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음 / 이세영
이세영은 내내 <옷소매 붉은 끝동>에 매달렸고, 그 마지막은 2022년 1월 1일에 완성된다.
요즘 잠은 잘 자요?
드라마 초반에는 많이 못 잤어요. 이동할 때나 집에서도 원래 대본 보던 시간에 그냥 자고 있어요.
사전제작이 도입되어도 늘 현장은 급하게 돌아가나 봐요.
저희가 반 사전제작 드라마인데, 드라마 끝날 때까지 계속 촬영할 것 같아요. 촬영지도 지방이 많아서 물리적으로 거리감이 있고요. 일찍부터 사계절을 겪으며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전이나 반 사전이라는 개념이 없었죠. 여러 가지 변화를 직접 겪는 건 어떤가요?
CG는 이번에 처음 경험해봤어요. 호랑이가 나오는 장면인데. 허공을 보면서 연기한 건 처음이었어요.
거기 호랑이가 있다고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하는 거예요?
맞아요. 호랑이는 올 수 없었고요.(웃음) 진짜 할리우드 배우들은 대단한 것 같아요. 누가 귀여운 탈 쓰고 초록색 타이츠를 입고 있다면서요? 그런데도 진지하게 연기를 하잖아요. 언젠가 그런 것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작년엔 <카이로스>로 만났는데 작품이 좋았지만 시청률이 높진 않았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은 초반인데도 반응이 좋아요.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시면 당연히 기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신기해요. 모든 작품을 다 열심히 준비하고 그중엔 정말 재미있는 것도 있었는데, 재미있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대본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열심히 하자 했지만 시청률이 높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청률이 나오니까 ‘괜히 너무 기대하지 말자’ 그러고 있어요.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요.
왜 기뻐만 할 수는 없는 거죠?(웃음)
하하! 기쁘죠. 하지만 아직 6회까지밖에 방송을 안 했고 끝까지 해나가야 하니까요. 제가 제작발표회 날 MBC 사장님께 그랬어요 “사장님, 저희 15% 넘으면 여행 보내주시나요?” 그랬더니 그러시겠대요. 그러면 좋겠어요. 증인이 많아요.
사극은 이세영이 익숙한 현장이기도 해요. 성가 덕임하고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한마음, 한뜻, 한몸.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성덕임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실제 이세영과 가장 비슷하다고.
모든 캐릭터와 공통점이 조금씩 있었지만, 초반에 장난치는 부분이나 밝고 능동적인 부분이 실제 저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당차기도 하죠. 생각시가 폄하될 때마다 “정5품까지 할 수 있는 몸이다”라고 해요.
맞아요. 자기 일에 되게 자부심이 있어요. 궁에서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지만,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을 거예요. 궁녀이기에 하지 못하는 것은 많았겠죠.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건 있겠지만, 세손 저하를 보필한다는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죠. 서고에서도 이야기를 하거든요. “낡고 오래되어 세손 저하께서 찾지 않으신다 한들 엄연히 여긴 국본의 처소고 나는 서고를 지키는 궁녀다, 나를 무시하냐, 이래봬도 정5품까지 될 수 있는 몸이다”라고요. 정말 공감되고 귀여웠어요.
지금까지 사극에는 당연하게도 많은 궁녀가 나왔죠. 그 궁녀를 깊이 들여다보는 게 좋더군요. 여러 궁녀를 조명하는 것도요.
침방 나인, 대전 나인, 세수간 나인 많아요. 현실적이죠.
처음에는 어떤 점에 끌렸어요?
누군가 <옷소매 붉은 끝동> 소설이 드라마화된다면 주인공으로 제가 어울릴 것 같다고 어디 올리셨는데, 그걸 다른 분이 캡처해서 저한테 보내준 적이 있어요.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있었나 봐요. 그때가 1월이었는데 궁금하더라고요. 회사에 혹시 제작 들어갔는지 물어봤었는데 그땐 소식을 못 들었어요. 몇 달 후 감독님과 미팅이 잡혔어요. 사실 그땐 <카이로스> 이후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감독님을 뵙고, 5~6부까지 나온 대본을 주셨는데 너무 정말 재미있었어요. 감독님도 호탕하고 웃음이 많으시고 섬세하시죠.
그 이후의 대본도 몹시 궁금했겠어요.
이후 원작을 봤더니 진짜 재미있는 거예요. 새벽 3시, 4시까지 읽었어요. 소리 내서 울지도 못하고 ‘하, 어떡해’ 하면서 읽었죠. 너무 슬픈 거예요. 내가 지금 설명하지 못할 만큼 속상하고 가슴이 미어지는데 시청자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덕임은 정조인 이산의 첫사랑이라는 설이 많고 후에 의빈 성씨가 됩니다. 정조가 의빈 성씨를 사랑했다는 기록은 많은데 의빈 성씨는 정조를 사랑했는지는 기록이 없다고 하죠. 어때요? 덕임도 정조를 사랑했던 것 같아요?
왜 기록이 없을까요? 그건 아무도 안 궁금해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씁쓸해요.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덕임도 정조를 사랑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승은 입는 것을 받아들인 거고요. 정 싫었으면 끝까지 거절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거절하는 게 이해가 안 갔거든요. ‘아니, 왜? 둘이 좋아하면 만나면 되지’ 했는데 찍으면서 왜 거절했는지 이해가 됐어요.
왜 그랬을 것 같아요?
승은을 입는다고 해도 중전이 될 수는 없어요. 후궁이 되어 팔자 한번 펴보려고 한다는 시선으로 보이는 것도 싫었을 것 같아요. 나는 전하만을 바라봐야 하는데 전하는 나만을 바라봐주지는 않거든요. 거절하고 밀어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캐스팅 단계에서 앞으로 감정이 어떤 식으로 갈 것인지 큰 줄기에 관해 여쭤봤어요. 언제부터 사랑하게 됐는지 확실히 나오진 않거든요. 충심도 있고, 연민도 있죠.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세손 저하가 아니라 ‘겸사서 나으리’인 줄 알았을 때 이미 친하고 가까운 정도의 호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다 정말 사랑이 되는 계기는 연모 같은 뜨거운 감정으로 바뀌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임의로 여기서부터는 이미 이 순간 사랑한 것 같다고 정의했어요.
같이 논의해서 정한 거군요?
동의하지 않으면 연기가 안 되니까요. 이게 어려워요. 원작에서는 이산의 감정선이 잘 안 보여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이산이 표현을 많이 하죠. ‘은애한다, 보고 싶었다, 듣고 싶다’라는 표현을 하니까요. 그런데 덕임이 같은 경우는 밀어내는 말을 하거든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년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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