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대표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지금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Y2K 스타일. 트렌드의 선두에는 1990년대생들이 있다. 세기말 패션을 대변하는 90년대생 대표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과감한 컬러와 실루엣으로 Y2K 트렌드의 시작을 알린 와이낫어스의 디렉터
정다라미

WHYNOTUS @WWWHYNOTUS

WHYNOTUS(이하 와이낫어스)는 어떤 브랜드인가?
인디 문화를 옷으로 보여주는 컬처 브랜드다. 히피, 인디, 록 등 팝 문화와 음악을 기반으로 2017년 시작했다.

타이다이 프린트, 나비 모티브 등을 바탕으로 1990년대 패션을 재해석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가 무엇인가?
브랜드를 만들기 전엔 90년대 스타일을 입고 싶어도 국내에선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도쿄 빈티지 숍까지 가서 쇼핑을 했다. 한국에는 ‘왜 이런 스타일의 패션 브랜드가 없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직접 만들어 입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취향은 비주류에 속했던 터라 내 취향을 반영한 옷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당시 패션 쪽과 어떤 접점도 없었다.
그래서 ‘누구나 옷을 만들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아 브랜드를 론칭했다. 브랜드 이름처럼 “왜 안 돼?”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한 거다.

1990년대 패션의 매력은 무엇인가?
저항적인 시대 정신이 오롯이 드러나는 묘한 색감과 톡톡 튀는 패턴.

어떤 디자인 요소를 사용해 1990년대 패션을 표현하는지?
다양한 컬러가 혼합된 마블 패턴과 타이다이 프린트, 나비와 꽃 등 큼직한 모티브를 최대한 활용한다. 여기에 프릴, 코르셋 등 디테일로 90년대의 느낌을 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원마일 웨어에 대한 니즈를 반영한 편안한 스타일의 옷을 만들려 한다.

영감을 주는 아이콘 혹은 아이템이 있나?
영화를 매우 사랑한다. 전공도 영화다. 하루 한 편씩 영화를 보다 보니 영화의 분위기나 의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꼭 한 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클로에 세비니다. 확실히 클로에 세비니는 위태롭고 반항적인 매력이 있다.

세기말 감성과 Y2K 트렌드가 지금 세대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변화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낯섦과 삭막함을 수반한다. 이로 인해 느끼는 불안이 우리가 잊고 있던 옛 시대의 따스했던 감수성을 다시 건드리는 것 같다. 90년대의 날것 같은 느낌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이러한 감성이 비슷한 또래에게 궁금증을 발휘하는 게 아닐까?

같은 MZ세대를 잡기 위한 소셜 미디어 전략이 있나?
인디 문화 기반의 브랜드인 만큼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디 밴드의 공연 홍보 전단지에서 영감을 받아 아날로그 감성으로 재해석한 그래픽을 디자인한다. 이렇게 제작한 인스타그램 콘텐츠로 피드를 채워가며 계정의 색깔을 견고히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 올해는 더 많이 소통할 계획이다.

브랜드 운영 외에 관심 있는 것은?
동물 보호. 현재 고양이 일곱 마리 대가족의 집사다. 애니멀 호더로부터 구조한 새끼 고양이들을 임시 보호하고 입양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나라의 동물보호 시스템과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우리의 제품에도 동물을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시키기 위한 작업을 더하기도 하고 후원도 하고 있다.

페이크 퍼를 사용하는 등 지속 가능한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패션계에 대두되고 있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도 더 많이 관심을 두게 됐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 시작으로 페이크 퍼, 비건 레더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낭비 없는 생산을 위해 최소한의 수량만 제작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가?
한국에서 1990년대 패션과 Y2K 트렌드를 시작한 브랜드로 남고 싶다. 론칭 당시에는 이런 색깔을 가진 브랜드가 없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포문을 열고자 했던 우리의 작은 노력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동시대적인 실루엣과 한 끗 차이의 디테일로 Y2K를 대변하는 L.E.E.Y 디렉터
이여정

L.E.E.Y @L.E.E.Y

L.E.E.Y(이하 리)에 대해 소개해달라.
‘리’는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도전하는 브랜드다. 나의 성 Lee와 이름의 이니셜 Y를 따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현재 7명의 팀원과 함께 꾸려가는 중이다.

2013년 온라인 론칭 후 트렌디한 Y2K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건축을 공부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옷 입는 걸 좋아했다. 내 스타일 취향을 좋아해주는 주변의 반응을 보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2013년 온라인 쇼핑몰로 리를 시작했다. 자체 제작부터 시작해 패션 브랜드로 전향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다.

패션 브랜드로 전향 후 달라진 점이 있나?
우리는 심플한 디자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브랜드 자체 색만으로도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이유다.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실루엣 위에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포인트 디테일을 더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1990년대 태어난 MZ세대로서 보는 90년대 패션의 매력은 무엇인가?
개성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당당한 애티튜드와 자유로운 바이브.

Y2K, 뉴트로 등 세기말 트렌드가 지금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자신이 속한 세대가 아닌 이전의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셀러브리티, 인플루언서들의 역할도 큰 것 같다. 그들이 1990년대 패션을 주도하면서부터 이전보다 훨씬 과감하게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브랜드를 이끄는 데 영감을 받는 아이콘이나 아이템이 있다면?
벨라 하디드. 현시대를 대표하는 1990년대 패션 스타일의 아이콘이자 리의 정체성과도 잘 맞는 아티스트가 아닐까. 언젠가 그녀와 작업하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MZ세대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SNS를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 시대에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브랜드만의 전략이 있다면?
친근한 소통. SNS로 고객의 피드백을 바로 확인한다. 또한 고민상담이나 취향 공유, 패션 팁 등 사적인 이야기를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하며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대화하는 편인데, 이러한 소통 덕분에 고객층이 10대까지 확장됐다.

그 전략 덕분인지 리는 국내외 팬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가?
현재 미국 내 몇몇 편집숍과 미팅을 마친 상태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중국에 제대로 된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

이제 전 세계에서 리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겠다. 지난 11월에는 테크 액세서리와 쿠션 등을 포함한 리빙 아이템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라이프스타일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인가?
아직은 아니다. 쇼룸 인테리어를 직접 할 정도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라이프스타일 컬렉션도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은 의류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리’라는 브랜드가 조금 더 성장한 후엔 리빙 아이템과 굿즈도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리의 아이덴티티와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다. 오로지 내 취향만 내세우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제품을 제작하는 대신 스타일링과 룩북 등 비주얼 콘텐츠에서 나의 취향을 녹여내고 차별성을 두는 것으로 그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힙한 감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제작 과정이 어려워 시도하지 못했던 자체 제작 신발에도 도전했다. 오는 5월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릴 팝업 스토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담은 프린트로 1990년대를 표현하는 디와이도샵의 디렉터
하도연

DYDOSHOP @DYDOSHOP

DYDOSHOP(이하 디와이도샵)은 어떤 브랜드인가? 소개를 부탁한다.
3D, 사진 등 비주얼 아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프린팅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이름은 전에 사용하던 닉네임 도연도(Doyundo)에서 따왔다.

2020년 론칭 후 1년 만에 미래지향적 Y2K를 선보이는 감성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입학이 연기되었다. 그때 시작한 단기 프로젝트가 디와이도샵의 시초다. 초창기에는 3D 이미지를 이용한 체인 가방을 만들었다. 패션을 전공한 게 아니라 옷을 만들 수 있을까 했는데, 우연히 제작한 튜브톱 반응이 뜨거웠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제품 디자인에 사용하는 모든 사진을 직접 촬영한다고 들었다. 디와이도샵에는 어떤 장면을 녹여내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스무 살 때부터 필름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즐겼다. 그때부터 찍은 사진들이 모두 디와이도샵의 아카이브다. 자연보다는 지나가다 보는 도시의 모습이나 일상 속의 우연한 순간을 나만의 관점으로 담아낸다.

역시 사진도 1990년대 필름 감성인가? 필름카메라를 특히 즐기는 이유는?
필름 특유의 색감을 좋아한다. 한 롤이라는 한정된 양을 찍다 보니 모든 사진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 롤이 채워질 때까지 잊고 있다가 현상할 때 다시 그 순간을 담은 사진들을 돌아보면서 추억을 곱씹는다. 필름카메라를 사랑하는 이유다.

1990년대 태어난 MZ세대 디자이너로서 보는 90년대 패션의 매력은?
Y2K 브랜드로 먼저 주목받았지만 사실 1990년대가 나의 아이덴티티다. 당시의 화려하고 클래식한 감성은 지금 봐도 매력적이다. 특히 톰 포드가 이끌던 시절의 구찌는 90년대 클래식의 절정이다.

룩에 메시, 플리츠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것이 돋보인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텍스타일 관련 일을 하셨다. 지금도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덕분에 브랜드 소재 개발에 많은 힘을 쏟게 된다. 지난 시즌 처음 선보인 플리츠 소재가 매우 만족스러워서 이 같은 시도를 꾸준히 하고 싶다.

영감받는 아이콘이나 아이템이 있다면?
패션 이외의 곳에서 영감을 찾으려 한다. 주로 옛날 영화에서 많이 받는 편이다. 지난 컬렉션은 <헤더스>와 <크래프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Dead or Alive, Laura’s Dark Boogie 등 제품의 이름에도 좋아하는 영화나 노래 제목, 가사를 붙인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MZ세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소셜 미디어가 필수인 시대다. 특별한 SNS 전략이 있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결이 맞는 인플루언서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전략이자 강점이다. 우리의 옷이 잘 어울리는 모델을 선정해 피드를 입체감 있게 꾸민다. 또한 이번 시즌부터 해외 사진작가와 함께 에디토리얼을 촬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발칙한(?) 무드가 우리 브랜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에스파, 블랙핑크 제니, 로살리아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유명 해외 인플루언서 등 국내외 팬들의 사랑이 뜨겁다. 현재 운영 중인 인터내셔널 숍 외에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가?
먼저 제니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다.(웃음) 글로벌 팬들에게 알려지는 데에는 그녀의 공이 매우 컸다. 현재 뉴욕의 카페 포곳(Cafe Forgot)에 입점했는데 기회가 되는 대로 많은 해외 편집숍에 들어가 해외 고객들과 만나고 싶다. 런던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계획 중이다.

요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별자리에 푹 빠져 있다. 12개의 별자리가 독자적인 상징성을 띠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기서 착안해 각각의 별자리에 어울리는 12명의 아티스트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옷뿐만 아니라 프린트, 인스타그램 필터, 가방 등 디와이도샵의 색을 입힌 작품을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언더웨어 컬렉션과 키치한 느낌의 가방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또 올해 더 많은 국내외 오프라인 편집숍 입점을 준비할 예정이다.

    에디터
    박민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COURTESY OF DYDOSHOP, L.E.E.Y, WHYNO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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