엄마의 건강과 웰 다잉.

앨런 S. 김(Alan Sun Kim)
배우

2021년의 사건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것. 나는 1학년 때는 학교를 다녔지만, 2학년 때는 누나 뮤지컬 내셔널 투어(Frozen Broadway Musical National Tour) 때문에 홈스쿨링을 했다. 3학년 때는 코로나19로 홈스쿨링을 했고. 실리콘 밸리에서 오래 살았는데 얼바인으로 이사를 오면서 다니게 된 새로운 학교가 너무 좋다. 선생님도 좋고 친구들도 좋다. 다들 내가 배우인 걸 알고 신기하다고 해요.
최고의 음식 엄마가 만들어준 바비큐 피자. 도우에 치킨, 바비큐 소스, 파인애플이랑 치즈가 들어가는데 진짜 맛있다. 평소엔 잘 안 먹어서 엄마한테 혼나곤 하는데 엄마의 피자는 맛있어서 많이 먹는다.
잘 산 물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드 프리미어에 갔는데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영화를 보고 엄마랑 미국의 큰 마트 타깃에 가서 영화에 나오는 팔찌를 사서 놀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팔에 끼고 손으로 누르면 링이 앞으로 막 나간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돈은 전부 저금할 것이다. 지금 뱅크에 열심히 모으고 있는데 더 많이 모아서 아주 크고 비싼 걸 사고 싶다. 예를 들면 아주 큰 레고 같은 거?
가장 흥미로운 인물 사람은 아니지만…우리 강아지 크림이. 항상 날 웃게 해주는 내 동생이다. 근데 크림이는 내가 자기 동생인 줄 아는 것 같다. 나를 막 아기처럼 대한다. 핥아주고 누나가 날 괴롭히려고 하면 그러지 못하게 날 지켜준다.
가장 행복한 순간 내 생일날. 우리 동네 얼바인에는 부머스라는 작은 놀이 동산이 있다. 지미 팰런 쇼에 나갔을 때 지미 아저씨가 생일에 뭐 할 거냐고 물어봐서 우리 동네에 있는 부머스에 가서 놀 거라고 말했는데, 부머스에서 연락이 왔더라. 파티를 아주 멋지게 해주셨다. 부머스,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많이 들은 음악 BTS의 ‘Dynamite’. 그리고 마룬5의 ‘Sugar’.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로드트립 가고 싶다. 우리 패밀리랑 캠핑카를 타고 되게 많은 곳에 가보고 싶다. 우리 크림이가 이제 멀미도 안 하니까 크림이도 분명 좋아할 것 같다.
요즘 고민하는 것 크림이가 아플까봐 그게 걱정이다. 크림이는 이제 두 살인데 지금은 엄청 건강하고 씩씩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아플까봐 너무 걱정이다. 아프지 말고 우리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크림아.

김리나
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마케팅 팀장

2021년의 사건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 노력하고, 정신 건강을 위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 받은 건강 검진의 결과가 좋다. 스트레스 지수도 낮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공식 인증을 받은 느낌.
최고의 음식 최근 <백수세끼>라는 음식 드라마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음식 드라마이다 보니 포스터 촬영날 음식 소품이 많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일을 하고 남은 소품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것 아닌가. 심지어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식빵이 그렇게 맛있을 일인가.
잘 산 물건 자전거! 집에서 회사까지 한강을 쭉 따라가면 되는 경로라 하얀색 자전거를 구입했다. 동네 자전거 매장에서 구입했는데 뭔가 전문가적인 손길로 내 몸에 딱 맞게 튜닝을 해주는 거다. 누가 보면 사이클 선수인 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얼마 전 도자기 공방 수업을 들었는데 재미있었으므로 거기에 7만원, 나머지 5만원은 친구랑 영화 보는 데 다 쓸 작정. 요즘 티모시 샬라메에 빠져 있는데 마침 곧 <프렌치 디스패치>가 개봉한다고? <라스트 듀얼>도 볼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팀 후배들. 올해 처음으로 팀장이 된 내가 많이 서툴렀을 텐데 이해해줘서 감사하고, 더 좋은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매일매일 고민할 것이다. 배울 점도 많고, 늘 많은 자극을 주는 후배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합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질문을 보자마자 갑자기 엄마랑 침대에 누워서 수다 떨던 순간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엄마 앞에서 까불 때 가장 신이 나고 행복한 것 같다.
많이 들은 음악 4월에 콜린의 ‘Orange’에 푹 빠졌는데 한 달 내내 그 노래만 ‘한 곡 반복 재생’했다. NCT 드림의 ‘고래(Dive Into You)’도 자주 들었고.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무조건 여행. 휴대폰 메모장에 코로나19 이후 가고 싶은 곳을 적어놨다. 잠시 리스트를 공개하자면,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오베르트라운, 스페인 론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미국 포틀랜드&유진, 부산국제영화제, 하동 삼성궁 등. 엄마의 환갑여행도 가야 한다.
요즘 고민하는 것 편안함은 정서적 안정을 주지만 때로는 나태하게 되고, 불안감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어쩌면 스스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두 마음의 균형을 잘 맞추며 나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

소민준
몽클레르 PR

2021년의 사건 자전거에 꽂혀서 따릉이를 타고 왕복 20km 정도의 거리를 오고 간 일. 아주 오래 걸리고 힘도 들었지만 김연경 선수의 유니폼을 입은 탓에 마치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으로 완주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망원지구에서 고양시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사계절 다 너무 예쁜 길. 더 추워지기 전에 라이딩 한 번 더 다녀올 예정.
최고의 음식 최근 몽클레르가 젠틀몬스터와 협업을 하게 되면서 업무차 젠틀몬스터 PR 팀장님을 알게 됐다. 그분은 서굣이라는 가상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샐러드 파스타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맛을 보게 되었는데 덜 익은 파스타 면과 후숙되지 않은 아보카도에 말못할 실망을 해야만 했다. 명예 회복을 하고 싶었는지 얼마 후 각 잡고 다시 초대를 하길래 다시 방문. 그날 먹은 레몬 크림 파스타와 단호박 수프는 단연 올해의 최고 음식.
잘 산 물건 불행하게도 직접 산 것 중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대신 생일날 친구가 선물해준 나이키 덩크 로우를 말하고 싶다. 마르고 닳도록 신어서 오죽하면 빈티지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겨울을 맞이해 새 향수를 장만하고 싶다. 우드 향을 좋아하는데 마침, 공교롭게도 몽클레르에서 향수를 출시했다는 소식. 우드와 머스크 향이 담긴 몽클레르 뿌르 옴므(11만원)를 사고 남은 만원으로는 몬스터 피자에서 피맥을.
가장 흥미로운 인물 허니제이. 메가 크루 미션을 시작으로 홀리뱅과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 후 허니제이 선생님의 인터뷰와 영상을 성실히 챙겨 본다.
가장 행복한 순간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경기. 그중에서도 한일전 5세트. 한일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유례없는 대역전극이라는 점에서 경기가 끝난 후에도 여러 번 복습을 했을 정도다. 운동할 때 김연경 선수 유니폼을 입고 그날의 경기를 되새기며 열심히 운동을 한다. 스파이크와 블로킹을 연습하면서.
많이 들은 음악 샘킴의 ‘향기’.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샘킴인데, 그의 노래 중 ‘향기’를 가장 좋아한다. 신곡은 아니지만 늘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날씨에 아주 ‘찰떡’이니 꼭 한번 들어보시길!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지난해 생일 기념으로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취소했다. 늘 아쉬웠는데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하지 못한 사진전을 꼭 열 생각이다. 하는 김에 운동회를 열어볼까 그런 생각도 하는 중.
요즘 고민하는 것 겨울 아우터웨어가 패딩뿐이라 올해는 멋들어진 코트 한 벌을 사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걸 찾기가 영 쉽지 않다. <얼루어> 12월호를 주의 깊게 봐야겠다.

김준원
밴드 글렌체크, 보컬, 작곡가

2021년의 사건 글렌체크 멤버인 혁준이와 스타크래프트2에서 2:2 다이아몬드 티어를 얻은 것. 마스터의 길로 향하는 중.
최고의 음식 신사동 스시사카우에서 주는 장국, 아귀 간, 그리고 식후에 주는 로스팅 된 피칸. 잊을 수가 없다.
잘 산 물건 인터넷으로 산 기타 펜더 재규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둔다. 한 번에 쓰든, 나눠 쓰든 지금 12만원으로 사고 싶은 뭐가 없으므로.
가장 흥미로운 인물 <듄>의 드니 빌뇌브 감독. 지금 가장 능력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 글렌체크의 새 앨범 수록곡을 다 완성했을 때. 작품을 완성하는 순간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다.
많이 들은 음악 글렌체크의 새 앨범. 원래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거나 하지 않는 편이라.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활발한 공연을 하고 싶다. 할 것이다!
요즘 고민하는 것 너무 많은 고민이 있는데 말하기엔 너무 적나라한 것들이라 말을 아끼기로 한다. 누구든 주저하지 않고 자기 고민을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허윤선
<얼루어 코리아> 피처 디렉터

2021년의 사건 백신 접종. 늘 연예인을 비롯한 많은 스태프와 촬영장에서 만나게 되는 만큼, ‘잔여백신’이라는 걸 시작한다고 했을 때 전화를 돌리고 대기를 건 끝에 8월 초에 접종을 완료했다. 크게 달라진 것 없지만, 아무튼 올해 코 한 번 안 찌르고 넘어갔으니 만족. 한 가지 더한다면 5년 만에 두 번째 책 <내가 사랑하는 빨강>을 낸 것.
최고의 음식 속초 오징어난전에서 맛본 오징어회, 통찜, 무침 3종 세트. 아, 신선한 오징어 내장이 가득 들어 있는 라면도 먹었다. 다 먹고 3만원을 내고 거슬러 받았다.
잘 산 물건 셀린느 아코디언 형태의 카드지갑. 왜 진작 안 썼을까 싶게 각종 카드며 명함이 무제한으로 들어간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뉴발란스 327 스니커즈에 빠져있는데, 정가는 10만9천원인데 왜 살 수가 없을까? 235사이즈의 327을 살 수 없다면 신라호텔 아리아께에서 점심 세트를 사먹어야지. ‘스시 오마카세’라는 것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다 보니 차라리 호텔이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
가장 흥미로운 인물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 <듄>을 보며 또 한번 감탄했다. 어떻게 이렇게 매번 잘하지?
가장 행복한 순간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2년 만에 다시 찾은 잠실 야구장. 올해 가장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었다.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 동시에 모든 게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두산베어스가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면서 기분 최고! 잊고 있던 직관의 재미를 찾았다.
많이 들은 음악 에스파의 ‘Next Level’ 마감이라는 광야에서.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태국 리버사이드의 노점에서 국수를 사 먹고 300바트짜리(약 1만원) 저렴한 마사지 받기.
요즘 고민하는 것 서울 집값.

배카라
카라스갤러리 관장, 컬처앤네이처 이사

2021년의 사건 룸메이트이자 나의 애인, 딸, 갤러리의 마스코트인 눈이가 노화로 인해 자주 병원을 오가야만 했다. 수술을 해야 할 뻔했을 정도. 나도 잘 챙겨 먹지 않는 고급 비타민과 영양제를 챙겨주며 곁에서 돌보던 시간. 잘못될까 싶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 건강하니 다행이다.
최고의 음식 스트레스에는 매운 음식! 화끈한 훠궈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한 번씩 함께 일하는 큐레이터와 고무줄 바지 딱 장착하고 명동 하이디라오로 향한다. 기본 2~3시간 동안 다양한 조합의 소스와 함께 향신료 범벅인 뜨거운 훠궈를 즐긴다. 배추 추가는 필수.
잘 산 물건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에르메스 버킨백! 올해 최고의 플렉스! 백화점 매장을 다 돌아봤지만 도무지 구할 수 없던 그것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에르메스에서 산 브라운 컬러 버킨백 하나면 어떤 옷이든 패션은 완성.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홍대와 성수동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아주 매운 떡볶이를 먹고, 카페를 투어하고, 눈이 간식을 사고, 유니크한 티셔츠를 사겠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이재명과 윤석열. 이유는 다들 알 것 같으니.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가장 행복한 순간 모두들 어려웠던 코로나19 시대에 무탈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닐까. 10월부터 갤러리의 대형 작품이 컬렉팅되기 시작했는데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착하게 살아야지, 겸손해야지, 더 좋은 전시를 준비해야지.
많이 들은 음악 에픽하이의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고흐가 여생을 보낸 타히티섬에 가서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마시고 싶다. 눈부신 햇살을 느끼며.
요즘 고민하는 것 내년 2월 노르웨이 오슬로 미술관에서 진행할 전시. 고민이 많다. 날씨도 춥다고 하는데. 걱정 반 설렘 반.

김인선
에델만 코리아 부장

2021년의 사건 비트코인 투자 시작. 두둥!
최고의 음식 아플 때는 꼭 미역국이 생각나는데 남편이 만들어준 미역국이 올해 가장 맛있었다. 좋은 미역에 황태와 무, 어머님표 참기름. 간은 꼭 새우젓으로 한다.
잘 산 물건 재택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구입한 빌라 레코드의 레오 암체어. 투박한 사무용 의자는 싫어 찾던 중, 디자인과 안락함을 두루 만족시키는 제품을 찾았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우리 강아지 산이에게 뮤니쿤트에서 겨울용 패딩을 구입하는 데 9만3천원을 쓰고, 나와 남편을 위해 Urbanic 30의 캠프 삭스를 한 켤레씩 사겠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허니제이.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
가장 행복한 순간 올해 칠순인 부모님께 직접 제작한 감사패를 읽어드리던 날. 혼자 눈물 펑펑 흘렸다.
많이 들은 음악 콜드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패션을 전공한 나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 2순위는 파리인데 2022년 또는 2023년에는 꼭 파리에 가서 영감을 받고 싶다. 에펠탑을 다시 보고 샤넬백도 하나 사고.
요즘 고민하는 것 40대 은퇴하기. 은퇴 후 뭐 먹고 살까?

김수현
저스트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사업부 실장

2021년의 사건 이직, 이직을 염두에 두고 퇴사한 게 아니었는데 예상 외로 인연이 닿아 새롭게 시작했다. 좀 더 놀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최고의 음식 ‘남영돈’ 가브리살과 반찬. 정웅인 선배님께서 사 주셔서 처음 간 곳인데 고기 한 점, 김치 한 점 먹는 순간 ‘내적 미미’를 외쳤다.
잘 산 물건 아이패드 프로 4세대. 올 초 사촌오빠에게 헐값에 구입. 대학원 수업과 어학 공부용으로 샀는데 스케줄러, 영상편집, OTT관람, 게임까지 두루두루 요긴하게 쓰고 있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요즘 사고 싶은 게 주식밖에 없다. 오늘 기준 11만원인 오리온 주식을 1주 사겠다. 남은 만원으로 지금 백신2차 후유증으로 와병 중이니 타이레놀과 포카리스웨트를 사야지.
가장 흥미로운 인물 윤여정 선생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감동도 감동이지만 나도 유머와 지혜가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여름에 9년 키운 강아지가 갑자기 죽음 직전까지 갔다. 응급실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을 때 힘내라고 말해주니 ‘끼이잉’ 하고 응답하는 걸 보고 감동과 희망을 봤다. 지금 내 옆에 누워서 자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많이 들은 음악 올림픽‘뽕’에 취해 코리아나의 ‘빅토리’를 많이 들었다. 크게 틀어놓으면 특히 강아지들이 좋아했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미국 서부 로드트립. 코로나19를 겪으며 “나…자연 좋아하네…?”를 알게 됐다. 특히 포틀랜드에 가서 쇼핑도 왕창 하고 대자연과 도시를 번갈아 느끼는 여행을 하고 싶다.
요즘 고민하는 것 생활체육인이 되고 싶다. 건강해야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더라. 하지만 그 운동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원예하
<골프매거진 코리아>디지털 에디터

2021년의 사건 요가의 물구나무서기 동작인 ‘살람바 시르사아사나’에 성공한 것. 욕심내지 않고 그저 꾸준히 요가 수련을 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 나도 모르게 물구나무를 섰다. 저질 체력이었던 내가 스스로 무게를 온전히 지탱할 수 있다니! 인생 처음으로 내 몸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최고의 음식 압구정 스시사카우의 미소시루. 입안을 꽉 채우는 두툼한 생선을 척 올려주는 스시도 일품이지만 국물 러버인 나를 사로잡은 건 온갖 생선뼈와 대게, 새우머리를 왕창 넣고 끓인 미소시루. 한 대접은 먹고 싶었다.
잘 산 물건 템퍼의 오리지널 베개. 인터넷 후기를 보고 속는 셈치고 샀는데 유레카! 삶의 질이 달라졌다. 어떤 자세에서도 경추를 찰떡같이 지지해줘서 꿀잠을 잘 수 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다.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되어 있으니 꼭 누워보고 구매하길.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지방의 작은 유기견 보호소에 10만원을 기부하고, 마음껏 잃어버릴 수 있는 2천원짜리 다이소 장갑을 다섯 켤레쯤 사고, 나머지 1만원으로는 길거리 붕어빵을 사 먹을 것.
가장 흥미로운 인물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모든 댄서들. 사랑하는 일을 꾸준히 그리고 잘하는 멋있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녀들의 놀라운 코어 힘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장 행복한 순간 7월 혼자 떠난 남해 여행, 온종일 해변가에 누워 보낸 반나절. 가족 단위 피서객 사이에 껴서 파라솔에 튜브까지 빌려 어깨가 빨갛게 될 때까지 야무지게 놀았다.
많이 들은 음악 플리트우드 맥의 ‘Albatross’. 여름 해변가의 나른함에도, 겨울밤의 쓸쓸함에도 잘 어울리는 곡이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마음의 고향 베를린에 가고 싶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 템펠호프 공원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싶다. 뜨거운 햇살 아래 누워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콸콸 들이붓다가 해가 지면 근처 단골 카페 겸 바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해야지.
요즘 고민하는 것 잘 사는 것에 대해서. 잘 먹고, 잘 자고, 나를 돌보는 법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1인분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

손기은
프리랜스 에디터

2021년의 사건 술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한 달에 음주 횟수를 3번 미만으로 줄였다. 지난 연말, 코로나19를 피해 집에 숨어들었다가 혼자서 너무 많은 술을 마시고 불현듯 깨달았다. 알코올 의존증이 코앞까지 왔구나!
최고의 음식 사람들을 여럿 집에 불러 쪄 먹은 제철 꽃게 한 바가지.
잘 산 물건 VIPP 페달 쓰레기통. 페달 쓰레기통계의 마복림이자 에르메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올해 방문한 공간 중 해외여행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던 곳이 북촌에 있는 한지문화산업센터다. 그간 전시된 한지를 관람만 할 수 있었는데, 한지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지 12만원어치를 사고 싶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오은영. 자기 분야의 톱인 사람의 단호한 그 표정.
가장 행복한 순간 10년간 신경 쓰였던 누런 벽지를 모조리 걷어내고 한 달간의 집 리모델링을 마친 후 깨끗해진 안방 침대에 처음 누웠던 그 순간.
많이 들은 음악 인피니트의 ‘태풍’. 일에 찌든 몸을 이끌고 퇴근길 강변북로를 차로 달리며 듣는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오키나와에서 두 달 정도 머물고 싶다. 제주도보다 오키나와를 더 자주 갔었는데, 지난 2년간 오키나와를 그리워하다 몸에서 타코라이스 같은 사리가 나올 지경이다.
요즘 고민하는 것 어떻게 하면 설악산 근처, 숲의 풍광이 압도적으로 들이닥치는 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 살 수 있을까. 고립되었지만 무섭지 않고, 작지만 불편하지 않고, 그럴싸하지만 비싸지 않은 나만의 별장을 죽기 전에 가질 수 있을까.

임현주
아나운서

2021년의 사건 작업실을 갖게 된 것. 나만의 공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예산 내에서 만족하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아 포기하려던 찰나, 서울에서 이 가격이 말이 되나 싶은 공간을 구하게 됐다. 카펫과 타일도 깔고 하나하나 직접 꾸몄다. 이곳에서 두 번째 책을 썼고, 수많은 밤을 지인들과 보냈다.
최고의 음식 제주도 ‘아미민박’에서 먹은 아침식사. ‘아미민박’은 지인과 그 지인까지만 묵을 수 있는 가정집으로, 있지만 있지 않은 곳이다. 지난 8월 혼자 여행을 떠날 때 임경선 작가님이 ‘혹시 말동무가 필요하면 가보라’며 아미님을 소개해주셨다. 아미님은 가드너이기도 하면서 그림도 잘 그리고, 무엇보다 손맛이 기가 막히다. 아미님이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아침식사를 먹을 때마다 어서 식당을 열어서 떼돈을 버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산 물건 작업실 가장 한가운데에 놓인 원목 테이블이다. 넓고 튼튼한 테이블을 꼭 갖고 싶었다. 작업실을 꾸미면서 처음 당근마켓을 이용하게 됐는데 한 달 동안 거의 중독처럼 당근마켓을 드나들었다. 80만원에 제작했다는 테이블을 25만원에 용달비 3만원을 더해 28만원에 가져왔다. 보는 사람들마다 탐내는 매력적이고 세상에 하나뿐인 테이블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고민 끝에 머플러를 사기로 결심했다. 심플하면서도 클래식한 머플러를 사서 겨울 내내 두르고 다녀야지.
가장 흥미로운 인물 사진작가 니키 리. <유퀴즈>를 보고 반했다가, 몇 달 전 다큐멘터리 영화제 사회를 보러 갔을 때 대기실에서 직접 만났다. 이후에 영화 시사회에서도 바로 앞자리에 앉으시는 걸 보고 인사를 드렸는데, 원래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적극적인 스타일이 아님에도 용기가 생겼다.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열심히 누르고 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언제라도 2021년을 돌아보면 나의 두 번째 책이 있을 것 같다. 13년간의 사회생활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기록하며 쓴 책인데 공감하고 위안을 받았다는 독자분들의 리뷰를 보면 안도감과 행복함을 느낀다. 딱 다섯 분의 독자만 모시고 ‘헤매는 사람들의 토요일 낮의 스몰 북토크’를 열었다. 그때 오갔던 사적인 이야기와 눈빛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많이 들은 음악 브루너 메이저의 ‘The Most Beautiful Thing’은 매일 이른 아침 나의 출근길 음악이다.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면서 출근길이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음악이 질리지 않길 바라며 조금 아껴 들으려고 한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지난 2년간 많은 일을 했다. 그동안 독하다 싶을 만큼 많은 일을 했으니, 내년엔 조금 더 여유 있게 지내고 싶다. 긴 여행을 떠나고 싶고, 아직 독일을 가본 적이 없는데 초여름의 독일을 가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둘이서.
요즘 고민하는 것 올해 극심한 오춘기를 겪으며 인생의 방향과 기준을 재정비했는데, 이전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 나의 넥스트 열정은 어디에 쏟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요즘. 내년의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김정은
복합문화공간 더레퍼런스, 이안북스 디렉터

2021년의 사건 말 그대로 너무나 개인적인 사건이라 밝히기가 조심스럽다.
최고의 음식 부산 송정 바닷가에서 먹은 멸치회와 멸치찌개. 멸치젓갈의 신세계를 맛보았다.
잘 산 물건 코로나19 덕분에 스크린 골프와 필라테스에 푹 빠져 지냈다. 입기 편한 운동복 겸 레깅스 패션을 즐기게 되면서 안다르의 다양한 제품을 시즌별로 구입 중.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나는 이안이라는 이름의 ‘냥이’를 모시는 집사인데 최근 바빠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건강한 사료와 간식을 위해 몽땅 사용하겠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무대홍(홍준표). 가장 행복한 순간 어느 자리에서 더레퍼런스가 힙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도 힙할 수 있구나. 안도하게 된다.
많이 들은 음악 톰 그레넌의 ‘Little Bit of Love’.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가족과 함께 일본 온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일본의 작은 마을을 돌아보며 힐링하고 싶기도 하고. 최근 일본의 친구들이 도시를 떠나 교외로 이사를 갔는데 친구들의 집도 궁금하다.
요즘 고민하는 것 욕심을 줄이는 일. 언제나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 정작 가까운 사람을 챙기지 못하는 ‘바쁘다’는 핑계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여인해
패션 컨설턴트

2021년의 사건 런던에서 락다운을 겪으며 아들 둘, 남편과 한가족으로서 믿음으로 하나가 되어간 시간들. 인내와 사랑을 배웠다.
최고의 음식 영국의 배달앱 딜리버루로 일주일에 한 번 배달시키는 파이브 가이즈의 햄버거 세트. 사무실에서 먹는 그 기쁨이란!
잘 산 물건 중고 명품 사이트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산 알렉산더 맥퀸의 빨강 리본 띠를 양옆에 장착한 울 팬츠. 역시 팬츠의 재단과 핏이 남다르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2만원이 생긴다면 우선 10%는 기부하고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이 옷을 빌려주는 셀프리지 렌털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속 위시 리스트에 담아놓은 품목들 중 하나를 주문해 입고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하고 싶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스티븐 스토키 데일리(S.S. Daley)! 작년에 웨스트 민스터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9월 런던 패션위크로 데뷔한 디자이너다. 데뷔 쇼의 모델로 영국 청소년 극단 배우들을 세워 하나의 작은 ‘극’으로 연출한 그는 전통적인 영국 스타일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강렬한 신인 디자이너다. 해리 스타일스도 반한 그의 컬렉션은 주로 빈티지 패브릭으로 만드는데 현재 대기 리스트가 있을 정도! 그와 흥미진진한 인터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서울의 가을을 16년 만에 만난 11월! 서울의 가을 색이 이토록 아름다웠구나….
많이 들은 음악 BTS의 ‘Butter’, 박형식의 ‘그 사람이 너라서’. 팬이다!
내년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사춘기 아들 둘과 한국에 가고 싶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찜질방에 꼭 가고 싶다!
요즘 고민하는 것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에디터
    허윤선, 최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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